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성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오수희, 이연희, 이강유, 신을하씨. 오씨와 신씨는 미혼이라 얼굴공개를 꺼려했다.
참여자 : 이연희(28, 팍시러브 대표, 기혼), 오수희(31, 그래픽디자이너, 미혼), 이강유(32, 인터넷사이트 직원, 기혼), 신을하(37, 엔지니어, 미혼)
오수희(이하 수희) 연희씨가 이번에 펴낸 ‘여자, 섹스를 말하다-즐거운 딸들’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여자의 시각으로 몸과 섹스, 오르가슴에 대해 이야기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어쩜 그렇게 제 생각과 같은지…(웃음). 오늘은 여성의 몸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좋겠어요.
이연희(이하 연희) 여성들은 보통 ‘사랑하면 섹스도 가능하다’고 하잖아요. 그에 비해 을하씨는 사랑과 섹스는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나요?
신을하(이하 을하) 제 또래만 해도 순결은 남편에게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사랑하면 결혼 전이라도 섹스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무척 개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죠. 저도 개방적인 편이었지만 사랑과 섹스를 분리할 생각은 못했어요.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첫 섹스를 했어요. 그러다 그 사람과 헤어졌는데, 몸이 섹스에 익숙해진 모양이에요. 종종 몸이 뜨거워지더라고요. 빨리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섹스를 하고 싶은데, 사랑이 항상 마음대로 오는 것은 아니잖아요. 처음엔 그냥 육체의 욕구를 내버려두었어요. 정 힘들면 자위로 풀고….
이강유(이하 강유) 섹스와 자위는 그 느낌이 틀리잖아요.
을하 그렇죠. 그래서 나중엔 몸의 욕구에 따르자고 생각하고 섹스파트너를 만들었어요. 그러면서 느낀 게 ‘사랑 없는 섹스도 가능하구나’ ‘몸이 느끼는 대로 따르는 것도 나쁜 건 아니구나’였어요. 육체에 솔직하다 보니까 정신적으로 사랑과 섹스가 분리되더라고요.
연희 사랑과 섹스가 일치되면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어요. 섹스를 하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사랑한다는 이유로 등한시하거나, 섹스에 불만이 있어도 ‘사랑하니까 괜찮다’는 식으로 갈등을 덮으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강유 결혼 전에는 피임에 신경 안 쓸 수 없잖아요. 그래서 애인에게 왜 콘돔을 안 쓰냐고 물었더니 ‘어떻게 여자가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섹스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할 수가 없더라고요. 점점 마음에 벽이 생기더라고요.
연희 저도 사랑하지만 도저히 섹스가 안돼 헤어진 경우도 있어요. 그 사람의 테크닉이 부족한 게 아니라 제가 섹스에 대한 말을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다른 관계에서는 너무 마음이 편하고 좋은데, 침대에서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불편해졌죠.
을하 정말로 결혼을 심각하게 고려한 사람이 있어요. 같이 있으면 편하고, 다른 조건도 다 좋았어요. 그런데 조루였어요. 처음엔 조루는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몇 번 만났어요. 하지만 편안하고 익숙해졌는데도 조루가 고쳐지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그 사람 자존심 상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대화를 하면서 조루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그 남자도 전에 여자를 많이 사귀어봤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은 자신에게 조루 증상이 있다고 생각도 안하더라고요.
강유 저도 결혼 전에 만난 남자친구가 조루에 발기부전이었어요. 전 ‘조루나 발기부전은 문제가 안된다. 섹스의 방법은 여러가지다. 단지 삽입이 되고 안되고나 시간에 집착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데 이 친구는 그게 아닌 거예요. 자기가 발기가 안되었다는 것에만 집착하더라고요. 전희라든가 교감이 더 중요하다고 아무리 말해도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네가 너무 집착하니까 병원에 가서 실마리를 풀자고 해도 자기 혼자 해결하겠다는 거예요. 아무것도 풀리지 않으니까 저는 힘들어지는 거죠.
연희 조루에 대해 인정하고 해결하려고 하면 고칠 수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것에 대한 이야기 자체를 피한다는 거죠.
을하 섹스파트너와는 그런 부분까지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잖아요. 뭐든 솔직하게 말하고 요구할 수 있으니까 섹스 후에 만족감도 더 컸어요. 섹스 테크닉도 많이 늘고….
연희씨는 최근 여자의 몸이 즐거운 섹스에 대한 책을 펴냈다.
연희 즐겁게 섹스를 하는 데는 사랑보다 마음을 여느냐 못 여느냐가 중요해요. 부부 사이가 언제까지나 만지기만 해도 짜릿한 신혼의 감정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부부니까 의무감으로 섹스를 할 때도 있잖아요. 그러면 사랑의 매개물로서의 섹스가 아닌 섹스 자체를 즐기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즐거워야 한다는 거죠.
강유 그런데 즐거움을 찾으려고 하면 ‘그건 밝히는 여자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식으로 말하잖아요. 결국 여자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섹스의 즐거움을 희생당해왔던 거죠.
을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남자 위주로 섹스가 진행이 되고 있어요. 그래서 여자는 섹스가 불만스럽더라도 남자가 상처를 덜 받고 자신감을 갖게끔 배려하며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불만이 쌓이다 보면 나중엔 헤어질 수밖에 없어요. 섹스를 하기 전에 먼저 섹스에 대해 서로 생각이나 바람을 충분히 이야기해서 마음이 활짝 열린 후에 했으면 좋겠어요.
수희 먼저 이야기를 한다고 꼭 해결되는 것도 아니에요.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대화할 때는 참 좋아요. ‘난 이렇게 하는 게 좋으니까 이렇게 해줘. 넌 어떻게 해주는 게 좋으니’ 하고 물으면 남자도 호방한 척하며 잘 받아들여요. 그래서 ‘한번 잘 해보자’며 악수하고 시작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면 이전에 했던 말은 아무 소용이 없어요. 남자는 자기 패턴대로 하는 거예요.
연희 고스톱을 쳐보면 그 사람 성격을 안다고 하듯이 섹스도 직접 해보면 알아요. 그런데 사랑과 섹스를 분리하자고 하면 사람들은 아무 사람하고나 섹스를 하자는 말로 받아들이는데 그건 아니에요. 관계를 친밀하게 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섹스도 그중 한가지예요. 따라서 섹스도 별도의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 노력은 제쳐두고 사랑만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
을하 즐거운 섹스를 위해서는 자기 몸에 대해 잘 알아야 해요. 그러면 내 몸을 잘 알기 위해서 필요한 게 뭐냐, 자위예요. 자위를 하면 자기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거든요. 자위에서 오르가슴 못 느껴본 여자는 없을 거예요. 전 자위를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했어요. 그게 자위인지도 모르고 시작을 했죠.
강유 저도 초등학교 때부터 했는데 그러다 할머니에게 들켰어요. 그때는 그게 뭔지도 몰랐는데 할머니에게 혼나고 나니까 ‘남들이 보는 데서 하면 안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다음부터는 골방처럼 안 보이는 곳에서 했어요. 그때는 혼나니까 죄책감이 들었는데 나중에 그게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죠. 전 남자친구를 사귈 때도 여자의 자위를 인정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어요. 난 즐거워야 되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말이 통하는 남자와 결혼을 했죠.
수희 남자는 자위를 하면 수치심을 느끼는데 여자는 죄책감을 먼저 느껴요. 우리 사회의식이 그렇잖아요. 구성애씨가 성교육 강의를 할 때도 엄마에게 ‘아들이 자위를 하면 방안에다 슬그머니 크리넥스 티슈를 넣어주라’고 충고하잖아요. 그런데 딸의 자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어요. 구성애씨는 자위를 안했는지 몰라도 대다수 여성들이 자위를 경험하는데도 말이죠.
이들은 남자들이 ‘여자가 어떻게 섹스에 대해 말을 하는냐’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연희 문제는 자위에서는 오르가슴을 느끼는데 그걸 섹스에 응용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저도 고2 때부터 자위를 해서 오르가슴을 느꼈어요. 그런데 20대가 되면서부터 여러 남자와 섹스를 했지만 남자를 통해 오르가슴을 느낀 건 25세 때가 처음이었어요. 거의 5∼6년을 오르가슴 없는 섹스를 한 거예요.
을하 당연하죠. 자위는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니까 오르가슴에 도달하지만 보통 남자와 삽입섹스를 할 때는 그러지 않으니까요.
연희 전 잡지나 비디오를 통해 삽입섹스에서 여자들이 교성을 지르는 게 오르가슴이라고 배웠기 때문에 제가 불감증이 아닐까 하고 고민했어요. 그런데 ‘나는 클리토리스를 자극해야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을 남자친구에게 할 수 없었어요. 그렇다고 섹스를 하면서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체위를 요구하거나 손으로 거길 자극할 용기도 없었고요. 결국 섹스와 자위를 함께 하면서 비로소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러기까지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싶어서 무척 망설여야 했어요. 하지만 그런 생각을 깨고 한번 하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는 원활한 섹스를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을하 삽입섹스만으로 오르가슴에 이를 수 있는 여자는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연희 많은 남자들이 클리토리스를 전희용으로만 생각을 하는데, 그게 아니라 클리토리스는 오르가슴의 핵이에요. 전희에서 클리토리스를 자극해서 이제 막 흥분이 되려고 하는데 자극을 멈추면 식어버려요. 삽입섹스를 하면서 손으로 클리토리스를 계속 자극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계속 자극을 줘야 해요.
을하 섹스에 대해 새로운 지평을 연 영화가 ‘바람난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서 보면 문소리의 남편이 누워 있는데 애인이 남자의 엉덩이 위에 올라가 엉덩이에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마찰시켜 오르가슴을 느끼는 장면이 있잖아요.
강유 맞아요. 제가 아는 남자는 그걸 보고 ‘그 자세로 삽입이 가능하냐’고 묻더라고요.
을하 삽입만이 섹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요. 섹스는 키스에서부터 옷을 벗고 샤워를 하고 전희, 삽입섹스 등을 통해 오르가슴에 도달한 후 서로 애액을 휴지로 닦아주는 것까지 다 포함된다고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해요. 전 애인이 오르가슴에 도달하도록 배려해주는 남자의 모습이 좋게 보이더군요. 감독이 여성의 섹스에 대해 뭔가 아는 사람 같았어요.
강유 즐거운 섹스를 위해 여성들이 용감해졌으면 좋겠어요. 전 섹스를 할 때 남편에게 어디를 자극받고 싶은지를 이야기해요. 남자는 신통력 가진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표현을 해야 알거든요. 제가 원하는 부분을 자극할 때 신음을 크게 낸다든지, 아니면 남편의 손을 그 부위에 갖다대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죠.
수희 전 섹스 자체가 즐거운 놀이가 되면 만족하지 굳이 섹스를 할 때마다 오르가슴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연희 고정관념을 버리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삽입만이 섹스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둘이 서로 자위행위를 도와줄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이건 변태라는 생각을 버리고 둘이서 즐거울 수 있으면 변태가 아니니까 충분히 즐기자는 생각을 가져야죠.
섹시한 남자 보다 편안한 남자와의 섹스에서 오르가슴 더 잘 느껴
을하 오르가슴에 대한 환상도 깨야 해요. 처음 만난 남녀가 오르가슴에 도달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지 그러기는 정말 힘들어요. 오르가슴은 서로 노력해야 도달할 수 있는 것이잖아요.
연희 저도 오르가슴은 서로 익숙한 사람과 할 때 잘 느껴져요. 물론 꼭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오르가슴이 느껴진다는 것은 아니에요. 섹시하더라도 낯선 상대보다는 편안한 상대일 때 오르가슴을 더 많이 느낀다는 거죠.
4명의 여성은 즐거운 섹스를 위해 자위를 즐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을하 여자가 오르가슴에 도달하고 못하고가 남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는 편견도 버려야 해요. 여자 스스로 오르가슴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해야죠. 어떻게 노력을 하느냐, 자위를 하는 거죠. 전 처음에 자위를 할 때는 혼자 하는 체위로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안해요. 남자랑 섹스를 할 때의 체위로 자위를 해요. 다리를 오므려 조이는 방법은 오르가슴에 빨리 도달하게 하지만 다리를 오므리고 삽입섹스를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다리를 벌리고 질과 클리토리스에 힘을 가하는 연습을 해요. 그러면 남자와 삽입섹스를 할 때도 질에 힘이 가해지면서도 클리토리스를 자극할 수 있어 오르가슴에 도달하게 되지요.
연희 보통 여자들이 신혼 초에는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다가 아이 둘 낳고 나면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하잖아요. 그게 남자에 의해 느끼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다 보니까 오르가슴에 이르는 메커니즘을 알게 된 거예요. 그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혼자서 연습을 해야죠.
강유 맞아요. 여자는 실력 좋은 남자를 만나면 저절로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해요. 자신의 벽을 깨고 노력하지 않으면 어떤 남자와 섹스를 해도 오르가슴을 느낄 수 없어요.
연희 전에 섹스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을 때는 솔직히 케겔운동에 대해 ‘누구 좋으라고 내가 그런 운동을 해야 하나’ 하는 반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내 몸에 대해 알고난 후에는 달라졌어요. 케겔운동이 남자만 좋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좋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을하 케겔운동을 하면 나중엔 삽입을 안해도 흥분이 돼요. 스스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되죠.
연희 마지막으로 즐거운 섹스를 위해 자기 몸을 건강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보면 흔히 필이 꽂혀 그 자리에서 얽히고 설키어 섹스를 하는데 현실에서 그렇게 하면 안 좋아요. 섹스를 할 때는 항상 샤워를 하고, 여건이 안되면 손이라도 깨끗이 씻어야 몸이 건강하고 그래야 즐거운 섹스를 할 수 있잖아요. 반드시 상대에게 콘돔도 끼라고 해야 하고요.
을하 여자들도 자기 성기를 종종 들여다보았으면 좋겠어요. 샤워를 하면서 가슴을 만져보기만 해도 유방암을 조기진단할 수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샤워를 할 때 습관적으로 자기의 성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목욕탕에 손거울을 놓고 성기에 뭐가 나지는 않았는지, 상처난 곳은 없는지, 아프면 어디가 왜 아픈지를 확인하는 게 필요해요.
연희 맞아요. 여성들이 보다 용기를 갖고 남자에게만 의지하지 않는 적극적인 섹스를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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