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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전 세계 표준 된 단일공 흉부 로봇수술, 세계 최다 기록 달성”

김현구 고대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정세영 기자

2025. 11. 25

흉부 로봇수술 분야를 개척하고 단일공 로봇 표준수술 기법, 이중형광조영제 개발 등
숱한 ‘최초’ 기록을 세운 김현구 교수를 만났다.

고대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현구 교수가 단일공 흉부 로봇수술 세계 최다 ‘500례’를 달성했다. 약 5년 만에 이룬 이 성과는 국내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정밀 흉부 암 치료를 받을 수 있음을 상징한다. 

김 교수는 2012년 국내 최초 절개창 하나만으로 흉강경을 이용한 폐암 수술에 성공했다. 이후 10년 넘게 흉부 수술에 적합한 로봇수술 기기 및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며 흉부 로봇수술 분야를 선도해왔다. 2017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로봇수술기만을 이용한 폐암 수술에 성공했으며, 2019년에는 ‘로봇을 이용한 단일공 흉부종양 절제술 사례’를 미국흉부외과학회지에 최초 보고했다. 그 실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2023년 고대구로병원은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단일공 흉부 로봇수술 교육센터로 지정됐으며, 김 교수의 단일공 흉부 로봇수술이 전 세계적 표준수술로 정립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에 미국(하버드 의대 포함),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대만, 태국, 인도 등 각국의 의료진이 김 교수의 수술 기법을 배우기 위해 고대구로병원을 찾는다고 한다. 김 교수는 “영국, 덴마크, 미국, 일본 등에 직접 찾아가 현지 강의도 해주고 있다”며 “단일공 로봇 표준수술 기법을 많은 의료진에게 전수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의료계에서 로봇수술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약 100억 달러(약 13조8672억 원)였던 글로벌 수술 시장의 규모가 2030년에는 130억 달러(약 18조273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화재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전립선암 진단 고객 2596명을 분석한 결과, 수술 치료에서 로봇수술 비중이 85% 이상 압도적으로 높았다고 밝혔다. 사람보다 작고 유연한 로봇 팔, 향상된 영상·형광 기술 도입 등으로 로봇수술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누적된 임상 데이터를 통해 로봇수술의 안정성과 효율성이 입증되며 환자들의 신뢰도와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3일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파울라 교수가 김현구 교수의 단일공 흉부 로봇수술을 참관하러 고대구로병원에 방문했다.

지난해 11월 13일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파울라 교수가 김현구 교수의 단일공 흉부 로봇수술을 참관하러 고대구로병원에 방문했다.

고통 덜고 수술 성공률 높여

2023년 고대구로병원은 세계 유일 단일공 흉부 로봇수술 교육센터로 지정됐습니다. 세계 최초 기술을 보유한 비결이 있다면요.

전 세계에서 한국에 가장 먼저 허가돼서 ‘최초’라는 말이 붙은 것 같아요. 약 4~5년 정도는 우리나라에서만 유일하게 단일공 흉부 로봇수술을 시행할 수 있었거든요. 지난해 일본을 시작으로 올해 미국 등에 승인이 됐고요. 로봇수술은 회복력 증가, 후유증 감소 등 다방면에서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흉부는 로봇수술의 적용이 더딘 편이에요. 늑골(갈비뼈)로 인한 낮은 접근성, 로봇 팔 움직임의 제약 등 걸림돌이 있거든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로봇수술의 발전에 더욱 매진했던 것 같아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단일공 흉부 로봇수술에 대한 설명 부탁드려요.

하나의 절개부(보통 2~3cm)에 로봇 팔과 내시경을 삽입한 뒤 정교하게 수술을 시행하는 방식이에요. 여러 개의 구멍을 뚫는 다공 방식보다 수술은 어렵지만, 절개 범위를 좁혀 흉터를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죠. 또 앞서 언급한 통증 감소와 빠른 회복을 비롯해 출혈과 감염 위험을 낮추고, 합병증 저하 및 재원 일수를 단축시키는 등의 효과도 있습니다. 단일공 흉부 로봇수술이 도입되기 전에는 수술 후 남는 상처와 통증 등으로 힘들어하는 환자가 많았어요. 그 모습을 보니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한 수술이 오히려 환자들을 더 아프게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수술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단일공 흉부 로봇수술이 그 해결책이 될 거란 걸 깨달았죠. 이에 흉강경과 로봇 등 수술법 개발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됐습니다. 

병원에서는 주로 어떤 상황에서 로봇수술을 실행하나요. 

고난도 테크닉을 요하거나 좁은 공간에서 수술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흉강경 수술은 긴 일자 기구로 이뤄져요. 회전, 굽힘이 제한적이라 좁은 공간에서는 정교하게 움직이기 힘들죠. 하지만 로봇수술은 관절이 있는 로봇의 팔 움직임을 통해 수술을 진행합니다. 고해상도 카메라로 해당 부위를 가까이에서 볼 수도 있고요. 공간적 제약을 덜 받으면서 수술의 세밀함을 높일 수 있죠. 

면역항암제의 사용이 폭넓어지면서 로봇수술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고요. 

과거에는 암의 크기가 작고 폐에만 암세포가 있어야 폐암 수술을 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다른 장기까지 암이 번진 환자도 수술을 실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면역항암제로 암 크기를 줄일 수 있거든요. 면역항암제는 몸속 면역체계가 암을 공격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 암이 죽으면서 주변에는 염증 반응이 일어나요. 염증이 많이 생길수록 더욱 정교한 수술이 이뤄져야 하는데, 로봇이 큰 도움이 되는 거죠. 

면역항암제와 로봇수술이 만나면 암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겠네요. 

사실 로봇수술과 면역항암제가 암 환자의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 및 관련된 자료가 많진 않아요. 하지만 수술의 완성도, 임파선 절제 등을 분석한 논문을 보면 로봇수술의 성공률이 기존 수술보다 높다는 걸 알 수 있죠. 이에 로봇수술이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된 겁니다. 약물에 있어서 면역항암제가 하나의 무기라면, 수술 쪽에서는 로봇이 최신 무기가 될 수 있겠죠. 

‘이중형광조영제’로 폐암 덩어리만 “싹뚝”

미국 하버드 의대 최학수 교수와 함께 만든 이중형광조영제의 개발 계기가 궁금합니다.  

폐는 오른쪽에 3개의 엽(상엽·중엽·하엽), 왼쪽에는 2개의 엽(상엽·하엽)으로 이뤄져 있어요. 각각의 엽은 더 작은 4~5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지고요. 폐구역절제술은 암이 있는 구역만 도려내는 수술이에요. 과거에는 크기가 아무리 작아도 암이 발생한 엽 전체를 잘라냈어요. 암이 어디까지 전이됐는지 알 수 없었거든요. 이와 같은 방법은 결코 환자를 위한 게 아니에요. 암이 발생한 구역만 잘라내면 수술 부위가 작아지고, 합병증까지 줄일 수 있거든요. 이에 암과 정상 조직을 구분해주는 조영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실화를 위해 최학수 교수와 힘을 모아 이중형광조영제를 개발해냈고요.

이중형광조영제는 어떤 원리로 이뤄지나요.

이중형광조영제는 800nm 파장의 cRGD-ZW800-PEG(암 표적)와 700nm 파장의 ZW700-1C(혈류 분포 확인) 등 2가지 근적외선 형광 조영제를 동시에 활용합니다. 이를 통해 폐암 조직과 그 주변 경계면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죠. 폐암은 연두색으로, 정상 구역은 파란색으로 선명하게 나뉘어요. 실시간으로 그 경계를 확인할 수 있어 수술 중에도 활용 가능하고요. 이에 정상 조직은 최대한 보존하면서 암 조직만 정확하게 절제할 수 있습니다. 또 전임상 연구에서 두 조영제 모두 85% 이상이 투입 4시간 내에 신장을 통해 배출된다는 걸 확인했어요. 체내 안정성이 높은 거죠. 이중형광조영제는 아직 임상에서 사용하고 있지 않아요. 향후 적용되면 정밀도는 물론, 환자 삶의 질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도전하고 공부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환자들이요. 과거에는 환자의 갈비뼈를 부러뜨린 뒤 쫙 벌려서 폐 수술을 했어요. 갈비뼈를 크게 여는 게 잘한 수술이라는 관념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수술 후 비명을 지르고, 깨어나 고통스러워하며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지켜보는 게 너무 괴롭더라고요. 그때부터 수술 방법의 개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것 같아요. 환자들은 고통을 덜 받고, 수술의 성공률은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요. 아직 목표한 바를 다 이루진 못했지만 이와 같은 좋은 결과들이 도출된 것만으로도 뿌듯합니다.

최종 목표는 뭔가요.

스스로 수술하는 로봇을 만드는 거예요. 로봇이 자율주행자동차처럼 ‘암은 여기 있습니다’라는 가이드를 주거나 조심해야 할 부위, 잘라내야 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거예요. 발전되면 로봇이 직접 수술을 할 수도 있고요. 그러다 중요한 부분만 인간이 직접 개입해 해결하는 겁니다. 자율주행자동차처럼 간단한 수술을 해주는 시스템은 5년 안에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해요. 

#단일공흉부로봇수술 #이중형광조영제 #김현구 

사진 박해윤 기자 사진제공 고대구로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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