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학년도 대학 입시 수험생은 약 52만 명. 이 가운데 전체 대학 신입생의 80%가 수시로 입학했을 만큼 수시는 합격을 좌우하는 중요한 관문이다. 그중에서도 서울대는 2182명을 수시로 선발했다.극소수만 통과할 수 있는 이 바늘구멍을 뚫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험생 커뮤니티 ‘수만휘(수능날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자)’와 서울대 합격생 30여 명이 함께 펴낸 ‘수만휘 수시 합격 바이블’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책에는 합격생들이 실제로 쌓아온 내신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관리, 면접 경험담이 고스란히 담겼다. 별책 부록에 실린 서울대 의예과 25학번 합격생의 사례만 봐도 1학년 때부터 해외 의학 연구 동향을 번역해 소개하는 활동,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술 탐구, 의료 윤리에 대한 고민을 데이터분석·머신러닝 등으로 확장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학생부 종합 평가에서 강조되는 ‘지식 나눔’과 ‘따뜻한 리더십’ 또한 꾸준히 드러났다.
관심 분야에 AI·데이터 활용 접목해 좋은 평가 받기도
내신 경쟁이 치열한 일반고를 전교 1등(내신 1.42)으로 졸업하고 수시로 서울대에 입학한 대표 저자 김지원(교육학과 3학년) 씨는 서울대 합격 학생부의 공통점으로 교과 역량에 충실하며 융합적 시각이 드러나는 대목을 꼽았다. 지원하는 학과의 전공과 관련 활동을 나열하기보다 과목의 본질적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으며, 자신의 관심사에 AI 활용이나 데이터 분석 같은 역량을 접목하는 부분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신과 관련해서는 “서울대 합격생 절반 가까이가 고등학교 때 성적 하락을 겪었다”며 “좌절이 아닌 회복력이 합격의 진짜 비밀”이라고 강조했다. 면접은 “‘부족하지만 붙여주세요’ 식의 어설픈 겸손함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임하는 것이 합격 포인트”라고 조언했다.지난 2년여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과외와 컨설팅을 해 40여 명의 학생을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에 합격시키기도 한 김지원 씨는 학교에서 진행한 교육 봉사를 계기로 “정보 격차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한다. 다음은 김지원 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책을 만들면서 25학번들의 학생부 사례를 직접 보셨는데, 공통된 특징이 있다면?
교과 자체의 역량을 충실히 드러내는 것, 그리고 한 영역에 갇히지 않고 융합적 시각을 보이는 것. 이 2가지가 올해 합격생 학생부의 공통 키워드였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공 적합성과 진로 역량이 중요해서, 학생부를 펼쳐보면 지원하는 학과와 관련된 키워드로 모든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이 도배돼 있었어요. 그런데 올해 합격생들의 생기부는 ‘해당 과목에서 요구하는 역량’에 집중하는 모습이 특징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영어 과목이라면 영문법 이해, 영어권 연구 동향 비교, 자료 활용 능력 등 본래 교과에서 길러야 하는 능력에 충실했습니다. 진로와 직접 연결하지 않아도, 그 과목에서 깊이 있게 사고했다는 점이 드러나는 거죠. 반면 ‘진로와 억지로 연결’만 한 세특은 설득력이 떨어졌습니다. 두 번째는 융합형 인재입니다. 문과·이과·의대를 가리지 않고 정보 처리 역량, AI 활용 능력, 사회적 감수성, 공동체 기여 역량을 강조하는 모습이 공통적이었습니다. 예컨대 교육학과에 합격한 문과 학생이 있었는데요. 그 학생은 사회 문제 탐구 과목에서 통계 프로그램을 직접 돌려 수치를 계산하고, 그 결과가 자신의 주장과 어떻게 맞닿는지까지 분석했어요. 인문계 학생인데도 데이터 분석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융합형 인재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 합격생들의 학생부 사례집을 보니 1~3학년 활동이 단계적으로 잘 빌드업이 됐던데요. 이 정도 학생부를 만들려면 중학교 때부터 준비해야 하나요.
별책 부록에 수록된 학생부 실제 사례 중 단백질 구조에 관심이 많았던 이과 학생(스마트시스템과학과 25학번), 특정 경제학파를 파고들었던 문과 학생(농경제사회학부 25학번)이 나오는데요. 이 학생들처럼 이미 자신이 끌리는 분야를 어렴풋이 알고 들어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단순히 교과 지식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궁금한 질문을 던지면서 탐구하려는 습관을 일찍부터 들여놓은 거죠. 이런 호기심과 습관이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고요. 그래서 ‘1학년 때부터 완벽히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부담을 가질 수도 있을 텐데요, 그런 학생부는 학생 개인의 노력만으로 완성된 게 아닙니다. 학교 교내 프로그램, 담당 선생님들의 지원, 학년이 올라가면서 성숙해지는 탐구 과정이 어우러져 나온 결과물이죠. 서울대 입학처 역시 시행착오 없는 완벽한 학생부가 필요한 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1학년 때의 투박한 탐구, 성장 과정이 드러나는 학생부가 오히려 더 진솔하고 매력적입니다. 중요한 건 호기심과 탐구 습관이지, 포장된 결과물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스토리가 드러나도록 학생부 디자인할 것
그렇다면 ‘학생부를 디자인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활동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고1 때는 누구나 공통과목을 듣는데, 이때 ‘나를 이해하는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파악하고, 전국의 수많은 경쟁자 사이에서 오직 내가 던질 수 있는 질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다 보면 점차 학생부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키워드가 생길 거예요. 고2 올라가기 전에는 반드시 그런 고민과 정리의 과정을 거쳐보기를 권합니다. 교과 세특, 자율 활동, 동아리 활동, 진로 활동을 항목별로 한눈에 정리하면 본인 활동들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거든요. 저 역시 1, 2학년 때 흩뿌려 놓은 활동들을 엑셀로 정리하면서 ‘교육 격차 해소’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묶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결국 3학년 때는 ‘에듀테크를 통해 지역·경제적 교육 격차를 해소하겠다’라는 스토리로 귀결시킬 수 있었죠. 고등학생이 학술적으로 완벽한 탐구를 해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대신,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고 연결하는 것이 학생부 디자인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학생 대부분은 점수에 맞춰 원서를 쓰는데, 서울대 지원자들은 진로를 구체적으로 정해두고 지원하나요.
실제로 입학 후 친구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특정 전공이나 관심 분야에 깊이 몰입한 학생들입니다. 교육학과만 봐도 교사의 꿈, 교육 불평등 연구, 교육 철학 탐구 등 뚜렷한 목표를 가진 학생들이 많았어요. 다만 중요한 건 ‘진로에 대한 구체성’ 자체가 아니라 해당 학과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충실히 보여주는 겁니다. 예컨대 사회학과에 합격한 한 학생은 사회 불평등 문제를 철학과 연결해 탐구했는데, 이는 인문계열에서 특히 강조하는 ‘사회적 감수성’을 잘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전공 키워드가 많은 학생부보다 학과가 중시하는 역량에 맞는 활동들이 담긴 학생부가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서울대 합격생들은 내신 관리도 완벽했을 것 같아요.
제 경우엔 고1 1학기 기말 수학 시험에서 45점을 맞은 적이 있습니다. 국제고를 준비하며 미적분 선행까지 마쳐 자신감이 있었지만, 실제 시험에서는 방심과 시간 관리 실패로 낭패를 봤죠. 첫날 수학 시험에서 처참한 점수를 받고 남은 4일간의 시험을 치러야 했을 때, 좌절감이 엄청났죠. 하지만 중요한 건 실패 후의 태도입니다. 울고 끝낼 수도 있었지만, 남은 시험에 집중해 만회하자는 생각으로 회복했습니다. 사실 서울대 합격생 중 절반 가까이가 2학년 1학기쯤 성적 하락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선택과목 때문에 절대적인 공부량이 증가하는데 내신 경쟁은 더 치열해지기 때문이죠. 내신이 완벽하게 최상을 유지하거나 우상향한 학생은 드뭅니다. 합격생들의 공통점은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회복력이었습니다.
서울대 합격 학생부를 보면 공동체 역량이 돋보이는 경우가 특히 많던데요.
네, 확실히 맞습니다. 계열을 불문하고 공동체 역량은 모든 학과가 강조하는 요소입니다. 서울대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도 “사회적 기여를 고민하라”는 말을 가장 먼저 들려줄 정도입니다. 의예과 사례를 보면, 예전처럼 생명과학 지식으로만 채운 게 아니라 영어 실력을 살려 해외 의학 자료를 번역해 친구들과 공유한 활동이 세특에 기록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반장이나 회장을 했다는 것 정도로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본인의 전공 역량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이 더 높이 평가되는 거죠. 인문대·공대·사범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한 협력 경험을 넘어 나의 전문성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활동을 학생부에 잘 기록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선생님들은 학생이 수업 시간에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모습을 그대로 기억에 남겨 첫 줄에 적습니다. 따라서 기본은 수업 시간에 성실히 임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탐구 활동을 할 때 반드시 선생님과 미리 상의하는 것입니다. 무작정 보고서를 완성한 뒤 “적어주세요” 하며 들이밀면, 선생님으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런 탐구를 해보고 싶은데 가능할까요?”라고 먼저 묻고 동의나 허락을 받는다면 훨씬 긍정적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큽니다. 마지막 팁은 보고서 요약본을 함께 드리는 것입니다. 동기–주제–연구 과정–결과–시사점을 1페이지로 정리해 전달하면, 학생이 의도한 방향을 선생님이 쉽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학생부에 학생의 활동이 정확히 반영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질 거예요.

면접은 ‘이 대학에 인재 하나 들어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서울대는 면접 경쟁률이 2~3:1로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요. 면접장 분위기는 어떤가요.저는 사범대학 면접을 봤는데요. 제시문 풀이부터 교수님 면접, 교직 적성 면접까지 이어지는 긴 과정이었죠. 일단 학교에 도착했을 때 응원 나오신 선배님들도 있고, 분위기도 따뜻했습니다. 하지만 대기실에 들어가면 언제 불려 갈지 몰라 초조하게 기다려야 하고, 옆방에서 면접 보는 친구 목소리가 들리면 긴장이 배가됩니다. 그러다 막상 면접장에 들어가 차분히 문제 풀이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갑니다. 교수님들도 학생의 생각을 충분히 끌어내려고 배려하셨던 걸로 기억해요.
면접을 잘 보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많은 학생이 겸손해야 한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자신을 지나치게 낮추곤 합니다. 하지만 교수님들이 가장 매력 없다고 꼽는 태도가 바로 ‘저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꼭 붙여주세요’ 식의 자세입니다. ‘저는 이만큼 성장했고, 앞으로 대학에서 더 크게 발전하겠습니다’라는 당당함을 보여줘야 합니다. 모르는 건 솔직하게 인정하되, 자신이 준비한 만큼은 분명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이 태도가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합격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면접에 임하는 마음 자세에 관해 조언해주신다면요.
‘두려움 없이 면접에 임하는 자세가 중요해요. 많은 학생이 ‘내가 이 대학에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너무 긴장한 채 면접장에 들어가곤 합니다. 교수님들이 앞에 계신 상황에서는 평소 알던 문제도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부러라도 마음을 다르게 세우라고 권합니다. 예를 들어 면접장으로 가는 길에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면서 ‘오늘 이 대학에 인재 하나 들어간다’ ‘입학은 이미 확정됐고, 장학금 여부만 결정하러 간다’는 식으로 긍정적이고 당당한 마음을 가지는 겁니다. 이런 마인드셋은 면접을 훨씬 유쾌하고 자신감 있게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의도적으로라도 이런 생각을 준비하고, 자신을 미리 최고의 인재라고 설정하면 훨씬 편안하게 면접에 임할 수 있습니다.
면접 내용에 있어서 조언해줄 부분이 있나요.
대학별로 제시문 면접의 합격 포인트가 다른데 서울대 인문·사회 계열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기출문제를 먼저 확인해야 하고 무엇보다 ‘근거 있는, 단단한 본인만의 가치관’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5년간 서울대 인문·사회 계열에서 어떤 문제를 출제했는지, 그리고 대학이 특히 집중한 포인트가 무엇인지 기출을 통해 분석해야 합니다. 제가 분석한 서울대의 특징 중 하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을 꾸준히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기출문제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우리가 어려운 사람을 왜 도와야 하는가?’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그에 대해 자신만의 논리와 정답을 만들어, 교수님이 어떠한 공격을 하더라도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정하다는 착각’ ‘평균의 종말’ 같은 책을 참고해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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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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