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에서 젊고 매력적인 왕을 연기한 김수현(24)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스타에 대한 대중의 사랑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는 CF 섭외 건수. ‘해품달’ 이후 김수현의 계약 광고는 10개 이상. 모두 화장품, 전자제품, 남성 정장, 주방용품 등 업계에서 알토란이라고 불리는 분야다. 이미 진행하던 것과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까지 합치면 15개 이상, 액수로는 1백억원 가까이 될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이런 폭발적인 인기는 ‘시크릿가든’의 현빈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2003년 데뷔한 현빈이 꽤 오랜 무명 시절을 겪은 반면, 김수현은 ‘김치치즈스마일’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드림하이’ 등 단 몇 작품 만에 톱스타로 입지를 다진 점이 다르다. 현빈, 강동원 등 어깨를 견줄 만한 남자 스타들이 군 복무로 공백을 빚고 있어 앞으로 여건도 나쁘지 않다.
인기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척도는 가족에 대한 관심. 스타가 되면 부모나 형제 등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마련. 이런 가운데 그의 아버지가 록밴드 세븐돌핀스의 리드 보컬 김충훈(53) 씨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1987년 결성된 세븐돌핀스는 김충훈 외에도 김형서(색소폰), 조승곤(기타), 황덕순(드럼), 김성주(키보드), 정동구(피아노), 장석윤(베이스) 등의 멤버로 구성됐으며 ‘뭐라고 시작할까’ ‘밤부두’ ‘이런 좋은 날’ 같은 히트곡을 남겼다.
아들 생각하면 요즘 안 먹어도 배불러
김충훈(53)은 자신의 블로그를에 음악, 그리고 아들 김수현에 관한 이야기를 올려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블로그에 쪽지를 남겼지만, 묵묵부답. 수소문 끝에 그가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부산의 한 클럽을 찾았다.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김씨는 이미 김수현의 아버지로 알려져 인기가 높아지고 있었다. 훤칠한 키에 탄탄한 몸매, 또렷한 이목구비까지 김씨는 아들 김수현과 꼭 닮은 모습. 세븐돌핀스라는 그룹을 발탁해 데뷔시킨 ‘히식스’의 김홍탁 씨(서울재즈아카데미 원장)는 “한창 때 김충훈의 외모는 아들 김수현 이상이었다”며 오히려 아버지의 손을 들어줬다.
“김충훈 씨가 아들보다 더 남자답게 생겼었죠(웃음). 미남의 기준이 시대에 따라 바뀌어 지금은 꽃미남이 대세지만 그땐 남자답게 생긴 사람을 미남으로 쳐줬는데 김충훈 씨가 그런 분위기였어요. 밴드도 인기 있었지만, 그 친구가 개인적으로도 인기가 많았어요. 여성 팬들이 많이 따라다녔죠.”
김충훈에게 아들이 ‘해품달’로 큰 인기를 얻은 소감을 묻자 “요즘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나서는 게 아들에게 도움이 될지 어떨지 모르겠다며 조심스럽게 인터뷰에 응했다. 김씨는 아들이 나온 드라마는 빼놓지 않고 챙겨본다고 한다. 물론 보통 시청자들처럼 편하게 보지는 못한다. 혹시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감정 표현이 넘치거나 모자라지는 않을까 하며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브라운관을 응시한다. 그럴 때마다 이들은 기대 이상의 대범한 연기로 그를 놀라게 했다.
아버지는 음악 외길, 아들은 연기 외길
아버지만큼 아들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김씨는 아들이 어려서부터 성격이 내성적인 편이었지만, 커서 연예계에 발을 디딜 것을 일찌감치 예상했다고 한다. 김수현은 2007년 시트콤 ‘김치치즈스마일’로 데뷔한 후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아버지의 집’ ‘자이언트’를 거쳐 폭풍같이 성장하며 명품 아역으로 떠올랐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아역 이미지가 강했던 그를 ‘누구의 아역’ 아닌 ‘연기자’ 김수현으로 각인시킨 건 ‘드림하이’였다. 시골 출신의 가수 지망생 송삼동 역을 맡은 그는 신인답지 않게 노래와 연기 모두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김수현은 3개월간 JYP 연습생으로 생활하며 노래와 춤을 배우기 위해 땀과 노력을 쏟았다. ‘드림하이’ OST 수록곡인 ‘드리밍’을 부르며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았던 김수현은 이번에는 ‘해품달’ OST 수록곡 ‘그대 한 사람’을 불러 인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아들의 노래 실력을 평해달라고 하지 김충훈 씨는 “중저음의 보이스 컬러가 매력적이고 소리를 억지로 만들려 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다”고 답했다.
“예전부터 노래를 곧잘 해서 가수를 하겠다고 하면 제가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고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본인이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서 저도 더 이상은 얘기를 꺼내지 않았죠.”
‘해품달’ 종방연에서도 김수현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사인을 해주고 사진촬영 요청에도 응하고 있는 김수현.
사실 스물넷이라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소년과 남자 사이, 오묘한 매력을 뿜어내는 김수현. 그의 어릴 때 모습은 어땠을까.
“제 아들이지만 아기 때부터 웃는 모습이 굉장히 귀여웠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괜찮아지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연극반에 들어가는 걸 보고 ‘아, 그 길로 가겠구나’하고 직감했죠. 일단 연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후에는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을 안 했어요. 항상 웃는 모습을 보이고, 성실하고…. 어릴 때부터 고집이 세서 좀 걱정을 했는데, 수현이를 보니까 직업적인 면에서는 그런 고집이나 소신이 더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역시 아버지와 비슷하다. 김수현과 함께 작업했던 스태프는 하나같이 그의 열정과 성실성을 높게 평가했다. 김충훈 씨 역시 세븐돌핀스 멤버로 활동하며 고비도 많았지만 한 번도 음악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고 한다. 그 덕분에 세븐돌핀스는 몇 차례 멤버가 바뀌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활동을 이어왔다. 김씨는 개인적으로는 2009년 ‘오빠가 왔다’라는 곡을 타이틀로 내세운 정규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예전에 비해 요즘 음악 스타일이 많이 바뀌고, 가수들이 립싱크도 많이 하지만 저는 지금껏 무대에 서면서 한 번도 립싱크를 한 적이 없어요. 음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죠. 밴드 음악을 하다 보면 힘든 일도 많지만 저는 음악이 좋기도 했고, 소리꾼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 이 길이 제 천직이고 운명인 것 같았습니다.”
사실 25년 동안 한 밴드가 사라지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는 건, 멤버들의 대단한 열정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김홍탁 씨는 그런 면에서 세븐돌핀스가 좀 더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실력 자체는 그 어떤 그룹에도 뒤떨어지지 않았어요. 김충훈 씨 보이스 컬러도 아주 좋았고요. 프로듀싱이 뒷받침되지 못해 실력에 맞는 인기를 누리지 못한 게 아쉽죠. 그래도 하우스 밴드 중에서는 최고였어요. 송골매가 TV나 라디오에 많이 소개되는 메이저리그 팀이었다면 세븐돌핀스는 마이너리그에선 최강자였죠.”
김수현도 과거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닮아서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아버지가 평생 노래하실 거라고 하시기에 나도 평생 연기하겠다고 말했다”며, 아버지의 외길 인생에 대한 존경을 드러낸 바 있다.
아들 얼굴 잘생겼지만 운동 많이 해 몸매도 예뻐
갸름한 얼굴형과 또렷한 이목구비 등 김수현은 아버지 김충훈 씨를 쏙 빼닮았다.
아들과 아버지를 하나로 이어주는 코드는 운동. 부자는 모두 운동 마니아다. 김씨는 방송인 강석이 단장으로 있는 연예인 축구단 회오리의 부단장으로 요즘도 3주에 한 번씩 경기에 나선다. 김수현 역시 축구를 좋아한다고.
“저희는 공부와는 거리가 먼 집안 같아요(웃음). 어려서부터 공부하란 얘기는 안 했고, 저와 수현이 모두 운동을 좋아하죠. 연예인 축구단 활동은 오래해서 그 나름의 아기자기한 정이 있고, 골프나 바다낚시도 좋아하고요. 수현이는 어려서부터 스포츠클라이밍을 해서 몸에 잔 근육이 많아요. 얼굴도 잘생겼지만 벗겨놓으면 몸매도 예쁘죠(웃음).”
아들 자랑은 팔불출이라지만 김수현 같은 아들이라면 아무리 자랑해도 모자랄 것 같다. 김충훈 씨는 클럽 활동 때문에 몇 년 전부터 부산에 머물고 있다. 김수현은 종종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부산에 내려온다. 연기자로 이름을 얻은 뒤에도 아버지가 연주하는 클럽에 들른 적이 있지만 요즘은 바쁜 일정 때문에 서로 잘 챙기지 못하는 상황. 그래서 아버지는 아들 생각이, 아들은 아버지 생각이 애틋하다. 김수현은 지난해 ‘드림하이’로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 인기상, 베스트커플상을 수상한 후 “어머니, 큰이모, 작은이모, 아버지에게 감사드린다”며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저도 그때 봤습니다. 가슴이 먹먹한 게 아무 생각도 안 들더군요. 부모가 걱정 안 하게끔 스스로 알아서 잘 커줬으니, 우리가 더 고마운데….”
아들이 요즘 너무 잘나가는 바람에 아버지도 덩달아 스타가 됐다. 어떻게 알았는지 “김수현 아버지 아니냐”며 사인을 요청해오는 사람도 있고, 인터뷰 요청도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김씨는 “얼마 전부터 멤버들과 함께 새로운 음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들 때문에 오히려 조심스럽게 됐다”면서도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다.
“어떻게 보면 아들이 제 꿈을 대신 이뤄준 건데, 자랑스러운 마음이야 어떻게 말로 다 하겠습니까. 수현이가 부모가 해준 것보다 더 많은 걸 돌려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람은, 아이가 건강하면 좋겠습니다. 예술인으로서 발을 내디뎠으니까 그 길에 들어선 이상 후회 없는 삶을 살았으면 싶고요. 공인이다 보면 앞으로 힘든 일이 많을 텐데, 그런 것도 잘 이겨내면 좋겠고…. 수현이에게는 ‘힘들었을 때를 생각해서 초심 잃지 말고, 대중에게 사랑 받은 만큼 돌려줄 줄도 알고, 겸손한 사람이 돼라’고 당부했습니다.”
김씨는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와 헤어지면서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아들이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아버지에게는 물가에 세워놓은 아이와 같을 것이다. 그리고 자식은 그런 부모의 걱정과 사랑을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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