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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신세계 정용진‧ 현대 정의선… 트럼프 대미 외교, 아내와 함께 뛰는 CEO들 

김명희 기자

2025. 02. 24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 재계 CEO들이 자체 인맥을 총동원해 위기 돌파에 나선 가운데 아내들도 함께해 눈길을 끈다.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정치, 외교 리더십에 공백이 발생한 와중에 관세 폭탄과 보호무역을 앞세워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했다. 더불어 AI 반도체 기술 경쟁 등으로 세계 경제가 총성 없는 전쟁터로 돌변한 상황. 이런 가운데 재계 수장들이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 직접 발로 뛰며 돌파구를 마련해 오너십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CEO의 아내들도 함께 글로벌 무대를 누빈다는 것이다. 대통령 취임식과 무도회 등 부부 동반으로 참석할 행사가 많은 데다, 가족 중심의 보수적 가치를 중시하는 트럼프 가문의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다. 트럼프가는 트럼프의 아내 멜라니아는 물론 딸과 며느리, 손녀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이 실질적으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 1기에는 맏딸 이방카 트럼프가 직접 국정에 참여했으며 2기 선거 운동 때는 둘째 며느리 라라 트럼프가 공화당전국위원회(RNC) 공동의장을 맡아 선거 캠프의 조직과 재정을 지휘했다. 손녀 카이 트럼프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할아버지는 부모님이 보지 않을 때 탄산음료나 사탕을 몰래 준다”거나 “항상 전화를 걸어 본인의 플레이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다”는 등 트럼프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해 호감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VIP 무도회 동행한 정용진 회장 부부

1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주니어를 만나고 돌아와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 
‌2 스타라이트볼 무도회에 참석한 정용진 신세계 회장과 부인 한지희 씨. 가운데는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 
‌3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 차 미국을 방문 트럼프 주니어를 만난 정용진 회장 부부.

트럼프 외교전에 가장 앞서나가는 경영인은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부터 5박 6일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며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여러 인사와 만나 다양한 사업 구상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한 첫 한국 인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트럼프 주니어는 자신의 친구인 J. D. 밴스를 트럼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추천하고 내각 인선에도 관여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다.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3차례 이상 한국을 방문해 여의도순복음교회·빌드업코리아 등에서 강연과 간증을 하며 기독교 가치를 강조했다. 한국을 찾을 때마다 정 회장과 만날 만큼 두 사람은 두터운 친분을 자랑한다. 정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 이후 귀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당시 당선인)가 한국 계엄 상황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며 “한국은 저력 있는 나라이니 기다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 1월 2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취임 기념 무도회(Starlight Ball)에도 참석했다. 스타라이트 볼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자녀들, J. D. 밴스 부통령 부부를 비롯한 VIP들이 참석하는 만찬을 겸한 사교 무도회다. 정 회장은 미국 방문 중 워싱턴DC에서 국무부 장관 마코 루비오, 인공지능·암호화폐 차르로 임명된 데이비드 삭스 등 주요 인사들과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피터 틸 등과 함께 실리콘밸리 핀테크 기업 페이팔을 키워낸 일명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인 데이비드 삭스는 트럼프 정부의 첨단산업과 디지털 자산 정책에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AI 같은 신기술을 유통에 접목해 고객 경험을 확대하는 부분에 관심이 많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관련 행사에 모두 아내 한지희 씨와 동행했다. 플루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한 씨는 일찌감치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떠나 빈 국립음대 예비학교와 파리 불로뉴 국립 음악원을 거쳐 미국 오벌린 음대를 졸업하고 유럽과 미국에서 음악 활동을 해온 덕분에 국제 경험이 풍부하다. 정용진 회장과는 2011년 결혼, 2013년 쌍둥이 남매를 낳았다. 신세계 측은 정용진 회장 부부가 이번 방미 일정 중 트럼프 주니어와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는데,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고, 트럼프 주니어는 ‘엄지척’ 포즈를 취한 모습이다. 한 씨는 샤넬의 2024 프리폴 컬렉션 오렌지 컬러 트위드 코트와 화이트 팬츠 차림이었다. 스타라이트 볼 무도회에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 아베 아키코 여사와도 사진을 찍었는데, 블랙 드레스에 화려한 주얼리를 매치하고 에르메스 켈리 백을 들어 눈길을 끌었다. 정 회장은 1월 17일 뉴욕 JFK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교관이나 행정가가 아니어서 국가 아젠다를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 다양한 창구가 만들어지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간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가 신세계그룹의 혁신과 고객 만족을 위한 본업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가문 골프 인맥 파고든 현대차

1 정의선 회장은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대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측과 접점을 만들었다.
2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의 호스트인 타이거 우즈와 트럼프의 손녀 카이가 함께 대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3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프로암에서 라운딩을 하고 있는 카이 트럼프. 뒤쪽 초록색 우산을 쓴 이가 정의선 회장이다.

자동차는 우리나라 대미 수출 규모 1위로, 2024년 기준 약 18%(약 51조 원)의 비중을 차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대해 25%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자 현대자동차,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2월 12일(현지 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2025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프로암대회에서 트럼프 주니어를 만났다.

트럼프 가문은 미국과 유럽, 중동 지역에 15개의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할아버지부터 손녀까지 온 가족이 골프를 즐긴다. 특히 트럼프 주니어의 맏딸인 카이 트럼프는 고등학교 골프팀 주장으로 활약한 데 이어 마이애미대학에 골프선수로 진학할 예정이다. 이날 트럼프 주니어와 카이 트럼프, ‘2023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우승자인 현역 최고 골프 스타 로리 맥길로이 그리고 정의선 회장의 부인이 함께 라운드를 했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골프를 치지는 않았으나 함께 걸으며 트럼프 주니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라운드 시간 외에도 별도로 2시간가량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은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후원을 받아 타이거 우즈 재단이 개최하는 대회다. 현대차는 이 대회를 통해 우즈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우즈는 2021년 큰 교통사고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는데, 당시 경찰이 “우즈가 타고 있던 GV80에 장착된 에어백 덕분에 내부가 대체로 손상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제네시스의 안전성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의선 회장과 타이거 우즈는 개인적으로 통화를 할 만큼 친밀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마지막 날에는 타이거 우즈와 카이가 함께 대회장에 입장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편 3월 20일부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래니트빌의 세이지 밸리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2025 주니어 인비테이셔널’에 우즈의 아들인 찰리 우즈와 카이 트럼프가 출전하면서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골프 인맥이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함께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와의 회동에 앞서 캘리포니아 시티에 위치한 모하비주행시험장을 비롯해 미국 내 여러 사업장을 점검하고 투자 계획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오너 경영인들의 행보가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용진 #정의선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뉴스1 
‌사진제공 신세계 
‌사진출처 카이트럼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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