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주부라고 살림만 잘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래서인지 컴퓨터 한대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는 인터넷 창업이 주부들 사이에 인기다. 인터넷은 공간의 장벽도 없지만 오프라인에서 흔히 느끼는 성적 차별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고 사무실이나 매장 등이 없어도 방안에 컴퓨터 한대와 전화 한대만 놓으면 된다. 자본이 넉넉하지 않아도, 경험이 부족해도 아이디어와 도전정신만 있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컴퓨터 한대와 전화 한대, 더 필요하다면 복합기(복사기·팩스·프린터가 하나로 합쳐진 전자제품) 정도로 작은 매장이나 집안에서 창업하는 것을 소호(SOHO·Small Office Home Office)라고 한다. 대개 개인 사업자나 주부, 그리고 4~5명 미만의 사람들이 모여 사업을 시작한다고 해서 ‘작은 가게’ 혹은 ‘나홀로 가게’로도 불린다.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든 후 상품을 홍보하고 팔면서 가게를 알리는 인터넷 소호몰은 인터넷에 매장을 열어 인터넷으로 쇼핑하는 것을 즐기는 네티즌을 손님으로 맞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은 굳이 없어도 된다.
인터넷으로 상품을 구경하다가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장바구니에 넣어 값을 치르는 것은 여느 쇼핑몰과 같다. 단지 소호는 흔히 볼 수 있는 상품보다는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상품을 팔거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상품이 많다는 것이 특징. 그러면서 상품 가격이 싼 편이라 ‘뜨내기’가 아닌 단골손님을 많이 만들 수 있다. 사업 아이템만 잘 잡으면 단골손님이 금방 늘기 때문에 적은 투자로 큰돈을 벌 수 있어 소호에 군침을 흘리는 사람이 많다.
초보자는 포털사이트 소호몰에 입점하는 게 좋아
그러나 인터넷에 가게를 차리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수많은 사이트와 쇼핑몰 중에서 내가 만든 쇼핑몰이 눈에 띄려면 그만큼 홈페이지가 화려하거나 홍보를 많이 해야 한다. 유명한 사이트에 비싼 광고비를 내면서 홍보하는 일은 엄두도 못 낼 뿐더러 광고를 했다고 해도 홈페이지를 별볼일 없이 만들면 광고를 보고 찾아온 손님에게 실망만 줄 뿐이다.
컴퓨터의 ‘컴’자도 모르지만 눈에 잘 띄면서 손님이 많이 들르는 가게를 차리고 싶다면 포털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소호몰에 입점하는 것이 현명하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새내기 주부 박다영씨(29)는 “인터넷에서 쇼핑하고 서핑하는 정도인 옆집 혜진이 엄마가 인터넷에 가게를 냈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누군가 옆에서 도와준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포털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소호몰에 가게를 차리면 포털사이트 도우미들이 알아서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고 홍보해주니 사업 아이템만 있으면 가만히 앉아서 가게를 차릴 수 있기 때문.
소호와 인터넷 등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패션과 유행 감각이 남다르던 혜진이 엄마는 손뜨개로 만든 세상에 하나 뿐인 엄마옷과 아기옷을 판다는 아이템으로 포털사이트에 연락했다. 30만원 정도의 비용을 내니 인터넷 가게가 일주일 만에 완성됐다. 오프라인에 매장을 내려면 몇 천만원은 족히 들 텐데 30만원으로 어엿한 가게 주인이 됐다. 인터넷에 차리니까 엄마들뿐 아니라 아이한테 관심이 많은 아빠나 학생들도 단골이 됐다.
“혜진이 엄마네 가게에서 옷을 몇벌 샀다”는 박씨는 “집에서 살림만 하던 혜진이 엄마가 소호몰을 운영하는 것을 보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박씨와 함께 소호몰 운영법을 배워본다.
소호몰 운영 이렇게 하세요
소호몰은 다음, 네이버, 야후! 등 포털사이트를 비롯해 대형 사이트에서 운영한다. 10만원 정도의 입점비와 사업 아이템을 제출하면 인터넷 가게를 만들어준다. 가게가 완성되면 4만~20만원 정도의 월이용료를 낸다. 상품이나 고객 서비스 등 가게 운영을 전반적으로 관리해주는 데 드는 돈이다.
소호몰에는 여러 종류의 상품을 파는 가게가 모여 있다. 이것 또한 경쟁상대이니만큼 수많은 소호몰 중에서 내 몰에 손님이 많이 오게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튀는 상품을 팔거나 고객 서비스가 특별하다거나 눈길을 끄는 정보 등을 제공해 내 몰만의 특징을 만들어야 한다. 한번 온 손님은 다시 오게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오프라인 가게처럼 얼굴을 보고 장사하는 것이 아니므로 어떤 도구로 주인의 성실함과 친절함을 보여줄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갖가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소호몰을 어떻게 시작하고 꾸려 나가야 하는지 알아보자.
1단계 어떤 곳에 입주할까?
소호몰 시장이 커지면서 다음, 네이버, 야후! 등 포털사이트들 상당수가 소호몰을 운영하고 있다. 어떤 사이트에 입주해서 소호몰을 여는 게 좋은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사이트 규모나 회원수도 중요하겠지만 소호몰을 얼마나 잘 꾸미고 결제 시스템이 편리하게 되어 있는지 등을 자세하게 살펴야 한다. 내가 정한 아이템과 같은 상품을 취급하는 몰이 많으면 고객이 나뉠 수도 있으니 아이템이 겹치는 몰이 많지 않은 곳을 고른다. 무조건 대형 포털사이트만 고집하기보다는 회원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고려한다.
다음 장터에 가게 차리기 soho.daum.net
●입점 절차
soho.daum.net에 접속한 후 화면 하단에 있는 ‘입점안내’를 클릭한다. → 잘 읽어본 후 ‘입점신청’을 클릭한다. → 상품 30개 목록과 사진, 카테고리를 정해서 알린다. 사진은 스튜디오에 맡기거나 직접 촬영할 수 있다. → 소호몰 1차 완성. 몰 디자인 작업은 다시 할 수 있다. 사이트에서 바로 수정할 수 있어 개성에 맞게 고치기 쉽다. → 2차 오픈
●입점 신청 기준
야후! 소호쇼핑에 가게 차리기 soho.yahoo.co.kr
●입점 절차
soho.yahoo.co.kr에 접속한 후 ‘소호쇼핑 입점안내’를 클릭한다. → 잘 읽어본 후 ‘소호샵 입점하기’를 클릭한다. → 순서대로 제작을 진행한다 → 소호몰 오픈. 디자인은 직접 필요할 때마다 바꿀 수 있다.
●입점 신청 기준
●몰 구축 대행 서비스
입점, 쇼핑몰 구축, 유지 관리 등의 업무를 대신해주는 서비스. 연간으로 신청 가능.
2단계 아이템을 잘 잡아라
잘되는 가게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손뜨개나 퀼트 같은 독창적인 아이템의 상품을 파는 곳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상품을 내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 외국 상품을 대신 사준다거나 내 아이를 위한 특별한 장난감을 판다거나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물건을 팔면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유행하는 아이템을 그때그때 잡아서 파는 것도 좋고 명품을 파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동네 비디오 가게에 없는 희귀한 비디오나 음반을 수집하고 있었다면 그것을 잘 포장해서 팔고, 우표나 시계를 모으는 것이 취미였다면 네티즌에게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며 사라고 손짓해보자. 어떠한 아이템이든지 사전지식이 풍부해야 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3단계 고객의 신뢰가 생명이다
인터넷에서는 상품이 아닌 신뢰를 팔아야 한다. 오프라인처럼 물건을 직접 보고 만지면서 고를 수 없기 때문에 고객의 신뢰가 성패를 좌우한다. 상품의 사진만 보고 물건을 선택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품질이 좋은 상품을 받을 때 만족감이 훨씬 크다. 반면에 사진만 그럴싸하고 품질이 좋지 않으면 다시는 그 가게를 찾지 않게 된다. 인터넷에는 다른 가게도 많으니까 말이다. 배달도 정확하게 해야 한다. 약속한 날짜에 받게 하고 배달중에 파손되지 않게 하는 것이 신뢰를 쌓아가는 지름길이다. 그래서 포장에 신경 쓰고 택배업체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택배는 소호몰을 하는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서 가격이 비싸더라도 서비스가 좋은 업체를 고른다.
4단계 끊임없이 검토하고 고민하자
내 몰과 다른 몰을 비교하면서 서비스 내용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해야 한다. 인터넷 쇼핑족들은 상품 하나를 고를 때도 철저하게 비교하고 구매하기 때문에 늘 촉각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요즘에는 비슷한 품목을 취급하는 소호몰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 공동구매를 하거나 경매를 하기도 한다. 시장동향을 재빨리 파악하려면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소호몰은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매장을 열고 직원들을 둘 필요가 없어 소규모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소호몰에 뛰어드는 사람이 계속 늘고 대부분 비슷한 아이템을 선택하고 있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다음 장터에서 화장품을 파는 이주연씨(32)는 “성공사례를 보고 섣불리 가게를 여는 데만 욕심부릴 것이 아니라 사전에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체 관계자들은 “단기간에 물건을 많이 팔겠다는 생각보다는 6개월 이상 꾸준히 고객을 관리해서 단골을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