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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미니시리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파격적으로 변신한 소지섭

■ 글·구미화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4.12.01 10:00:00

올 초 ‘발리 신드롬’을 일으켰던 ‘발리에서 생긴 일’ 주인공 소지섭이 또다시 슬픈 사랑을 연기한다. 내년 군 입대를 앞두고 KBS 새 미니시리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입양아 역할을 맡아 연기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소지섭을 만났다.
새 미니시리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파격적으로 변신한 소지섭

인기리에 종영된 ‘오! 필승 봉순영’ 후속작인 KBS 미니시리즈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11월8일 첫 방송에서 이미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다른 드라마들의 시청률을 여유 있게 앞지른 것.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상두야 학교가자’의 이형민 PD와 이경희 작가 콤비가 또 한번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소지섭, 임수정, 서지영 등 신세대 스타들이 캐스팅돼 일찌감치 화제가 됐던 작품. 첫 방송 후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수천 개의 글들이 올라왔는데 특히 “소지섭의 변신이 훌륭하다” “소지섭의 연기에 물이 올랐다” 등 남자 주인공 소지섭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줄을 이었다.
소지섭(27)은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두 살 때 해외로 입양되었다가 양부모에게서 버림받은 뒤 거리를 떠도는 ‘차무혁’을 맡았다. 그는 생모와 양부모에 이어 사랑하는 여인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뒤 강한 증오와 복수심을 안고 한국에 와 유명 배우가 된 어머니 주위를 맴돌다 슬픈 사랑을 하게 된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첫 방송을 나흘 앞둔 지난 11월4일 만난 소지섭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발리 신드롬’이란 말이 유행했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발리에서 생긴 일’ 이후 8개월 만의 방송 복귀인데다 데뷔 9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았기 때문.
“많이 떨려요. 부담도 되고, 긴장도 되고…. 정신없죠(웃음).”
쉬는 동안 여행과 운동으로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는 그는 지난 8월, 출연 제의를 받고 그 자리에서 곧바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맡았던 ‘인욱’과 캐릭터가 많이 다른데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속으로만 감춰두었던 감정들을 작품 속에서 맘껏 터뜨려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고.
“무혁은 한마디로 ‘들개’예요. 모든 면에서 거침없죠. 슬픈 사랑을 한다는 점에서 인욱과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달라요. 인욱이 아픔과 슬픔을 속으로 삭이는 스타일이라면 무혁은 생모와 관련된 감정을 제외하고 모든 감정을 다 표출하죠. 제 원래 성격이 마음에 담아둔 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편이라 작품 속에서라도 맘껏 폭발시켜보고 싶었어요.”

원래 마음에 담아둔 것 표현 잘 못하는 성격, 작품에서라도 맘껏 폭발시켜보고 싶어
무혁의 자유롭고 거침없는 성격은 우선 외모에서 드러난다. 외국에서 밑바닥 삶을 전전하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소지섭은 우선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보여준 짧은 헤어스타일을 펑키 스타일로 바꿨다. ‘히피 보헤미안’으로 변신하기 위해 소지섭은 매일 밤 머리를 땋은 채로 잠들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 30분씩 머리 손질을 한다고. 그러나 그는 “외모상의 변신으로 주목받기보다 연기가 성숙해졌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말한다.
94년 의류브랜드 스톰 모델 1기로 연예계에 데뷔해 96년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서 이의정을 짝사랑하는 과일 가게 철수 역할로 연기활동을 처음 시작했으니 그의 연기 경력도 내년이면 10년째로 접어든다. ‘유리구두’와 ‘천년지애’에 이어 ‘발리에서 생긴 일’까지 출연한 작품들이 연이어 큰 인기를 얻으면서 명실공히 ‘스타’가 되었지만 소지섭이 인기 스타가 아닌 연기자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 소지섭 스스로도 “‘발리에서 생긴 일’ 이후 눈빛이 깊어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한다.

새 미니시리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파격적으로 변신한 소지섭

부모로부터 상처 받고 거칠게 살아가는 입양아로 파격 변신한 소지섭의 연기가 호평을 얻고 있다.


그는 “아직도 연기가 어렵고 자신 없는 건 마찬가지”라고 한다. 때문에 과묵하기로 소문난 그가 촬영장에서는 더욱 진지해진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소지섭의 상대역으로 출연하는 임수정은 소지섭에 대해 “작품에 대한 진지함은 어떤 배우도 못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촬영장에서 연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지만, 그가 연기에 몰입해 있을 때면 말 걸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이런 주위의 평가에 대해 소지섭은 복수심에 불타 생모와 동생을 파멸로 몰고 가는 무혁의 거침없는 성격이 자신의 본래 성격과 확연히 달라 연기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제가 갖고 있지 않은 것들을 표현하려니 쉽지 않아요. 첫 단독 주연이라는 점도 부담이 되고요. 그래서 긴장을 많이 해요. 그렇다고 비슷한 캐릭터가 나오는 비디오를 보거나 소설책을 참고하지는 않아요. 그러면 따라 하게 될 것 같아서요. 그저 대본에 충실하면서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요즘 들어 소지섭은 데뷔 초에 들었던 “데뷔 10년쯤 되면 연기가 뭔지 좀 알게 될 것”이라는 어느 선배의 말이 부쩍 귓가에 맴돈다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내년에 군에 입대할 예정이다.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군대 가기 전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
“운이 좋으면 한 작품 정도 더 하고 갈 수도 있겠지만 이번 작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촬영에 임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매일 아침 촬영장으로 향할 때마다 기분이 묘해요. 앞으로 3년 가까이 연기를 못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 더 열심히 하게 되죠.”
“군 제대 후에도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소지섭. 공백기를 앞두고 그는 상처투성이 ‘무혁’으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여성동아 2004년 12월 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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