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nabe
우리 사회에서 ‘샤넬 백 드는 여자’에 대한 이미지는 럭셔리함과 사치스러움 그 중간쯤을 배회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가브리엘 코코 샤넬이 봤다면 좀 섭섭해할지도 모르겠다. 1955년 2월에 태어난 2.55 백에는 여성 해방이라는 키워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샤넬’이라는 말에 마법이 숨어있는 게 틀림없다. 평범해 보이는 립스틱이나 콤팩트 케이스, 퀼팅 백에 심플한 ‘C’로고가 얹히는 순간 그 물건은 선망의 대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미 샤넬의 많은 제품이 여성의 로망이 된 지 오래지만 그중에서도 최고를 꼽자면 결혼할 때 여성들이 받고 싶은 가방 1위로 손꼽히는 ‘2.55 백’이 아닐까.
수년 전 ‘벤츠 여검사’가 청탁 대가로 5백40만원짜리 샤넬 백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대체 어떤 ‘요물’이기에 뇌물로도 쓰이느냐며 다시금 주목받은 샤넬 백. 소위 ‘청담동 며느리’들이 카페에서 여유로운 티타임을 즐기는 동안 무릎에 살포시 얹어둘 법한 이 가방을 사려고 일부는 적금까지 붓는다. 통장에 수백만원을 넣어놔도 이자가 1년에 몇 만원 붙지 않는 상황에서 매년 가격이 수직으로 상승하는 샤넬 백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샤테크’는 이미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됐다. 매년 껑충껑충 가격이 뛰니 살 생각이라면 ‘다음’이 아닌 ‘지금’ 지르는 게 가장 절약하는 길이라든가.
하지만 이런 장면들을 가브리엘 코코 샤넬이 봤다면 섭섭해할지도 모르겠다. 2.55 백 탄생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허영이 아닌 해방이라는 키워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 디자인으로 사랑받은 코코 샤넬은 코르셋 필수, 치렁치렁한 장식은 옵션이던 당대 여성의 패션에 남성적인 직선 실루엣으로 일침을 가한 ‘깨어 있는’ 디자이너였다. 남자의 전유물이던 카디건과 스웨터를 여성복에 최초로 도입했고, 남자들이 사냥할 때 입던 트위드 재질의 옷에서 영감을 얻어 트위드 재킷을 만들었다.
여성에게 자유 부여한 최초의 끈 달린 가방
이처럼 여성에게 자유와 해방감을 주고 패션의 역사를 새롭게 정립해온 그가 자신의 정수를 담아 만들어낸 또 하나의 ‘최초’가 바로 2.55 백이다. 세계 최초의 끈 달린 여성 가방. 그전까지 외출할 때 양손이 자유롭지 못했던 여성들은 이 백의 등장으로 한층 자유로워졌고, 활동의 제약도 받지 않게 됐다. 특히 이 가방의 체인 장식을 남자 중에서도 상남자인 군인의 가방 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부분은 디자이너의 위트를 짐작케 한다.
수많은 제품이 뜨고 지는 패션계, 2.55 백이 반세기 넘게 진화를 거듭하며 꾸준히 사랑받는 비결은 트레이닝복 차림부터 격식 있는 복장까지 어디에 스타일링해도 어울리는 보편성 덕이 아닐까. 2005년 출시 50주년을 맞아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에 의해 크기와 질감, 체인을 변형한 새로운 버전으로 나온 2.55 백은 지난해 S/S 시즌에는 끈 대신 후프를 달고 나타나 또 다른 변화를 예고했다. 지금껏 ‘된장녀의 상징’으로 오해받은 2.55 백에 대한 긴 해명을 늘어놓았는데, 1955년 2월생인 이 가방에게 주는 생일 선물로 치자.
글·구희언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우리 사회에서 ‘샤넬 백 드는 여자’에 대한 이미지는 럭셔리함과 사치스러움 그 중간쯤을 배회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가브리엘 코코 샤넬이 봤다면 좀 섭섭해할지도 모르겠다. 1955년 2월에 태어난 2.55 백에는 여성 해방이라는 키워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샤넬’이라는 말에 마법이 숨어있는 게 틀림없다. 평범해 보이는 립스틱이나 콤팩트 케이스, 퀼팅 백에 심플한 ‘C’로고가 얹히는 순간 그 물건은 선망의 대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미 샤넬의 많은 제품이 여성의 로망이 된 지 오래지만 그중에서도 최고를 꼽자면 결혼할 때 여성들이 받고 싶은 가방 1위로 손꼽히는 ‘2.55 백’이 아닐까.
수년 전 ‘벤츠 여검사’가 청탁 대가로 5백40만원짜리 샤넬 백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대체 어떤 ‘요물’이기에 뇌물로도 쓰이느냐며 다시금 주목받은 샤넬 백. 소위 ‘청담동 며느리’들이 카페에서 여유로운 티타임을 즐기는 동안 무릎에 살포시 얹어둘 법한 이 가방을 사려고 일부는 적금까지 붓는다. 통장에 수백만원을 넣어놔도 이자가 1년에 몇 만원 붙지 않는 상황에서 매년 가격이 수직으로 상승하는 샤넬 백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샤테크’는 이미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됐다. 매년 껑충껑충 가격이 뛰니 살 생각이라면 ‘다음’이 아닌 ‘지금’ 지르는 게 가장 절약하는 길이라든가.
하지만 이런 장면들을 가브리엘 코코 샤넬이 봤다면 섭섭해할지도 모르겠다. 2.55 백 탄생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허영이 아닌 해방이라는 키워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 디자인으로 사랑받은 코코 샤넬은 코르셋 필수, 치렁치렁한 장식은 옵션이던 당대 여성의 패션에 남성적인 직선 실루엣으로 일침을 가한 ‘깨어 있는’ 디자이너였다. 남자의 전유물이던 카디건과 스웨터를 여성복에 최초로 도입했고, 남자들이 사냥할 때 입던 트위드 재질의 옷에서 영감을 얻어 트위드 재킷을 만들었다.
여성에게 자유 부여한 최초의 끈 달린 가방
이처럼 여성에게 자유와 해방감을 주고 패션의 역사를 새롭게 정립해온 그가 자신의 정수를 담아 만들어낸 또 하나의 ‘최초’가 바로 2.55 백이다. 세계 최초의 끈 달린 여성 가방. 그전까지 외출할 때 양손이 자유롭지 못했던 여성들은 이 백의 등장으로 한층 자유로워졌고, 활동의 제약도 받지 않게 됐다. 특히 이 가방의 체인 장식을 남자 중에서도 상남자인 군인의 가방 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부분은 디자이너의 위트를 짐작케 한다.
수많은 제품이 뜨고 지는 패션계, 2.55 백이 반세기 넘게 진화를 거듭하며 꾸준히 사랑받는 비결은 트레이닝복 차림부터 격식 있는 복장까지 어디에 스타일링해도 어울리는 보편성 덕이 아닐까. 2005년 출시 50주년을 맞아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에 의해 크기와 질감, 체인을 변형한 새로운 버전으로 나온 2.55 백은 지난해 S/S 시즌에는 끈 대신 후프를 달고 나타나 또 다른 변화를 예고했다. 지금껏 ‘된장녀의 상징’으로 오해받은 2.55 백에 대한 긴 해명을 늘어놓았는데, 1955년 2월생인 이 가방에게 주는 생일 선물로 치자.
글·구희언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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