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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사건의 진실

3년 동안 한 남자에게 폭행 당해왔다는 개그우먼 L씨 사건 밀착 취재

“그 남자는 스토커” vs “우리는 2년 반 동안 동거한 연인 사이”

■ 글·김순희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3.07.09 18:54:00

인기 개그우먼 L씨가 3년여 동안 폭행을 당하고 그의 동료 개그맨들까지 협박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스토커로부터 피해를 당했다”는 L씨의 주장과는 달리 지난 6월7일 구속된 김모씨는 “L씨와 동거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A양 납치 사건에 이어 또 한번 연예계에 충격을 던진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다.
3년 동안 한 남자에게 폭행 당해왔다는 개그우먼 L씨 사건 밀착 취재

“너무 힘들어요. 말할 기운도 없고….” 지난 6월17일 오후 인기 개그우먼 L씨(36)의 목소리에는 3년여 동안 ‘당한’ 고통의 무게가 짙게 실려 있는 듯 했다. 한 방송국의 공채 개그맨 출신인 L씨는 평소 TV에서 봐 왔던 밝고 쾌활한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간간이 한숨을 내쉬던 그는 “이 다음에 다 정리가 되면…, 사건이 마무리가 되면 그때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 힘겹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전화를 끊었다.
지난 5월초 L씨는 두려움에 떨며 경찰서의 문을 두드렸다. 김모씨(36)에 의해 본인뿐만 아니라 동료들까지 협박받으면서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자 경찰관계자를 만나 자신의 고통을 호소했던 것.
김씨는 지난 6월7일 전격 구속됐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관계자에 의하면 L씨에게 사업자금을 주지 않는다며 상습적으로 폭행한데다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포르노 배우라고 비방하고 동료 연예인을 협박해 각서까지 쓰게 한 김씨는 공갈협박갈취와 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된 것.
경찰에 따르면 L씨가 김씨에게 처음 폭행을 당한 것은 지난 2001년 6월 중순. L씨와 김씨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합석한 L씨의 동료가 “L 외에 다른 개그우먼과의 관계를 청산하라”는 말에 격분, 유리잔으로 L씨를 폭행해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혔다. 당시 유리잔의 파편이 눈 주변에 파고들어 L씨는 성형수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3년여 동안 김씨는 L씨를 4차례에 걸쳐 폭행했다고 한다.  

‘건축회사 대표’라고 주장하던 김씨, ‘무직자’로 밝혀져
구속 당시 김씨는 자신을 ‘건축회사 대표이사’라고 말했으나 경찰 조사 결과 고졸학력의 무직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이외에도 지난해 2월 초 L씨의 집에서 L씨와 함께 한 인터넷 방송국의 성인시트콤에 출연했던 동료 개그맨 A씨(33)와 B씨(32)를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시트콤이) 처음 계약과는 달리 노출이 많다. 시트콤 제작자인 개그맨 C에게 정신적·물질적 사기를 당했으니 함께 고소하라”면서 “함께 고소하지 않을 경우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해 A씨로부터 고소하겠다는 각서를 받아냈다는 것.
L씨는 경찰조사과정에서 “그 사람은 스토커에 가까운 행동을 한 사람이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 그렇다면 김씨를 스토커라고 주장하는 L씨가 그와 도대체 어떤 사이이길래 3년씩이나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6월9일 김씨는 기자들에게 “L씨와는 2년 반 동안 동거해온 사이”라고 주장하며 “2000년 8월 개그우먼 K양의 소개로 L씨를 알게 돼 좋은 친구로 지냈다. 동갑이고 해서 같이 골프도 치러 다니고 그러다 사랑에 빠졌다. 그 이후 급속도로 친해져 같은 해 11월부터 지금까지 동거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L씨의 동료들을 협박했다는 혐의에 대해 “L씨가 동료들과 함께 ‘선배 개그맨인 D씨의 성인시트콤에 강제로 출연하게 됐다’며 고소할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해서 이곳저곳 알아봤는데 나중에 고소를 안 하겠다고 해서 내가 입은 정신적·사회적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내용의 각서를 받았을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3년 동안 한 남자에게 폭행 당해왔다는 개그우먼 L씨 사건 밀착 취재

L씨는 김씨에게 유리잔으로 얼굴을 맞아 성형수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고개를 숙인 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김씨는 “L씨가 출연하는 방송사 PD에게 L씨를 그만두게 하라는 메일을 보내고 인터넷 게시판에 ‘L씨는 포르노 배우’라는 내용의 글을 올릴 당시에는 L씨와 사이가 안 좋을 때였다. ‘성인시트콤에 출연한 사람이 어떻게 방송에 나갈 수 있겠느냐’면서 담당 PD에게 공개질의를 한 것인데 ‘포르노 배우’라는 쪽으로 와전됐다. 사랑하니까 화가 나서 그랬다”면서 “L씨를 폭행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L씨를 사랑한다. 잘못을 했으니까 떳떳하게 벌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김씨는 스토커다, 3년 전 후배들과의 술자리에서 만나 알게 됐다. 이후 김씨가 후배 개그맨의 연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김씨에게 ‘만날 수 없다’고 하자 ‘너 때문에 마음을 다쳤다.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했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김씨는 ‘사업자금이 필요하다’면서 돈을 요구했는데 이를 거부하자 ‘얼굴을 긁어버리겠다’는 등의 협박과 함께 폭행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방송활동에 지장이 될까봐 김씨를 신고하지 못했다”는 L씨는 “내가 공인이라는 사실을 악용해 (김씨가) 계속 협박했다. 주변의 연예인들이 나처럼 당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런 경우가 생기면 숨기지 말고 수사기관에 신고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연인관계’ 여부는 경찰 수사 대상에서 제외돼
이 사건을 수사한 동대문경찰서의 한 형사는 “경찰조사과정에서 L씨는 극도의 불안감과 두려움에 떨고 있었으며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있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동거까지 한 연인관계였다”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 “L씨는 경찰조사에서 ‘스토커였다’고 분명히 밝혔다”면서 “그 이상은 개인의 사생활이라 경찰이 관여할 문제도, 밝혀야 할 사안도 아니다”라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그리고 그는 “L씨가 김씨를 경찰에 신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씨가 올해 초 L씨가 살고 있는 집의 유리창을 뜯고 집안으로 침입하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L씨가 김포경찰서에 주거침입 및 재물손괴 혐의로 김씨를 경찰에 고발해 입건되기도 했다”면서 “L씨가 김씨로부터 오래전부터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경찰에 따르면 “L씨는 지난 5월 김씨를 상대로 접근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으며 김씨가 L씨의 100m 이내에 접근하면 법적 처벌을 받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김씨로부터 협박을 받은 L씨의 동료 개그맨 B씨는 경찰조사에서 “선배 개그맨 C가 나와 선배 L씨, A씨가 함께 출연하는 인터넷 성인 시트콤을 만들었다. 그런데 계약과는 달리 에로물에 가까웠고 비디오로도 출시가 됐다. 이에 김씨가 오래 전 ‘C씨를 고소하자’면서 (고소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난 고소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A씨는 협박에 못 이겨 각서를 써줬다”면서 “김씨는 덩치도 크고 조폭 같은 느낌을 줘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인물이다. 악수를 할 때도 의도적으로 손을 꽉 쥐면서 ‘내 말 안 들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위협적으로 말했다”고 한다.
B씨는 “각서를 요구할 당시에 몹시 기분이 나빴지만 김씨가 L씨와 연인 사이인 줄 알았기 때문에 그냥 뒀다. 그러나 이후 L씨로부터 ‘그 사람(김씨)은 나와 아무런 관계도 아니다. 나도 협박을 받고 폭행을 당하고 있는데 정말 무섭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지난 “6월초 L씨가 진술을 부탁해 경찰서에서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마음이 안정되면 만나서 이야기를 하겠다”던 L씨가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아 6월18일 오후 그가 살고 있는 곳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빌라를 찾았다. 처음에 초인종을 누르자 집안에선 아무 인기척이 없었다. 그러나 초인종을 연거푸 누르자 안에서 “누구세요” 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L씨의 집이냐”고 묻자 “아니다”고 했다. “잠깐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자 “L씨는 2년 전에 이사갔다. 그냥 돌아가라”는 말만 되풀이한 채 굳게 닫힌 현관문은 열리지 않았다.
어쨌든 L씨 폭행사건의 전말은 L씨의 주장대로 ‘스토커에 의한 피해’인지 김씨가 주장대로 ‘한 때 연인관계였던 두 사람이 헤어진 이후 감정대립에서 발생한 문제’인지의 진위여부는 재판을 통해 밝혀질 것이다.

여성동아 2003년 7월 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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