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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전문가 리얼 토크

성교육전문가 한완수·산부인과 원장 박혜성씨가 털어놓은
 ‘성에 관해 알고 난 후 달라진 우리 부부의 섹스’

“자극하면 자극할수록 발달하는 게 성감, 섹스 자주 하면서 부부관계 좋아지고 더 건강해졌어요”

■ 정리·김선희 ■ 사진·지재만 기자

2004. 03. 04

동두천여성상담센터 한완수 소장(43)과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41)은 아직도 음지에 머물고 있는 부부 성문화를 양지로 끌어올리려고 애쓰는 숨은 일꾼들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세계적인 성학자 홍성묵교수를 초대해 파격적인 성 워크숍을 주최한 이후 꾸준히 부부의 아름다운 성을 전파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면 두 사람의 부부 성생활은 어떨까. 두 사람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우리 부부의 섹스’.

성교육전문가 한완수·산부인과 원장 박혜성씨가 털어놓은 ‘성에 관해 알고 난 후 달라진 우리 부부의 섹스’

박혜성(이하 박) 제 직업이 산부인과 의사이다 보니까 성에 대한 상담을 많이 받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부부들은 여전히 성생활 면에서 불평등하다는 걸 많이 느껴요. 그래서 남녀의 성, 특히 부부 사이의 성을 아름답고 평등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성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완수(이하 한) 맞아요. 그래서 저는 중·고등학생이나 주부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 구체적으로 얘기해주는 편이에요. 여성도 성에 관한 한 자기의 권리를 확실히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전 부부관계의 종합적인 표현이 섹스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주부들도 성에 대해 숨기지 말고 당당하게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얘기가 주부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성에 관심이 있고 성워크숍을 먼저 해본 사람들이 주는 선물 정도로 해두죠. 누구나 얘기하고 싶고 듣고 싶은데도 자칫 외설이나 동네 아줌마들의 야한 수다로 오해받을 수도 있지만 말이에요.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성욕이 감퇴한다고 하는데, 여자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성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는 것 같아요. 물론 그 전에도 관심은 있지만 아이들 키우랴, 살림하랴, 정신이 없다 보니까 아무래도 신경이 덜 가죠. 직장에 다니면 더더욱 그렇고….
맞아요. 젊었을 때는 뭘 모르니까 그저 남편이 하자는대로 하기에도 벅차요. 저도 결혼한 지 13년이 되었지만 성 정체성(sexuality)에 관심 갖게 된 건 5년쯤 됐나?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자원활동가로 상담하면서 성 정체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성(sex)과 여성의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죠.
저는 결혼한 지 12년이 되었는데, 아이들이 제 손으로 옷을 챙겨 입을 정도가 되면서 시간이 좀 생기니까 자연스레 남편과의 관계, 잠자리, 섹스에 관해서 알고 싶더라고요. 또 직업이 산부인과 의사여서 환자들이 성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성에 대해 관심이 커지더라고요.
저는 남편이 성에 관한 호기심이 많은 편이어서 결혼 후부터 제게 많은 걸 알려줬어요. 결혼 전에 외국생활을 하며 성인잡지 등을 보며 섹스에 관한 지식을 충분히 쌓을 수 있었다나요(웃음). 그런데 그때는 남편이 하는 모든 것들을 다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어요. 섹스를 자주 하는 것도 그렇고 할 때마다 다양한 체위로 재밌게 해보자는 요구도 그렇고요.
자주 하자는 건 좋은 거 아니에요? 물론 예의 없이 막무가내로 하자고 덤비는 건 문제가 있지만.

성교육전문가 한완수·산부인과 원장 박혜성씨가 털어놓은 ‘성에 관해 알고 난 후 달라진 우리 부부의 섹스’

부부의 건강한 성문화 확산에 노력하고 있는 한완수(왼쪽)·박혜성씨(오른쪽).


그렇죠. 지금 생각해보면 결혼 초기만 해도 젖을 먹이고 있어서 그다지 성감이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솔직히 오르가슴에 오르지 않았던 섹스가 더 많았어요. 오르가슴이 어떤 느낌인지도 몰랐죠. 하루 종일 아이 치다꺼리에 살림하느라 지쳐 있는데 남편이 밤에 섹스하자고 하면 죽을 맛이었어요. 그러니 무슨 재미가 있어서 섹스를 즐겼겠어요. 그것 때문에 갈등도 많았죠. 그러다 성에 대해 깨이면서 갈등이 사라졌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둘째아이를 낳고 나서 성감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둘 다 성욕이 없는 편이라 최근까지도 한달에 한두 번 하는 정도였어요. 그러니 오르가슴을 느낄 여력이 없었죠. 그러다 성강좌를 찾아가 듣고 관련 서적들을 보며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이제는 1∼2주에 한번 섹스를 하는데 굉장히 정성들여서 해요. 특히 지난 성 워크숍에서 파트너 외에는 다 바꿔서 해보라는 홍성묵 교수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데, 남편하고 섹스하는 게 재밌어요.
저도 지난 성 워크숍에서 배운 ‘깃털로 서로 성감대 찾기’라든가 ‘상대의 성기를 관찰하고 그림 그리기’ ‘섹스에 관해서 솔직하게 대화하기’ 같은 것을 남편에게 그대로 했어요. 남편은 ‘아니 신혼 때도 안했던 건데 이게 웬 떡이냐’며 무지 좋아하더라고요. 그동안 얼마나 성에 대해 얘기를 안하고 살았는지 실감이 나더라고요. 원장님 남편의 반응은 어땠어요?
처음에는 성워크숍에 가자니까 시큰둥해하더라고요. 그런데 성워크숍에 다녀와서는 너무 좋아해요. 머리 끝에서 발가락 끝까지 서로 성감대를 찾기 위해서 애무도 해봤고요. 부부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연애할 때도 안 갔던 모텔을 워크숍 후에 두번이나 다녀왔다는 거 아닙니까.
섹스도 거의 안하던 부부가 많이 발전했네요. 저희는 요즘도 하루에 한번씩 섹스를 하는데 매번 오르가슴을 느껴요. 어떤 체위가 오르가슴에 오르는 체위인지 알게 됐거든요. 그러니까 저도 매일 하는 섹스가 부담스럽지 않고 좋아요. 오히려 나이들수록 섹스가 더 좋아지고 재밌어요.
좋으시겠어요. 저는 성워크숍 참가 후에 남편과 같이 모텔에 갔다가 ‘낙타눈썹’이라는 성인용품을 샀어요. 남편이 한번 해보자고 해서 그걸 끼우고 섹스하는데 별 느낌이 없더라고요. 그냥 할 때보다 오히려 안 좋았어요. 그래서 그 이후로 쳐다도 안봐요.
저도 그랬어요. 남편이 성에 관해서 강의하려면 기구도 써봐야 한다며 자위기구인 딜도를 사왔어요. 남편이 ‘자기가 출장 간 사이에 써보고 얘기를 해달라’고 해서 써봤는데 영∼ 느낌이 안 좋더라고요. 남편한테 전화해서 ‘자기 것보다 훨씬 안좋다’고 했더니 무척 좋아하는 거 있죠. 전화통화하면서 한참 깔깔거리고 웃었다니까요.

성교육전문가 한완수·산부인과 원장 박혜성씨가 털어놓은 ‘성에 관해 알고 난 후 달라진 우리 부부의 섹스’

동두천여성상담센터 한완수 소장은 성폭력상담소 활동을 하면서 여성의 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부부가 섹스에 관해서 터놓고 얘기하다 보면 웃을 일이 많아져요. 몸으로 느끼는 즐거움에다 대화까지 잘되니 신혼이 따로 없죠. 그런데 섹스할 때마다 오르가슴에 오르는 건 아니잖아요? 가끔 섹스에 몰입이 안될 때가 있어요. 특히 스트레스 받을 때나 피곤할 때는 잘 안돼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럴 때는 남편만 (사정을) 하라고 하는데, 그러면 남편이 저를 위해 최선을 다해서 애무를 해줘요. 그렇게 남편의 손길을 느끼다 보면 감정이 살아나면서 자연스럽게 오르가슴에 이르기도 하고요.

섹스 제대로 하면 온몸의 피로가 풀려
전 물 한 모금 마시고 참고 하거나 아예 안했어요. 그런데 성워크숍에 다녀온 뒤로는 남편이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제 몸의 상태나 감정까지도 보듬어준다고 할까, 확실히 많이 달라졌어요. 그래서 성에 대한 공부나 대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맞아요. 요즘 남편한테 ‘규칙적인 성생활이 노화를 방지한다’는 내용의 책을 읽어보라고 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그럼요. 제 남편은 지금 쉰살인데도 하루에 한번씩 섹스를 해요. 주말에는 두번도 하는 걸요. 얼마나 건강체질인데요. 섹스만 잘해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니까요.
아이구, 그렇게 자주 하면 몸살 안 나요?
섹스는 창조적인 행위라고 생각해요. 저희 부부는 섹스할 때 여러가지 시도를 하는 편인데 체위도 다양하게 해보고 서로 만족을 주기 위해서 애쓰는 편이죠.
그럼 보통 몇 가지 체위를 해요?
적게는 5∼6번, 많게는 9∼10번 정도 바꿔요. 그러니 섹스 한번 하고 나면 온몸이 이완되면서 피로가 풀리고 좋아요. 저도 예전에는 이렇게 즐기지 못했어요. 그런데 성에 관심이 생기고 아이를 둘 낳으면서 성감이 좋아졌죠. 남편은 2∼3일 정도 섹스를 안하면 몸이 안 좋다고 하니까 남편이 하자고 요구할 때 거절 안하고 해요.
대단한 건강체질이시네요. 그렇게 하는 게 부담스럽진 않아요?
결혼 초에는 좀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남편과 그렇게 자주 섹스하는 게 좋아요. 다만 아이들이 크니까 밖에서 아이들 소리가 들리면 집중이 안돼요. 그럴 때는 남편한테 ‘당신만 빨리 하라’고 해요. 그러면 남편만 얼른 사정하고 끝내죠. 그러다 저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제가 먼저 오르가슴에 오르도록 남편이 배려를 해줘요.
어떻게 할 때 오르가슴에 잘 도달하나요?

성교육전문가 한완수·산부인과 원장 박혜성씨가 털어놓은 ‘성에 관해 알고 난 후 달라진 우리 부부의 섹스’

동두천 해성산부인과(hsclinic.net) 박혜성 원장은 환자들로부터 성 상담을 많이 받으면서 성교육의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저는 클리토리스 자극과 성기 삽입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체위가 오르가슴에 빨리 도달해요. 처음에는 그런 걸 몰라서 남편만 좋은(?) 섹스를 했었는데, 지금은 제가 오르가슴을 느끼는 체위를 알기 때문에 남편과 이렇게저렇게 체위를 바꿔서 하다가도 마무리는 꼭 그렇게 해요. 원장님은 어때요?
우리야 뭐, 지극히 정상적인 체위만 했어요. 남편도 저도 성욕이 왕성한 편은 아니었으니까요. 또 오럴섹스는 하지만 커닐링구스(여자의 성기를 남자가 애무해주는 것)는 잘 안해요. 저도 클리토리스 자극이 오르가슴에 더 빨리 오르는 것 같긴 하지만, 솔직히 남편에게 적극적으로 요구를 하지 못하는 편이에요. 그런 면에서 저는 여전히 촌티를 벗지 못하고 있죠.
부부 사이에 가장 중요한 건 ‘성적인 코드가 맞느냐’인 것 같아요. 저희가 처음에 안 맞았던 게 남편은 섹스를 너무 좋아하고 즐기는데 저는 그저 그렇다는 거였죠.
맞는 말이에요. 그렇지만 원래 코드가 맞는 사람끼리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코드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섹스하는 게 즐거운 이유가 아이들을 낳고 성감이 좋아져서인지, 성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마음을 열고 섹스할 때 몰입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예전보다 요즘 하는 섹스가 더 좋다는 건 분명해요. 저도 좋지만 남편은 더 좋아해요. 편안하고 안정돼 좋다나요.
저도 결혼 초보다 지금 하는 섹스가 더 좋아요. 그동안 책을 읽어서 얻은 성에 관한 지식으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할까. 서로 성감대도 찾아보고 자위도 해보고 상대의 몸에 대해서 익숙해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쓰면 쓸수록 발달하는 게 성감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니 집에서도 남편을 위해서 혹은 스스로 만족을 위해서 소위 말하는 ‘명기’가 될 수 있도록 갈고 닦아야겠죠.



자연스럽게 성교육 받은 아이들이 자라서 트러블 없는 섹스 즐겨
‘명기’라는 게 진짜 있는 거예요?
남자가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좋다는 삽입섹스의 세 가지 요소가 있어요. ‘따뜻함’ ‘촉촉함’ ‘조임’이죠. 혈액순환이 잘되면 몸이 따뜻해져서 안을 때 좋고, 애액이 많이 나오면 성기를 삽입할 때 촉촉한 느낌이 있어서 좋은 거죠. 조임은 성기를 삽입했을 때 질이 수축하는 느낌인데 이것은 평소 케겔운동(질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행위)를 통해서 얼마든지 훈련할 수 있어요. 그러니 명기가 있는 게 분명하죠.
여자가 그렇게 노력해서 명기가 된다고 해도 같이 섹스하는 남자가 배려하는 마음이 없으면 효과가 떨어지는 거 아닌가요?

성교육전문가 한완수·산부인과 원장 박혜성씨가 털어놓은 ‘성에 관해 알고 난 후 달라진 우리 부부의 섹스’

두 사람은 성은 아는 만큼 즐거운 것이라며 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이죠. 아무리 훌륭한 악기라도 연주하는 사람이 잘 못하면 좋은 소리가 나지 않는 것처럼 섹스도 사랑과 대화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죠.
그러니 어릴 때부터 성교육을 잘 시켜야 해요. 저는 직업이 성상담가이다 보니 아이들한테 늘 성교육을 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저희집 아이들이 인터넷을 하다 저질 포르노영상이 뜨면 저는 아이들에게 ‘저런 행위를 하면 여자가 좋겠냐’ ‘사랑과 대화가 있는 행위인가 아닌가’를 물으며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해요.
저야 아직 아이들이 어리니까 그런 성교육은 안하고 있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엄마, 아빠의 벗은 몸을 보여주고 차이점을 알려주려고 하죠. 같이 목욕하다가 아이들이 ‘엄마는 왜 찌찌가 있어?’ 하면 ‘엄마가 너희들을 낳아서 젖을 주려고 생겼지!’ 하는 식으로 알려주고, 성기는 씨앗이 나오고 보관하는 곳이니까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일러줘요. 그래서 제 딸은 성기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매일 뒷물하고 분 바르고 자요.
맞아요. 자기의 성기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죠. 아이들이 성기를 만지는 걸 무조건 야단치고 혼내면 안되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대신 더러운 손으로 만지거나 오랫동안 만지지 말라고 가르치는 게 더 나은 방법이죠.
최근 이혼이 늘고 있는데, 문제는 부부의 이혼 원인이 성격차이에만 있느냐는 거예요.
알게 모르게 성 트러블로 이혼하는 부부들도 꽤 많아요. 분명한 건 성에 관한 문제는 서로 노력하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거죠.
성에 관해서 문제가 있고 해결할 필요성은 느끼되 밥 먹고 사는 것보다는 절실하지 않다고 여기는 게 가장 큰 문제죠. 밥 먹는 것처럼 일상생활에 늘 함께하는 게 섹스인데도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나라도 성교육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에게 섹스에 관한 조언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이혼율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그렇죠. 앞으로 성교육학교를 만들어서 부부 사이에 벌어지는 섹스 트러블을 줄여야죠. 지난번 성워크숍에 참가한 사람들도 반응이 무척 좋았잖아요.
4월에 있을 홍성묵 교수와의 성워크숍도 잘 해야죠. 이번에는 더 많은 부부가 참가해 성에 대해 터놓고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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