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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품행제로>에 연인 공효진과 함께 출연한 류승범

■ 글·이지은 기자(smiley@donga.com) ■ 사진·최문갑 기자

입력 2003.01.14 17:33:00

개성 강한 배우 류승범이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지난 12월27일 개봉한 영화 <품행제로>에서 주인공인 품행이 불량한 ‘고삐리’ 중필 역을 맡아 열연한 것. 특히 그는 연인 공효진과 함께 출연해 더욱 화제를 모았다. “출연작마다 주연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지만 ‘온전한’ 주연이 되니 더 큰 책임감이 느껴진다”는 그에게서 들은 영화 촬영 뒷얘기 & 알려지지 않았던 가슴 아픈 옛 기억.
영화 에 연인 공효진과 함께 출연한 류승범

드라마 에서 류승범(23)이 맡았던 철진을 좋아한 사람이라면 지난 12월말개봉한 영화 를 보면 분명 만족할 것이다. 그는 품행이 불량한 ‘고삐리’ 중필 역을 맡았는데, 중필의 껄렁한 태도와 이죽거리는 표정이 너무 자연스러워 마치 배우 류승범의 실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조차도 자신의 연기에 대해 ‘칫솔이 화장실 칫솔통에 들어있는 것처럼 있어야 할 곳에 바로 놓인 것 같다”고 평가했고, 류승범의 연인 공효진도 “이 영화는 ‘류승범의’ ‘류승범을 위한’ 영화나 다름없다. 승범이도 진짜 잘한 것 같다며 자신만만해했다”고 덧붙였다.
80년대를 배경으로 고교생 ‘짱’ 중필의 우정과 사랑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영화 는 류승범의 첫 주연작. 2000년 친형인 류승완 감독의 영화 로 데뷔해 등에서 개성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어떤 영화를 찍더라도 항상 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진짜’ 주인공을 맡으니 좋기보다는 책임감이 더 느껴져 마음이 무거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함께 출연한 연인 공효진이 심리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다.
“사실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려면 배우들과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해요. 하지만 효진이와는 그런 과정이 필요없어 무척 편했죠. 물론 촬영장에서 일도 하면서 데이트도 즐길 수 있어 1석2조였고요(웃음). 또 처음 주연을 맡아 물리적, 심리적으로 힘들어할 때마다 제 고민을 들어주고 저를 든든하게 지켜줬어요.”
현실과 달리 영화에서 류승범은 또 다른 상대역 임은경과 서로 좋아하는 사이이고, 공효진에게 일방적인 사랑을 받는다. 그런데 영화에 류승범과 임은경의 뽀뽀 장면이 있어 눈길을 모았다. 공효진은 “영화에서는 짧게 나온 장면이지만 감독님이 너무 ‘열심히’ 시키셔서 두 사람의 키스가 무려 4시간이나 계속됐다”며 서운했던 속내를 드러냈다.
“촬영하기 전부터 은경이가 제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했어요. 전 ‘연기인데 어떠냐, 편하게 촬영해라’고 말했죠. 그런데 막상 두 사람이 뽀뽀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니까 기분이 별로 안 좋더라고요(웃음). 그날 저는 촬영이 없는데도 너무 궁금해서 촬영장에 찾아가 두 사람의 키스신을 지켜봤거든요. ‘연기니까’라는 말을 여러 번 되내이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죠.”
하지만 공효진은 촬영을 마친 류승범과 임은경이 모니터를 보러 오자 두 사람이 민망해 할까봐 슬쩍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연인 눈앞에서 ‘바람을 피웠던’ 류승범의 심정은 어땠을까.
“효진이에게는 개인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해해줄 거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정말 미안했던 사람은 임은경씨였어요. 사실 은경씨는 이번 뽀뽀가 ‘첫 경험’이거든요. 좀더 멋지고 좋은 남자와 했어야 했는데 저 같은 놈이랑 했으니 정말 미안했죠(웃음).”

영화 에 연인 공효진과 함께 출연한 류승범

류승범은 함께 출연한 연인 공효진이 심리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다.


의 중필은 ‘주먹’과 ‘말발’로 문덕고를 평정한 살아있는 전설 같은 존재. 그렇다면 류승범의 실제 고등학교 시절은 어땠을까. 알려진 대로 그는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할머니 손에서 자라면서 지독히 가난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16세 때 할머니마저 돌아가셔서 형과 단둘이 남은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이태원 등지에서 DJ를 하는 등 흔히 말하는 ‘문제아’의 길을 걸었다.
“중필이처럼 누구를 때린다거나 침을 뱉고 욕을 하는 건 소심해서 못했어요. 그럴만한 용기도 없고 권력도 없었거든요. 고등학교 시절 저는 완전 ‘따돌이(왕따)’였어요. 제가 자퇴한 것도 지독한 따돌림을 참지 못해서였고요. 제가 중필과 비슷한 건 아마 둘다 외톨이라는 점 때문 아닐까요? 감독님이 중필이를 ‘도심 한가운데 떠 있는 섬 같은 아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참 와닿았어요. 제 학창시절도 비슷했거든요.”
코믹해 보이는 모습과 달리 항상 자신의 연기와 삶에 대해 고민한다는 그는 최근 KBS 드라마 에서 열다섯살 연상의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영우 역을 맡아 처음으로 정통 멜로 연기에 도전했다. 하지만 시청률은 저조했고 가장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 1위에 오르는 등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류승범 스스로도 “새로운 분야를 하면서 연기에 대해서 많이 배웠지만 드라마 촬영 내내 너무 부대꼈다”고 고백했다.
“사실 제 성격은 철진이나 중필보다는 영우와 비슷해요. 하지만 사람들은 껄렁한 양아치로 코믹하게 나올 때 좋아하더라고요. 아직은 제가 코믹물만을 소화할 정도의 작은 그릇인가 봐요. 하지만 그릇의 크기를 점차 키워가야겠죠.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여 멜로를 소화할 정도의 그릇이 되면 그때 다시 정통 멜로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는 1월 크랭크인 하는, 친형 류승완 감독의 영화 의 주인공 ‘마루치’역을 맡아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더니 그는 대뜸 “불평등한 소파(주한미군지위협정·SOFA)가 개정돼 다시는 효순이, 미선이의 죽음과 같은 불행한 일이 없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언뜻 엉뚱해 보이지만 삶과 사회에 대한 진지하게 고민하는 젊은이가 바로 ‘양아치’ 배우 류승범의 진짜 모습이었다.

여성동아 2003년 1월 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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