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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에 질렸다면, 알고리즘 청소할 때

윤혜진 객원기자

2025. 05. 21

재미있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는 유튜브와 SNS가 때로는 피로를 유발한다. 유튜브 유해 채널과 가짜 뉴스,
SNS 속 보기 싫은 광고들을 한 번씩 싹 정리할 필요가 있다.

“아빠, 요즘 한가한가 봐?”

유튜브를 볼 때 지켜야 하는 우리 집만의 규칙이 있다. 유튜브 중독을 막기 위해 프리미엄 요금제에 가입한 계정 하나를 온 가족이 거실 TV로 시청한다. 그러다 보니 알고리즘이 추천한 영상 리스트만 살펴봐도 누가 요즘 유튜브를 많이 시청했는지 티가 난다. 

빅테크 기업마다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특정 내용을 검색하면 검색 흔적이 캐시(cache·처리 속도를 향상하기 위해 자주 읽거나 쓰는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해두는 것)로 남아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가 선호할 만한 내용을 계속 제공해주는 식이다. 쿠팡, 네이버 등에서 특정 상품을 검색하면 SNS에 동일 상품 또는 유사한 카테고리 제품 광고가 계속해서 따라붙는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도 마찬가지다. 유튜브는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콘텐츠 시청 시간을 늘려 수익을 내는 구조다. 이용자를 붙들기 위해 인공지능(AI)이 사용자별 취향과 시청 시간, 조회수, 시청 지속 시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개개인에게 적합한 동영상을 추천한다. 따라서 알고리즘을 잘 활용하면 일일이 검색하지 않아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장점은 곧 단점이기도 하다. 보다 다양한 주제를 접할 기회를 차단한다. 예를 들어 세계대전과 미스터리 사건을 좋아하는 남편의 시청 기록이 알고리즘을 장악하면 ‘흔한남매’와 ‘헤이지니’ 같은 키즈 크리에이터들의 채널을 좋아하는 딸이 유튜브에 들어갔을 때 온갖 참혹한 전쟁과 외계인 섬네일로 도배된 추천 리스트와 마주하게 된다. 특히 알고리즘이 정치와 만났을 때는 편향성의 문제가 더욱 커진다. 정치는 신념이다. 신념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최근 알고리즘이 야기한 양극단화 현상은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알고리즘의 편향성이 가짜 뉴스 확산으로 연결되는 것도 문제다. 편향된 시각에 갇히면 객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특히 요즘 가짜 뉴스는 허무맹랑한 소설 수준도 있지만, 일정 부분 사실에 기반하거나 교묘히 짜깁기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경계가 모호한 케이스도 많다. 박창호 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알고리즘을 통해 자기 성향에 맞는 뉴스만 보다 보면 그다음부터는 내용의 가짜 여부는 중요하지가 않게 된다. 내 입맛에 맞고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을 지지해주는 채널에 대한 믿음이 강해져 오히려 가짜 뉴스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을 반박하기도 한다”면서 “이런 악영향을 막으려면 처음 콘텐츠를 접할 때 스스로 객관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현재 우리나라에선 스마트폰 이용과 관련한 윤리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학교 제도권 안에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현재로서는 집 청소하듯 온라인 세상도 스스로 깨끗하게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1. 시청 기록 삭제하고 알고리즘 역조작하기

대표적인 알고리즘 정화법은 처음부터 내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유튜브의 경우 시청 기록과 검색 기록을 저장하는 기능을 끄고 기존 기록을 삭제해 초기화하는 게 가능하다. ‘내 페이지’로 들어가 설정(톱니바퀴 모양 아이콘)을 누르면 ‘전체 기록 관리’가 있다. 구글이나 유튜브를 시크릿 모드로 이용하거나 로그인 하지 않은 상태로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알고리즘 추천을 이용하되 불필요한 추천은 걸러내는 방법도 있다. 유튜브의 경우 보기 싫은 영상이 눈에 띄면 ‘싫어요’를 누르고, ‘위 동영상 추천이 마음에 드시나요?’라는 질문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버튼을 눌러 걸러낸다. 알고리즘의 특성을 역이용해 알고리즘을 직접 변경할 수도 있다. SNS라면 피드 추천에 뜨길 원하는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일부러 나와 관점이 다른 이용자를 팔로우한다. 유튜브에서는 일부러 다양한 장르 영상을 시청하고 여러 주제를 검색한다.

2. 개인 정보 유출하지 않기

아무리 알고리즘이 나의 온라인 세상 흔적을 다 알고 있다지만, 개인 정보가 노출되면 범죄에 이용될 위험이 있다. 특히 요즘은 챗GPT 같은 AI 사용이 늘면서 개인 정보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오픈AI는 챗GPT와의 대화 내용을 학습 데이터로 직접 활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사용자가 대화 중 개인 정보를 입력한다면 그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정보보안기업 안랩에 따르면 “AI와 대화할 때는 실명,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계좌번호, 신용카드 정보, 로그인 정보 및 비밀번호, 회사 내부 기밀 및 개인적인 의료 정보 등 민감한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안랩은 출처가 불분명한 AI는 개인 정보 유출 위험이 크므로 신뢰할 수 있는 AI 모델을 사용하고, AI를 사용할 때 최신 업데이트를 확인하고 보안 관련 공지를 주의 깊게 살피는 습관을 들일 것을 추천했다. 

3. SNS 광고 제거할 수 없다면 더 맞춤으로

SNS를 보다가 광고로 샌 경험을 해본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피드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광고는 나를 너무나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SNS 알고리즘이 스마트폰 이용 기록을 바탕으로 맞춤 광고를 보여주기 때문에 지갑이 열리기도 더 쉽다. 많아도 너무 많은 광고를 싹 제거하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줄이거나 바꿀 순 있다. SNS에서 관심이 없는 광고가 나올 때마다 숨기거나 내 정보 제공하지 않기, 광고 공개 범위 설정 등을 통해 알고리즘 개선이 가능하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경우 설정에서 광고 주제를 관리해 보다 맞춤형으로 광고가 나오도록 할 수도 있다. 애드가드, 애드블록플러스, 유니콘Pro 같은 광고제거 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4. 가짜 뉴스 소비하지 않기

박창호 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오프라인의 일탈자나 범죄자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만 인터넷에서의 범죄나 일탈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고 가볍게 생각하는 편”이라며 “가짜 뉴스를 소비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퍼나르는 경우도 많은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으며 사회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니 스스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배우 김수현과 고(故) 김새론에 대해 사이버렉카들이 벌인 조회수 경쟁만 해도 그렇다. 이들은 조회수가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사실이든 아니든 일단 자극적인 콘텐츠를 뽑아낸다. 반대로 말하면 사이버렉카들의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는다면 사이버렉카 채널이 사라질 수 있단 의미도 된다. 영상을 클릭하지 않고 신고하거나 사실 확인 없이 SNS에 퍼나르지 않도록 한다.

#알고리즘 #유튜브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유튜브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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