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옹알이가 느는 거 있죠? 너무 귀여워요.”라디오 방송을 마치고 인터뷰 장소로 달려오느라 점심을 거른 최은경(31)은 고픈 배를 움켜쥐면서도 아기 이야기가 나오자 금세 목소리를 한 옥타브 높였다. 연신 아이의 입 모양을 흉내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초보 엄마다.
톡톡 튀는 진행 솜씨로 사랑받아온 MC 최은경이 엄마가 되어 돌아왔다. 지난 98년 세 살 연상의 이상엽씨(34)와 결혼한 그가 지난 6월6일 첫아들을 낳은 것. 출산 2개월 만에 KBS 라디오 ‘가요광장’과 MBC ‘와 e멋진 세상’ 진행자로 복귀한 그는 언제 아이를 임신했었나 싶게 원래의 몸매를 되찾은 듯했다. 그렇다고 그가 살을 빼기 위해 특별한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한 건 아니다. 산후 1백일까지는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어른들의 말에 따라 간단한 스트레칭 외에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임신 기간 동안 몸무게가 16kg까지 늘었어요. 아기를 낳고 모유를 먹이다보니 10kg이 자연스레 빠지더라고요. 방송활동을 시작하고 다시 1kg이 줄었고요. 이제 5kg 남았어요(웃음).”
As a Mommy “아기를 낳고 보니 모든 것이 아기 중심으로 돌아가요”
그는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고 있다. 집에서는 물론 방송을 위해 밖에 나와 있는 동안에도 하루에 한 번은 젖을 짜 보관한다. 원래 가리는 음식이 없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수유를 위해 미역국과 곰국을 싸들고 다니며 부지런히 챙겨 먹고 있다고.
그가 모유수유에 열심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7월 말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그를 모유수유홍보대사로 임명했다. 모유수유홍보대사로 임명되면 젖을 먹이는 동안 모유수유의 중요성과 장점을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모유수유의 중요성을 알리기에 앞서 “모유수유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고 강조할 생각이라고 한다. 방송활동을 재개한 뒤로 작은 아이스박스를 가지고 다니며 젖을 짜 보관한다는 그는 방송사에 모유수유실이 없어 자동차 안에서 젖을 짜곤 한다고. 이러한 현실은 외면한 채 ‘모유수유를 하자’고 외치기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모유수유실 문제는 직장여성에게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에요. 전업주부들도 외출 하잖아요. 직장은 물론 공공시설 대부분이 모유수유실을 갖추고 있지 않은데 모유수유를 하라고 하는 건 문제가 있죠. 아무런 여건도 만들어놓지 않고 모유수유를 하지 않는 엄마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작은 공간에 모유를 보관할 작은 냉장고와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만 있으면 되는데 흡연실은 만들면서 모유수유실은 없다는 건 이해할 수 없어요. 미래를 위해서 그 정도 투자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평소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주위를 즐겁게 만드는 그도 아이와 관련된 답답한 현실을 이야기할 때는 사뭇 진지했다. 그는 그다지 아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터라 결혼한 뒤에도 임신을 서두르지 않았는데 막상 아기를 낳고 보니 모든 것이 아기 중심으로 돌아간다며 자신도 진정 엄마가 되어가는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95년 KBS 아나운서로 방송 생활을 시작한 그는 소개팅으로 만난 이상엽씨와 2년여의 연애 끝에 98년 결혼에 골인하고, 1개월 뒤 남편과 함께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남편이 미국 퍼듀대에서 건축학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 같은 대학에서 매스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회사 휴직기간이 끝난 2001년 여름 그가 먼저 귀국하기 전까지 유학생 부부로 신혼생활을 한 그는 가계부를 쓰고, 요리를 즐겨 하면서 살림에 제법 재미를 붙였다고 한다. 갖가지 음식 재료를 기숙사 냉장고에 가득 채워놓고 수시로 떡, 감자탕, 족발 등 남편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만들어 내놓았다고.
그는 한번 맛있게 먹은 음식은 그대로 재현해낼 만큼 눈썰미와 손맛이 뛰어나지만 최근엔 제대로 요리할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임신한 뒤에도 방송 활동을 계속한 탓에 집에 돌아가면 휴식을 취하느라 음식을 만들 여유가 없었다고. 한동안 친정어머니가 해주신 밑반찬에 된장찌개를 끓이는 게 요리의 전부였다고 한다.
그보다 1년 늦은 2002년 6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남편 이상엽씨는 현재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남편이 가정적인 편이냐”고 묻자 그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재미있는 대답을 한다.
“글쎄요. 가정적인 편이죠. 저하고 노는 걸 좋아하거든요. 가정적인 게 아니라 ‘은경적’이라고 해야겠네요(웃음).”
두 사람의 공통된 취미는 운동. 둘 다 운동을 워낙 좋아해 임신 전까지 테니스, 골프, 헬스 등 운동이란 운동은 대부분 함께 즐겼다고 한다. 스트레칭을 좋아하는 그는 한동안 요가의 매력에 푹 빠져 지냈는데 그가 집에서 요가를 할 때면 남편도 따라 하곤 했다고.
My Lovely Son “엄마 아빠를 반반씩 닮은 아기가 웃음이 많은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어요”
아빠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연분만으로 세상에 나온 아들 해영이는 태어날 당시 3.05kg으로 체중이 적은 편이었으나 모유를 먹으면서 살이 올라 현재 6.5kg으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한다. 코 윗부분은 아빠를, 입과 턱은 엄마를 쏙 빼닮은 아기는 친정어머니가 함께 살며 돌봐주신다고. 초보 아빠인 남편도 서툴지만 육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저야 방송한다고 나와 있으니까 아기에 관해선 어머니께서 거의 다 해주시죠. 모유수유가 제가 맡은 유일한 육아 의무예요(웃음). 남편은 처음엔 미처 아빠가 될 준비가 안 된 것 같더니 요즘은 아기가 방긋 방긋 웃고, 옹알이도 하니까 너무 예쁜가봐요. 아기를 번쩍번쩍 안아주는데 그러면 아기도 좋아하더라고요. 어머니가 아기 목욕 시키고 나면 목욕물도 대신 버려주고요. 요즘은 방학이라 저 대신 아기를 데리고 어머니랑 병원에도 가곤 해요.”
법으로 보장된 출산 휴가기간이 90일인 점을 감안하면 그의 방송 복귀는 꽤 이른 셈. 밖에 나와 있는 동안에도 하루가 다르게 귀여운 짓을 더해가는 아기의 재롱이 눈에 선할 듯하다.
“일하는 중간중간 친정어머니가 전화로 아기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옹알이를 듣고 나면 힘이 나 일을 더욱 열심히 하게 돼요. 일에 몰두하다보면 잠시 아기를 잊기도 하고요. 그러다 집에 돌아가면 ‘아니 이렇게 예쁜 걸 내가 어떻게 잊고 있었나’ 하며 쪽쪽 빨죠(웃음).”
그는 이제 막 엄마가 된 터라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웃음이 많은 사람으로 자라게 하고 싶다고 한다.
“막상 아기를 낳고 보니까 건강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더라고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고, 무엇보다 잘 웃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웃음에 인색한 사람은 싫거든요.”
Beauty & Fashion Style “스트레칭으로 몸매 가꾸고, 이중세안과 마사지로 피부 관리해요”
임신했을 당시 모습. 최은경은 새생명을 품은 몸의 아름다운 변화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 과감하게 배를 드러내며 카메라 앞에 섰다고 한다.
173cm의 키에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그는 모유수유 덕분에 출산 후 금세 예전 몸매를 회복했다. 탁월한 패션 감각으로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그는 인터뷰가 있던 날도 몸에 붙는 티셔츠에 스커트를 입고 나타났다.
아나운서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단정한 정장 대신 발랄한 캐주얼 옷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서 화제를 모았던 그는 무난하고 편안한 옷보다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독특하고 예쁜 옷을 좋아한다고 한다. “청바지도 즐겨 입는다”는 그는 “헐렁한 스타일보다는 몸에 밀착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잡티 없이 깨끗한 피부를 지닌 그는 피부 관리를 철저히 하는 편이다. 방송과 인터뷰 등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화장을 거의 하지 않고, 메이크업을 했을 때는 꼼꼼하게 이중세안을 한다고. 또한 시간이 날 때마다 마사지를 받는다고 한다.
Dream & Future “남편과 아기라는 든든한 지원군 생겼으니 여유 갖고 진솔한 방송 하고 싶어요”
신입 아나운서 때부터 ‘톡톡’ 튀는 이미지로 화제가 됐던 그는 결혼 7년차 주부에 아기 엄마까지 됐지만 여전히 발랄하고 생기 있어 보인다. 그러나 본인은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스스로에게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말한다.
“30대가 되면 20대에 몰랐던 30대만의 묘미를 알게 되듯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됐어요. 저는 사실 결혼을 하고 나면 삶이 무미건조해질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결혼해서 살다보니까 그전에는 몰랐던 즐거움과 기쁨이 있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아기를 낳기 전에는 아기를 낳고 나면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는데 너무 행복한 거 있죠.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으면서 제 경험의 폭이 넓어지고 제 감정도 토실토실 살이 찌는 것 같아요. 그러니 세상을 보는 눈도 당연히 달라지죠.”
그는 자신의 이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토크쇼를 진행하고 싶다고 한다. 각계각층의 인물들을 인터뷰하는 토크쇼를 진행하기에는 아직 연륜이나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이가 많다고 해서 토크쇼 진행을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그의 이야기. 그렇다고 서둘러 이미지를 변신시키려 애쓰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한다.
“톡톡 튀는 이미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듯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이런 방송을 꼭 하겠다’ 하는 생각은 없어요. 하나 둘 경험이 쌓이고, 그때그때 만나는 사람이 달라짐에 따라 제 이미지와 태도도 자연스럽게 변화해가겠죠. 앞으로도 제 나이와 제가 처한 환경에 맞는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로 일에 있어서 훨씬 여유가 생겼다는 그. 일보다 더 소중한 남편과 아이가 생겼으니 ‘일이 잘 안 되면 어쩌나’ 하고 아등바등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이 중요하긴 하지만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
“일 하나에만 매달릴 때는 ‘이게 잘 안 되면 어쩌나’ 하고 안달했는데 이제 든든한 ‘백’이 생겼다고 할까요. 행여 일이 뜸해지면 집에서 남편 내조하고, 육아에 전념하다 다시 기회가 오면 일을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주어지는 상황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최은경. 삶의 깊이와 행복의 참된 의미를 알아가고 있는 그가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파할 청량한 웃음이 기대된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