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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①

화사한 진리의 빛, 그 속에 아름다운 여인의 초상 ‘독서’

2005. 08. 09

화사한 진리의 빛, 그 속에 아름다운 여인의 초상 ‘독서’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 독서, 1876, 캔버스에 유채, 45.7×38.1cm, 파리, 오르세 미술관


햇살이화사하게 비치고 있습니다. 그 빛을 받으며 아리따운 여인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금발머리도 환하게 빛나고, 살짝 그림자가 드리운 얼굴도 책에서 반사된 빛이 닿아 환합니다. 저렇게 밝은 빛으로 충만하니 읽고 있는 책의 내용도 밝고 환할 게 분명합니다.
따지고 보면 책을 읽는 일은 빛을 찾고 빛과 만나는 일이지요.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인지, 인생의 진정한 목표가 무엇인지 우리는 책을 읽으며 하나하나 알아갑니다. 마치 어두운 밤바다에서 등대가 뱃길을 일러주듯 책은 우리가 갈 길을 환하게 비춰줍니다. 그렇게 책으로 스며든 마음을 화가는 빛의 잔치로 아름답게 표현했습니다. 결국 르누아르가 그린 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이 아니라 진리와 지식을 추구하는 인간의 영원한 의지라 할 수 있지요. 인간은 이런 의지로 삶을 개선하고 풍요롭게 가꿔왔습니다.
그림의 모델이 된 여인의 이름은 마고입니다. 적갈색의 고수머리와 성긴 눈썹, 적갈색 눈동자, 다소 넓은 코, 포동포동한 뺨, 도톰한 입술을 지녔지요. 완벽한 미인형은 아니지만 정감이 넘치는 용모를 지닌, 매우 매력적인 여성입니다. 가끔 르누아르를 위해 모델을 섰던 이 여인은 어느 날 르누아르의 아틀리에에서 모델을 서다가 쉬는 시간에 독서삼매경에 빠져든 것 같습니다. 창가에 기댄 여인 위로 그날따라 무척이나 화사한 빛이 쏟아졌고 그 모습에 매혹된 화가는 이렇게 멋진 그림으로 그녀를 기렸지요. 찰나의 표정이 영원의 이미지로 이어진 모습입니다. 순간의 빛이 영원한 진리의 빛으로 승화한 모습입니다.

한 가지 더∼

‘마티에르’는 화면의 질감을 이르는 프랑스어입니다. 인상파 이전에는 캔버스에 물감을 바를 때 비비듯 고르게 바르고, 완성된 그림에는 니스를 칠해 그림의 표면이 대체로 반질반질했지요. 하지만 인상파 화가들은 된 물감을 듬뿍 떠 바름으로써 화면 질감을 거칠게 살렸습니다. 이렇게 하면 세부 표현은 약해지지만 전체의 흐름은 풍성해집니다. 르누아르의 ‘독서’에서도 보듯 빛이 화사하게 떨어지는 효과도 표현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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