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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여자 야구‧축구 관심 부러워… 핸드볼 예능도 생기면 좋겠어요”

야구로 ‘우생순’ 신화 다시 쓰는 김온아

김명희 기자

2026. 03. 06

‘야구여왕’의 블랙퀸즈가 하나가 되는 중심에는 핸드볼 국가대표팀의 든든한 센터백 출신 김온아가 있다.

채널A ‘야구여왕’은 각 종목에서 정상에 섰던 여성 스포츠 선수들이 블랙퀸즈라는 야구팀을 결성, 전국대회 우승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선수들은 배트를 잡고 글러브를 낀 순간 다시 초보자로 돌아갔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남다른 운동 신경, 집중력, 승부욕, 팀워크가 드러나며 ‘역시 레전드는 레전드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블랙퀸즈의 주장 김온아는 중요한 승부처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내는 것은 물론, 경기의 흐름을 주도하고 단장 및 감독, 코치진과 선수들의 소통을 주도한다. 최근 드래곤볼과의 경기에선 선발투수로 나서 3이닝 무실점에 5탈삼진을 기록했고, 타석에서는 연타석 홈런을 포함한 3안타 5타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김온아의 존재감은 팀워크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주전과 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고, 개인 메시지를 통해 동료들의 컨디션과 마음 상태를 살핀다.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훈련 과정과 역할을 다시 짚어주며 흐름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돕는다. 

전남 무안 출신의 김온아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언니 김가나를 따라 핸드볼을 시작했다. 국가대표를 거쳐 SK슈가글라이더즈, 삼척시청 등에서 활약한 동생 김선화와 함께 전남 무안을 대표하는 핸드볼 세 자매 중 둘째로, 고교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 세대의 막내로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했고, 14년간 국가대표 센터백으로 활약하며 경기 운영의 중심 역할을 맡았다. 현역 시절 부상으로 여러 차례 수술대에 올랐지만 번번이 코트로 돌아와 소속 팀에 우승컵을 안겼다. 

국내 프로야구 관중 수가 지난해 1200만 명을 돌파했지만 여자 야구 선수는 49개 팀 1200여 명에 불과하다. ‘야구여왕’은 조명받지 못했던 여자 스포츠 선수들에게 새로운 무대를 열었다. 그 한가운데서 팀과 함께 또 다른 ‘우생순’을 써 내려가고 있는 김온아 선수를 만났다. 

은퇴 후 다시 볼 수 있다고 좋아하는 팬들

‘야구여왕’이 화제가 되고 있어요. 팬들이 경기장에 커피차도 보냈다고요.



감사하게도 핸드볼 선수 시절부터 오래 응원해주신 분들이 계세요. 야구를 시작하니 은퇴 후에도 저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생겨서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야구여왕’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운동을 그만두고 나니 ‘이제 뭘 해야 하지?’란 생각에 공허하고 막막했어요. 대한핸드볼협회 일도 하고 해설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는 있지만, 코트 위에서 느끼는 긴장감과 희열이 쉽게 채워지지 않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 ‘야구여왕’ 제안을 받았어요. 무릎 부상 이력도 있고 몸 상태도 완벽하지 않아서 고민하기도 했지만, 팀으로 하나가 되는 희열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합류를 결심했습니다. 함께 뛰고, 이기는 그 과정이 너무 그리웠거든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김온아가 슛을 하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김온아가 슛을 하고 있다.

피칭과 타격은 물론 수비까지 잘해서 ‘온타니’라는 별명이 생겼는데요. 재능을 너무 늦게 발견한 건 아닐까요.

솔직히 야구에 재능은 없다고 생각해요(웃음). 연습할 때는 삼진왕이었거든요. 타격 연습이 정말 스트레스였어요. 콘택트 자체가 쉽지 않았고, 공 맞히는 게 늘 어려웠죠. 핸드볼이랑 야구가 비슷해 보이지만 메커니즘은 많이 달라요. 핸드볼은 중심축이 앞발에 있는데 야구는 뒷발이고, 스윙도 핸드볼은 크게 하고 야구는 짧게 가져가야 하잖아요. 20년 넘게 몸에 밴 습관을 바꾸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동료들이 “언니 괜찮아요. 계속하면 돼요”라고 위로해줄 정도였어요. 그런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까 공이 맞더라고요. 선수들이 “연습 때는 하나도 안 맞더니 어떻게 치는 거예요?” 하면서 놀랄 정도였죠. 저는 재능이 있다기보다는 실전형 선수인 것 같아요. 지금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드래곤볼 팀과의 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쳤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시즌이 끝나기 전에 홈런 하나는 꼭 치고 싶었는데 하루에 2개라니, 저도 놀랐어요(웃음). 첫 번째는 넘어간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뛰었고, 두 번째는 ‘또 넘어갔네’ 하면서 조금 여유 있게 뛰었죠. 홈런 덕분에 팀 분위기가 확 살아난 게 가장 좋았어요. 

주장으로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요.

제가 야구선수 출신이 아니다 보니 ‘주장을 맡아도 될까’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실력이나 야구 이해도 면에서는 포수를 맡은 신소정 선수가 훨씬 더 뛰어나기도 하고요. 단체 종목은 팀 분위기와 흐름을 읽는 게 중요해요. 흐름이 좋을 때는 계속 이어 나가고 안 좋을 땐 빨리 바꾸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라인업에 들어가는 선수와 못 들어가는 선수들이 모두 긴장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내 “지금 잘하고 있다” “다음 경기에는 기회가 올 거다”라고 계속 이야기했죠. 훈련 때도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신경 썼습니다. 

송아 선수가 “온아 언니는 멘털이 정말 강하다”고 하던데요.

핸드볼에서 센터백을 오래 했는데 그 경험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센터백은 전체적인 흐름을 읽고 경기 운영을 하는 포지션이에요. 수비 전술 변화도 파악하고, 작전 지시도 하고, 슛을 던져야 할 때는 책임지고 던져야 하거든요.  

경기 때마다 상대 팀 선수들에 대한 리스펙이 느껴졌어요.

저희는 직업으로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지만, 상대 선수들은 각자 본업을 따로 하면서 야구에 대한 진심 하나로 뛰고 있는 거잖아요. 그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기 때문에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경기 끝나고 “오늘도 많이 배웠다. 고생 많으셨다”고 인사하면서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도 좋았고요. 스포츠의 매력은 그런 태도에 있다고 생각해요. ‘골 때리는 그녀들’ 이후 풋살 붐이 일었던 것처럼, ‘야구여왕’ 덕분에 야구를 해보고 싶다는 분들이 늘었다고 들었어요. 종목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게 정말 반갑더라고요. 핸드볼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도 생기면 좋겠습니다(웃음). 

홈런 치고 들어와서 박세리 단장에게 안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두 분 케미가 좋은 것 같아요. 

예능 ‘노는언니’ 이후 다시 만나서 더 반가웠어요. 이번에는 제가 주장이다 보니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나 팀 분위기를 단장님과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어요. 제가 단장님께 많이 안기기도 하고요(웃음). 단장님이 먼저 다가와 주시고 선수들 한 명 한 명 챙겨주셔서 팀 전체 분위기가 더 좋은 것 같아요.

김온아는 투타 모두에서 안정적 활약을 보여 ‘온타니’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온아는 투타 모두에서 안정적 활약을 보여 ‘온타니’라는 별명을 얻었다.

코트에 서 있었던 모든 순간이 행복 

핸드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초등학교 때 수업이 끝나면 매일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했어요. 핸드볼 코치 선생님이 “체육관 한번 놀러 오라”고 하시기에 놀러 갔다가 한 달 만에 바로 경기에 나가게 됐죠. 처음 할 때부터 너무 재미있었어요. 던지고, 받고, 뛰고, 몸싸움하고, 상대와 맞붙는 모든 요소가 다 들어 있는 ‘구기 종목의 집합체’거든요. 

‘우생순’ 팀의 막내로서, 핸드볼팀의 유산을 후배들에게 전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컸을 것 같아요.

선배들이 항상 “코트 안에서는 네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마음껏 해. 승패는 언니들이 책임질게”라고 말해주셔서 늘 든든했어요. 저는 그저 훈련에만 집중하면서 언니들을 보고 배우려고 했죠. 언니들이 이룬 성과 덕분에 저는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었어요. 이 혜택을 후배들도 계속 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고, 대표 팀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도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부상이 있어도 올림픽 티켓을 따는 과정이나 아시안게임, 올림픽 같은 큰 무대에서는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요. 대표 팀 선수로서의 책임감을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현역 시절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꼽자면요.

운동을 28년 정도 했는데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됐을 때와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을 때처럼 특별한 순간도 기억에 남지만, 힘든 훈련을 다 이겨내고 코트 위에 서 있었던 모든 순간이 그냥 행복했던 것 같아요. 

핸드볼을 정말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 ‘원 없이 뛰어보자’는 생각으로 선수 생활을 했어요. 재활 때문에 1년 넘게 핸드볼을 못 했던 적도 있고 무릎 수술을 비롯해 큰 부상도 많았는데, 그럴 때는 진짜 ‘핸드볼 꼴도 보기 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런데 몸이 회복되니까 또 코트가 그리워지더라고요. 은퇴를 앞두고는 몸 상태에 따라 1년 단위로 계약을 했는데, 그 한 해 한 해가 정말 소중했어요.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매 시즌 최선을 다했죠. 그래서 후회가 없어요. 지금도 시즌을 준비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올해 아시안게임이 있는데, 메달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아시안게임은 당연히 금메달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선수들은 매 경기 최선을 다하지만 공은 둥글고 결과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어요.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는데, 선수들이 하나로 잘 뭉친다면 충분히 다시 금메달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고, 그 부분이 잘 맞아떨어지면 다시 정상에 설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야구여왕’ 시즌 2가 제작된다면 가장 눈여겨봐야 할 선수는 누구일까요.

시즌 1에서는 송아 선수가 타격에서 맹활약했고, 장수영 선수도 정말 잘했어요. 신소정 선수는 포수로서 안정감이 굉장히 뛰어났고요. 만약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이수연 선수를 가장 기대하고 있어요. 조정 국가대표 상비군에 해병대 장교 출신인데, 후반부로 갈수록 장타가 나오기 시작했고 수비가 많이 좋아지면서 주루 역시 눈에 띄었거든요. 시즌이 끝난 뒤 본인도 굉장히 아쉬워했는데, 그만큼 욕심이 더 생긴 것 같아요. 시즌 2에서는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야구여왕 #김온아 #여성동아  

사진 박해윤 기자 뉴시스 사진출처 채널A ‘야구여왕’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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