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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예비 법조인’, 밤엔 ‘성폭행범’ 두 얼굴 가진 사법연수원생의 충격 엽기행각 전말

■ 글·최호열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3.08.29 17:17:00

예비 법조인인 사법연수원생이 ‘폰팅’으로 알게 된 여성을 협박, 성폭행하고 음란사진을 찍은 후 다시 이를 미끼로 1년6개월 동안 금품갈취와 성폭행을 한 사건이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 사회 엘리트의 도덕적 불감증의 극단을 보여준 이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다.
낮엔 ‘예비 법조인’, 밤엔 ‘성폭행범’ 두 얼굴 가진 사법연수원생의  충격 엽기행각 전말

지난 6월 일본의 명문대인 와세다대 학생들이 여성들에게 술을 먹이고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 일본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당시 일본 언론들은 최고 엘리트들의 엽기적인 행각에 경악하며 이들의 도덕적 파탄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최고의 엘리트라 할 수 있는 사법연수원생이 여성을 성폭행하고 변태적인 성행위를 담은 사진을 찍은 후 이를 미끼로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8월8일 사법연수원생인 임모씨(31)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강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는 95년 전화미팅으로 알게 돼 함께 폰섹스를 하던 김모씨(27)를 지난해 1월 “폰섹스 녹음 테이프를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며 불러내 성폭행하고 변태적 성행위 사진을 찍은 뒤, 다시 이를 공개하겠다며 협박해 모두 7차례에 걸쳐 강제추행과 성폭행을 하고, 현금 2천8백만원을 빼앗았다고 한다.
경찰이 밝힌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95년 단기사병으로 군복무중이던 임씨는 전화미팅(일명 폰팅)을 하기 위해 무작위로 전화를 걸던 중 김씨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당시 대학 2학년생이었던 김씨는 처음 전화를 받을 땐 며칠 전에 미팅에서 만났던 남자인 줄 알고 전화통화를 나누었다. 그는 곧 상대방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호기심을 떨치지 못하고 일주일에 2∼3차례씩 전화를 통한 만남을 지속했는데 그게 화근이 되었다. 상대방의 얼굴이나 신분도 전혀 모른 채 진행되는 ‘묻지마’식 전화통화는 횟수를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적 농담으로 이어졌고 6개월이 지나면서부터는 성에 관한 낯뜨거운 대화까지 주고받게 됐다.
그러던 중 98년 12월경, 여느 때처럼 임씨와 폰섹스를 하던 김씨는 수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다. 과거 두 사람이 나누었던 폰섹스 내용이었다. 임씨가 그동안 두 사람이 주고받은 음란한 대화를 녹음해놓았던 것이다. 임씨는 녹음 내용을 가족과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중산층 집안에서 엄격하게 자란 김씨는 폰섹스에 응한 것이 부끄러워 숨기려 했고, 그러면 그럴수록 임씨는 더욱 집요하게 괴롭혔다.
협박에 시달리던 김씨는 경찰청 여성상담 사이트에 피해사례를 접수시켰지만 피의자인 임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어 정식으로 신고접수를 할 수 없었다. 임씨가 폰섹스를 하면서 자신의 신분을 철저하게 감추었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유학을 떠난다”고 속인 후 집 전화번호를 3차례, 휴대전화 번호를 4차례나 바꾸는 등 임씨의 협박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임씨도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연락이 끊긴 지 2년6개월 후인 2001년 말, 지금쯤 김씨가 유학에서 돌아왔을 거라고 생각한 임씨는 동창회 사이트와 각종 포털 사이트 동창찾기 서비스들을 검색해 결국 김씨의 이메일 주소를 찾아냈다. 그는 인터넷 쪽지를 보내 “빨리 연락하지 않으면 너와의 폰섹스 음성을 가족과 인터넷에 공개해 세상 사람들에게 모두 알리겠다. 음란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6백만원에 사든지 나와 20차례 만나자”며 협박했다.
임씨의 협박에 못이긴 김씨는 결국 2002년 1월, 6백만원을 준비해 서울대 캠퍼스의 한 공사장에서 처음으로 임씨를 만났다. 이날 임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김씨는 6백만원을 주고 테이프를 건네받았지만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임씨가 다시 이메일을 통해 “다른 테이프가 또 있다”며 계속적인 만남과 돈을 요구한 것이다.

낮엔 ‘예비 법조인’, 밤엔 ‘성폭행범’ 두 얼굴 가진 사법연수원생의  충격 엽기행각 전말

장난으로 시작한 음란전화가 한 여성을 고통으로 몰아 넣었고 젊은이를 파멸로 이끌었다.


임씨는 그 이후에도 김씨를 6차례나 불러내 여관에서 성추행과 성폭행을 한 것은 물론 오이 등을 이용해 엽기적인 변태 음란행위를 하기도 했다. 또한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후 그 사진을 미끼로 협박해 돈을 요구, 총 2천8백여만원의 금품을 빼앗았다.
이런 엽기적인 행각은 지난해 12월 임씨가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한 뒤인 2003년 2월까지도 계속되었고, 협박은 지난 7월초까지도 이어졌다. 더구나 김씨가 결혼을 하자 “주인님 허락 없이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가다니…. 남편에게 사진을 공개하겠다”는 협박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결혼 후에도 임씨의 협박이 이어지자 견디다 못한 김씨는 결국 남편에게 이 사실을 고백했고, 지난 7월 남편과 함께 서대문경찰서에 신고했다.

범인이 못된 깡패인 줄 알았던 피해 여성, 예비 법조인이란 사실 알고 경악
물론 임씨가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겨왔기에 김씨는 그의 이름은 물론 직업 등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 상태였다. 이메일도 다른 사람의 이름을 도용한 것이었고, 휴대전화도 발신자 서비스가 안되게 해 경찰로서도 난감했다. 하지만 한달여에 걸쳐 다각도로 추적한 끝에 작은 단서를 포착, 경기도 일산에 있는 자취방에서 임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임씨가 붙잡힐 때까지도 그저 못된 깡패인 줄로만 생각했던 김씨는 그가 사법연수원생이라는 것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경찰의 조사 결과 임씨는 서울대 공대에 다니던 중 3학년 때 인생의 진로를 바꿔 휴학계를 내고 사법고시에 도전한 끝에 2002년 최종 합격한 엘리트 청년이었다. 그는 올해 34기로 사법연수원에 입학, 경찰에 붙잡히기 전까지 예비 법조인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사법연수원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모범생으로 성격도 원만한 편이었다고 한다.
임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녀가 결혼한 후에도 문자를 보낸 것은 잘못했다. 하지만 협박은 장난이었을 뿐이고, 그녀 역시 나를 좋아해 성관계도 가졌고 돈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결혼 전에 사진을 찍은 것은 좋아서 찍은 것”이라며 그 증거로 엽기적인 사진 속의 김씨가 웃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진 속 김씨의 미소는 부자연스러웠다는 게 앞서 이 사건을 취재한 기자들의 이야기. 경찰 관계자도 “김씨가 진술한 바에 따르면 임씨가 억지로 웃음을 짓게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임씨 수첩에 종합병원 여의사, 서울대 출신 치과의사 등 전문직 종사 여성 4명의 신용카드 번호와 비밀번호, 인터넷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했다. 하지만 임씨가 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고, 신원이 파악된 여성들 역시 진술을 거부해 추가 조사를 포기했다고 한다.
이 사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임씨는 판사나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이 되었을 것이다. 무작위 전화통화로 우연히 알게 된 한 여성을 협박, 변태적인 음란행위를 일삼고 금품까지 뜯어낸 그가 법을 집행하고 다룬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편 임씨가 경찰조사를 받고 있을 때 임씨의 친구라며 현직 검사가 서대문경찰서에 찾아와 임씨의 신원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임씨는 현재 영등포구치소에 수감중이다.

여성동아 2003년 9월 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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