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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섹스 토크

연극연출가 김국희·서주희·백순원이 거침없이 얘기하는 “우리의 섹스 체험 & 섹스 고민”

“남자들이 이제 죽어라 피스톤 운동에 목숨 거는 일은 그만 하면 좋겠어요”

■ 기획·최호열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2005. 06. 01

6월6일까지 공연되는 ‘식스섹스’는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6편의 성 이야기를 묶은 연극. 대학로 단막극장에서 여성 연출집단 ‘女go’를 결성하고 연출을 맡은 6명 가운데 김국희, 서주희, 백순원 등 젊은 여성 연출가 3명이 모여 섹스를 주제로 거침없는 대화를 나눴다.

연극연출가 김국희·서주희·백순원이 거침없이 얘기하는 “우리의 섹스 체험 & 섹스 고민”

김국희(이하 김) 연극 주제를 성(性)으로 결정한 이유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여전히 성적 소외자의 위치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서주희(이하 서) 성을 음지에서 키워 악성종양이 되게 하지 말고 양지에서 잘 키워 즐겨보자는 게 우리의 생각이죠.
백순원(이하 백) 우리 6명의 여자 연출자는 독특한 시각의 소유자가 아니에요. 주변의 일상적인 소재, 남녀 간의 이야기, 가족 간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성에 접목시켰을 뿐이죠.
이번 연극은 우리가 흔히 아는 행위로서의 섹스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에요. 남성과 여성, 그들 간의 섹스 이야기, 그리고 ‘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기존의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나서 이 연극을 봤으면 좋겠어요.
섹스는 나를 향한 하나의 ‘통로’라고 생각해요. 삶에 대한 열정의 통로이기도 하고, 사랑에 대한 교감의 통로이기도 하고요.
4년 전 이혼하고 보니까 개인적으로는 (이혼이) 전혀 문제가 안되는데 가족과 사회에서는 대단히 큰 문제였어요. 연애할 때도 신경이 쓰여 다가오는 남자를 거절하게 되고요. 싱글맘이든 이혼녀든 성생활을 즐기고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잖아요.
‘섹스는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저는 아직 잘 모른다고 대답해요. 이번 제 작품 ‘더미(Dummy)’에는 불감증과 섹스 중독증인 여자 두 명이 등장해요. 그 둘 사이에 나는 어디쯤 있을까,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불감증 여성의 성적 욕구가 오히려 강할 것 같지 않아요? 요즘 섹스중독증에 걸린 여자들이 많다고 하잖아요. 사랑과는 별개로 섹스를 즐긴다는 거죠. 섹스를 하는 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제 작품에 ‘나는 창녀가 되고 싶다’라는 대사가 있어요. 저도 그런 여자가 되고 싶어요. (섹스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싶은 거죠. 전 그런 용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거든요. 지금도 욕구는 굉장한데 마땅한 남자를 못 찾았어요.
남자에 대해 결벽증이 있는 거 아닌가요?
잘 모르겠어요. 7년째 연애를 안 하고 있어요. 안 한 건지 못한 건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섹스를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하루는 엄마에게 몸이 아프다고 했더니 “결혼해서 할 것(섹스) 하고 살아야 잔병 없이 쉬 안 늙는다”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자연의 이치라면서요.
‘성을 즐길 권리가 있다’는 범주에 아내는 포함이 되지 않는 게 현실
저는 결혼 10년차인데 이때쯤 되면 섹스뿐만 아니라 모든 부부생활이 지겨워져요. 섹스할 때도 딴 생각을 하게 되죠. 제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 중 ‘선희’는 어쩌면 제 모습인지 몰라요. 선희는 옛 애인을 지하철 사고로 잃은 규회와 별 의미 없이 동물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방황하죠. 선희는 규회와 성행위를 끝낼 때마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자신의 이야기와 흡사한 소설을 쓰며 끊임없이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애써요. 선희의 답답한 현실, 그것은 어쩌면 권태로운 결혼생활을 대변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연극연출가 김국희·서주희·백순원이 거침없이 얘기하는 “우리의 섹스 체험 & 섹스 고민”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성을 다룬 연극을 연출한 서주희, 백순원, 김국희씨(왼쪽부터).


결혼 10년차 주부에게 있어 섹스란 무엇이에요?
이번 제 작품에 답이 나와 있어요. ‘선희’라는 여자는 섹스할 때 거의 무감각해요. 섹스가 아무런 감흥이 없는 익숙한 행위인 거죠. 정말 하기 싫어서 거부하는 적도 있지만 대부분 ‘선희’처럼 남편이 요구하면 응해요. 생활의 한 부분이 돼버렸기 때문에 좋다, 싫다 할 이유가 없는 거죠.
아직 환상을 갖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사랑 없는 섹스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결혼하고 3개월만 지나봐요. 사랑의 무게가 얼마나 나가는지. 사랑만으로 가정을 이끌어갈 수 없어요. 부부 사이가 원만해지려면 서로에 대한 배려가 충분해야 하는데 섹스도 마찬가지예요.
아름다운 섹스라는 것은 (섹스에) 임하는 순간 사회적·개인적인 억압에서 벗어나 내 몸의 모든 감각이 되살아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연 그대로, 날것 대 날것으로 섹스를 해야 아름다운 거 아닌가요. 결혼한 사람들의 외도가 늘어나는 이유는 남녀 모두 일탈을 꿈꾸기 때문이겠죠.
남녀 불문하고 성을 즐길 권리가 있다는 말 자주 듣고 사용하잖아요.
하지만 ‘성을 즐길 권리가 있다’라는 범주에 아내는 포함이 되지 않아요(웃음). 스스로 즐거운 성생활을 하기 위해서 체위 개발을 하고 노력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주부들은 그게 잘 안되죠.
좀 더 적극적이면 되지 않을까요. 여러 남자와 섹스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 파트너와 최선을 다해 체위도 개발하고요.
저는 전 남편과의 성생활에 불만은 없었어요. 결혼생활 5년여 동안 섹스에 관한 한 노력하면서 살았다고 자부해요. 결혼한 지 6개월쯤 지난 이후부터 ‘나는 이렇게 해주는 게 좋아’라고 요구하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그만 애로상황이 발생하더라고요. 제가 좋다고 하는 체위와 애무만 하는 거예요.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를 했어요?
뭐 이런 거였죠. “피스톤 행위는 중요하지 않아. 그렇게 죽어라 왔다 갔다 안 해도 돼”라고요. 남자들은 왜 그리 피스톤 행위에 목숨 거는지 몰라요. 그거 잘할 필요가 없는데. 여러 번 반복하거나 깊게 또는 얕게 삽입하는 게 중요하지 않아요. 손으로 만져줘도 되고 혀로 해도 되거든요. 그걸로 충분히 오르가슴에 도달하니까요.
섹스 도중에 그렇게 얘기를 했단 말이에요.
그럼요. 죽어라 피스톤 운동할 때 ‘너무 노력하는군. 안 그래도 되는데’ 하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어요. 남편이 가슴을 애무할 때 “항상 이렇게 해주면 안 돼? 지금 되게 좋은데”라고 황홀한 느낌에 대해 솔직히 표현하고요. 남편도 저에게 요구를 했죠. 입 다물고 열심히 운동하는 게 섹스는 아니거든요. 즐겁고 유쾌한 섹스를 하려면 많은 말을 주고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주변에도 피스톤 운동을 잘해야만 좋은 섹스인 줄 아는 남자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요. 해결책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사람도 있고요.

여자나 남자나 둘 다 잘 못하니까 힘들게 삽입만 반복하는 거죠. 부부가 합의하에 하는 행위는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변태가 아니라고 봐요. 예컨대 항문을 혀로 애무했다고 해봐요. 부부에게 색다른 흥분을 유도하는 행위일 수 있는데 그걸 어떻게 하느냐고 기겁하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정말 그러고 싶어요. 그런데 남편에게 (오럴섹스를) 해주는 것도 싫고 내가 받는 것도 싫어요.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늘 섹스 때문에 남편과 티격태격하죠. 남편이 관계를 가질 때마다 “좋아?” 하고 물어보는데 안 좋아도 귀찮으니까 빨리 끝내고 싶어서 “그래, 좋아, 아주 좋아” 하고 대답을 하죠. 머릿속으로는 ‘밀린 빨래랑 설거지해야 하는데’ 하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그건 좀 심했네요. 섹스 도중에 가끔 전 남편의 체위가 미학적일 때가 있었어요. 그림이 딱 좋다 싶으면 “잠깐만 그대로 있어 봐” 하고 몸을 감상했어요.
섹스 하다가 가끔 좋을 때도 있었어요. 그런 즐거움을 ‘가끔’ 느낀다는 게 문제지만요. 제가 좋아하고 황홀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이 참 좋아하더라고요.
일주일에 몇 번씩이나 해요?
저는 전 남편과 토요일만 섹스를 했어요. 몸과 마음이 편할 때 하고 싶어서요. 피곤하고 시간에 쫓기면 느끼기 힘들잖아요.
우린 결혼해서 5년 동안 하루에 한두 번씩 했어요. 너무 힘들었죠. 만날 그 일로 싸웠어요. 섹스가 모든 싸움의 근원이었어요. 남편이 다섯 살 어린데 성욕이 강한 편이었죠. 전 그 반대였고요.
아내가 만족하는 모습을 보는 남편은 무슨 일이든 자신감에 차 있어요. 남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섹스에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해요.
연극연출가 김국희·서주희·백순원이 거침없이 얘기하는 “우리의 섹스 체험 & 섹스 고민”

여자는 자신의 몸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남자가 관찰해주기를 바라잖아요. 내가 뭘 느끼고 있는지 지금 어떤 황홀감에 빠져 있는지. 부부 사이에 정서적 교감이 안되면 섹스를 점점 더 멀리하게 되죠. 남편은 제가 원한다면 늘 풀 서비스해줄 용의가 있다고 하는데 제가 거부해왔어요. 뒤늦게 요즘에야 성생활을 즐기기 위해 애쓰고 있죠. 저는 옆으로 누워 삽입하는 체위에서 오르가슴이 잘 느껴져요. 클리토리스 자극도 잘되고요.
전 정상 체위를 좋아해요. 정상 체위보다 더 좋은 게 있다면 삽입하지 않고 하는 섹스, 때론 강한 스킨십이 삽입섹스보다 더 좋아요. 삽입하지 않아도 충분히 자극적이죠.
옷 안 벗고 하는 섹스가 때론 좋다는 거죠.
오럴섹스를 해달라고 하면 가끔 해줬는데 입 안에서 전달되는 느낌이 별로 안 좋아요. 비위가 상해서 남편 해주는 것도 싫고 제가 받는 것도 싫고요. 그리고 저는 오르가슴을 느끼는 시간이 아주 짧아요.
저는 긴 편이에요. 한번 관계를 가질 때마다 3~4번은 느껴요. 남자가 사정할 때 그 순간 느끼는 오르가슴이 가장 좋죠. 질과 클리토리스 양쪽에서 쾌감이 느껴지거든요.
저도 그런 걸 느끼고 싶어요. 질과 클리토리스 둘 다 느끼고 싶은데 잘 안돼요. 남편이 절정일 때 그 절정의 순간이 나에게도 찾아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섹스를) 하다가 남자가 사정할 것 같으면 조금 더 애무해달라거나 기다려달라고 주문해요. 언젠가 친구가 “남편이 여성상위 체위를 좋아하는데 나는 별로 안 좋다. 어떻게 해야 좋으냐”고 묻더라고요. 클리토리스 자극이 잘되도록 각도를 좀 달리해보라고 가르쳐줬더니 훨씬 낫다고 하더라고요.

연극연출가 김국희·서주희·백순원이 거침없이 얘기하는 “우리의 섹스 체험 & 섹스 고민”

몇 년 전부터 오르가슴에 쉽게 도달하는 우리 부부만의 과정이 있어요. 먼저 남편이 손가락으로 클리토리스를 애무하다가 어느 정도 흥분되면 삽입을 해요. 그러다 잠시 피스톤 운동을 멈추고 다시 손으로 (클리토리스를) 만지고 또 흥분하면 그때 삽입해 사정을 하죠. 남편이 “여자가 ‘손가락 맛’에 길들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아내가 자위할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농담이었네요. 그런데 두 분은 자위해요?
남편이 ‘손맛’을 가르쳐 준 이후로 해요. 그게 좋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상상력이 동원돼 강한 자극을 느끼게 되죠.
저는 가끔 야한 사이트를 보면서 자위를 하는데 별로 재미없어요.
오르가슴이 뭔지 모르니까, 섹스의 즐거움을 모르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좋을 때도 있긴 한데 재미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아무래도 개발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주로 욕조에서 자위를 해요. 물 받아 놓고 욕조에 누운 다음 샤워기를 틀어 그곳에 갖다 대죠. 샤워기가 클리토리스와 너무 가까우면 아파요. 샤워기 수압에 따라 물이 움직이는데 이때 받는 자극이 좋아요.
남성 성기를 대체할 만한 것으로 자위한다고 하는데 기구를 이용한 자위는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전 남편이 자위하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했는데 기분이 별로 안 좋더라고요. 내가 뭘 잘못해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얼마 전에 남자친구가 생겼어요. 그 친구에게 “아내가 자위하는 걸 용납할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싫다”면서 “너도 자위해?” 하고 물어요. 그래서 “자기 만나고 난 이후로는 한 적 없는데 서로 오래 살면 하게 될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자위하지 않게끔 만족시켜줄게” 하더군요. 자기 여자가 자위를 한다면 별로 기분이 안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개방된 커플은 서로 자위를 도와주고 그것을 통해 성적 쾌감을 느낀다고 하던데 말이죠.
남자친구와 섹스는 잘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만약 남자친구와 섹스가 안 맞는다 하더라도 전 그 원인을 찾아 노력했을 거예요. 섹스가 사람을 만나는 기준이 되거나 관계를 유지시키는 이유는 아니잖아요. 2~3주 전 연극 연습이 있던 날 남자친구가 연습장까지 데려다줬는데 차에서 내리기 직전 화창한 날씨 때문에 둘 다 ‘필’이 꽂혔어요. 시간이 없어서 “스페셜 5분 어때?” 하고 물었더니 “OK” 하더라고요. 차 안에서 5분 동안 짜릿한 시간을 보냈죠.
어디에서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뒷길이었는데, 화창한 봄날, 5분 동안의 느낌이 참 좋았어요. 섹스를 하고 싶은 욕구가 확 달아오른 상태라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얼굴 벌겋게 된 상태로 공연장에 들어가 사람들 얼굴 대하니까 이상하더라고요. 섹스를 한 직후에 사람을 만날 일이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든 생각인데, 사람들이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허물없이 주고받은 이후에 친해지는 것 같지 않아요?
그럼요. 가장 원초적이고 인간의 본능에 대해 솔직해 질 수 있으니까요. 연출자와 연기자가 만나 대화 중에 이런 체위는 어떻고 하는 얘기를 자연스럽게 하잖아요. 이번 연극이, 특히 여성이 섹스에 대해 개방적인 사고를 갖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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