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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바닷길 건너 낙조 감상·갯벌 체험해요~ 제부도 여행

■ 기획·김유림 기자 ■ 글·조득진‘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5.02.02 13:54:00

서울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인 제부도는 아름다운 일몰 풍경을 볼 수 있고 갯벌 체험이 가능해 각광받는 관광지. 하루에 두 번 썰물 때면 바다가 열리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데, 갯벌 사이로 난 도로를 달리다보면 동화의 섬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먹을거리도 풍부해 가족단위 나들이 코스로 제격인 제부도 여행.
신비한 바닷길 건너 낙조 감상·갯벌 체험해요~ 제부도 여행

전남진도 회동리 앞바다에서는 매년 음력 2월 말에서 3월 중순 사이에 보름 간격으로 두 차례 바닷물이 갈라지며 갯벌이 드러나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이때면 어촌 마을은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또한 여수의 추도, 충남 석대도, 전북 변산반도 등도 1년에 몇 차례 바다가 갈라져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그런데 경기도 화성 제부도에서는 매일 이 같은 현상이 되풀이된다. 하루 두 번 바닷물이 갈라지는데, 갈라진 바다 가운데로 난 도로를 따라 자동차 드라이브도 즐길 수 있다. 주말이면 제부도의 바닷길을 달려보려는 수많은 차량들이 꼬리를 잇는데, 이 길을 지나면 동화 속 풍경처럼 아담하고 예쁜 제부도가 나타난다.
제부도는 섬 둘레가 고작 8km 남짓 되는 작은 섬. 하지만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다. 매들의 보금자리였다는 3개의 매바위가 섬 한 편에 서서 바다를 지켜보고 있는데, 석양이 질 때면 붉은 기운이 바위에 서려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옆으로 펼쳐진 넓은 자갈해변과 갯벌에서는 바지락을 직접 캘 수 있어 서해바다의 재미를 쏠쏠하게 즐길 수 있다. 해수욕장에서 선창가로 이어지는 통나무 산책길도 호젓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부도로 가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그만이다. 서울에서 수원을 거쳐 가기보다 안산에서 산업도로를 타고 매송, 비봉으로 빠져나가거나 인천으로 가는 고속도로 월곶 IC를 빠져나와 좌회전한 뒤 안산과 시화호 제방둑을 타고 대부도를 거쳐 제부도 바닷길을 건너는 코스가 좋다.
차 바로 옆까지 파도가 찰랑거리는 4km 바닷길
제부도의 입구인 화성군 서신면 송교리에 도착하면 바닷길 정면에 검문소가 나타난다. 검문소에서는 방문객들의 신분증을 확인한 뒤 갯벌로 차를 들여보낸다. 입장료는 1인당 1천원. 길 초입에 ‘바닷길 주정차금지’라고 쓰여 있지만, 이는 여름철에 차들이 밀릴 때의 얘기일 뿐, 한적한 평일에는 주차를 해도 상관없다. 길 중간에 드문드문 작게나마 주차공간도 마련돼 있다.
신비한 바닷길 건너 낙조 감상·갯벌 체험해요~ 제부도 여행

최근에 만들어진 통나무 산책로. 가족끼리, 연인끼리 정겹게 손잡고 거닐기에 좋은 곳이다.


신비한 바닷길 건너 낙조 감상·갯벌 체험해요~ 제부도 여행

제부도 서쪽 끝에 자리한 기암괴석 매바위. 물이 들어오면 섬이 되고 물이 나가면 뭍이 된다. 이곳으로 지는 석양은 제부도 최고의 장관.


길 양옆에 펼쳐진 갯벌을 보며 섬까지 달리는 기분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모를 정도로 묘미가 있다. 송교리에서 제부도까지 직선거리는 2.3km이지만 찻길은 꼬불꼬불하게 나 있어 4km쯤 된다. 바닷길을 달리다보면 차 바로 옆까지 파도가 밀려오기도 하는데, 약간 겁이 나기도 하지만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바닷길은 주민들이 85년부터 3년 동안 힘을 모아 도로를 포장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길이 이리저리 굽은 이유는 수면 위로 가장 높게 드러난 부분을 따라 길을 닦았기 때문.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 모두 관광지 개발은 아예 생각도 못하고 단지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공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생기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바닷길에 호기심이 생긴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섬 마을 사람들의 경제적 형편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제부도 바닷길이 열리는 시각은 물때에 따라 매일 다르다. 물론 매달 보름날과 그믐날 조수가 가장 높이 들어오는 한사리 때가 바닷물이 열리는 시간이 가장 짧다. 이때는 하루에 4시간 정도만 물길이 열리는 것. 반면 물이 가장 적을 때에는 차가 하루 종일 다닐 수 있을 정도다. 가끔씩 길 중간에 차를 세워놓고 낙지나 조개 잡이에 정신이 팔려 때를 놓쳐 시동 꺼진 차를 버려두고 몸만 빠져나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주의해야 한다.

신비한 바닷길 건너 낙조 감상·갯벌 체험해요~ 제부도 여행

제부도라는 명칭은 바닷길과 연관이 있다. 조선조 중엽 이후 송교리와 제부도를 연결한 갯벌 고랑을 어린아이는 업고, 노인은 부축해서 건넌다는 의미에서 ‘제약부경(濟弱扶傾)’으로 불렀는데, 제약부경의 ‘제’자와 ‘부’자를 따와 행정구역상 ‘제부리’로 개칭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또 예부터 육지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섬이라는 뜻에서 ‘저비섬’ ‘접비섬’이라 불리기도 했다.
옛날 중국으로 이동하던 중 제부도 선창에 들른 국왕이 한 여인으로부터 우물에서 물을 받아 마시고 그 맛이 좋아 감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지금도 제부도는 육지에서 떨어져 있는 섬이지만 지하수가 맛이 좋기로도 유명하다.
호젓한 산책길, 아름다운 낙조 감상
우선 제부도에 도착하면 섬 주위를 한 번 돌아보는 게 좋다. 섬 둘레가 짧아 차로 천천히 돌면 20분이면 충분하다. 아직까지 날씨가 춥긴 하지만 아이들의 손을 잡고 얘기를 나누면서 산책을 해도 좋다.
섬으로 들어서면 갈래길이 나오는데 왼쪽 길로 가면 탁 트인 해안선과 기암괴석을 감상할 수 있다. 오른쪽 길을 택하면 광어, 우럭, 꽃게 등의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포구가 나오는데, 두 공간은 최근 만들어진 통나무 산책로로 연결되어 있다.
신비한 바닷길 건너 낙조 감상·갯벌 체험해요~ 제부도 여행

물이 완전히 빠졌을 때 제부도 바닷길을 건너고 있는 차량들. 제부도에 들고나기 위해서는 미리 물때를 확인해야 한다.


매바위는 섬 남서쪽 끝에 자리한 높이 20m 안팎의 기암괴석으로, 오랜 세월 바닷물에 패어 기이한 모양으로 우뚝 솟아 있다. 매의 부리처럼 날카롭게 솟아 있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는데, 20년 전만 해도 실제로 바위에 매가 살았다고 한다. 매바위 중에서도 큰 것은 신랑바위, 작은 것은 각시바위, 그리고 그 앞의 바위는 하인바위라 불린다. 바위가 파도에 깎인 모습은 사람들이 서쪽을 향해 노을을 기다리는 모습과 흡사하다.
매바위 근처의 갯벌 아래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굴을 따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이 빠지면 갯벌로 걸어 들어가 매바위 아래까지 갈 수 있는데, 이때면 굴을 따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굴은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딸 수 있고, 한겨울 굴 맛을 최고로 친다.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굴 채취로 마을주민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아 마을 어촌계에서 지나친 굴 채취를 금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따먹는 정도는 별 무리가 없다. 단, 굴의 산란기인 6월경에는 굴에서 생성되는 특정 물질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신비한 바닷길 건너 낙조 감상·갯벌 체험해요~ 제부도 여행

또 매바위는 제부도의 일몰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매바위 위로 해가 떨어질 때면 서해바다 전체가 붉은 빛으로 물든다. 얕은 바다물결이 물고기 비늘처럼 붉은 빛으로 반사되는 일몰 광경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제부도의 관광 포인트.
매바위가 있는 제부도 서쪽 해변에는 대동횟집, 선창횟집, 전주식당, 석구네횟집 등 횟집이 많이 모여 있다. 집집마다 해질 무렵이면 평상에 앉아 낙조를 감상하며 조개구이, 회 한 접시에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하얗게 빛나는 해수욕장을 지나 동쪽 해변에 닿으면 섬 뒤편 선창으로 이어지는 통나무 산책로가 등장한다. 최근에 만들어진 길로 갯벌 위에 버팀목을 만들어 1.5km 남짓의 길을 내었다. 통나무 마디에는 연인과 친구, 가족들이 남긴 글과 그림들이 가득하다. 너른 갯벌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걷기에 좋은 길이다.

신비한 바닷길 건너 낙조 감상·갯벌 체험해요~ 제부도 여행

신비한 바닷길 건너 낙조 감상·갯벌 체험해요~ 제부도 여행

제부도는 대하·조개·굴구이로 유명한데, 포장마차와 횟집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


제부도 선창은 삶의 생동감이 넘치는 곳이다. 30여 대의 배가 정박해 있는데 이 중 20척 정도는 김 양식에 쓰이는 배이고, 10여 척은 꽃게나 숭어, 우럭 등을 낚는 배다. 방파제엔 평일에도 강태공들의 낚싯대가 드리워져 있는데 특히 방파제에서 하는 망둥이 낚시가 유명하다. 선창 주변에서는 주민들이 싸고 푸짐한 해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이밖에도 제부도에는 2년 전 문을 연 소규모의 놀이동산이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다.
신나는 갯벌 체험과 영양만점 바지락칼국수
갯벌 체험 또한 제부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 길이가 약 2.5km에 이르는 제부리 해수욕장은 백사장의 폭이 좁은 대신 갯벌이 넓다. 본래 제부리 해수욕장은 모래가 곱고 흰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제부도 북쪽에 시화호가 건설되면서 서해바다의 물길이 바뀌어, 제부리 해수욕장의 모래가 점점 쓸려 내려가 지금은 갯벌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히 제부도의 갯벌은 아직도 건재하다. 제철이면 바지락과 굴이 넘쳐나고 동죽, 댕가리, 말미잘, 칠게, 납작게, 밤게, 민챙이, 민꽃게, 서해 비단고둥, 낙지 등의 갯벌 생물들도 볼 수 있다.
제부도 갯벌은 부드러우면서도 그다지 깊게 빠지지 않아 불편함 없이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곳곳에 조개 껍데기가 깔려 있어 맨발로 들어가는 것은 금물이다. 바지를 걷고 갯벌에 나서면 가장 먼저 새끼손가락 길이만한 게들이 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잠깐 얼굴을 내밀다가 다시 빠른 걸음으로 구멍 속으로 들어가는데 게를 쫓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즐겁다. 100m쯤 나아가면 호미로 바지락을 캐는 가족들을 볼 수 있는데, 바지락의 양이 풍부해 초보자도 잠깐 동안 바구니 가득 캘 수 있다. 제부도에서 조개를 잡으려면 호미와 여벌의 옷, 모자 그리고 맛소금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호미는 매바위 입구 가게에서 팔기도 한다. 맛소금은 조개를 잡기 위한 미끼용으로 갯벌의 조개 구멍에 맛소금을 조금 뿌리면 조개가 바닷물이 들어온 줄로 착각하고 갯벌로 기어 나온다고 한다.
신비한 바닷길 건너 낙조 감상·갯벌 체험해요~ 제부도 여행

제부도에는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회는 기본이고 가을에는 대하구이, 겨울에는 조개·굴구이가 유명하다.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바지락칼국수는 이곳의 대표적인 음식. 포장마차와 횟집 등에서 먹을 수 있는데 인심이 넉넉해 양도 많은 편이다.
횟감으로는 놀래미·우럭·농어·도다리 등이 있는데, 자연산은 아무래도 가격이 높다. 가격은 뭍에서보다 1만~2만원 정도 비싼데 양은 일반 시내 횟집보다 훨씬 많다. 또 기본으로 나오는 서비스 음식의 종류도 25가지가 넘어 가족 나들이객에게 안성맞춤이다.
미나리·호박·양파·쑥갓·마늘 등의 갖은 야채를 냄비 밑에 깔고 그 위에 꽃게를 놓고 양념을 얹어 끓인 꽃게탕과 철판에 소금을 두툼하게 깔고 익혀 먹는 왕새우구이도 이곳의 자랑. 굵은 새우 한 접시가 3만원으로 온 가족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양이 푸짐하다.
제부도의 대표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조개구이와 바지락칼국수. 싱싱하고 간이 잘 배어 있어 맛있다고 정평이 난 서해안 조개는 선창과 매바위 부근의 노점이나 제부도의 대부분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조개구이는 바구니에 담긴 1만5천원짜리 모둠 조개에 키조개 하나를 얹어 2만원인데, 4~5명이 먹을 정도로 양이 푸짐하다.
바지락을 듬뿍 넣어 만든 바지락칼국수는 국물 맛이 시원하고 깔끔하다. 커다란 함지박 같은 그릇에 담겨 나오는 칼국수는 맛뿐만 아니라 푸짐한 양으로도 유명하다. 이 밖에 영양이 풍부하고 맛이 달아 아이들도 좋아하는 굴밥은 제부도에 왔다면 꼭 맛보아야 할 음식이다.



여성동아 2005년 2월 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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