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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집중력 키우는 5단계 대화법’

“엄마가 아이와 나누는 대화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집중력이 쑥쑥 향상돼요”

기획·구미화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김성남 기자

입력 2005.09.13 18:39:00

컴퓨터 게임을 할 때는 꼼짝하지 않고 몇 시간씩 앉아 있으면서도 공부할 때는 5분도 채 못버티는 아이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들이 적지 않다. 한국집중력센터 이명경 소장으로부터 아이가 공부에 집중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엄마의 대화법과 생활 속 지침을 들어보았다.
‘아이 집중력 키우는 5단계 대화법’

서울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교대와 경인교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한국집중력센터 이명경 소장(32)은 “게임은 강하고 빠른 자극을 제공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몰입이 되지만 공부는 익숙하고 재미없는 것들에도 집중하는 적극적인 집중력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이명경 소장은 ‘주어진 과제를 주어진 시간 안에 끝내는 것’을 집중력의 첫 번째 요건으로 꼽는다. 집중력이 낮은 아이는 주변의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주의를 빼앗기기 때문에 제 시간 안에 주어진 과제를 끝내지 못한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개별 활동이나 모둠 활동을 지시할 때 곧바로 이행하지 못하고, 딴생각을 하거나 다른 친구가 하는 행동을 쳐다보고 있다가 선생님으로부터 지적당한 뒤에야 시작해 십중팔구 다른 아이들이 모두 과제를 끝낼 때 다 마무리짓지 못한다는 것. 이런 경우 부모나 교사로부터 야단을 맞는 일이 잦아지면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자신감을 상실하기 쉬우므로 이 소장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 전 아이의 집중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냥 내버려두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될 뿐만 아니라 성격도 공격적이고 반항적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요. 또한 초등학교 저학년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이미지와 공부 습관을 만드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이때 집중력을 높여줘야 하죠.”
이 소장은 집중력을 길러주기에 적당한 시기로 6~10세를 말한다. 그는 “6세 정도 되면 자기 통제 능력이 생겨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관찰하고 조절하는 게 가능해진다”며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이 집중력 문제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데 이를 방치해두면 학업에도 지장이 있지만 사회성 발달이나 성격 발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집중력이 높은 아이는 수업을 듣는 동안 창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이나 예쁜 옷을 입고 온 친구, 칠판 한 귀퉁이에 써 있는 내일의 준비물 등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생각과 느낌들을 무시하고 선생님의 말씀과 교과서에 주의력을 집중시킨다. 이 소장은 이것을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능력’이라고 일컬으며 이를 위해서는 ‘자기 통제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자극 중에서 현재 내가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대상이나 사건을 파악하여 그것에만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이 바로 집중력이고,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접할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일단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조절하고 미래의 결과를 예측하여 행동하는 자기 통제 능력이 핵심 역할을 한다고.

숙제 하기 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미리 생각해보고 계획 세우도록 도와야
“자기 통제 능력이 높은 아이는 숙제를 안 해 갔을 때 선생님께 받을 꾸중이나 숙제를 미뤘을 때 드는 불편한 마음을 생각해 지루함을 참고 숙제를 끝냅니다. 또 친구에게 화가 나도 참고 일단 그 자리를 피했다가 나중에 어떻게 할지 생각하죠. 하지만 자기 통제 능력이 낮은 아이는 숙제를 하다가 모르는 것이 나오면 금방 지루해하며 책을 덮고 공부방에서 나와 버려요. 또 친구와 싸움을 하다가 화가 나면 주먹을 휘두르기 십상이죠.”
이 소장은 “시간만 갖고 집중력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숙제나 공부를 하는 상황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은 평균 15~20분 정도, 고학년은 평균 30분 정도 집중력을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가 15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면 집중력이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을까. 이 소장은 정서적 안정감과 자신감이 뒷받침돼야만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가 불안감을 느끼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주위를 살피는 경향이 있어요. 이럴 때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부모가 이끌어줘야 해요.”

‘아이 집중력 키우는 5단계 대화법’

그는 불안해할 만한 상황을 피하고,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는 등 신체 접촉을 자주 하면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된다고 말한다. 반면 집중력이 낮은 아이들 중엔 자존감이 부족하고 주눅들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의 기대를 채우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야단을 자주 맞으면 아이가 더 집중을 못하게 돼요. 아이가 다소 부족하고 느리더라도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죠. 아이의 장점과 적성을 찾아 칭찬해주는 것도 중요하고요. 아이 스스로 결정해서 주도적으로 행동할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자신감과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고 집중력이 향상됩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아이 스스로 자신이 할 일을 찾아 능동적으로 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소장은 먼저 아이가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는 습관을 들이도록 이끌어줄 것을 권했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시간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할 때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지 예측이 안돼 지루함을 더 느끼기 때문.
“아이가 숙제를 하기 전에 대략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미리 생각해보게 한 다음 무엇을 먼저 하고,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를 계획해보도록 하세요. 알람시계나 스톱워치를 이용해서 ‘예상시간 맞히기 게임’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또 한 번에 한 가지 활동만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집중력과 사고력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은 서서히 발달하는 부위여서 아이가 여러 가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거나 고난도의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없기 때문.
“아이가 교육용 비디오를 보고 있는데 ‘오늘 숙제가 뭐냐’고 묻는 것은 아이의 집중력을 떨어뜨려요. 공부에 몰두해 있거나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아이에게 간식을 가져다주는 것도 집중력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안되고요. 아이 스스로 행동을 멈출 때까지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하죠.”
이 소장은 평상시 자녀와 나누는 대화 방식도 집중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집중력을 높이는 5단계 대화법을 제시한다.
“1단계는 문제를 정의하는 단계예요.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오늘 무엇을 해야 하니?’ ‘풀어야 하는 문제가 뭐니?’ 등의 질문으로 아이 스스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의할 기회를 줘야 하죠.”
이때 아이가 선뜻 대답을 못하더라도 엄마가 먼저 ‘문제를 정의’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그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오늘 숙제가 뭐야?’ ‘학원에 가기 전에 해야 되는 건 없어?’ 하는 식의 질문을 하며 아이 스스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제를 끝낸 다음 점검하는 습관이 중요, 칭찬과 격려로 자신감 심어줘야
집중력을 높이는 대화법 2단계는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다. 아이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안 다음엔 그것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게끔 질문을 하는 것.
“‘숙제를 다 끝내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니?’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학습지 한 장 푸는 데 몇 분 걸리지?’ 같은 질문을 통해 아이가 과제를 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예상하면서 계획을 세우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도록 하는 거예요. 엄마의 예상과 다른 대답이 나오더라도 일단 아이의 생각을 인정해주고, 화이트보드나 종이에 각자가 예상한 시간을 나란히 적어놓는 것이 좋아요.”
3단계에선 중간 점검을 한다. 아이가 어떤 활동을 시작하면 말을 걸지 말고 혼자 힘으로 과제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좋지만 아이가 도중에 흥미를 잃은 듯 보이거나 애초에 계획했던 것과 다르게 문제에 접근하는 것 같을 때는 ‘지금 네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하면 집중력이 높아진다더라’ ‘엄마는 네가 좀 전에 말했던 대로 잘하고 있을 거라 믿어’ 등의 말로 아이 스스로 중간 점검을 하도록 부모가 옆에서 티 안 나게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집중력이 낮은 아이들은 주어진 과제를 어렵게 시작했다가도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중요한 것이 ‘점검’. 과제를 끝낸 후 점검하는 것이 집중력을 높이는 대화법 4단계다.


“집중력이 높은 아이와 낮은 아이의 가장 큰 차이는 같은 일을 한 다음 점검을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예요.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문제를 빼먹거나 아는 것을 잘못 표시해놓고는 점검을 하지 않아 실수를 찾아내지 못하죠. 그래서 아이가 어떤 일을 다 끝냈다고 하면 ‘혹시 실수한 게 없는지 한 번 살펴보고 책을 덮으면 어떨까?’ ‘빠뜨린 것은 없는지 모르겠네, 점검해봤지?’ 하는 질문으로 자신이 한 일을 꼼꼼하게 검토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해요. ‘오늘 한 걸 엄마한테 설명해줄래?’ ‘오늘 공부한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해?’ 같은 질문으로 아이가 공부한 것을 정리할 기회를 주는 것도 좋고요.”
4단계에서 아이가 부모의 질문에 척척 조리 있게 대답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많은 것을 빠뜨리고, 금방 공부한 것도 더듬거리며 얘기한다. 이 소장은 그렇다고 해도 절대 화를 내거나 야단을 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집중력을 높이는 대화법 마지막 5단계가 바로 칭찬과 격려이기 때문.
“모든 과정이 끝난 후 꼭 해야 할 것이 칭찬이에요. ‘잘했어. 네가 열심히 하니까 참 보기 좋구나’ ‘힘들었을 텐데, 짜증 부리지 않고 잘 끝내서 정말 대견하다. 뭐 맛있는 거 해줄까?’ ‘와! 벌써 끝냈어? 집중해서 아주 잘했나 보구나!’ ‘괜찮아, 이번에는 조금 많이 틀렸지만 다음번엔 더 잘 할 수 있을 거야’ 같은 말로 칭찬과 격려를 해줘야 아이의 집중력이 쑥쑥 향상됩니다.”


여성동아 2005년 9월 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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