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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총도 사제 총기로 개조… 활개 치는 불법 무기들

정세영 기자

2025. 10. 14

사제 총기가 단순한 개인 범죄를 넘어 사회 안전망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상에 공포감을 조성하는 사제 총기의 불법 제작 및 유통 사례, 처벌 규정 등의 현주소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 7월 20일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사제 총기로 친아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직접 유튜브 영상을 보고 사제 총기를 제작했다는 그는 범행에 사용된 총기 외에도 10정의 사제 총기를 추가로 소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시너(분사 기계 등을 세척하거나 재도색 시 도장을 지워낼 때 사용하는 물질) 14통에 타이머까지 연결한 사제 폭탄을 제작해 추가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친족 간 살인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던졌지만, 한편으론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살상 무기를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줬다. 

사실 사제 총기나 폭탄으로 인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유튜브를 보며 총기 제작법을 익힌 40대 남성이 서울 강북구 오패산로에서 이웃을 살해하려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2017년에는 지도 교수에게 앙심을 품은 대학원생이 텀블러에 폭죽, 나사못 등을 넣은 일명 ‘못 폭탄’을 제작해 부상을 입혔다. 지난해 8월에는 광주광역시의 한 치과 병원에서 치료 결과에 불만을 품은 70대 남성이 사제 폭탄 테러를 일으켜 건물 내 시민 95명이 긴급 대피하는 일도 있었다. 

유튜브로 배우는 불법 총기 개인 레슨

총기 사건을 일으키는 범인 중 대다수는 인터넷에서 총기 제작이나 폭탄 제조법을 습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유튜브에 ‘사제 총기’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니 관련 각종 사건, 사고를 다룬 뉴스가 등장했다. ‘총 만들기’라는 검색어를 넣자 볼펜으로 만드는 비비탄총부터 3D 프린터를 활용한 총기까지 다양한 관련 영상을 접할 수 있었다. 위협적인 성능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자칫 아이들이 나무젓가락 석궁, 종이 총, 플라스틱 총 등을 만들어 남발한다면 충분히 문제가 될 만한 콘텐츠였다. 이번엔 검색어를 ‘homemade gun’ ‘making bomb’ 등의 영어로 바꾸자 심각해 보이는 영상이 줄줄이 등장했다. 외국 유튜버들이 나무, 쇠, 플라스틱, 철제 파이프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직접 총기 만드는 과정을 하나하나 세세히 소개했다. 게다가 직접 만든 총이나 폭탄이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가졌는지 실험에 나서기도 했다. 구글에서는 몇 번의 검색만으로 3D 프린터용 총기 도안을 구할 수 있었고, 쇼츠에서는 얼마나 쉽게 ‘홈메이드 건’을 만들 수 있는지 소개하며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있었다. 폭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특정 화학물질을 페트병에 넣어 사제 폭발물을 제조하는가 하면 타이머를 연결하는 방법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생소한 외국어로 설명하는 영상이 많았지만 워낙 과정이 세세해 제작법을 이해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 

사제 총기나 폭탄의 제작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요인은 재료에 대한 낮은 접근성이다. 이미 대중화된 3D 프린터는 물론이고 철물점, 인터넷 상점 등을 통하면 누구든 원하는 재료를 구할 수 있다. 실제 인천 송도 사건에서 쓰인 사제 총기의 경우 쇠파이프와 쇠구슬이 주요 재료로, 범인은 필요한 부품을 을지로 일대의 공업소에서 만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유튜브 영상에 등장하는 쇠파이프, 쇠구슬, 못 등의 재료라면 동네 철물점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수준이다. 폭탄 제조에 필요한 물질 역시 성냥, 폭죽, 부탄가스처럼 일상적인 것들이 많았으며, 일부 화학물질은 전문 화공약품 상가에서 신분증만 보여주면 구매할 수 있어 큰 우려를 자아낸다. 

한 유튜브 채널의 운영자는 장난감 총을 사제 총기로 개조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연락을 시도하니 텔레그램을 통해 답변을 보내왔다. 그는 “개조 과정을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제대로 개조하면 커다란 고철 부품도 뚫고 지나갈 위력”이라고 말했다. 사거리를 묻자 “100m 정도”라고 답변했다. 이는 100m 멀리 떨어진 구조물과 사람까지 타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는 “강화 스프링, 탄창 등 살상을 높일 수 있는 부품은 관련 온라인 업체에서 충분히 구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관련 전문가들은 “치명적인 폭발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화학제품을 규제하거나 다량으로 화학물질을 구매하는 사람의 이력을 쫓아 그 용도와 사용 목적을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미국은 ATF(주류·담배·화기 및 폭발물 단속국)에서 사제 폭탄에 사용될 수 있는 화학물질을 통제하는 한편, 구매 이력을 추적하고 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구매와 판매를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며 “디지털 거래 모니터링, 현장 검지, 분석 장비인 비파괴검사 도입, 화학물질 식별 또는 지문 기술 개발을 통해 위험 화학 물질의 유통 거래 내역과 과정에 대한 체계적인 스크린 및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불법 총기 제작에 비교적 강력한 제재를 취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3D 프린터로 등록번호가 없는 유령총, 이른바 ‘ghost gun’을 만들 경우 최대 10년형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 3D 프린터로 만든 총기나 총기 조립 키트에 대해서는 등록 의무화 및 판매자 면허제를 도입해 관리하고 있다. 또 온라인을 통해 총기 부품을 거래하거나 총기 도면 파일을 유통할 경우 ATF의 단속을 받게 된다. 이 외 영국이나 호주 등의 국가에서 역시 총기를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제작하거나 총기 도면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의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다. 

사제 총기 통제할 실질적인 법적 기반 마련해야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떨까. 현재 국내에서는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약법)’에 따라 불법 무기를 제조 또는 판매, 소지하다 적발될 경우 3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상 1억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위험한 사제 총기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차단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한 일상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만들어지는 사제 총기를 단속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총포화약법상 총기 제작법이나 설계도를 온라인에 게시·유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을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튜브 등 해외에서 업로드하는 콘텐츠 게시자에 대한 처벌 또한 쉽지 않아 이 역시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유튜브를 비롯해 국내외 플랫폼에 게시된 살상 무기 제작 정보를 삭제하고 차단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점점 더 심각해지는 사제 총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30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향후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서 사제 총기 제작법 등 위험 정보를 신속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사제 총기 제작을 명확한 불법 행위로 간주하는 한편, 관련 정보의 게시나 유포에 대해 형사처벌과 삭제 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총포화약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경찰에서는 온라인에 떠도는 총기 제조법 등이 담긴 불법 게시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640명에 이르는 사이버 명예경찰 누리캅스와 공조해 유튜브나 인터넷 게시판 등에 올라온 무기 제조 영상을 적발하고 삭제·차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AI 기반 상시 점검 시스템을 구축해 불법 게시물을 탐지하고 삭제·차단하는 과정을 자동화할 방침도 마련했다. 

#총기사건 #사제 총기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언스플래쉬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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