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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이색 영어공부법

주말마다 집중적으로 영어발음 교정하는 헨리홍의 영어캠프현장

“한글로 표기된 발음법으로 영어의 강약과 리듬을 제대로 익히면 원어민처럼 발음할 수 있어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장옥경 ■ 사진·정경택 기자

2004. 08. 05

‘한글만 알아도 영어는 된다’ ‘영어발음구구단’ 등의 책을 펴내며 독특한 영어교수법으로 화제를 모은 헨리홍 교수가 어린이를 위한 주말 영어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도심을 벗어나 맑은 공기, 푸르른 자연이 있는 경기도 양수리에서 영어공부와 자연체험학습을 병행하도록 하는 것. 1박2일간의 주말 집중학습을 통해 정확한 영어발음을 익히는 영어캠프 현장을 취재했다.

주말마다 집중적으로 영어발음 교정하는 헨리홍의 영어캠프현장

지난 7월 초 주말 오후, 서울에서 1시간 반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경기도 양수리의 한 별장에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온 초등학생들의 발길이 속속 이어졌다. 도심을 벗어나 북한강이 인접한 공기 맑은 곳에 도착한 아이들은 생기가 가득하고, 눈빛 또한 또랑또랑했다. 아이들이 야외에 마련된 테이블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펴 들었다.
“어디로 연락을 드릴까요?”“우웨여 캐나이 (우)리치유↘(Where can I reach you?)”“얼마나 계시다 오실 거예요?”“하울롱 윌유 비간↘(How long will you be gone?)”“맛이 어때요?”“(우)왓 다싯 테이슷 (을)라익↘(What does it taste like?)”
천안대 영문과 헨리홍 교수(57)가 먼저 우리말로 얘기하면 아이들은 같은 뜻의 영어문장을 큰소리로 외쳤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쉽고 간단한 문장은 반드시 외워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헨리홍 교수는 30여 개의 기본 문장을 아이들에게 물은 후 한 명씩 지목해 다시 발음하게 한다.
“커피 한잔 하시겠습니까?”“우어쥬 (을)라이꺼 카바카ㅍ휘↗ (Would you like a cup of coffee?)”“보고 싶을 거예요.”“암 고나 미쓰유우↘(I’m going to miss you)”
’암기력 뛰어난 초등학생 때 하루 5개씩 영어문장 외워야
헨리홍 교수는 자다가도 누가 “커피 한잔 하시겠습니까?” 하고 우리말로 말하는 소리를 들으면 잠결에 일어나 “우어쥬 (을)라이꺼 카바카ㅍ휘↗”가 자동적으로 튀어나올 만큼 기본 문장들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같은 단어, 같은 발음, 같은 문장을 귀가 아프도록 반복해듣기 때문에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외워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잖아요. 반복학습보다 더 좋은 것은 외우는 것입니다. 하루에 5문장씩 기본 문장을 암기해 나가면 6개월 만에 일상 회화에 필요한 기본 문장은 마스터할 수 있습니다.”
주말마다 집중적으로 영어발음 교정하는 헨리홍의 영어캠프현장

영어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이 헨리홍 교수의 지도에 따라 큰소리로 영어문장을 읽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사람에게 아주 쉽고 간단한 영어 표현을 물었더니 제대로 대답하는 학생이 거의 없어 깜짝 놀랐다”며 “일부에서는 영어를 외울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생활에 자주 쓰이는 기본 문장들은 반드시 외워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초·중학교 시절엔 암기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하루 5개 정도의 문장은 얼마든지 외울 수 있다고.
기본 문장 암기와 함께 영어를 잘하기 위한 방법으로 헨리홍 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듣기 훈련. 그렇다고 무작정 듣기만 해서는 안 되는데 한국인의 머릿속에는 영어문장을 발음할 때의 강약조절과 리듬이 전혀 저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헨리홍 교수는 “영어발음의 강약과 리듬을 모르고서는 영어 듣기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영어실력이 나아지지 않는다며 이를테면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식의 영어를 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Would you like a cup of coffee?’를 빨리 말하면 산봉우리에 해당되는 ‘you, like, coffee’만 들려요. 단어도 악센트가 주어지지 않는 음절은 전혀 안 들리죠. ‘May I…’를 발음할 때도 ‘May’는 거의 안 들려요. 이처럼 단어마다 악센트가 어디에 주어지는지 알지 못하면 미국인의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미국인 영어에는 2박자의 폴카나 3박자의 왈츠 리듬이 깔려 있는데 이런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자, 리듬을 타면서 ‘오래 기다리셨죠?’를 영어로 한번 발음해봅시다.”
“햅하이 켑추 우웨이딩(을)롱↘(Have I kept you waiting long)?”
아이들의 합창 소리가 힘차게 메아리친다. 헨리홍 교수는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공식을 정확히 익혀야 되는 것처럼 미국인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기 위해서는 리듬, 연음, 축약 등 영어발음 원칙을 철저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1교시 수업을 끝냈다.

주말마다 집중적으로 영어발음 교정하는 헨리홍의 영어캠프현장

미국에서 목회 활동을 한 헨리홍 교수는 국내에 들어와 영어발음을 한글로 표기하는 원리를 보급하고 있다.


“앗, 바나나다.”
2학년생 나영이의 외침에 “어디?” 하고 시선을 돌린 6학년생 지수는 금세 실망하는 눈치다.
“치, 이게 바나나야? 오이지.”
“그런데 꼭 바나나처럼 생겼잖아.”
오이를 보고 바나나라고 말한 나영이가 머쓱해 하자 지수는 “그래, 끝이 노랗고 길쭉해서 잘못 보면 바나나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며 너그럽게 이해한다. 금세 표정이 밝아진 나영이는 싱싱한 오이 넝쿨이 지지대를 감아 올라가는 모습을 유심히 살핀다.
이렇듯 주말 영어캠프의 쉬는 시간은 자연과 함께한다. 오이, 호박, 가지, 토마토, 고추, 깻잎, 상추 등이 심어져 있는 텃밭에 나가 소쿠리 가득 먹을거리를 직접 따보는 것. 혹 발을 잘못 디뎌 채소가 다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좁은 밭고랑 사이로 발을 옮기는 아이들은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수확물을 아끼는 농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흙을 밟고, 풀냄새를 맡으며 아이들이 직접 거둬들인 채소는 저녁 식사 때 훌륭한 무공해 반찬으로 만들어져 나온다.
밭에 나갔다 돌아온 아이들을 위해선 먹음직스러운 감자 송편과 잘 익은 천도복숭아가 간식으로 준비되어 있다. 케이크나 피자에 입맛이 익숙한 아이들이지만, 이날만큼은 쫀득쫀득한 감자 송편의 차진 맛에 감동한다. 자연에 어루러져 머리를 식히고 적당히 배를 채우고 나면 다시 영어공부를 시작한다.

한글로 발음 표기하는 공식 담은 ‘영어구구단’ 만들어
주말마다 집중적으로 영어발음 교정하는 헨리홍의 영어캠프현장

주말 영어캠프 참가자 중 막내인 2학년생 용현이에게 “형, 누나들과 함께 영어를 배우려면 어렵지 않느냐”고 묻자 용현이는 “영어발음을 우리말로 표시해두어 이것만 보면 쉽게 따라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헨리홍 교수의 영어교수법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영어발음 한글표기법’. 모국어보다 분명하게 이해되는 표현이 없다는 지론을 가진 헨리홍 교수는 한글로 영어발음을 표기하는 법을 개발했다.
“모국어 아닌 발음기호로는 영어발음을 정확하게 익힐 수 없는데다 학자마다 사전마다 발음기호법이 다르고 또 사전에는 천천히 말할 때의 발음기호만 있을 뿐 축약이 될 때나 빨라질 때의 발음기호가 없어요. 그래서 실전에서 미국인이 말을 빨리 하면 못 알아듣고 놓쳐버리게 되죠.”
헨리홍 교수는 그래서 한국어 발음으로 영어발음을 설명하는 방법을 고안했고 이 방법은 한글만 알면 누구나 영어발음을 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한다. 한글로 적힌 영어대화의 발음을 외우며 1단부터 9단까지 ‘영어구구단’을 익히는 것이 주말캠프의 공부방식. 영어구구단은 헨리홍 교수가 영어를 잘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발음 공식 3백여 가지를 만들고 단계별로 1단부터 9단까지 분류해놓은 것.
“영어발음에는 약육강식이 있어요. 약한 발음은 강한 발음의 밥이 되어 먹히고 말아요. 그래서 안 들리는데 대표적인 것이 ‘Finally’예요. 우리나라 사람은 ‘ㅍ화이널리’라고 발음하지만, 미국인들은 ‘ㅍ화인(을)리’로 발음합니다. ‘a’발음은 아예 하지 않아요. ‘Friday’도 미국인들은 ‘ㅍ후라리’라고 해요. 여기서도 ‘a’는 발음을 하지 않고 ‘d’는 모음 사이에 놓이게 되어 ‘ㄹ’로 발음된 것이죠.”

이처럼 회화를 익히는 사이사이 헨리홍 교수는 아이들에게 영어발음의 공식을 가르친다. ‘(이)머전씨(Emergency)’ ‘(어)고우(Ago)’ ‘(우)륄리젼(religion)’ 같은 말들은 괄호 안에 들어 있는 발음에 강세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들리지 않는다는 그의 설명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영어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 말이든지 말이 빨라지면 들리지 않아요. 예를 들면 ‘or’ 같은 말은 빨라지면 ‘어’가 되고 ‘of’는 ‘아’가 되고 ‘in’은 ‘은’이 되고 말아요. 이처럼 빨라지면 발음이 축약되거나 줄어들게 되는데 악센트까지 주어지지 않으면 더욱 들리지 않게 됩니다. 미국인들과 대화를 할 때는 이런 걸 염두에 두고 들어야 영어가 들리죠.”


주말마다 집중적으로 영어발음 교정하는 헨리홍의 영어캠프현장

주말 영어캠프는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미술관 관람 등 머리를 식힐 만한 프로그램들이 포함돼 있다.


2학년부터 6학년까지 함께 모여 수업을 한 다음 저녁식사 후에는 각자의 수준에 맞는 레벨학습으로 들어간다. 영어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이 되는 아이들은 원어민 교사와 일대일로 수업을 한다.
헨리홍 교수의 주말 영어캠프는 토요일 오후 3시경부터 공부하다 잠깐 쉬고, 다시 공부하다 간식이나 식사 후 또 공부하는 식으로 밤 11시까지 수업이 계속되며, 다음날 오전 6시에 기상해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1박2일 동안 최고 21시간 집중적으로 영어를 공부하고, 주중에 한두 차례 모여 주말에 배운 것을 잊지 않도록 하는 확인학습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 사이에서는 ‘지옥훈련’으로 통하기도 하지만 캠프 일정이 그렇게 지루한 것만은 아니다. 영어공부 사이사이에 미술관 관람 등 머리를 식힐 만한 적절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아이들은 자동차로 5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갤러리 서종에 들렀다.
“이 그림은 동양과 서양의 만남, 음악과 미술의 만남을 표현한 작품이에요. 멍석 위에 피아노, 첼로가 보이죠.”
미술관의 박연주 관장이 직접 아이들에게 전시된 그림 설명을 해주었다. 박 관장의 설명을 듣던 한 아이가 남녀의 조각상에 관심을 보이며 “선생님, 왜 이 사람들은 옷을 벗었어요?” 하고 묻는다.
“이건 청동으로 만든 인간시리즈 작품이에요. 왜 벗은 모습을 표현했는가 하면 인체가 아름답기 때문이에요. 옷을 입으면 몸의 곡선이 잘 드러나지 않잖아요. 그래서 화가나 조각가들은 인체의 곡선이 아름답게 드러나는 벗은 몸을 즐겨 소재로 선택했어요.”
아이들은 박연주 관장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 있는 화가들은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잘 그리는 게 꿈이었대요. 여러분들도 꿈이 있죠? 그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면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아이들은 갤러리 문을 나서며 저마다의 꿈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눈치였다.
올가을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는 6학년생 지수는 “미국에 가서도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인의 이름을 날리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유학을 목표로 공부를 하는 건 지수만이 아니다.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 절반 이상이 유학을 목표로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목표가 있기에 남들 놀 시간에 ‘지옥훈련’을 해도 견딜 수 있다며 아이들은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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