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동아이가 늘고 있는 이유는 하나 키우기에도 벅찬 현실에 있다. 지난 2019년 축구선수 출신 비연예인과 결혼해 2021년 첫째 아들을 얻은 가수 나비 역시 자라는 아이를 보며 수년간 둘째를 낳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나이 터울이 더 지기 전에 둘째를 낳고 싶다가도 부부 둘 다 바쁜 상황에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결심이 선 나비에게 아이가 선물처럼 찾아왔고, 지난 4월 12일 마침내 베리(태명)를 만났다. 다음은 출산 전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나눈 얘기들이다. 나비는 “제왕절개로 곧 둘째를 만날 텐데, 빨리 보고 싶다”며 궁금해했다.
“시도조차 안 하고 지나가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미리 전달받은 만삭 사진을 보니 바빠서인지 체중이 별로 안 는 것 같아요.첫째 때는 거의 18kg 이상 쪘어요. 주변에서 잘 먹어야 한다고 해서 열심히 먹었다가 아이 낳고 감량할 때 고생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식단 관리도 좀 하면서 운동을 임신 35주 차까지 계속했어요. 필라테스와 바레에 꽂혀서 일주일에 거의 두세 번씩 운동했어요. 무엇보다 이준이가 지금 한창 에너지 넘칠 때인 다섯 살이잖아요. 그래서 손도 많이 가고, 지난주까지 제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 힘들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13kg 정도만 늘었어요. 솔직히 둘째는 성격이 순한지, 배에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편안했어요(웃음).
둘째를 낳아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있나요.
둘째를 계획하기까지 한 3년 정도 걸렸어요. 이준이가 두세 살 때는 아예 엄두도 못 내다가, 한 네다섯 살 되니까 또 너무 빨리 크는 게 아쉽더라고요. 이맘때가 정말 귀엽잖아요. ‘한 명 더 낳을까?’ 생각이 왔다 갔다 했어요. 그런데 제가 체력이 좋지 않을뿐더러 워킹맘이기도 하고, 남편은 바빠서 첫째 양육도 엄마랑 시어머니가 옆에서 많이 도와주던 상황이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더 낳는 게 괜찮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시도조차 안 하고 지나버리면 나중에는 아예 불가능하지 않을까?’ 곧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지난해 봄쯤 ‘아이가 생기든 안 생기든 도전은 해보자’ 마음을 먹었어요. 시험관 시술은 힘들어서 자연적으로 아이가 생기면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아니면 포기하려 했죠. 감사하게도 베리가 바로 찾아왔어요.
태명이 왜 베리인가요.
‘스트로베리’ ‘블루베리’ 할 때 그 베리, 열매라는 의미예요.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사랑의 결실, 사랑의 열매라는 뜻이죠. 신기한 건 둘째의 성별을 알기 전에 미리 지었는데, 딸이라고 하더라고요. 딸이라 더 찰떡으로 어울리는 것 같아요.
둘째가 딸인 걸 알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개그우먼 김신영 씨, 안영미 씨를 포함해 주변에서 다 저보고 “아들 엄마 상”이라고 했어요. 신영 언니가 이번에도 아들 같다고 했고, 제가 재미로 사주나 타로점을 봐도 아들이라고 나왔어요. 그런데 유일하게 이준이만 제가 “엄마 배에 있는 동생이 남자일까? 여자일까?” 물어보면 항상 “여자 동생”이라고 했어요. 그러다 성별을 알게 됐을 때 제가 기뻐서 막 울었다니까요. 아들과는 또 다른 평생 친구 한 명이 더 생기는 것 같아서요. 저도 엄마랑 여행도 같이 다니고, 친구처럼 잘 지내요. 또 아들을 키우면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육아는 어떨지 기대반 걱정반이에요. 아들은 좀 털털한 면이 있어서 몸은 힘들더라도 심리적으로는 편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딸 키우는 엄마들 얘기 들어보면, 딸은 섬세해서 감정적인 소모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 공부도 하고 직접 겪으면서 배워야 할 것 같아요.

가수 나비는 4월 중순 둘째 딸을 낳았다.
남매가 서로에게 든든한 존재 돼줬으면
이준이는 동생이 태어나는 것에 대해 어떤 반응인가요.이준이가 서너 살까지는 “동생이 있으면 어떨 것 같냐?”고 물어보면 항상 “싫다”고 했어요. 동생 없이 혼자인 게 좋다고 해서 제가 둘째 고민을 더 길게 한 것 같아요. 하지만 막상 동생이 생겼다고 알려주니까 이제 또 바뀌어서 “여동생이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매일 “베리 태어나려면 며칠 남았어?” 물어서 답해주면 “엄마, 나 베리를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 그래요. 이준이도 동생을 기다리고 있나 봐요. 둘이 함께 있는 ‘투샷’을 빨리 보고 싶어요.
벌써부터 자상한 오빠가 될 자질이 보이네요. 동생이 생기면 질투하는 아이도 있잖아요.
안 그래도 요즘 집에서 베리 용품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이준이가 신경이 쓰이나 봐요. 아기 침대에 들어가서 갑자기 막 아기처럼 굴고 그래요. 그런 모습을 보면 이준이가 동생을 기다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자기가 아기였으면 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계속 “베리가 태어나도 엄마의 마음속 1번은 이준이야”라는 얘기를 해주고 있어요. 아기도 아기지만 당분간은 이준이에 좀 더 많이 신경을 쓰려고요. 아무래도 5년 동안 혼자 사랑을 독차지하다가 갑자기 동생이 생기면 혼란스럽지 않겠어요.
에너지 넘치는 첫째와 신생아를 동시에 어떻게 양육할 계획인가요.
일단 지금도 친정과 가까이 살면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거든요. 아무래도 당분간 이준이가 유치원에 갔을 때는 제가 아기를 보고, 하원 후에는 엄마와 시어머니가 아기를 봐주시면 저는 이준이한테 집중하려고요. 당장은 이준이가 신경 많이 쓰이죠. 그래서 산후조리원 입소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이준이와 오래 떨어진 적이 없어서 걱정했더니 주변에서 “무조건 가야 한다. 집에 돌아오면 그때부터는 전쟁이다”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결국 산후조리원 예약을 해뒀고, 집에 돌아와서는 시어머니와 엄마의 도움을 받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남편은 곧 펼쳐질 일들에 대해 뭐라고 하나요.
잘 살아보자고 해요. 다만 보통 아빠들이 회사에서 오후 7시나 8시 정도에 퇴근하잖아요. 남편은 저녁에 축구 수업이 있다 보니 집에 일찍 오면 오후 9시 정도고, 대개는 10시 30분에서 11시에 도착해요. 저녁 시간에는 거의 혼자 이준이를 봤죠. 스케줄이 있으면 양가 부모님께 부탁하기도 하고요. 대신 남편은 출근이 오후 1시 정도로 좀 늦어요. 그래서 제가 없을 때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적어서 출력해 붙여놨어요. 이준이 유치원 갈 때 옷은 어떻게 입혀야 하는지, 하원 셔틀버스 픽업 시간은 언제인지… 끝도 없이 많은데 잘할 거라고 믿어요.
두 아이가 어떻게 자라길 바라나요.
일단 건강하고 바르게, 밝게 잘 자랐으면 좋겠어요. 제가 여동생하고 굉장히 친하고 서로 의지하는 관계거든요.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이준이와 베리도 서로한테 든든한 존재가 돼서 기쁠 때나 힘들 때나 함께 의지하면서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두 아이에게 엄마로서 ‘이것만큼은 자신 있다’ 하는 점이 있나요.
여러 가지 경험도 많이 시켜주고, 그중에 정말 아이가 재미있어하고 또 재능을 발휘해 잘할 수 있는 걸 찾아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만약 두 아이가 아빠, 엄마처럼 운동선수나 가수가 되고 싶다 하면 일단 도전해보도록 서포트는 해줄 거예요. 잘되든 안되든 하고 싶은 일을 도와주지 않으면 부모로서 나중에 아이들에게 미안할 것 같아서요. 또 저는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엄마도 저한테 그렇게 해주셨거든요. 제가 훈육할 때는 엄하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평소에는 편하고 친구 같은 엄마가 돼주려고 노력해요. 어려서부터 그렇게 해야 커서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저는 나중에 아이랑 콘서트 같이 가는 게 꿈이에요. 제가 워낙 지드래곤을 좋아하거든요. 한국에서 콘서트할 때는 티케팅해서 갔다 오고 그랬어요. 앞으로 있을 빅뱅 20주년 콘서트도 기다리고 있습니다(웃음).

새 식구를 기다리며 세 사람만의 마지막 가족사진을 남겼다.
인생의 방향을 바꿔준 결혼과 출산
올해 나이 앞자리가 바뀌었어요. 지금 고민은 무엇인가요.항상 엄마로 사는 삶과 나 안지호, 나비로서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잘 유지할지 고민해요. 나름의 결론은 육아할 때는 육아에, 일할 때는 일에 집중하는 거예요. 틈틈이 가사도 쓰고 곡 수집도 하면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종종 SNS로 “20대 시절 남자 친구랑 헤어졌을 때 언니 노래 듣고 위로가 많이 됐어요. 지금은 저도 아기 엄마가 됐어요” 이런 메시지들이 와요. 그런 메시지들을 보면 팬과 가수가 아닌 언니와 동생 같은 느낌으로 함께 얘기도 나누죠. 저는 사람들이 나이 들어도 계속해서 제 노래를 들어주는 그런 가수가 되고 싶어요.
활동은 언제부터 다시 시작하나요.
5월 중순 지나 공연이 하나 잡혀 있어요. 여자 솔로 가수 3명이랑 함께하는 무대를 시작으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활동하려고요. 기존에 하던 라디오 게스트는 이른 시일 안에 복귀할 듯해요. 제가 대학교 강의도 나가고 있거든요. 모교인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서 교수로 아이들을 가르친 지 거의 10년이 됐어요. 1학기는 쉬고 있는데, 2학기부터는 나가기로 했어요. 곡도 계속 수집하고 있으니까, 좋은 곡이 나타나면 가을쯤 인사드리고 싶어요.
스트레스가 쌓이면 어떻게 해결하나요.
오히려 저는 일을 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제 성향상 집에만 있었다면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 거예요. 무대에서 노래하며 관객들한테 좋은 에너지를 받는 것 같아요. 또 연예인 동료들이나 이준이를 통해서 알게 된 엄마들을 만나 수다 떨고 어쩌다 술도 한잔하고요. 가족여행 가는 것도 좋아해요. 특별한 비법은 아니지만, 평소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않고 바로 해소하는 편이에요.
굉장히 안정형이네요. 아이 낳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먼저 경험해 본 입장에서 조언을 해준다면요.
아이를 낳을지 고민하는 건 당연해요. 저 역시 그랬고요. 그런데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자신의 상황과 현재 마음이 가장 중요하고, 확신이 들었을 때 아이를 가져야겠죠. 육아를 해보니까 책임감이 1순위예요. 아이가 없을 때는 밥을 대충 먹어도 되는데, 아이는 굶기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아이를 방치한 채 PC방 가고 술 마시러 가는, 정말 황당한 부모들이 있더라고요. 가족들과 얘기를 많이 해보면 아이 낳을 결심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물론 경기도 좋지 않고 경제적·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어요. 다만 힘들어도 아이가 주는 행복이 정말 커요. 저도 나름대로 행복하게 잘 살아왔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되고 더 큰 행복을 느꼈어요. 그 행복을 생각하면서 용기 내 아이를 낳는 사람들이 늘면 좋겠어요.
결혼과 출산이 나비 씨에게 큰 의미가 있나 봐요.
저도 아이를 낳기 전에는 아이에게 큰 관심이 있진 않았어요. 이런 제가 결혼과 출산을 통해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와 같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어요. 책임감이라든지 여러 가지 사랑을 배웠고, 제 삶의 기준이나 가치관이 더 또렷해졌어요. 아이와 함께하는 지금의 이 시간이 인생을 좀 더 깊이 있고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후 출산한 지 3일째 되던 날 나비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나비는 “베리와 건강하게 만났어요. 두 번째지만 제 뱃속에서 이렇게 귀한 생명이 자라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이 여전히 놀랍고 벅차게 느껴집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사랑 듬뿍 주며 잘 키우겠습니다. 나비로서도 좋은 음악과 더 멋진 모습으로 곧 인사드릴게요”라며 행복한 마음을 전해왔다.
#저출생 #임신 #나비 #여성동아
사진제공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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