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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한국을 빛낸 여자

미국 최고 권위의 아동문학상 뉴베리 상 수상한 린다 수 박

“미국과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게 돼 기뻐요”

■ 기획·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 글·박진숙 ■ 사진·김성남 기자

입력 2002.12.18 12:54:00

올해초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최고의 아동문학상인 뉴베리 상을 수상한 재미 아동문학가 린다 수 박. 미국에서 태어났으면서도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동화를 써내 미국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그의 작품세계와 삶.
미국 최고 권위의 아동문학상 뉴베리 상 수상한 린다 수 박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을 방문한 적이라고는 12세 때 딱 한번밖에 없는 재미교포 2세인 아동문학가 린다 수 박씨(42)가 지난 1월 한국적 소재를 다룬 동화 으로 미국 최고 권위의 아동문학상으로 꼽히는 ‘뉴베리 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뉴베리 상은 18세기 영국에서 최초로 아동 서적을 만들어 팔던 존 뉴베리를 기념해 만든 상으로 1922년 이후 해마다 전미도서관협회(ALA)에서 그해 가장 문학성이 탁월한 작품에 수여해 왔으며, 안데르센 상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아동문학상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렇게 권위 있는 상을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수상한 그가 지난 11월초 한국을 찾았다.
한국의 역사를 전혀 알지 못하고 한국의 문화를 체험한 적이 없는 재미교포 2세가 전통적인 한국문화를 소재로 한 글을, 그것도 동화를 썼다는 것은 매우 특이한 일이다. 한 나라의 전통문화와 관련된 동화는 그 나라의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쓸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깬 그의 책은 미국 언론과 출판계로부터 격찬받았다. 뉴베리 상 선정 위원장 캐슬린 오딘은 “에서 한 소년이 꿈을 이루기 위해 용기를 내고 인내하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해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뉴베리 상은 두 가지 관점에서 작품을 선정하는데 바로 스토리와 구성이지요. 한국 이야기를 가지고 미국인들의 이 두 가지 관점을 만족시켰다는 것이 무척 기뻤어요. 뉴베리 상 메달은 수여식 때 아버지에게 달아드렸어요.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데는 아버지의 힘이 컸거든요.”
은 고려시대인 12세기 도자기마을인 줄포를 배경으로 한국문화와 한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작품이다. 다리 밑에 버려진 소년 목이는, 오그라들고 뒤틀린 종아리와 발을 가지고 있어 늘 다리 하나만으로 서있어야 하기 때문에 ‘두루미’라는 이름을 갖게 된 아저씨와 살고 있다. 고아 목이에게는 도공이 되고 싶은 꿈이 있다.
마을 최고의 도공인 민영감의 작업장을 몰래 훔쳐보다 도자기를 깨뜨린 목이는 아흐레 동안 일하며 빚을 갚기로 약속하면서 민영감의 작업장에 들어간다. 진흙을 빚는 일부터 시작해 물레 돌리기, 유약 바르기, 상감 새기기, 가마에서 굽기까지 고려청자를 만드는 과정은 어린 목이의 눈을 사로잡았다.
퉁명스런 민영감에게 평생 소원이 있었는데, 바로 왕실에서 도자기 주문을 받는 것이다. 왕실이 있는 송도로 도자기 운반 일을 맡기로 자청한 목이는 여행 도중 산적을 만나 그만 소중한 도자기를 깨뜨리고 만다. 목이는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사금파리(깨진 도자기 조각을 일컫는 순 우리말) 한 조각을 들고 궁궐에 도착해 마침내 왕실에서 도자기 주문을 받아낸다. 그러나 벅찬 가슴으로 줄포에 돌아온 목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두루미 아저씨의 죽음이었다. 두루미아저씨의 희생의 대가인 듯 목이는 냉정했던 민영감으로부터 형필이라는 이름을 받고 꿈에 그리던 도자기를 빚을 자격을 얻는다는 줄거리다.
“목이는 목이버섯에서 따온 이름이에요. 영어로 쓴 원작에서도 버섯 이름으로 주인공의 이름을 삼았는데, 그 이유는 버섯이라는 것이 씨도 없고 썩은 나무 등걸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나 비천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비천한 식물이지만 오랜 세기부터 생존해온 버섯의 끈질긴 생명력을 상징하고 싶었어요. 목이라는 이름은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잘 표현해주지요. 나중에 형필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게 되는데 한국 청자를 미국 박물관에 기증한 분이 바로 ‘전형필’이에요. 그래서 그를 기리고 싶어 따왔어요.”
박씨의 동화는 매우 한국적 정서를 가진 이야기지만 미국 어린이들의 마음에도 공감을 형성했다.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 판권을 사간 상태라 더 많은 나라의 어린이들이 읽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청자를 만들지만 한국 청자가 가장 특출합니다. 이 점을 많은 독자들에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많은 독자들이 제 책을 읽고 직접 도자기를 보러 박물관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무척 즐거워요. 이처럼 한국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켜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을 갖는다면 그것은 고마운 보너스라고 생각해요.”

동화를 쓰는 동안 그는 자신이 한국말을 못하고, 한국에서 살지 않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당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래서 동화를 쓰기 위해 더욱 ‘한국공부’에 몰두했다고 한다. 영어로 된 한국 역사책을 줄잡아 40여권 가까이 읽으면서 철저히 고증하려고 노력했으며 모르는 부분은 그때그때 부모님에게 물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동화에는 지게의 밀삐 등 소도구에 대한 묘사와 진흙에서 불순물을 걸러내는 ‘수비(水飛)’ 등 도자기 굽는 과정이 상세히 나와 있다.
“이라는 중국작가 타이핑 라오젠의 책에 한국 도자기를 ‘지상 최고의 것’라고 설명해 놓았더군요. 그래서 호기심을 가지고 도자기 공부를 하다가 고려청자를 소재로 동화를 쓰게 된 거예요. 그리고 송도 지방에 대한 묘사는 사이먼 윈체스터가 쓴 을 참조했죠. 작품에 나오는 청자는 으로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현재 서울의 간송미술관에 보관되어 있어요.”
자신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한국 공부하며
미국 최고 권위의 아동문학상 뉴베리 상 수상한 린다 수 박

뉴베리 상을 수상한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린다 수 박은 기자간담회(왼쪽 사진)와 청와대 방문(오른쪽 사진)으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

박씨의 부모님은 1950년대 미국 유학시절 만나 결혼하여 미국에 정착했다. 평양이 고향인 아버지와 서울이 고향인 어머니는 6·25 전쟁의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어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한국인 이웃이라고는 전무한 시카고 교외에서 가족들은 한국음식을 먹고 절기마다 한국 명절을 쇠면서 한국의 전통과 가치 기준에 젖은 생활을 했지만 한국 이야기를 자주 하진 않았다. 그리고 자녀들이 하루빨리 완벽한 미국인이 되어 뒤처지지 않고 성장하길 바랐던 부모님은 자녀들에게 집에서조차 한국말을 쓰지 못하게 했다.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더블린 대학에서 영국 아일랜드 문학 석사학위를, 런던 대학에서 영국근대문학 석사학위를 받는 등 서구문학의 전통을 공부하던 그가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결혼을 하고서였다.
“아이들이 엄마의 나라를 궁금해할 만큼 자랐을 때였어요. 제 남편은 아일랜드계 미국인인데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나라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주었어요. 무엇보다 자신이 아일랜드 사람인 것을 자랑스러워했죠. 하지만 전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들려줄 능력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글을 읽기 시작했어요. 저도 아이들에게 떳떳한 엄마가 되고 싶었거든요(웃음).”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했지만 그녀는 아들과 딸의 중간 이름을 자신의 성과 할머니의 성을 넣어 지을 정도로 한국을 열망하고 있었다.
“아들은 17세인데 숀 박 도빈으로, 딸은 13세로 애너 김 도빈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아이들이 한국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제게는 한복이 두벌 있는데 한벌은 할머니가 물려주셔서 약혼식 때 입었고, 나머지 한벌은 엄마가 주셨죠. 지금도 강연을 다닐 때는 꼭 할머니가 물려주신 색동 한복을 입고 미국 어린이들을 만나러 간답니다.”
아이들과 린다 수 박 자신을 위한 한국공부를 하면서 그녀는 글쓰기 소질을 살려 우리나라 전래동화를 책으로 엮었다. 하지만 미국 출판사에서 너무 흔한 소재라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직접 동화를 쓰기로 작정했다.
“제가 한국말을 할 줄 알았다면 작품에 한국 정신을 더 잘 담아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일 아쉽지요. 그러나 전 한국문화와 떨어져 볼 수 있는 거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객관적으로 한국을 바라봅니다. 다른 관점을 가진 것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장점이 되었죠.”
내년에 우리나라에도 소개될 예정인 그녀의 작품은 제목만 봐도 낯설지 않다. 99년에 출간된 , 그녀의 아버지 박응원씨가 직접 삽화를 그려 2000년에 출간한 등 그녀는 앞으로 계속해서 한국문화를 소재로 한 글을 쓰겠다고 말한다.

여성동아 2002년 12월 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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