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을 끝낸 후 ‘유설옥’이라는 인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힘들었어요. 원래 작품 끝나고 캐릭터 ‘앓이’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번엔 그만큼 유설옥에 대한 애정이 컸던 것 같아요.”
KBS 드라마 〈추리의 여왕〉 종영 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강희(40)의 첫인상은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캐주얼한 옷차림, 옆집 언니처럼 친근한 말투까지 영락없는 유설옥이었다. 극 중에서 그가 연기한 유설옥은 결혼 8년 차의 평범한 주부지만 셜록 홈스 뺨치는 추리력으로 갖가지 사건을 척척 해결한다. 하지만 현실의 최강희는 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어려운 용어들과 복잡하게 꼬이는 상황 전개가 ‘감성적인 연기’를 좋아하는 그의 성격에 맞지 않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엉뚱 발랄한 아줌마 유설옥을 맞춤옷처럼 연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저처럼 추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까지도 만족시킬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대중성과 독창성이 잘 버무려진 거죠. 현장 분위기도 크게 한몫했어요. 저를 ‘아줌마!’라고 차지게 부르던 권상우 씨의 유머러스한 말과 행동 덕분에 현장이 늘 화기애애했거든요. 저랑 권상우 씨 둘 다 비슷한 나이라서 그런지, 이번 작품에서는 ‘외모’나 ‘이미지’ 등 외적인 요소를 내려놓고, 오롯이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극 중에서 열혈 형사 하완승 역을 맡은 권상우와 ‘찰떡 케미’를 선보인 그는 “권상우 씨가 훌륭한 배우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며 “성격도 좋고 유머 감각도 있고, 특히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감수성도 풍부해서 음악, 패션에 관심이 많고 가정적이기까지 하더라. 사람이 진국이고 결혼 생활도 행복해 보여 부러웠다”고 고백했다.
〈추리의 여왕〉에서 그가 선보인 독특한 패션도 화제가 됐다. 그 덕분에 유설옥의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더 잘 살아났다는 평이 이어졌다. 패션에 관심이 많을 것 같다고 하자 최강희는 “관심은 많은데 집에 옷이나 구두가 많지 않다. 옷이 많으면 오히려 잘 고르지 못하기 때문에 필요 없어 보이면 다 버린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조금은 엉뚱해 보이는 이런 면모 때문일까. 최강희에겐 그동안 ‘4차원’이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와 함께 작품을 한 배우들은 그가 4차원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역시 자신을 4차원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주위에서 기대하는 이미지 때문에 “예전에는 본연의 모습을 숨기고,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혹은 극 중 캐릭터의 모습 그대로 살고 싶었던 적도 있다”며 “그런 시간이 오랫동안 계속되다 보니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순간이 왔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마치 사고처럼 ‘우울증’이라는 마음의 병이 갑자기 찾아왔다”고 털어놨다.
“2013년에 우울증이 심해져 집에 커튼을 치고 혼자 술을 마시면서 지냈어요. 내일이 오는 것도 싫었죠. 연예인치고는 악플도 안 달리는 편이고, 사람들의 눈에는 밝게 보였지만 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숨고만 싶고, 사람들이 제 실체를 알면 저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을 견디기 힘들었어요. 남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고 싶었는데, 정작 제 자신에겐 위로를 줄 만한 마음의 여력이 없었던 거예요. 스스로에게 기쁨이 없이 다른 이들에게 기쁨을 주려고 하니, 제 낮은 자존감이 드러난 거죠.”
1995년 데뷔작인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와 〈학교〉 같은 청소년 드라마에 출연할 때만 해도 최강희에게 연기는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성인 연기를 시작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비판들을 의식하게 되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점점 커졌다고 한다. 그러다 2009년 영화 〈애자〉 때부터 시작된 왠지 모를 불안감은 결국 2013년 드라마 〈7급 공무원〉을 하면서 절정으로 치달았다고. 최강희는 “그때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사랑받고자 하는 욕심이 컸기 때문에 팬들이 줄어드는 것을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만족시켜야 할 대상이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어 연기에 대한 의욕과 꿈을 잃어버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끝이 보이지 않는 방황을 계속했다. 이런 방황은 신앙을 갖게 되면서 끝낼 수 있었다.
“정말 힘들고 괴로워서 막연히 누군가에게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기도를 했어요. 그랬더니 기적처럼 어느 순간 좋지 않은 것들을 스스로 끊을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제 안에 기쁨이 채워지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갈 힘도 얻게 됐죠. 그 이후로 전 당당하게 크리스천이라고 말하게 됐죠.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저와 같은 은혜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봉사 활동도 시작했어요.”
주변 사람들을 돕고자 월드비전 홍보대사를 맡은 그는 어린이를 위한 봉사 활동으로 우간다를 다녀오면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아이들을 도우며 행복감을 느낀 것. 이후 우간다의 아이들을 장기적으로 꾸준히 도울 방법을 찾던 그에게 대선배 김혜자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조언을 들려줬다.
“김혜자 선생님이 제게 영상 편지를 보내주셨어요.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지금보다 더 훌륭한 배우가 되세요.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주목하게 되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라는 내용이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의 불이 켜지며 더 큰 용기가 생기더라고요(웃음).”
“제가 〈화려한 유혹〉을 촬영하는 중에 선생님의 투병 소식을 듣고 만나러 갔는데, 그 와중에 연기 조언을 해주실 만큼 따뜻한 분이셨어요. 투병을 하면서 연기하시는 모습에 역시 ‘엄마답다’는 생각을 했죠. 분명히 여기보다 좋은 곳으로 가서 행복하실 거라고 확신해요.”
신앙생활을 하며 그의 삶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더 이상 사람들로부터 숨지 않았고 피하지도 않았다. 특히, 다양하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2015년 출연한 MBC 50부작 드라마 〈화려한 유혹〉도 “예전 같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작품”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잘할 줄 알았는데, 막상 연기를 하다 보니 진통이 있었어요. 우울증처럼 나락으로 떨어질 정도는 아니었고, 잘 견디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죠. 사람들이 저에게 욕도 하고 칭찬도 하지만, 그런 것들로 인생에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많은 것을 내려놓으니 두려움이 사라지더군요.”
〈추리의 여왕〉도 추리를 좋아하지 않는 그로서는 새로운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이 드라마는 결말이 또 다른 시작을 암시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된 터여서 팬들은 벌써부터 ‘시즌2’를 기대하고 있다. 최강희도 “열린 결말 때문에 작가님이 시즌2를 염두에 두고 쓴 건가 싶었다. 시즌2를 하게 되면 정말 좋겠다. 물론, 드라마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며 해맑게 웃었다.
“사실 첫 촬영을 할 때만 해도 이렇게 ‘웰메이드 드라마’로 사랑받을지 몰랐어요. 엄청난 사랑을 받는 ‘대박’ 드라마가 되거나, 아무 관심도 못 받는 ‘쪽박’ 드라마가 될 줄 알았죠.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저의 단점까지 좋게 봐주시는 시청자들의 진심이 느껴졌어요. 그동안 받아보지 못한 관심과 애정이었죠.”
평정심을 찾으면서 작품에 대한 도전정신만 생긴 게 아니다. 그는 “가장 신기한 건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도 용기가 생겼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연애와 결혼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하더라고요. 결혼에 대한 공포가 있었거든요. 결혼해서 잘 사는 사람도 없는 것 같고, 힘들어만 보였어요. 그런데 이번 드라마를 찍으면서도 좋은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권상우 씨, 김현숙 씨처럼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린 분들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과거에는 결혼을 안 할 건데 연애를 해서 뭐 하나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는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이제 막 작품이 끝났기 때문에 당분간은 차기작을 고르면서 숨 고르기를 할 참이다. 봄, 여름, 가을에는 열심히 일하고 추운 겨울에는 쉬면서 봉사 활동을 하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그리고 자신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도 이제 ‘4차원 배우’가 아닌 ‘좋은 사람’으로 바뀌기를 소망한다.
“이제는 배우보다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옛날에는 누군가에게 꿈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냥 사람들 속에서 잘 어우러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촬영장에 가면 밝은 기운을 주고 분위기를 살리는 사람요. 우울증과 새로운 도전들을 통해서 다시 출발점에 선 지금 너무 기분이 좋아요. 제가 성장한 것 같거든요. 새로운 모습 많이 기대해주세요! ”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제공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디자인 김영화
KBS 드라마 〈추리의 여왕〉 종영 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강희(40)의 첫인상은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캐주얼한 옷차림, 옆집 언니처럼 친근한 말투까지 영락없는 유설옥이었다. 극 중에서 그가 연기한 유설옥은 결혼 8년 차의 평범한 주부지만 셜록 홈스 뺨치는 추리력으로 갖가지 사건을 척척 해결한다. 하지만 현실의 최강희는 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어려운 용어들과 복잡하게 꼬이는 상황 전개가 ‘감성적인 연기’를 좋아하는 그의 성격에 맞지 않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엉뚱 발랄한 아줌마 유설옥을 맞춤옷처럼 연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저처럼 추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까지도 만족시킬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대중성과 독창성이 잘 버무려진 거죠. 현장 분위기도 크게 한몫했어요. 저를 ‘아줌마!’라고 차지게 부르던 권상우 씨의 유머러스한 말과 행동 덕분에 현장이 늘 화기애애했거든요. 저랑 권상우 씨 둘 다 비슷한 나이라서 그런지, 이번 작품에서는 ‘외모’나 ‘이미지’ 등 외적인 요소를 내려놓고, 오롯이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극 중에서 열혈 형사 하완승 역을 맡은 권상우와 ‘찰떡 케미’를 선보인 그는 “권상우 씨가 훌륭한 배우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며 “성격도 좋고 유머 감각도 있고, 특히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감수성도 풍부해서 음악, 패션에 관심이 많고 가정적이기까지 하더라. 사람이 진국이고 결혼 생활도 행복해 보여 부러웠다”고 고백했다.
〈추리의 여왕〉에서 그가 선보인 독특한 패션도 화제가 됐다. 그 덕분에 유설옥의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더 잘 살아났다는 평이 이어졌다. 패션에 관심이 많을 것 같다고 하자 최강희는 “관심은 많은데 집에 옷이나 구두가 많지 않다. 옷이 많으면 오히려 잘 고르지 못하기 때문에 필요 없어 보이면 다 버린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조금은 엉뚱해 보이는 이런 면모 때문일까. 최강희에겐 그동안 ‘4차원’이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와 함께 작품을 한 배우들은 그가 4차원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역시 자신을 4차원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주위에서 기대하는 이미지 때문에 “예전에는 본연의 모습을 숨기고,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혹은 극 중 캐릭터의 모습 그대로 살고 싶었던 적도 있다”며 “그런 시간이 오랫동안 계속되다 보니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순간이 왔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마치 사고처럼 ‘우울증’이라는 마음의 병이 갑자기 찾아왔다”고 털어놨다.
“2013년에 우울증이 심해져 집에 커튼을 치고 혼자 술을 마시면서 지냈어요. 내일이 오는 것도 싫었죠. 연예인치고는 악플도 안 달리는 편이고, 사람들의 눈에는 밝게 보였지만 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숨고만 싶고, 사람들이 제 실체를 알면 저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을 견디기 힘들었어요. 남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고 싶었는데, 정작 제 자신에겐 위로를 줄 만한 마음의 여력이 없었던 거예요. 스스로에게 기쁨이 없이 다른 이들에게 기쁨을 주려고 하니, 제 낮은 자존감이 드러난 거죠.”
1995년 데뷔작인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와 〈학교〉 같은 청소년 드라마에 출연할 때만 해도 최강희에게 연기는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성인 연기를 시작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비판들을 의식하게 되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점점 커졌다고 한다. 그러다 2009년 영화 〈애자〉 때부터 시작된 왠지 모를 불안감은 결국 2013년 드라마 〈7급 공무원〉을 하면서 절정으로 치달았다고. 최강희는 “그때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사랑받고자 하는 욕심이 컸기 때문에 팬들이 줄어드는 것을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만족시켜야 할 대상이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어 연기에 대한 의욕과 꿈을 잃어버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끝이 보이지 않는 방황을 계속했다. 이런 방황은 신앙을 갖게 되면서 끝낼 수 있었다.
“정말 힘들고 괴로워서 막연히 누군가에게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기도를 했어요. 그랬더니 기적처럼 어느 순간 좋지 않은 것들을 스스로 끊을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제 안에 기쁨이 채워지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갈 힘도 얻게 됐죠. 그 이후로 전 당당하게 크리스천이라고 말하게 됐죠.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저와 같은 은혜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봉사 활동도 시작했어요.”
주변 사람들을 돕고자 월드비전 홍보대사를 맡은 그는 어린이를 위한 봉사 활동으로 우간다를 다녀오면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아이들을 도우며 행복감을 느낀 것. 이후 우간다의 아이들을 장기적으로 꾸준히 도울 방법을 찾던 그에게 대선배 김혜자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조언을 들려줬다.
“김혜자 선생님이 제게 영상 편지를 보내주셨어요.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지금보다 더 훌륭한 배우가 되세요.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주목하게 되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라는 내용이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의 불이 켜지며 더 큰 용기가 생기더라고요(웃음).”
이제 결혼도 하고 싶어
2009년 〈애자〉에서 모녀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 고 김영애도 그가 무척 존경하는 배우다. 그는 배우 선배를 넘어 진짜 엄마처럼 따랐던 김영애가 세상을 떠난 직후, 자신의 SNS에 ‘엄마, 천국 어때요? 나도 엄마 안 아파서 좋아요’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된 바 있다.“제가 〈화려한 유혹〉을 촬영하는 중에 선생님의 투병 소식을 듣고 만나러 갔는데, 그 와중에 연기 조언을 해주실 만큼 따뜻한 분이셨어요. 투병을 하면서 연기하시는 모습에 역시 ‘엄마답다’는 생각을 했죠. 분명히 여기보다 좋은 곳으로 가서 행복하실 거라고 확신해요.”
신앙생활을 하며 그의 삶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더 이상 사람들로부터 숨지 않았고 피하지도 않았다. 특히, 다양하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2015년 출연한 MBC 50부작 드라마 〈화려한 유혹〉도 “예전 같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작품”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잘할 줄 알았는데, 막상 연기를 하다 보니 진통이 있었어요. 우울증처럼 나락으로 떨어질 정도는 아니었고, 잘 견디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죠. 사람들이 저에게 욕도 하고 칭찬도 하지만, 그런 것들로 인생에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많은 것을 내려놓으니 두려움이 사라지더군요.”
〈추리의 여왕〉도 추리를 좋아하지 않는 그로서는 새로운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이 드라마는 결말이 또 다른 시작을 암시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된 터여서 팬들은 벌써부터 ‘시즌2’를 기대하고 있다. 최강희도 “열린 결말 때문에 작가님이 시즌2를 염두에 두고 쓴 건가 싶었다. 시즌2를 하게 되면 정말 좋겠다. 물론, 드라마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며 해맑게 웃었다.
“사실 첫 촬영을 할 때만 해도 이렇게 ‘웰메이드 드라마’로 사랑받을지 몰랐어요. 엄청난 사랑을 받는 ‘대박’ 드라마가 되거나, 아무 관심도 못 받는 ‘쪽박’ 드라마가 될 줄 알았죠.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저의 단점까지 좋게 봐주시는 시청자들의 진심이 느껴졌어요. 그동안 받아보지 못한 관심과 애정이었죠.”
평정심을 찾으면서 작품에 대한 도전정신만 생긴 게 아니다. 그는 “가장 신기한 건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도 용기가 생겼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연애와 결혼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하더라고요. 결혼에 대한 공포가 있었거든요. 결혼해서 잘 사는 사람도 없는 것 같고, 힘들어만 보였어요. 그런데 이번 드라마를 찍으면서도 좋은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권상우 씨, 김현숙 씨처럼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린 분들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과거에는 결혼을 안 할 건데 연애를 해서 뭐 하나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는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이제 막 작품이 끝났기 때문에 당분간은 차기작을 고르면서 숨 고르기를 할 참이다. 봄, 여름, 가을에는 열심히 일하고 추운 겨울에는 쉬면서 봉사 활동을 하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그리고 자신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도 이제 ‘4차원 배우’가 아닌 ‘좋은 사람’으로 바뀌기를 소망한다.
“이제는 배우보다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옛날에는 누군가에게 꿈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냥 사람들 속에서 잘 어우러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촬영장에 가면 밝은 기운을 주고 분위기를 살리는 사람요. 우울증과 새로운 도전들을 통해서 다시 출발점에 선 지금 너무 기분이 좋아요. 제가 성장한 것 같거든요. 새로운 모습 많이 기대해주세요! ”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제공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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