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수시 전형이다. 학생부에 기재된 다양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학생을 선발한다. 이에 부족한 내신 성적을 전공 관련 활동, 탐구활동,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등으로 극복하며 합격의 타이틀을 얻은 사례도 다수다.
생기부(학생부)의 핵심 평가 요소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기초 학습 역량을 평가하는 학업역량과 학생의 진로 및 준비 과정을 살피는 진로역량, 학교생활의 태도와 인성을 확인하는 공동체역량이다.
학종은 성적이나 수치가 아닌 생기부에 기록된 역량 등을 확인하는 정성평가로 변수가 많다. 도입 초기에는 정성평가에 대한 낮은 신뢰성과 오직 잠재력을 보고 학생을 판단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대학도 많았다. 학생, 학부모 역시 명확한 평가 기준과 지표가 없어 합격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학종은 현재 가장 비중이 높은 대입 선발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이화여자고등학교 수학 교사이자 EBS 입시 상담교사,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대학진학지도원단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똑똑한 입시는 이 한줄이 다릅니다’를 집필한 황순찬 교사는 “이제는 대학 내부 구성원들도 학종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대학에서 중시하는 지표인 이탈률, 학교 만족도, 취업률, 학업성취도 등에서 타 전형에 비해 우수한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는 것. 그는 “학종 대학 입시를 노린다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전략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학종 합격의 열쇠는 ‘상향식 생기부 작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학종 합격을 위한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요.
자기주도성입니다. 아무리 내신 성적이 좋아도 자신이 아닌 타인에 의해 학습했다면, 공부를 대하는 태도나 깊이에서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생기부에서 학생마다 가장 많은 편차가 나타나는 부분이 자기주도성이에요. 3년짜리 생기부를 보면 학교 활동이 자발적이었는지, 수동적이었는지 대부분 티가 나거든요.
자기주도성은 어떻게 기르나요.
부모의 도움이 필요해요. 아이에게 수준에 맞는 과제를 꾸준히 제공한 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유도해야 하거든요. 이를 통해 느낀 성취감을 통해 아이는 자기주도성을 갖추게 됩니다. 더불어 아이가 자기주도성을 발휘한 순간을 포착해 아낌없이 칭찬해줘야 하고요. 이때 완성도는 철저히 배제해야 해요. 어떤 결과가 나왔더라도 아이가 공부한 과정과 끝까지 해낸 집중력, 끈기 등에 대해서만 칭찬해주세요.
입학사정관들은 자기주도성을 확인하기 위해 어떤 질문을 하나요.
대표적으로 성취동기와 목표 의식을 갖고 자발적으로 학습했는지, 새로운 지식을 획득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있는지, 교과와 각종 탐구활동 등을 통해 지식을 확장하려고 애쓰고 있는지를 물어봐요. 이 질문에 대해 긍정적이고 진정성 있게 답하는 학생을 높이 평가하고요.

‘유리하다’보다는 ‘편하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진로가 정해져 있으면 학종 준비가 편한 건 맞아요. 그렇다고 모두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고 학종에 불리하게 작용하진 않거든요. 단지 관심 분야를 정한 아이들보다 고민해야 하는 과제가 하나 더 주어진 것뿐이죠. 오히려 진로가 뚜렷한 게 독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약학과를 목표로 정해놓은 학생은 모든 과목을 약학에 관련된 이야기만 해요. 국어 시간에는 토론, 글쓰기, 화법 등의 역량을 드러내야 하는데 오직 약학에 대한 관심만 표출하는 거죠. 대학은 학생이 특정 과목이 아닌, 각각의 교과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제대로 지녔느냐에 더 큰 가치를 둔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관심 분야를 구체화하지 않더라도 여러 교과를 학습하면서 진로를 탐색하는 노력은 충분히 이뤄질 수 있습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입시 체제가 바뀌는 2028년도의 학종 선발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선발 인원이 절대 줄진 않을 거예요. 2028년도 입시의 가장 큰 변화는 내신 9등급에서 5등급제로의 변화예요. 내신 변별력 저하를 우려해 학종을 핵심 평가 요소로 삼는 대학이 많아질 테고요. 현재 여러 대학이 학업역량, 진로역량, 공동체역량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어요. 일부는 다른 항목을 시험할 수 있지만, 큰 틀에서 벗어나진 않을 겁니다. 다만 대학이나 전형에 따라 평가 요소별 반영 비율이 다를 테니 미리 확인하고 준비하는 게 도움이 되겠죠.
학종은 일반고보다 자사고가 더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너무 변수가 많아요. 지역은 물론 일반고마다 특성이 갈리고 자사고도 광역, 전국 단위마다 성향이 다르거든요. 일반고와 자사고 중 고민이라면 먼저 각 학교의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확인해보세요. 교육과정이 체계적으로 갖춰졌는지,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만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췄는지 분석해보는 겁니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수시와 정시의 합격 비율을 파악하는 거예요. 이 수치가 그 학교의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거든요. 학종 입시를 노린다면 고등학교의 종류보다는, 수시 비율이 높으면서 자신이 희망하는 계열과 관련된 선택 과목이 잘 개설된 학교를 택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중학교 성적이 좋다면 자사고에 입학하는 걸 추천하시나요.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오직 성적에 포커스를 맞춰 자사고를 선택하는 건 위험해요. 제가 자사고에 근무하며 느낀 건 회복탄력성, 자기주도성이 높은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한다는 거예요. 대부분의 학생은 중학교 때 소위 학급에서 주인공과 같은 아이들이었어요. 탁월한 학업역량으로 선생님, 친구들에게 주목받았을 테니까요. 하지만 자사고에 진학하면서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체감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중학교 때 상위권이었던 성적이 자사고에 와서 중하위권으로 하락하기도 하거든요. 이때 회복탄력성이 높은 아이들은 이러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이겨내며 동기 부여를 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기회로 삼는 거죠. 반대로 박살 난 자신감을 회복하지 못한 아이들은 크게 자책하고 우울해합니다. 눈앞의 성적에만 연연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거죠. 이는 성적은 물론 아이의 학교생활까지 망치게 될 가능성이 커요. 대학입시 전략보다 중요한 건 아이의 학교생활이에요. 즐겁고 적극적인 마인드가 높은 학업 성적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입니다.


황순찬 교사는 교단은 물론 각종 교육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해 입시 상담을 이어오고 있다.
관심보다 ‘역량’에 집중한 상향식 생기부가 중요
올해 의대 입시에서 수시 교과전형의 비중이 34.7%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정시 수능전형(32%)을 근소하게 앞섰죠. 학종의 중요도가 높아진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요.가장 잘못된 접근이 의학에 대한 관심만 표출하는 거예요. 세특, 탐구활동 등을 모두 의학 이야기로 도배해놓는 거죠. 이 학생들이 기대와 달리 내신 성적이 저조할 때는 어떤 계열로 이동할까요? 약학이나 생명, 화학 분야예요. 이와 같은 현상 때문에 입결이 생명, 화학 분야로 몰리게 됩니다. 생명, 화학 분야에도 지망할 성적이 안 되면 식품, 보건 분야로 눈을 낮추게 됩니다. 저는 이를 ‘하향식 생기부’라고 표현해요. 입학사정관들 역시 의학에 집중된 생기부를 보며 ‘원래 의대를 원했으나 성적이 마땅치 않아 다른 학과를 지망했구나’라는 걸 알게 되죠. 학생들은 이를 커버하기 위해 나름 노력을 할 테지만, 하향식 생기부라는 느낌을 완전히 지울 수 없습니다. 의대에 대한 마음이 확고하더라도 혹시 모를 나중을 대비해 생기부를 상향식으로 꾸려나갔으면 좋겠어요.
상향식 생기부 작성 방법이 궁금합니다.
인문계, 자연계 모든 학생이 참고했으면 좋겠어요. 처음부터 생기부에 관심 분야를 직접적으로 노출하지 마세요. 지원 분야에 대한 본질적인 관심을 기반으로 그 내용을 구체화하는 거죠. 만약 의대를 선호한다면 1학년 때는 생명, 질병, 죽음, 생명 윤리 등 의학에 대한 근본적인 이론을 다룹니다. 그 후 의대를 지원할 만한 내신 성적을 갖췄다면 그때 의학에 관심을 표출해도 늦지 않아요. 탐구활동의 경우 가설의 설계, 추론의 과정을 거친 뒤 검증해보는 식의 로드맵을 짜는 것이 좋아요. 나아가 검증을 통해 부족한 것을 찾아내 보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베스트겠죠. 대부분의 학생은 어려운 소재를 선택해야 좋은 성적을 받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는 굉장한 착각이에요. 소재의 난이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각 학년의 과목에서 요구하는 학습의 역량과 깊이를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 실험을 통해 새로운 질문을 뽑아내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에요. 발견한 의문과 관련된 과목을 듣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며 연결고리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고요.
의대를 제외한 자연계, 인문계 학생을 위한 학종 관리 조언도 부탁드려요.
자연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수학, 과학 내신이에요. 저도 아이들에게 해당 과목의 학습량을 늘리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또 실험에 적극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실험은 물리적으로 자신이 원할 때마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학교에서 실험할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참여하세요. 그리고 가설, 추론, 검증, 보완의 과정을 잘 기록해두면 생기부 작성 시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인문계는 국어, 영어 내신 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해요. 가끔 국어 내신이 좋지 않으면 상위권 대학에 못 가냐고 묻는 학생들이 있어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제가 가르친 학생 중 국어 내신이 전 과목 평균에 비해 낮았지만 높은 수학 성적으로 서울대 인문학부에 합격한 사례가 있어요. 내신 성적은 일단 대학에서 원하는 일정 수준에 들어오기만 하면 돼요. 대신 부족한 성적을 커버할 수 있는 다른 교과 성적을 강조하면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의미죠. 이는 대학 선호도와 다르게 입시 결과가 만들어지거나, 같은 모집단위에서도 내신 순서와 다르게 합불(합격과 불합격)의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해요.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 자기소개서가 없어졌습니다. 탐구의 심화 과정은 어떻게 어필해야 할까요.
활동의 심화 과정은 어떻게든 보여줘야 해요. 면접에서 탐구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는 있겠지만 주어진 시간이 짧아 그 과정을 디테일하게 말하긴 어려워요. 또 서류 기반 면접을 보지 않는 최상위권 대학도 많고요. 따라서 생기부에 탐구의 심화, 확장의 맥락이 드러나게 작성해야 합니다. 이는 곧 교사가 개별적으로 학생을 관찰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한 명의 교사가 학생 수백 명의 탐구 심화 과정을 파악하고 기재하기는 쉽지 않아요. 따라서 학생들은 탐구의 계기, 목적, 배우고 느낀 점, 후속 탐구, 선택 과목과의 연관성 등을 선생님이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실험을 하게 됐다’ ‘~한 결과를 맞아 뿌듯했다’ ‘유익한 시간이었다’와 같은 감상적인 발표나 보고서는 큰 의미를 갖기 어렵고요.
#학종 #생기부 #내신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사진제공 황순찬 사진출처 유튜브 ‘골라듄공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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