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 무어
영화 ‘서브스턴스’.
르네 젤위거
국내에서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리즈와 ‘시카고’의 록시 역으로 친숙한 스타 르네 젤위거. 그녀가 ‘주디’에서는 까칠한 할리우드 톱스타 주디 갈런드를 연기했다. 주디 갈런드는 17세에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 역할을 맡으며 스타덤에 오른 뮤지컬 배우다. 20세기를 풍미한 톱스타지만 인생의 이면은 어두웠다. 어릴 적에는 하루에 담배 4갑을 피우면서 극단적인 식이조절을 했고, 예쁘지 않다는 평가 때문에 평생을 외모 열등감에 시달렸다. 약물남용과 알코올의존증으로 이혼을 거듭하며 생활고에 시달리다 47세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주디 갈런드의 인생이 외롭고 불행하지만은 않았음을, 대중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그녀의 음악이 전한 감동을 기린다. 르네 젤위거 역시 브리짓 존스를 연기하기 위해 10kg가량을 증량하고, 다음 작품인 ‘시카고’의 록시 역을 맡으면서는 깡마르게 살을 뺐다. 성형과 몸무게 논란에 휩싸이며 여느 할리우드 여성 톱스타들처럼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2020년 영화 ‘주디’로 16관왕을 차지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녀가 전성기를 되찾은 이유는 진정성 있는 연기였다. 젤위거는 “영화 속 실제 인물인 주디 갈런드는 이런 영광스러운 상을 누리지 못했지만, 지금 그의 유산을 기리고 있다”며 “갈런드의 유산은 전설이고 포용이다. 모든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 있었다. 우리의 영웅이었던 갈런드에게 이 상을 바치고 싶다”고 말하며 의미 있는 울림을 전했다.윤여정
2021년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74세였다. 윤여정은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에서 낯선 미국 땅 아칸소로 이동해온 제이콥(스티븐 연)의 어머니 순자 역을 맡았다. 극 중에서 윤여정은 손자들과 함께 미나리를 심고 가꾸면서 한국의 문화와 삶을 전수한다. 윤여정 역시 이방인으로 미국에서 지낸 경험이 있다. 그녀는 가수 조영남과 결혼 후 플로리다에서 가정주부로 13년을 살다가 이혼했다. 당시 38세였던 윤여정은 언어의 장벽과 이혼녀라는 낙인 때문에 플로리다의 식료품점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며 두 아들을 부양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윤여정의 재능을 인정한 작가 김수현이 연기할 것을 권유했고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의 선택이 그녀를 아카데미 상으로 이끌었다. 윤여정은 돈을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역할을 맡으며 두 아들을 키웠다. 윤여정은 아카데미상 수상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사랑하는 두 아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네요. 저를 일하게 만든 아이들이요”라며 “사랑하는 아들들아,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라고 말해 경륜이 묻어나는 위트를 뽐냈다.엠마 스톤
엠마 스톤이 ‘라라랜드’ 출연 이후 8년 만인 지난해 3월 두 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영화 ‘가여운 것들’에서 한 과학자의 손에 의해 새롭게 되살아난 ‘벨라’ 역을 맡았다. 성인 여성의 몸에 갓 태어난 아이의 정신을 지닌 벨라는 자신의 방식대로 세상과 부딪치며 성장을 꾀한다. 11세에 연극배우로 데뷔한 엠마 스톤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하이틴스타로 굵직한 활약을 보여줬다. 30대에 들어서며 ‘크루엘라’에서 악역을, ‘가여운 것들’에서 ‘벨라’ 역을 맡으며 편견을 깨고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다. 배우로서 끊임없이 성장을 도모했던 그녀의 모습은 벨라와 닮았다. 벨라는 성장을 마치고 그녀를 만든 과학자의 곁으로 돌아와 그의 죽음을 지킨다. 성장의 끝에서 시작점으로 돌아온 벨라처럼 그녀는 수상 소감을 전하며 ‘엄마’에게 감사를 표했다. “다시는 기회가 없을까 봐, 이 말을 하고 싶다”고 말문을 연 후 “엄마는 내가 아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고 매일 나에게 영감을 준다. 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미친 생각을 믿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양자경
2023년은 양자경의 해였다. 61세의 나이에 아시아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까지 휩쓸며 저력을 과시했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양자경은 아시아계 이민자 여성 에블린 역을 맡았다. 양자경 역시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집안에서 태어나 15세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미인 대회에 입상하며 연기자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다양한 문화권이 섞인 그녀의 삶은 에블린과 닮았다. 또 자신의 삶이 생명력을 다했다고 느꼈을 때 세계를 구하는 미션을 받은 에블린처럼 양자경은 60세에 전성기를 맞았다. 양자경은 “여성 배우는 나이가 들수록 주위에서 ‘은퇴 안 하냐’는 말을 많이 듣곤 한다”며 “나는 내 커리어가 자랑스럽다. 단지 나이가 많다고 여기서 일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 더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당당히 수상 소감을 밝혔다.#여성영화 #데미무어 # 여성동아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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