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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사건 속으로

우리 사회 퇴폐적 성 풍속 드러낸 엽기적인 ‘가면 누드 파티’ 전말

■ 글·최호열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3.07.07 11:55:00

일반인들이 나체로 변태 음란 파티를 연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가면을 쓴 채 알몸으로 즐기는 파티를 주최한 전직 가수 김모씨가 구속된 것.
가면 누드 파티에 참석한 한 여성은 실제 섹스까지 있었다고 주장해 더욱 충격적이다.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다.
우리 사회 퇴폐적 성 풍속 드러낸 엽기적인 ‘가면 누드 파티’ 전말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변태 음란 파티가 일반인들 사이에서 실제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5월26일 성인 남녀들을 상대로 변태 음란 파티를 벌여온 전직 가수 김모씨(33)를 구속했다. 김씨는 인터넷을 통해 모집한 회원들을 상대로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자신의 카페에서 매주 한두 차례씩 가면으로 얼굴만 가린 채 알몸으로 환락 파티를 벌여왔던 것. 우리나라에서 변태 음란 파티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가 불법 음란 카페 영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 90년대 초·중반 댄스그룹에서 활동했던 김씨는 지난해 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의 풍물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에서 종업원들이 란제리만 입은 채 서빙을 하는 이색 술집을 소개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우리나라에서도 란제리 카페를 운영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그는 일반 카페를 차려놓고 회원들을 모집해 그곳에서 음성적으로 란제리 파티를 열었다.
란제리 파티는 20만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남성회원들이 3시간 동안 란제리만 입은 여종업원들의 서비스를 받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처음엔 장사가 잘 되는 듯하더니 이내 지지부진해졌다. 남성회원들은 대부분 “감질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던 중 모스크바 유학생 출신의 한 회원이 “모스크바나 유럽엔 나체카페가 있다”며 나체카페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고, 김씨는 그 제안을 받아들여 가면 누드 카페를 열게 되었다.
김씨는 화상채팅 방에 ‘누드 카페 멤버십 남성회원 모집’이란 제목의 방을 개설해 남성회원들을 모집했다. 그러자 며칠 만에 일반 직장인에서부터 교포 2세, 해외유학생, 컴퓨터학원 강사, 벤처기업 대표, 중견 건설회사 사장, 제2금융권 임원, 가수, 5급 공무원 등 70여명이 등록을 했다. 김씨에 따르면 처음엔 20∼30대가 많았는데, 나중엔 30∼40대가 더 많아졌다고 한다.
그는 또한 여성들을 모집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의 구인구직란에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냈다. 김씨에 따르면 구인란에 ‘이색 누드 카페, 다양한 이벤트, 짝짓기 게임’이라는 문구가 분명히 있었음에도 시간당 3만원이란 높은 임금 때문인지 고학력 지원자가 많았다고 한다. 김씨는 지원한 여성들을 상대로 자신의 카페에서 나체 심사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충격적인 것은 이들 여성 중에 윤락녀나 접대부 출신은 한명도 없고 명문대 여대생, 유학생, 직장인, 초등학교 예비교사, 명품매장 사원, 주부 등 모두 ‘평범한’ 여성들이라는 사실이다. 담당 경찰에 따르면 아이가 둘인 서른일곱살 주부의 경우 IMF 때 부부가 한꺼번에 구조조정으로 실직한데다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1억원의 빚을 지게 되어 생활고에 시달리다 한푼이라도 더 벌어보려는 마음에 발을 잘못 내딛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여성들도 대부분 경찰조사에서 카드 빚 때문에 이 일을 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담당 형사는 밝혔다.
“조사하면서 놀란 것은 지극히 평범한 여성들이 시간당 3만원을 준다는 것에 그런 행동을 서슴지 않고 했다는 거였어요. 정말 기가 막혔죠.”

우리 사회 퇴폐적 성 풍속 드러낸 엽기적인 ‘가면 누드 파티’ 전말

경찰은 유사한 음란 카페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사진은 외국 음란 동영상 화면.


더 놀라운 것은 이들 여성들이 전화문의를 했을 때 김씨가 누드 카페라는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음에도 아르바이트에 응했다는 사실이다. 가면을 쓰기 때문에 얼굴이 노출될 염려가 없고 신체적 접촉은 절대 없다는 말에 낯선 남자 앞에서 옷을 훌훌 벗어 던진 것. 이들을 조사한 경찰 관계자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정조관념 중에는 실제 섹스만 안하면 될 뿐 다른 것은 해도 괜찮다는 의식이 강해 여성들이 쉽게 응한 것 같다”고 했다.
가면 누드 파티는 올해 1월25일까지 총 28차례에 걸쳐 열렸다. 남자회원들이 김씨에게 언제 모이겠다고 연락을 하면 김씨가 여성들에게 연락해 숫자를 맞추는 식으로 이루어졌는데, 남성들은 30만원의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김씨가 1천4백70만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고 발표했다. 김씨가 개인적 이익을 챙길 목적으로 불법 행위를 했다는 것.
이에 대해 김씨는 “난 저질 성문화가 판치는 우리나라에 보다 고품격화된 양질의 성문화를 전파시키려고 한 것일 뿐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입장비 30만원은 술값과 여성들 아르바이트비(보통 3시간에 9만원)를 충당하기 위해 받았을 뿐이다”라고 항변했다.
“사회에 물의를 빚은 것은 인정하지만 죄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강남에 가면 룸살롱과 호스트바, 변태이발소 등이 흔해요. 북창동만 해도 얼마나 변태적인 행동을 많이 합니까? 전 단지 성 개방 차원에서 한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자유로운 성문화의 표현’이라는 김씨의 주장과 달리 가면 누드 파티에서 이루어진 행태들을 보면 변태 음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 경찰에 따르면 이 파티는 처음 입장할 때부터 남성이든 여성이든 옷을 다 벗고 가면만 쓴 채 알몸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그리고 김씨의 사회로 개인의 신상을 묻는 진실게임을 한 후 긴장을 풀기 위해 노래를 하는데, 이때 노래에 맞춰 남녀가 쌍쌍이 블루스를 춘다. 알몸인 상태에서 블루스를 추다 보면 자연스럽게 신체접촉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저절로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이 사라진다는 게 회원들의 진술이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게 되면 왕을 한명 뽑고, 다른 사람들은 왕이 시키는 대로 뭐든 다 해야 하는 ‘왕게임’을 시작한다. 경찰에 따르면 처음엔 가벼운 키스나 애무에서 시작해 시간이 지날수록 농도가 짙어지는데, 예를 들어 남녀가 달걀노른자를 깨뜨리지 않고 입에서 입으로 서너 차례 옮기게 하거나 여자의 몸 안에 쌀알을 넣어놓고 남자로 하여금 찾아내게 하는 것 같은 게임이 이어진다고 한다. 그러다 막판엔 자위행위나 짙은 애무, 성행위 장면 연출은 물론 오럴섹스를 하게 하는 등 변태적인 행위까지 이루어진다는 것.
이에 대해 김씨는 “처음 의도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분위기가 이상해지기는 했지만 성행위는 절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친구나 직장 동료는 3명 이상 입장할 수 없도록 했고, 만취한 경우도 입장을 제한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조심했다”며 난잡한 성행위가 없었음을 주장했다. 조사를 받은 남녀 회원들도 성행위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카페를 압수수색한 결과 자위기구와 여성용 피임기구가 나온 것으로 보아 변태적인 성행위와 실제 섹스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사이버범죄수사대에서 가면 누드카페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경 한 인터넷 게시판에 김씨가 올린 누드카페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가 올라오면서부터다. 그후 6개월 넘게 수사를 하면서 혐의사실을 파악한 수사대는 김씨를 검거하기 위해 여경을 아르바이트 지원자로 가장시켜 김씨와 세 차례에 걸쳐 접선을 시도한 끝에 잡을 수 있었다.

담당 형사는 “카페에서 김씨를 붙잡은 후 경찰 신분증을 제시했지만 믿지 않고 오히려 ‘강도야’ 하고 소리쳐 주민들이 몰려들고, 관할지역 경찰들이 충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지금까지 많은 사건을 수사했지만 피의자에게 경찰인 내가 신고를 당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웃었다. 김씨는 식품위생법 및 직업안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돼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이다.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이와 유사한 음란 퇴폐 모임이 더 있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현재 수사를 진행중이라고 했다. 또한 만일 가면 누드 파티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했다면 곧 그 테이프가 인터넷을 통해 유통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사건은 외국 음란물에서나 볼 수 있는 변태적 환락 파티가 일반인들 사이에서 버젓이 이루어지고, 여기에 평범한 여대생과 주부까지 가세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성윤리가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씁쓸한 사례로 기록되었다.


여성동아 2003년 7월 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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