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가 2024 S/S 컬렉션의 포문을 연 바잘리아의 어머니.
변덕스럽다는 단어가 가장 잘 통하는 곳이 패션계 아닐까. 최근 패션계를 강타한 키워드가 있으니 바로 ‘평범한 아름다움’이다. 켄달 제너나 지지 하디드처럼 거대한 팬층을 거느린 슈퍼모델들 대신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일반인들, 이른바 ‘노델’(no와 model을 합친 단어로, 모델이 아닌 사람을 의미)을 런웨이나 광고 모델로 발탁하는 것이다.
베트멍 2017 F/W 런웨이에 오른 뎀나 바잘리아의 노델 친구들.
발렌시아가의 수장 뎀나 바잘리아는 베트멍을 이끌던 시절부터 평범한 사람을 모델로 기용해왔다. 성별이 모호한 뮤지션부터 범생이 안경을 쓰고 다니는 스타일리스트, 모델과는 다른 신체 비율의 아티스트, 퀭한 눈을 한 클럽 DJ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성향은 발렌시아가로 이어져, 2024 S/S 컬렉션에서도 그의 지인과 가족들이 런웨이에 올랐다. 쇼의 포문을 연 사람은 뎀나의 어머니로, 오버사이즈 코트와 블랙 컬러 부츠를 착용하고 등장했다. 뎀나의 대학 시절 교수는 케이프 드레스를 입었으며, 패션 저널리스트 다이앤 페르네는 레더 코트를 걸치고 런웨이를 걸었다. 파리패션위크 어떤 무대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개성의 노델들이 입은 발렌시아가 룩이 더욱 쿨해 보인 건 사실이다.
비비안웨스트우드도 유명 모델을 내세우기 보다는 다양한 연령대의 일반인 모델과 광고를 진행하기도 한다.
리한나가 애정을 가지는 디자이너이자, 스투시, 나이키 등과 협업하며 요즘 가장 핫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마틴 로즈도 노델을 선호한다. 익숙한 것을 뒤엎어 새롭고 낯설게 만드는 게 그의 방식.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허물고 테일러링에 스트리트 무드를 뒤섞는 등 보통의 디자이너들과 조금 다른 리듬으로 작업하는 그는 가족을 먼저 생각하며, 가족 곁에 있으려고 노력하는 편. 덕분에 가족과 지인들은 그가 만든 옷을 입고 스스럼없이 카메라 앞에 선다.
콜리나스트라다 쇼에 등장하는 모델들은 성별, 나이, 인종 등 신체적 관념에서 벗어난 인물들로 구성한다.
콜리나스트라다의 디자이너 힐러리 테이무어는 사회적 문제에 항상 관심을 가져왔다. 사회문제들을 무겁지 않게, 가볍고 재미있게 해석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 콜리나스트라다는 테마, 소재, 모델이나 소품, 연출 등 여러 방면에서 고유성을 부각한다. 쇼에 등장하는 모델은 성별, 나이, 인종, 신체적 조건 등 관념에서 벗어난 인물들로 구성한다. 갓난아기부터 임산부, 백발 노인을 비롯해 신체장애인, 성소수자까지 모델로 기용하며 다양성을 지향하고, 일반인과 동질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익숙한 것을 뒤엎어 새롭게 만드는 디자이너 마틴로즈의 광고 캠페인에 등장한 노델들.
킴 카다시안이 설립한 보정속옷 브랜드 스킴스 또한 ‘진짜 여자’들을 브랜드의 얼굴로 내세우고 있다. 예쁘고 멋진 몸에 대한 고정관념을 느끼게 하는 브랜드에 많은 소비자가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하자, 킴 카다시안은 보디 포지티브에 기반한 ‘다양성’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것. 스킴스는 다양한 인종의 소비자가 자기 피부색에 맞는 속옷을 입을 수 있도록 여러 피부 톤에 맞는 색상을 선보인다. 사이즈도 XXS부터 5XXL까지 총 10가지로 폭넓게 제공한다. 스킴스의 모델들 또한 다양한 보디 사이즈를 가지고 있으며, 산모들이 무난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실제 임산부 모델들을 기용하기도 한다.
스킴스는 산모들이 무난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실제 임산부 모델을 기용했다.
이렇듯 패션 브랜드에서 전문 모델 대신 일반인 모델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질은 우리가 좀 더 ‘리얼’을 원한다는 데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 세팅한 헤일리 비버보다, 파자마 차림의 프리하고 리얼한 모습의 헤일리 비버를 보고 싶어서 그녀를 팔로하는 것처럼 말이다.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브랜드와 잘 어울리는 평범한 뮤즈들을 내세워 자꾸만 그들을 아로새기게 한다. 결국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여겨지던 패션 세계가 보다 진실한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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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마틴로즈 발렌시아가 베트멍 비비안웨스트우드 스킴스 시몬로샤 써네이 콜리나스트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