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백요리사’ 시즌 2 출연 이전부터 그는 ‘재벌가 요리 선생님’으로 이름을 떨쳤고,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인기 레스토랑 ‘수퍼판’의 오너 셰프로 더 익숙하다. 그런 그에게 ‘흑백요리사’ 시즌 2는 완전한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한다. ‘서울엄마’라는 닉네임에 담긴 사연과 ‘흑백요리사’ 시즌 2 촬영 비하인드, 그리고 요리를 소명으로 여기게 된 이유를 들었다.
나는 ‘서울엄마’입니다

‘흑백요리사’ 시즌 2에 ‘서울엄마’로 출연한 우정욱 셰프. ‘수퍼판’에서 와인과 어울리는 ‘퓨전 한식’을 선보인다.
‘흑백요리사’ 시즌 2 방영 이후로 예약이 꽉 차면서 거의 쉬지 못하고 있어요. 현재 운영 중인 레스토랑 ‘수퍼판’에 점심과 저녁 모두 상주하며 직접 요리를 준비하고 있고요. 원래 저녁은 1부만 운영했는데, 지금은 2부까지 확대해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또 처음 방문하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방송 보고 오신 팬들이 많을 것 같아요.
싱가포르, 홍콩, 미국 등 해외에서 방송을 보고 방문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지방에서 KTX를 타고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특히 다리에 깁스하고 목발을 짚은 채 부산에서 오신 손님이 기억에 남아요. 방송에서 제 분량이 크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흑백요리사’ 시즌 2의 1라운드에서 선보인 서울식 음식을 꼭 먹어보고 싶었다고 말씀하셔서 놀라기도 했고요. 요즘은 감사하고 행복한 날들의 연속입니다.
특히나 정호영 셰프님과 ‘아귀’를 주제로 한 대결이 인상 깊었어요.
사실 아귀를 평생 열 번도 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정말 막막했어요. 하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서 나름의 연구를 했고, 새우 살과 미나리를 다져 아귀 속에 채워 구운 뒤 멸치 육수를 베이스로 맑고 매콤하게 졸이는 방식으로 풀어냈죠. 칼칼한 맛에는 자신이 있었거든요. 다만 정호영 셰프님이 워낙 강자이시잖아요. 아귀 간을 곁들인 계란찜을 보면서 ‘져도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죠.
두 번의 무승부 끝에 흑백 대결에서 승리하셨어요.
마냥 기쁘기만 하진 않았어요. 정호영 셰프님이 얼마나 진중하게 요리에 임하시는 분인지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이죠. 심사가 여러 차례 무승부로 이어지면서 함께 긴장하기도 했고요. 그래도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겨서 기쁘긴 했어요.
방송 이후에도 ‘흑백요리사’ 시즌 2에 출연한 셰프님들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고요.
‘프렌치 파파’ 님과 저는 성향이 비슷해요. 둘 다 외향적이고 사람을 좋아해서 자주 자리를 만듭니다. 마치 엄마와 아빠처럼요. 또 저는 4명의 딸을 두게 됐어요. 첫째 딸이 ‘중식마녀’ 이문정 셰프, 둘째 딸이 ‘술 빚는 윤주모’ 윤나라 셰프, 셋째 딸이 ‘천생연분’ 박가람 셰프, 막내딸이 ‘아기맹수’ 김시현 셰프예요. 이렇게 여성 멤버 5명이 자주 만납니다. 다른 흑 요리사분들도 가게를 새로 열면 서로 초대하곤 합니다.
‘흑백요리사’ 시즌 2에서 가장 응원했던 셰프는 누구인가요.
예전부터 최강록 셰프님을 응원해왔어요. 셰프님의 음식을 직접 맛본 적은 없지만, 따뜻하고 정성스러울 거란 생각이 들어요. 선하고 좋은 사람이 만든 음식은 그 마음이 그대로 담긴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흑백요리사’ 시즌 2에 출연한 셰프님들 가운데 저보다 연배가 높은 분이 세 분 계셨는데요. 후덕죽 셰프님, 선재 스님, 박효남 셰프님입니다. 체력과 요리에 임하는 태도, 끝까지 놓지 않는 열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깊은 존경심을 느꼈어요. 그 마음을 전하고 싶어 세 분께는 작은 반찬과 화장품을 따로 준비해서 선물로 드렸죠.
‘서울엄마’라는 닉네임은 어떻게 붙여진 건가요.
‘흑백요리사’ 시즌 2 제작진이 ‘서울엄마’라는 닉네임을 지어줬어요. 결혼 후 15년 동안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아이를 얻지 못했고, 요리 클래스와 레스토랑 운영에 집중하며 살아왔거든요. 그런 제가 60대에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다니, 정말 감동이 컸습니다. 요리사로서도 정체성을 찾은 느낌이에요. 앞으로도 이렇게 ‘엄마가 해준 따뜻한 요리를 손님들께 선보이면 되겠구나’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어요.
떡국은 내 인생 요리

우정욱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수퍼판’.새로운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계 은행에서 일하며 나름 재미있었어요. 저는 멋 부리는 것도 좋아하고 맛있는 식당 찾아다니는 것도 좋아해서 주로 미팅 장소를 예약하거나 파티를 계획하는 일을 맡았죠. 그러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회사를 그만두고 남편을 만나 결혼했어요. 홀시아버지를 모시며 살았는데, 1년에 다섯 번 정도 30~40명의 친척이 모이는 집안이었어요. 매일 시아버지 식사를 챙겨드려야 했고 큰 행사 때마다 음식을 만들어야 했죠. 자연스럽게 요리 솜씨가 늘 수밖에 없었어요.
시집살이가 쉽지 않으셨겠어요.
친정아버지가 안 계시니까 그 대신 시아버지께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리고 요리하는 것 자체도 꽤 즐겁더라고요. 하루는 집에 놀러 온 손님이 음식을 맛보고는 요리를 가르쳐보라는 제안을 했어요. 그렇게 요리 클래스를 열게 됐는데, 이후 동아일보에서 연락이 와 1998년에 ‘맛있는 우리집 초대요리’라는 요리책을 냈어요.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1층에 있는 카페 톨릭스에서 약 1년간 주방장으로 일한 적이 있어요. 당시 월 매출이 약 6000만 원이던 곳을 1년 만에 2억 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만큼 정말 사력을 다해 일했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체력적으로 큰 한계를 느꼈어요. 상업적인 공간에서의 레스토랑 운영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죠. 이후 건축가로 일하던 남편이 퇴직하면서 부부가 함께 앞으로의 삶을 현실적으로 고민하게 됐어요. 그때 남편이 “당신과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결국 이거 아니겠느냐”며 레스토랑 운영을 다시 제안하더군요. 마침 서울 이촌동에 있던, 제가 평소 좋아하던 카페가 매물로 나오면서 그 공간을 계약해 ‘수퍼판’을 열게 됐어요.
이촌동에서 일하다가 압구정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도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점심 장사 위주로 소규모 운영을 시작했어요. 2~3년이 지나면서 이촌동에서 ‘소문난 밥집’으로 자리 잡을 만큼 반응이 좋았죠. 그런데 규모가 워낙 작다 보니 생각보다 마진이 많이 남지 않더라고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압구정으로 확장 이전을 결정했고, 와인 등 주류 판매도 함께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압구정은 경쟁이 치열한 상권인 데다, 코로나19와 계엄 이슈가 발생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시기도 적지 않았어요. 그래도 현대백화점에 김밥과 국밥 브랜드를, 신세계백화점에는 간편식 브랜드를 론칭하며 사업을 확장했어요. 현재는 직원 수가 38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요리가 ‘나의 길’이라고 느낀 적이 있다면요.
요리는 제게 소명에 가까워요. 저는 크리스천인데, 하느님께서 이런 손맛과 재능을 주셨다면 그것을 널리 나누며 살아야 한다고 믿어요. 특히 최근 방영된 ‘흑백요리사’ 시즌 2는 제게 완전한 터닝 포인트였어요. 가게를 처음 열었을 때처럼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새롭게 찾아주신 손님들을 어떻게 하면 가장 정성스럽게 대접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셰프님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뭔가요.
손님을 대접할 때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늘 ‘떡국’입니다. 사골 베이스 대신, 질 좋은 고기를 직접 볶아 멸치 육수와 합쳐 국물을 냅니다. 그럼 아주 맑고 깔끔한 국물이 나와요. 여기에 집에서 담근 김장김치를 곁들이면 손님들이 늘 만족해하시죠. 동료 셰프들 역시 이 떡국을 맛본 뒤 “왜 방송에서 이걸 하지 않았느냐”며 아쉬워하더라고요. 저 역시 패자부활전에서 떡국을 선보이지 못한 것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서울엄마’로서 목표가 있다면요.
무엇보다 ‘서울 음식’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와인과도 잘 어울리는, 간이 세지 않고 건강한 서울 음식이요. 궁중 음식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오늘의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담아낸 요리를 제대로 선보이고 싶습니다. 또 수퍼판의 직원들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도록 좋은 리더가 되는 것도 중요한 목표예요. 궁극적으로는 이 서울 음식을 잘 만들어갈 후배들을 길러내, 언젠가는 수퍼판을 훌륭한 셰프에게 기꺼이 물려주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우정욱 셰프의 ‘수퍼’ 레시피

Ingredients
김페스토
곱창김 20장, 소주 10ml, 마늘 5쪽, 생강 1쪽, 양파 40g, 다시마(5×5cm) 1장, 건표고버섯 3개, 통후추 5알, 간장 80ml, 꿀 30g, 물엿·설탕 20g씩, 매실청 10g, 물 200ml
김페스토 낙지무침
산낙지(또는 주꾸미) 2마리, 쪽파 6줄기, 미나리(또는 쑥갓) 8~10대, 레몬 슬라이스 1개, 들기름 3큰술, 함초소금 1작은술, 깨소금 1큰술, 김페스토 1과 1/2큰술
How to make
김페스토
1 곱창김은 마른 팬에 구워 찢은 후 용기에 담아둔다.
2 김과 소주를 뺀 나머지 재료를 모두 냄비에 넣고 끓인다.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여 30분 더 끓인 후 식혀서 체에 거른다.
3 ②에 소주를 넣고 섞은 후 ①의 용기에 곱창김이 잠기도록 부어준다.
김페스토 낙지무침
1 산낙지는 밀가루로 문질러 씻고, 쪽파와 미나리는 5~6cm 길이로 자른다.
2 냄비에 낙지가 잠길 만큼의 물을 붓고 레몬 슬라이스와 ①의 낙지를 넣어 끓으면 잘라둔 쪽파와 미나리를 넣는다. 산낙지 색이 변하면 불을 끄고 2~3분간 여열로 익힌 후 건져서 얼음물에 넣는다.
3 ②의 쪽파와 미나리는 물기를 꼭 짜서 들기름과 소금으로 무친다.
4 낙지를 5~6cm 길이로 잘라 ③의 나물과 함께 김페스토를 넣어 비빈 후 들기름을 한 번 더 두르고 깨소금을 뿌린다.

Ingredients
올리브오일·면수 3큰술씩, 마늘 2쪽, 스파게티 면 150g(알덴테), 물 적당량, 버터 1큰술, 곱게 간 보타르가(어란) 4큰술
How to make
1 올리브오일을 두른 프라이팬에 마늘을 편으로 썰어 넣고 3분간 약불로 볶는다.
2 스파게티 면을 삶아 면수와 함께 ①에 넣고, 프라이팬을 흔들어가며 버터를 조금씩 넣어 국물이 1/3컵 정도 남을 때까지 조린다.
3 ②의 알리오올리오 파스타 위에 곱게 간 보타르가를 듬뿍 뿌린다.
#흑백요리사2 #우정욱 #수퍼판 #여성동아
사진제공 우정욱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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