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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가족놀이로 떠오르고 있는 테이블 보드게임 100배 즐기기

■ 기획·최미선 기자 ■ 글·박진숙 ■ 사진·정경택 기자

입력 2003.08.05 14:49:00

텔레비전, 인터넷 등에 빼앗긴 가족의 여가 시간을 되찾을 방법은 없을까?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보드게임’은 학생들 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놀이다.
신종 가족놀이로 떠오르고 있는 보드게임의 모든 것을 알아보았다.
신종 가족놀이로 떠오르고 있는 테이블 보드게임 100배 즐기기

나무 막대를 뽑아 위로 쌓아올리는 ‘젠가’는 아이들이 가장 흥미있어 하는 보드게임이다.


데굴데굴데굴…. 2개의 주사위가 테이블 위로 던져지자 주변은 긴장감으로 적막이 흘렀다. 마침내 주사위의 숫자가 결정되는 순간 “앗싸” “어휴” 하며 희비가 엇갈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터져나온다. 주사위 숫자에 맞춰 자원을 채취해 마을을 건설하고 도시로 발전시킨 후 카탄 제국을 점령해가는 보드게임 ‘카탄’을 즐기는 모습이다.
또 다른 테이블에서는 타일을 이용하여 길을 만들어가는, 길 찾기 게임 ‘카르카손’이 한창 진행중이다.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한 오프라인 보드게임 전용카페에서는 대학생들은 물론 가족 단위로 와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여러 사람이 모여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가 별로 없잖아요. 그런데 보드게임은 여럿이 모여 떠들썩하게 놀 수 있어서 좋아요. 게임을 하면서 수다를 실컷 떨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이틀에 한번꼴로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직장인 조미란씨(24)는 시작한 지 두달 만에 보드게임 예찬론자가 됐다. 조씨뿐만 아니라 요즘 직장인과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보드게임 동호회’를 결성해 여가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산, 분당 지역에도 보드게임 카페가 하나둘씩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가족들의 놀이문화로 서서히 자리잡고 있는 추세다. 보드게임 카페가 처음 생긴 때가 지난해인 걸 감안하면 무척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가족이 다함께 즐길 수 있는 신종 보드게임
보드게임이 뭐길래 이토록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일까? 보드게임의 정확한 명칭은 테이블 보드게임. 영화 를 보면 주인공 로빈 윌리엄스와 두 아이들이 거실 테이블에 놀이판을 올려놓고 주사위를 굴려 게임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이 바로 테이블 보드게임이다.
‘게임’하면 기본적으로 청소년들이 주로 즐기는 문화로 이해하기 쉽지만, 보드 게임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독일에서 시작된 보드게임의 대부분은 처음부터 가족 게임용으로 선을 보였기 때문이다.
보드게임은 주사위나 말판, 타일, 블록 등을 이용해서 즐기는 게임을 말한다. 어릴 적에 흔히 가지고 놀던 장기, 바둑, 윷놀이, 체스 등이 보드게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70~80년대에 유행했던 부루마블, 뱀주사위 놀이 등이 있다.
보드게임은 우리나라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한 채 사라졌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기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한다. 특히 유럽에서는 저녁이 되면 온 가족이 거실에 둘러앉아 보드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주 보편적인 일이라고.
보드게임은 어떻게 보면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 아날로그적인 놀이 같지만, 단순하기 때문에 모든 연령층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컴퓨터 게임에 능숙한 자녀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싶어도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는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와 같이 게임을 할래야 할 수가 없다. 또 컴퓨터를 어느 정도 다룰 줄 아는 아빠라 할지라도 ‘세대차’가 심한 컴퓨터 게임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보드게임은 게임에서 소외되어 있던 주부나 노인까지도 게이머로 끌어들일 수 있을 만큼 쉬워 가족 놀이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는 요소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신종 가족놀이로 떠오르고 있는 테이블 보드게임 100배 즐기기

보드게임은 언뜻 보기에는 단순한 것 같지만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 많아 일단 시작하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보드게임 카페 ‘재미재미’ 홍대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용준씨(30)에 따르면 요즘은 주말에 가족들이 함께 와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고 한다. 이곳에 마련된 보드게임들은 7세 이상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것. 이곳은 엄마 손을 잡고 오는 초등학생부터 40대 직장인까지 손님의 연령층도 참 다양하다.
보드게임의 종류는 이미 수천종이 나와 있다. 국내에는 현재 3백개 이상의 게임이 소개됐으며 난이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단, 게임을 즐길 때는 돈을 걸지 않고 속임수를 쓰지 않는 것이 기본 매너다.
2명 이상이면 모든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최대 5~6명까지 함께 할 수 있다. 일단 시작한 게임을 마무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10여분, 길게는 몇 시간까지 걸린다. 그런 와중에 상대방이 어떤 작전을 펼치려는지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쓰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 보드게임의 매력.
보드게임 마니아 윤지영씨(24)는 “보드게임을 하면 상대방의 성격을 잘 알게 되죠. 상대방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해야 이길 수 있으니까 게임 시간 내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관찰하거든요. 보드게임을 단순하게 생각하고 덤비면 큰코 다쳐요(웃음)” 하며 같은 게임을 여러 번 반복해도 늘 짜릿하다고 한다.
최근 보드게임 마니아들 사이에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은 ‘젠가.’ 나무토막을 3개씩 18층으로 쌓아놓고 차례로 하나씩 조심스럽게 뽑아 위로 올리다가 나무 탑을 무너뜨리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오래 전 기성세대들이 다방에서 손님을 기다리다 심심풀이로 즐겼던 성냥쌓기처럼 간단하면서도 행여 무너질까 싶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색다른 묘미를 준다.


신종 가족놀이로 떠오르고 있는 테이블 보드게임 100배 즐기기

보드게임은 상대방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해야 이길 수 있기 때문에 하다 보면 상대방의 성격을 잘 알게 된다고.


이밖에 미로가 그려진 카드조각을 이어붙여 나가는 ‘보물찾기’와 프랑스 남부지방 카르카손을 배경으로 마을을 구축해 주변지역을 점령해가는 ‘카르카손’도 인기다. 특히 ‘할리갈리’는 어린 자녀와 함께 하기에 안성맞춤인 게임이다. ‘할리갈리’는 15분 정도면 한판을 끝낼 수 있는 카드게임으로 브리지 게임과 비슷하다. 게임 방법은 과일을 모아 샐러드를 먼저 만드는 사람이 이기는 내용으로 1분이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게임 몰입도가 크기 때문에 보드게임 초보자들에게 제격이다.
보드게임의 장점은 재미있으면서도 중독성이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혼자 즐기는 컴퓨터 게임과 달리 명절이면 온 가족이 모여 즐기는 윷놀이처럼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더 큰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만일 아이가 컴퓨터 중독증세를 보인다면 가족이 함께 하는 보드게임을 활용해볼 만하다. 또 보드게임을 하다 보면 자녀들이 수리력, 창의력, 경제개념까지 익힐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주식을 매입하고 합병해 경영의 기초를 일깨우는 ‘어콰이어’와 적재적소에 좋은 콩을 심고, 적기에 수확하면서 수입을 늘려가는 콩밭 경작 게임 ‘보난자’ 등은 학습효과도 충분히 발휘되는 게임들이다.
때론 보드게임이 영어학습의 교육장이 되기도 한다. 보드게임은 외국에서 제작된 것들이 많아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쉽게 접근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애플투애플’이나 ‘스크래블’ 같은 단어조합 게임은 기초적인 영어단어 실력만 있어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단어를 찾아나가는 게임에 몰입하다 보면 저절로 영어공부가 되는 셈이다.
분당에서 보드게임카페 ‘브래인푸딩’을 운영하는 이석준씨(33)는 보드게임이 아직까지 보편적인 가족문화로 자리잡지는 않았지만 한번 보드게임을 시작한 가족들은 꾸준히 찾는다고 한다.
“장난감을 가지고 자기 마음대로 노는 것과 달리 보드게임은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 하죠. 온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서 아이 수준에 맞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즐기는 가족도 있어요.”
보드게임 전용 카페는 대부분 금연을 실시하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가도 좋을 만큼 실내가 매우 쾌적하고 밝다. 게임비용은 시간당 1천5백원(1인 기준) 정도로 저렴한 편이며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모든 게임 방법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게임을 구입해 집에서 할 수도 있는데 보드게임 가격은 1만5천원~10만원으로 천차만별. 보드게임 카페에서 구입하거나 관련 인터넷 쇼핑몰, 동호회 등에서 공동구매를 할 수도 있다.



여성동아 2003년 8월 4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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