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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남자의 웰니스, 새로운 언어가 되다

오한별 객원기자

2025. 10. 06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웰니스 라이프가 이제 남성들의 일상에도 깊숙이 들어왔다. 이 흐름은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문화의 전환을 보여준다.

배우 유준상은 필라테스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다져진 명품 복근과 탄탄한 체형을 자랑한다.

배우 유준상은 필라테스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다져진 명품 복근과 탄탄한 체형을 자랑한다.

앤드류 후버만은 팟캐스트 ‘Huberman Lab’을 통해 수면·운동·영양·정신 건강을 과학적으로 풀어내며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다.

앤드류 후버만은 팟캐스트 ‘Huberman Lab’을 통해 수면·운동·영양·정신 건강을 과학적으로 풀어내며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다.

한때 남성의 자기 관리는 비누 한 장과 식스팩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풍경이 달라졌다. 남성들도 여성 못지않게 세심한 웰빙을 추구하며 자기 관리의 지평을 넓히는 분위기다.

핀터레스트가 최근 공개한 트렌드 리포트는 이를 뒷받침한다. MZ세대 남성들은 웰빙을 중심에 두고 새로운 남성성을 써 내려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웰니스’다. 신체 건강과 식단 관리가 핵심으로 떠오르며, 필라테스가 새로운 코드로 부상했다. ‘필라테스 룩’ 검색량은 1년 새 300%나 뛰었고, ‘필라테스 리포머’ 역시 130% 상승했다. 몸을 단련하는 것에서 나아가 회복과 균형까지 챙기는 태도가 일상화된 것이다.

남성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궁금증에주목한 원격진료 앱 힘스(Hims).

남성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궁금증에주목한 원격진료 앱 힘스(Hims).

외모 관리와 셀프케어도 빠질 수 없다. MZ세대 남성의 절반 이상이 “외모에 신경 쓴다”고 답했으며, 핀터레스트 안에서는 헤어와 스킨케어, 나아가 뷰티까지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남성 스킨케어, 스파, 네일아트 등의 키워드가 급상승하면서 관리 범위가 한층 섬세해지고 있다.

해외에서 남성 웰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미국 스탠퍼드 의대 신경생물학과 교수이자 뇌과학자인 앤드류 후버만이다. 그는 팟캐스트 ‘Huberman Lab’을 통해 수면·운동·영양·정신 건강을 과학적으로 풀어내며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그의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711만 명을 돌파했고, 매회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대해 과학과 라이프스타일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얻는다.

명상 앱 헤드스페이스(Headspace)는 ‘힐링’ 대신 집중력·생산성의 언어로멘털 케어의 문턱을 낮췄다.

명상 앱 헤드스페이스(Headspace)는 ‘힐링’ 대신 집중력·생산성의 언어로멘털 케어의 문턱을 낮췄다.

후버만의 영향력은 온라인 밈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미국 매체 ‘더 데일리 비스트’는 그를 따르는 남성들을 “후버만 허즈번즈(Huberman husbands)”라 불렀다. 새벽에 일어나 냉수욕을 하고, 소금물을 마시고, 잠잘 때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그 효능을 설득하려 드는 새로운 남성상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후버만의 발언은 화제의 중심에 서는 경우가 많다. 일주일 동안 고기·생선·달걀·채소·과일 등 5가지만 섭취하면 4.5kg 감량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나, 카페인이 IGF-1(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1) 수치를 높여 탈모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설명이 대표적이다. 논란은 뒤따르지만, 그가 입을 여는 순간 전 세계 수백만 남성의 루틴으로 빠르게 흡수된다. 학자의 권위와 인플루언서적 영향력을 동시에 갖춘 후버만은 지금 남성 웰빙 담론의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핀터레스트가 최근 공개한 트렌드 리포트를 통해 남성들 사이에서 신체 건강과 식단 관리가 핵심으로 떠오른 것을 알 수 있다.

핀터레스트가 최근 공개한 트렌드 리포트를 통해 남성들 사이에서 신체 건강과 식단 관리가 핵심으로 떠오른 것을 알 수 있다.

요가와 필라테스에 빠진 남자들

남성들의 웰니스에 대한 관심은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원격진료 앱 힘스(Hims)는 남성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궁금증에 주목했다. 발기부전치료제와 탈모약, 정신 건강 등에 대한 상담을 온라인으로 진행해준다. 올해 기준 힘스 구독자는 약 240만 명으로 전년 대비 38% 이상 증가했다. 힘스의 인기 비결은 어렵고 불편한 의학적 용어 대신 직설적이고 유머러스한 언어를 선택하는 데 있다. “문제가 있는 게 이상한 것이 아니라 안 챙기는 게 이상한 것”이라는 카피는 남성들의 불안을 덜어주면서 자기 관리를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셀럽들의 웰니스 라이프에서도 자기 관리의 새로운 풍경이 확인된다.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은 투어 중에도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명상과 요가를 꾸준히 실천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 자신을 포함해 우울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며 스스로가 활용하는 작은 습관들을 공유했다. 할리우드 배우 맷 보머,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은 차가운 물에 몸을 담가 건강을 챙기는 ‘콜드 플런지’ 루틴을 공개했는데, 이는 회복과 멘털 리프레시를 위한 새로운 웰빙 코드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은 투어 중에도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명상과 요가를 꾸준히 실천한다고 밝혔다.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은 투어 중에도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명상과 요가를 꾸준히 실천한다고 밝혔다.

해외만큼 활발하진 않지만 국내에서도 남성 셀럽들의 웰니스 루틴이 하나둘 소개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배우 유준상은 56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명품 복근과 탄탄한 피지컬을 자랑한다. 그는 필라테스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해 체지방률을 3%까지 낮췄다고 밝혔다. 배우 송강은 자신의 피트니스 루틴에 요가를 포함한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남성들에게도 요가나 필라테스가 점차 자연스러운 웰니스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남성 웰니스는 어느덧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아우르며 새로운 남성성을 규정하는 문화적 언어가 되고 있다. 

#웰니스 #필라테스 #요가 #여성동아  

사진제공 나무액터스 힘스 사진출처 언스플래시 유튜브 ‘Andrew Huberman’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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