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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화제

경영 일선에 나선 삼성가 네 딸

이미경 CJ 부회장·이부진 호텔신라 상무·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정유경 조선호텔 상무…

■ 글·최호열 기자 ■ 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입력 2005.01.31 10:41:00

다른 재벌가와 달리 삼성가는 딸들의 경영 참여가 활발한 것이 특징.
최근 단행된 삼성가의 임원 인사를 보면 그 특징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이건희 회장의 형인 이맹희씨의 장녀 미경씨가 CJ엔터테인먼트 & 미디어 담당 부회장으로 취임했는가 하면 이 회장의 장녀 부진씨는 호텔신라 상무로, 둘째 딸 서현씨는 제일모직 상무보로 각각 임명됐다. 이 회장의 여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 정유경씨 역시 웨스틴조선호텔 상무로 있다.
이들 삼성가 딸들의 활약상을 취재했다.
경영 일선에 나선 삼성가 네 딸

최근 삼성가 딸들의 경영 참여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말, 이건희 회장의 형인 이맹희씨의 장녀 미경씨(47)가 CJ엔터테인먼트 & 미디어 담당 부회장이 된 데 이어 올 1월 초엔 이 회장의 장녀 부진씨(35)가 호텔신라 상무로, 둘째 딸 서현씨(32)가 제일모직 상무보로 승진했다. 또한 이 회장의 여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 정유경씨(33)도 웨스틴조선호텔 상무로 재직 중이어서 딸들의 경영 참여가 저조한 다른 재벌가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성가 딸들 중에서 이번에 급부상한 인물은 이미경 부회장. CJ그룹 이재현 회장(45)의 친누나인 그는 CJ그룹이 2대 주주로 있는 드림웍스 파견 상무로 미국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그간 국내에서는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았지만 할리우드에서는 ‘미키 리’로 불리며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지난해 가을, 그가 일본의 대형 미디어그룹 가도카와의 회장과 함께 CJ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한 영화 ‘달콤한 인생’ 촬영장을 찾은 일이 있었다. 그 후 이 영화는 완성되기도 전에 가도카와의 계열사에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을 제치고 한국 영화사상 최고액인 3백20만 달러(약 40억원)에 판매되었다. 영화계에서 그의 위상과 마케팅 능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서울대 가정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지역 연구학 석사 학위를 따고, 중국 푸단대학에서 역사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 부회장은 90년대 초부터 뛰어난 영어 실력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할리우드의 영화관계자들과 폭넓은 교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먹는 사업’이 전부였던 CJ그룹(당시 제일제당)이 95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되어 나왔을 때 세계적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를 끌어들여 다국적 엔터테인먼트회사 드림웍스를 설립, 경영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다.
이번에 CJ엔터테인먼트 & 미디어 담당 부회장을 맡은 것은 동생인 이재현 회장이 직접 요청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핵심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분야에 그의 전문적인 식견과 역량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게 CJ 측의 설명. CJ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앞으로 영화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푸드채널, m.net 등 유선·위성 채널을 관할하는 CJ미디어, 복합문화공간 CJ CGV, CJ아메리카 등을 총괄하게 되는데, 주로 경영컨설턴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를 지켜보면서 재계와 영화계에선 앞으로 CJ엔터테인먼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현재 미국에서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3월에 정식으로 취임할 예정이어서 현재로선 구체적인 사업 방향이 이야기되고 있는 것은 없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영화계에선 이 부회장이 자신의 풍부한 해외 인맥을 기반으로 현재 추진 중인 CGV 중국시장 진출 등 중국, 동남아, 미주 등으로의 다각적인 사업 진출과 해외 마케팅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고의 호텔 만들겠다’ 당찬 야심 가진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
삼성그룹에선 이회장의 장녀 부진씨가 지난 1월13일 호텔신라 상무로 승진했다.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한 그는 95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 삼성전자 전략기획실을 거쳐 2001년 8월 호텔신라 기획실 부장이 되었다. 그 후 2년 반 만인 2004년 1월 경영전략담당 상무보로 승진한 데 이어 1년 만에 상무 자리에 올랐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해외 선진 호텔과 레스토랑을 벤치마킹해 호텔의 변화 및 개혁을 위한 노력을 주도하는 등 호텔 전문 경영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국제적인 감각과 자질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영 일선에 나선 삼성가 네 딸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 미디어 담당 부회장.


실제 그는 호텔 입사 이후 회사 중장기 발전 마스터플랜 작성에 깊이 관여했고 그 계획에 따라, 지난해 4월 호텔신라 면세점을 고품격 스타일로 재단장해 오픈한 데 이어 지하 아케이드와 연회장, 레스토랑 등 낡은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을 주도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호텔신라 이만수 사장은 “이 상무가 호텔신라 면세점의 재단장을 직접 맡아서 했는데, 경제적이면서도 품위 있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 상무는 상무보로 지낸 지난 1년 동안 식음료 매장관리뿐 아니라 영업, 일반 관리, 브랜드 이미지 관리 등 활발한 경영활동을 펴왔다. 신라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회의실에 수백 권의 국내외 호텔 전문서적을 비치하고 탐독하며 선진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고 한다. 이부진 상무 입사 후 3년째인 2004년에 호텔신라는 창사 이래 최대의 이익을 내 업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예리하고 집념이 강한 편이에요. 최고의 품질이 최대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신념이 무척 강하죠. 호텔 경영과 관련해 의문점이 있으면 담당 실무자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묻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곤 해요. 회의를 할 때도 문제점에 대해 해결책을 찾아야만 회의를 끝내는 스타일이죠.”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일에 집중할 때는 휴일 근무와 야근 등 강행군을 해 부하 직원들이 체력적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직원들 회식 자리에도 자주 참석하고 노래방에 가면 적극적으로 마이크를 잡는 등 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낸다고.
경영 일선에 나선 삼성가 네 딸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


부장시절부터 국내외 호텔업계 전문가들과의 교분을 쌓고 세일즈 직원들과는 같이 직접 판촉활동도 하는 등 현장 중심의 업무지식과 경험을 두루 쌓고 있는 이 상무는 유럽형 카페 베이커리인 ‘아티제’를 오픈하고 호텔예약사업, 타워팰리스 휘트니스센터, 갤랑 스파 오픈 등 신규사업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지난해 초, 호텔 임원회의 석상에서 “앞으로 10년 후 호텔신라가 과연 어떤 호텔로 고객들에게 다가설 수 있을지, 중장기적인 계획과 구체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2000년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 이건희 회장이 던진 ‘10년 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라는 화두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제일모직 서현씨 부부는 남편은 경영, 아내는 디자인 개발 주력할 듯
제일모직에서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둘째 딸 서현씨도 같은 날 상무보로 승진했다. 2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패션연구소는 패션마케팅, 패션기획, 상품기획 인력과 디자이너 교육 등을 주 업무로 하는 제일모직의 핵심부서. 그는 여기서 디자인 기획 및 개발업무를 담당해왔다.
서울예고에서 미술을 공부했던 그가 본격적으로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뉴욕 유학시절부터였다.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스쿨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2000년 오빠 재용씨의 죽마고우인 김재열씨와 결혼, 2001년 딸 지이를 출산하면서 한동안 사회활동을 하지 못했다.
2002년 뒤늦게 제일모직에 입사한 그는 그동안 경영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제일모직의 행보에 큰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2002년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이세이 미야케 수입, 2003년 이탈리아 고급 부티크인 루이자 베카리아에서 수석디자이너로 일하던 이정민씨의 영입에 그가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이세이 미야케의 경우 국내 한 패션잡지와의 화보촬영장까지 찾아가 관계자들을 격려하며 관심을 쏟았다고 한다.

경영 일선에 나선 삼성가 네 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와 김재열 제일모직 상무 부부.


그는 외부에 나서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사내에선 일선 디자이너들과 구내식당에서 점심간담회를 자주 할 정도로 소탈하며 전략적인 사고를 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서현씨는 평소 활달하면서도 다정다감한 성격”이라며 “무엇보다 자기 일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고 했다.
그동안 그는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자신은 디자인 부문을 집중적으로 챙기겠다는 뜻을 표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현재 남편 김재열 제일모직 상무와 함께 경영과 디자인을 각각 맡아 제일모직을 이끌어갈 것으로 재계에선 보고 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의 여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 정유경씨도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상무로 재직중이다. 정 상무는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의 동생으로 96년 웨스틴조선호텔에 상무보로 입사해 99년 상무에 올랐는데, 그동안 객실 리노베이션과 인테리어 등에 관심을 기울여 호텔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았다.
2001년 결혼 후 남편을 따라 2002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그는 유학 중에도 수시로 경영 현황을 체크하고, 자신의 관심 분야는 직접 지시도 했다고 조선호텔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해 말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현재 프로젝트 담당 상무로 복귀해 객실 리노베이션과 인테리어를 책임지고 있다. 호텔업계에서는 사촌간으로 나이도 비슷한 이부진씨와 정유경씨가 같은 호텔업계에서 일하며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여성동아 2005년 2월 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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