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작이 있는 작품들을 다수 선택해온 배우 안보현에게는 이런 평가가 자주 따라붙는다. 2월 초 종영한 tvN 드라마 ‘스프링 피버’에서도 안보현은 원작 웹툰 속 선재규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며 연기력에 대한 호평을 받았다. 선재규의 근육질 몸과 압도적 덩치를 재현하기 위해 증량으로 피지컬을 완성했고, ‘잘생김’을 포기한 채 짧고 투박한 스포츠머리에 기꺼이 도전했다. 그동안 감춰뒀던 네이티브 경상도 사투리 실력을 마음껏 드러낸 것은 물론, 원작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용 문신 팔 토시’ ‘한겨울의 반팔 티셔츠’ 설정도 모두 그대로 살렸다.
시청자들의 몰입을 돕는 이 같은 이미지 재현은 안보현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스프링 피버’ 종영 직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선재규 캐릭터와 비주얼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원작을 본 분들에 대한 배려”라고 말했다. 특히 스포츠머리는 주변 만류가 적잖았음에도 안보현 본인이 웹툰대로 진행하기를 원했다. 이날 안보현은 “수십 번 피팅해서 제 몸에 맞는 의상을 제작하고, 그 옷에 맞춰 살을 찌웠다 뺐다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면서 “그래야 재규의 만화 같은 이미지가 입체적으로 살아날 것 같았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안보현은 ‘스프링 피버’ 전에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장근원, ‘유미의 세포들’ 구웅,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문서하 등 원작 실사판 캐릭터를 선보이며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날 안보현은 가장 기분 좋은 칭찬으로 “안보현 아닌 선재규는 상상 불가”라는 말을 꼽았다. “앞으로도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그에게 ‘스프링 피버’ 종영 소감을 물었다.
‘스프링 피버’가 막을 내렸어요. 기분이 어떤가요.
촬영 끝난 지 한두 달 정도밖에 안 돼서 아직 모든 게 생생해요. 캐릭터적으로 재규의 무식할 만큼 순수한 면은 도전해야 할 부분이었고, 가정의 아픔이라든지 인간미 있는 부분은 공감이 됐어요. 그런 다양한 면면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마지막 회를 보면서 함께한 배우들, 감독님, 작가님께도 연락을 드렸는데, 다 같이 기분 좋게 재규를 잘 보내준 것 같습니다.
선재규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외형적으로 싱크로율을 맞추는 데 포커스를 많이 뒀어요. 사실 웹툰 속 헤어스타일을 만들기 굉장히 어려워요. 헤어 스태프가 스프레이로 초벌 작업을 정말 많이 해야 하거든요. 작품에 액션, 뛰는 장면이 많아서 머리를 빳빳하게 고정하지 않으면 더운 여름에는 다 녹아내리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원작 느낌을 잘 살려야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최대한 재현하려고 해봤습니다. 팔 토시를 착용하고 촬영지였던 포항 죽도시장에 갔을 때는 많은 분이 놀라시기도 해서 행여 논란이 생길까 봐 고민이 많이 됐어요. 아무리 원작이 있다고 해도 이런 설정이 괜찮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다들 가볍게, 귀엽게 봐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tvN 드라마 ‘스프링 피버’에서 선재규 역할을 맡은 배우 안보현.
“체중 4㎏ 찌워 선재규 피지컬 완성”
피지컬을 만들기 위해 준비할 게 많았던 듯해요. 촬영 마칠 때까지 유지하기도 힘들었을 것 같고요.현실적으로 ‘저런 사람 있을 것 같다’ 하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헬스로 만들어진 몸이 아니라 타고난 장사라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요. 재규 캐릭터에 맞는 몸무게를 찾기 위해 살을 찌우고 빼고 해본 결과 4㎏을 찌운 게 나았어요. 얼굴은 좀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다른 남자 배우들도 키가 큰 편이라서 풍채를 유지해야 차별화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촬영 중에도 닭가슴살과 아령을 늘 갖고 다니면서 체중을 유지하려 했어요.
촬영 이후에 체형 변화가 있었나요. 지금은 드라마 속 모습보다 슬림해 보여요.
지금은 3㎏을 다시 뺐어요. 최근에 드라마 ‘재벌X형사’ 시즌 2 촬영을 시작했어요. 시즌 1을 보니 제가 많이 샤프했더라고요(웃음). 재규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줘야 하기에 다이어트를 좀 했습니다. 또 제가 어릴 때 운동을 했기 때문에 몸에 부상 부위가 있어요. 심각한 건 아니고 일상에 지장을 주는 정도도 아니지만, 향후 액션 연기 등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몸을 만들어놔야 할 것 같아서 쉴 수 있을 때 보완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코믹 연기에 도전하는 마음가짐은 어땠나요.
재규라는 캐릭터는 딱히 제가 웃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순수함에서 나오는 코믹 요소들이 많아서 연기하기 어렵지 않았어요. 또 현장에 저를 비롯해 부산 출신들이 많았는데, 감독님이 사투리 애드리브를 많이 주문하셨어요. 나중에 방송을 볼 때 ‘저걸 써주셨네’ 하는 부분들이 있었네요.
네이티브여도 사투리 연기는 어렵지 않나요.
언젠가 사투리로 작품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이건 내 필살기다’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처음에는 부산에 있는 친구들과 어머니가 제 사투리를 듣고 이상하다는 거예요(웃음). ‘그럴 수가 있나? 말이 안 되지 않나?’ 싶었는데, 저희 드라마에는 자막이 나오잖아요. 문어체와 구어체 사이에서 중간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친구들도 나중에 그 자막을 따라 읽어보더니 그제야 ‘아 이렇게밖에는 안 되는구나’ 하더라고요. 그래서 애드리브가 더 필요했던 듯해요.
윤봄 캐릭터를 맡은 이주빈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요.
이주빈 씨가 캐스팅됐다고 하기에, 윤리 교사 이미지에 어울리기도 하고 키도 아담하신 편이라 캐릭터랑 잘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리딩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호흡도 좋았어요. 몸을 잘 쓰는 친구여서 뛰는 신도 괜찮았고, 포항 촬영이 쉽지만은 않은데 덕분에 잘 끝났네요.
이주빈 배우와 ‘비주얼 합’이 화제였어요. 상대 배우가 더 예쁘게 보이도록 노력한 부분이 있나요.
보통은 작품을 찍을 때 키를 맞추기 위해 박스를 많이 활용해요. 그런데 이번에는 키스 신 이외에는 박스를 굳이 쓰지 않았어요. 현장에서부터 저희 둘의 ‘덩치 케미’ 자체를 좋아해주시더라고요. 붉으락푸르락하는 저와 가녀리고 보듬어주고 싶은 주빈 씨의 느낌이 잘 대비되게끔 하려 했어요.

“재고 따지는 것 없는 캐릭터에 매료돼”
극 중 앙숙인 차서원 배우와 관계 설정은 어떻게 했나요.차서원 씨랑은 7년 전 일일드라마를 같이했어요. 군대 가기 전에도 연락하고 친밀감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최이준 역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반가웠어요. 어떻게 보면 이준이는 미워할 수도 있는 캐릭터인데 전혀 밉지 않게 연기를 잘 해줬고, 그래서 브로맨스가 잘 살았던 것 같아요.
선재규 캐릭터와 본인이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저도 오지랖이 좀 넓고 불의를 못 보는 면이 있어요. 하지만 재규처럼 자기를 다 내려놓으면서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재규 캐릭터에 매료됐어요. 하나하나 재고 따지고 계산하지 않는 그 모습이 좋아서 ‘내가 꼭 연기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또 반대로 첫인상이 주는 느낌이나 외적으로 투박해 보이는 건 저와 비슷해서 편했어요. 저 자신 같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주변에서 “연기한 것 같지 않던데? 제일 편한 캐릭터였겠던데?” 하는 얘기도 들었어요(웃음).
선재규는 ‘유니콘 남주’잖아요. 로맨틱한 면도 본인과 좀 닮았나요.
실제 저는 유니콘 같지는 않아요. 재규처럼 대놓고 하기보다 뒤에서 챙겨주는 걸 더 좋아하는 타입이에요. 츤데레까지는 아니지만, 쑥스러움도 있고 표현에 서툰 면도 있어서 앞에서는 잘 못 해요. 재규는 정말 유니콘이 맞아요. 저도 ‘내 여동생이 이런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할 정도의 캐릭터였으니까요.
원작의 수위가 높은 편인데 어떻게 조절했나요.
OTT가 아니다 보니 감독님, 작가님께서 수위 조절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촬영 때는 수위가 높은 신들이 별로 없었어요. 동물병원 노출 신 정도? 그런데 그게 화면에 잘 담겨서 “수위가 높다”는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딱히 한 게 없는데 그것만으로도 ‘세다’는 반응이니 저로서는 ‘성공인데?’ 싶었어요. 키스 신도 많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멋있기만 한 건 재규 같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제 머릿속에 재규는 한결이(극 중 조카)를 키우느라 ‘모태 솔로’이지 않을까 했거든요. 스킨십을 글로 배우거나 AI한테 배우거나 잘 모를 것 같았어요. 감독님께도 그렇게 전달해서 투박하고 능숙하지 않게 풀어보려 했어요.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애정을 느끼는 장면이 있다면요.
처음 ‘스프링 피버’ 대본을 읽었을 때, 육체적으로 할 일은 많이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어요. 이번 드라마에서 평생 뛸 걸 다 뛰었다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지하철 추격 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대역 없이 모든 장면을 직접 찍었고, 원래는 찍고 난 뒤에 패스트(배속)를 걸기로 했는데 감독님이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하셨어요. 나중에 편집본을 보니 제가 덱스만큼 빠르게 뛰더라고요. OST와 화면 전환까지 더해져서 멋있게 나오기도 했고, ‘아직 내가 이렇게 뛸 수 있구나’ 싶은 뿌듯함이 느껴져 그 장면이 마음에 들었어요.
몸을 잘 쓰는 배우라는 데 자부심이 있나 봐요.
자부심보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영화 ‘베테랑’ 시즌 2를 보신 분들도 있을 테고,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아프거나 힘들어도 말을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다만 어느 방면에서든 좀 더 특출나게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미지 고착에 대한 우려는 없나요.
그런 생각도 잠깐 했는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좋아해서 장르를 많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 그때그때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또 몸을 쓴다고 해서 매번 운동선수 역할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검사, 형사, CEO 같은 다양한 직업군을 맡다 보니 요즘 그런 고민은 별로 안 하는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유미의 세포들’ 구웅처럼 피지컬이 부각되지 않는 캐릭터에도 도전했었어요. 공대생 캐릭터였는데, 처음에는 스스로 ‘결이 맞나?’ 생각했지만 다행히 많은 분이 좋아해주셔서 이제 ‘틀을 깨야 한다’는 강박이 있지는 않아요.
“몸 잘 쓰는 이미지 감사하게 생각”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직업군도 있나요.군대에 있을 때 흰 제복을 입고 행사를 한 적이 있어요. 생각보다 잘 어울리더라고요. 그래서 흰 가운을 입는 의사 역할이 궁금하기도 하고, 맡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최근 김우빈 배우 결혼식에서 눈시울을 붉힌 모습이 바이럴을 탔어요.
아 그건 살짝 오해가 있는데, 김우빈 씨가 아니라 곽튜브(곽준빈) 씨 결혼식이에요. 굳이 정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 바로잡지 않았어요(웃음). 저는 결혼식에 가면 신랑 신부가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릴 때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준빈이도 부산 출신이라 부모님이 부산에서 올라오시기도 했고, 그날 준빈이가 눈을 붉히는 모습을 보고 감정이 좀 북받쳤어요.
친한 친구들이 연달아 결혼했네요. 부럽지는 않은가요.
부러운데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식상한 말이지만 지금은 일하는 게 재밌어요. 아직 못 해본 것도 많고요. 결혼은 한참 먼 얘기일 듯해요.
선재규 다음 캐릭터는 언제쯤 만나볼 수 있나요.
저도 똑같은 입장으로 감독님께 “‘신의 구슬’은 언제 나와요?” “‘재벌X형사’ 시즌 2는 언제 나와요?”라고 계속 여쭤봐요(웃음). 둘 중 어떤 게 먼저일지는 모르겠지만, ‘재벌X형사’ 시즌 2를 추운 겨울에 방영하지는 않을 듯해서 올해 여름쯤 다른 캐릭터로 인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신의 구슬’은 아무래도 CG 작업에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고요.
#안보현 #스프링피버 #여성동아
사진제공 에이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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