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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방과 후 수업 늘리는 대신 부모 근로 시간 줄여야죠” 육아하는 아빠들 ‘썬데이 파더스 클럽’

정세영 기자

2024. 10. 01

돌봄과 양육을 ‘돕는’ 아빠가 아닌, 주 양육자로서 거친 육아 세계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고 있는 썬데이 파더스 클럽 멤버들을 만났다.

매주 일요일 오후 9시, “딩동” 알림 소리와 함께 이메일이 도착한다. 서툴지만 고군분투하며 육아에 나서고 있는 아빠들의 뉴스레터 ‘썬데이 파더스 클럽’이다.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30~40대 5명의 아빠로 구성됐다. 마케터, 금융서비스 기업 콘텐츠, 투자자, 기획자 등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는 밀레니얼 아빠들로, 현재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멤버를 제외하곤 모두 일과 육아를 병행 중이다.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개인 뉴스레터를 약 2년 정도 운영하던 강혁진 씨를 중심으로 글 쓰는 아빠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모임이다. 그들은 공통 관심사인 육아를 주제로 뉴스레터를 제작한 뒤 매주 일요일 오후 9시에 구독자들에게 전달한다. 각각의 뉴스레터에는 심각한 저출생 시대에 책임감을 느낀 아빠들이 배우자와 함께 육아라는 이인삼각 경기에 뛰어든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일기 형식으로 담담하게 써 내려간 아빠들의 희로애락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면서 구독자는 약 2000명에 이르렀고, 인터뷰, 출판 등 다양한 매체의 러브 콜을 받으며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아빠 육아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썬데이 파더스 클럽 멤버들은 아이의 몸과 마음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이야기한다. 아이가 걸음마를 떼던 날, 처음 줄넘기에 성공한 날, “사랑해”라는 말을 한 순간까지. 만약 아내 혼자 육아를 도맡았다면 이 소중한 장면을 평생 모른 채 지나쳤을 것이다.

좌충우돌 육아기를 담은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곧 아빠들의 성장 일기나 다름없다. 매일 새롭게 변화하는 아이들을 대하며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더욱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반성하고 공부한다. 썬데이 파더스 클럽의 멤버 손현 씨는 “육아는 책이나 유튜브로 배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직접 육아의 세계에 발을 내디딜 때 진정한 맛을 안다는 것. 남성 육아휴직, 사회적 환경, 가사 고충 등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반응하다가도, 아이들 이야기에 “하하, 호호”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강혁진, 박정우, 손현 씨를 만나 땀내 나는 육아 일기를 들어봤다.


‌오늘 아침, 등원 전쟁 잘 치르셨나요.

손현 | 어린이집 다니는 호기심 많은 41개월 된 딸을 키우고 있어요. 아이가 기분 좋게 등원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때도 물론 있어요. 투정이나 ‘땡깡’을 부릴 때면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견뎌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웃음).

강혁진(이하 혁진) | 첫째는 37개월 된 아주 귀여운 남자아이예요. 지금 엄마의 뱃속에는 10월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될 동생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죠. 육아휴직 중인 아내와 장인, 장모님의 도움까지 받고 있어서 비교적 수월한 등원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박정우(이하 정우) |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등원 전쟁 아닐까요(하하). 저희 집은 아들만 셋이에요. 만 9세, 8세, 4세 에너자이저들이죠. 특히 첫째와 둘째가 등교 준비로 시간이 촉박한데 세월아 네월아 느긋한 모습을 보면 화가 머리끝까지 날 때도 있어요. 부드럽고 온화한 목소리로 “밥 먹자, 양치하자, 옷 입자”라고 말해도 듣지 않죠. 대답 없는 메아리입니다(웃음). 요즘은 상황이 더욱 심각해요. 개인적인 일로 가족들과 함께 캐나다에 다녀온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거든요. 아직 이사를 못 해서 경기도 일산 처갓집에서 지내고 있어요. 아이들 학교는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이라 등하교만으로도 진이 빠져요.

유명무실 ‘남자 육아휴직’ 강제라도 쓰게 해야···

일과가 만만치 않겠어요.

정우 | 오전 6시에 일어나 초등학생 아들 2명을 깨워요. 등교 준비를 시킨 뒤 7시쯤 아이들을 차에 태워 학교까지 데려다줍니다. 집에 돌아오면 아내는 곧바로 출근을 해요. 그럼 저는 막내아들을 데리고 나옵니다. 아파트 앞에서 유치원 셔틀버스를 태워 등원시킨 뒤 집에 돌아오죠. 사실 오전 일과는 순한 맛이에요. 아이들 오후 하교, 하원 시간이 요일마다 다르거든요. 보통 둘째가 1시, 첫째는 2시에 하교하고, 셋째는 4시에 하원을 해요.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지 않기 때문에 끝나는 시간을 정확히 맞춰서 픽업해야 하죠. 아이들을 각각 하교와 하원시키고, 간식 챙기고, 저녁밥 준비하고, 씻기고··· 정말 정신없습니다(하하). 하지만 곧 이사 가기 때문에 지금보단 나아질 거라 믿어요. 학교와 집이 가까운 편이라 따로 등교를 시키지 않아도 되거든요. 막내아들 등·하원만 잘 챙기면 될 것 같아요.


아내분들은 모두 일을 하시나요.

손현 | 네, 모두 워킹 맘이에요. 저와 혁진 님은 프리랜서고, 정우 님은 육아휴직 중이죠. 와이프가 일을 한다고 해서 아빠들이 전적으로 육아를 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그 비중이 조금 클 뿐이죠.


회사에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했을 때 반응이 어땠나요.

정우 | 외국계 여행 웹사이트에서 제휴 프로그램 업무를 보다가 작년에 육아 휴직했어요. 당시 회사에서는 “승진할 때도 됐으니 큰 프로젝트를 해보자, 잘 생각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솔깃했지만 육아휴직에 대한 마음이 확고했기 때문에 거절했습니다. 육아휴직을 쓰려고 찾아보니 회사 내에 관련 제도가 구축돼 있지 않더라고요. 회사도 난감해했죠. 어느 날 매니저가 저를 따로 부르더니 “육아휴직 몇 년을 쓰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한 아이당 1년씩 총 3년이라고 이야기했더니, 흔쾌히 “OK!”라고 외치더라고요. 이어서 “진작 말하지 그랬냐, 너무 힘들었겠다”며 응원해줬고요. 사실 회사에 3년이라는 기간을 제시했을 때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이었어요. 받아주면 휴직을 하고, 거절하면 퇴사까지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다행히 회사에서 배려하고 이해해줘서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됐죠.


외국은 육아휴직이 자유로운 편인가요.

정우 | 우리나라가 더 관대한 것 같아요. 아직 육아휴직을 제도화한 나라가 많지 않거든요. 아내는 홍콩에 있는 회사에 재직 중일 때 둘째를 임신했어요. 회사에 육아휴직을 요청했더니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을 주더라고요. 아내는 결국 퇴사했고 약 10년 동안 육아에 전념하다 얼마 전 다시 일을 시작했어요. 아내는 저보다 일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커요. 그렇기에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저 역시 너무 힘들었고요.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생활이 안정되자 아내는 “다시 직장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하더라고요. 저는 진심으로 환영하며 그 선택을 적극 지지해줬어요. 저 역시 고민 없이 육아휴직을 선택했어요. 아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 편히 하려면 제가 아이들을 돌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만의 시간이 거의 없고, 아이들이 맘처럼 따라주지 않을 땐 힘들기도 하지만 후회는 1도 없습니다.


손현 님은 전 직장에서 ‘남자 육아휴직 1호’였다고요.

손현 | 2022년 4월부터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했어요. 출산 후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아내를 위해 바통 터치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거든요. 당시 다녔던 스타트업에서도 육아휴직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였고요. 하지만 복직을 해보니 순탄치 않더라고요. 당시 회사에는 결혼하거나 아이를 키우는 직원이 거의 없었어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저를 보곤 “힘들겠다”며 걱정해주는 동료도 있었지만, 마음으로 공감하는 느낌은 아니었죠. 또 1년 정도 후에 복직하니 업무 등이 다른 직원들보다 뒤처져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같은 일을 해도 예전만큼의 성과가 나지 않았죠.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도 어렵고 일도 마음처럼 되지 않자 번아웃이 와서 결국 복직 1년 뒤에 퇴사했습니다.


퇴사한 것에 후회는 없나요.

손현 | 전혀요. 육아휴직을 했을 때 깨달은 부분이 있어요.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값지고 소중하다는 거예요. 현재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일과 육아가 어느 정도 균형이 잡힌 상태예요. 이 안정감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어요. 퇴사 후 돌봄과 양육 전 과정을 경험해보니 그간 깨닫지 못했던 엄마, ‘워킹 페어런츠(working parents)’의 고충에 깊이 공감하게 됐어요. 이로 인해 아내를 좀 더 이해하게 됐고, 아이와는 함께하는 시간을 더욱 진하게 보낼 수 있었죠.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거예요. 아내, 아이와의 밀도 높은 관계를 유지하며 행복 지수가 상승하고 있거든요.


남성도 육아휴직을 편하게 쓰고, 복직 후에도 업무에 잘 적응하려면 사회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혁진 | 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죠. 가장 중요한 건 업무 시간 단축이에요. 누구나 알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해결책 아닐까요? 양육자들은 하루의 시간을 쪼개서 일과 육아를 해요. 자신의 시간과 삶을 조금씩 희생하며 아이를 키우는 거죠. 양육자에게 최소한의 업무 시간을 보장하고, 그 외에는 육아에 집중할 수 있는 정책을 확실하게 만들어준다면 결혼, 출산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 거라 생각해요.

정우 | 저도 혁진 님과 비슷한 생각이에요. 부모가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죠. 돌봄교실 등과 같은 방과 후 수업이 마련됐지만, 이는 본질을 잘못 짚은 정책이라고 봐요. 아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게 아니라 부모가 회사에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게 정답이잖아요. 또 아이와 관련된 일은 모두 ‘엄마’에게 의존하는 사회 분위기도 문제예요. 미국 등 해외에서는 아이가 아프거나 행사가 있을 때 아빠가 참석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엄마도 있는데 왜 굳이 아빠가 가야 하나?”라고 이야기하는 상사들도 많습니다. 아이와 관련된 일을 대부분 엄마에게 떠넘기는 분위기로 인해 육아도 당연히 엄마의 몫이라는 인식이 확고해졌고요. 이런 마인드부터 바뀌어야 해요. 아빠도 엄마와 동등하게 육아에 참여한다는 인식이 생겨야 당당하게 육아휴직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손현 | 기간에 상관없이 남성의 육아휴직이 강제로 시행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빠들도 온전히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경험해보는 게 중요하거든요. 이로 인해 배우자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되고 공감 능력도 커지고요. 결론적으로 부부 사이도 좋아집니다. 우리나라 육아휴직 제도는 너무 잘 갖춰져 있어요. 급여도 높은 편이라 경제적으로 큰 타격이 없고요. 아빠들이 회사와 사회의 시선 때문에 이렇게 좋은 제도를 사용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예요. 이를 해결하려면 어느 정도의 강제성이 동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육아는 누구의 몫이 아닌 부모 모두의 ‘의무’

수유실, 화장실 등 아빠 혼자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 불편함도 많을 것 같아요.

혁진 | 몇 주 전 아이와 함께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백화점에 갔어요. 기저귀 갈 시간이 돼서 남자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기저귀 갈이대가 없는 거예요. 알아보니 특정 층의 남자 화장실에만 기저귀 갈이대가 설치돼 있더라고요. 또 어느 아웃렛에서 아이에게 이유식을 주기 위해 수유실에 갔는데, 문 앞에 ‘아빠 입장 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더라고요. 너무 화가 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수유실이 오직 엄마와 아이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잖아요. 육아하는 아빠들을 위한 사회적 환경과 배려가 많이 미흡하다고 느꼈어요.


체력적으로 보면 아빠가 엄마보다 아이를 더 잘 키울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손현 | 맞아요. 체력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몸이 힘들면 감정 컨트롤이 안 돼서 아이에게 짜증을 내기도 하니까요. 사실 가장 좋은 건 엄마와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예요. 아이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엄마와 아빠는 ‘부모’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아이에게 바라는 것, 추구하는 가치 등은 대부분 달라요. 각자의 시선에서 캐치한 것들을 공유하다 보면 그간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 아이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혁진 | 저는 반대로 묻고 싶어요.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을까요? 이 세상 모든 아이는 자기가 원해서 태어나지 않았어요. 오로지 부모의 선택으로 세상에 나왔죠. 부모는 당연히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훗날 아이에게 “태어나서 좋아?”라고 물었을 때 “좋아”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잘 키워야 하는 건 엄마나 아빠, 누구 한 사람의 몫이 아니에요. 모든 부모의 의무죠. 현실적으로 육아는 체력이 좋은 아빠가 더 잘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세심하게 아이의 마음을 챙길 수 있는 건 단연 엄마인 것 같아요. 결국은 부부가 함께 아이를 돌보는 게 최선인 거죠.


육아하면서 스스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혁진 | 삶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저는 원래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꿈도 못 꿉니다(웃음). 무엇보다 저와 아내, 장인, 장모님과 함께 아이들을 돌보면서 가족 간의 유대가 돈독해졌어요. 육아 선배들이 아이를 낳으면 인류애가 생긴다고 하던데, 요즘 그 속뜻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손현 | 살림과 육아에 적극 참여하게 된 거요. 아빠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 ‘나 정도면 정말 많이 도와주는 거야’래요. 저 역시 육아휴직 전까지 같은 마음이었어요. 하지만 살림과 육아에 깊이 개입해보니 그동안 해왔던 건 빙산의 일각이더라고요. 제가 회사에 다닐 때 이 모든 걸 오로지 혼자 책임졌을 아내를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미안해요. 직접 해보니 아무리 열심히 해도 티가 안 나는 게 살림이더라고요. 육아는 말할 것도 없고요. 이런 상황들을 체험하면서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살림과 육아는 부부가 함께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미숙하지만 열심히 돕고 있어요.


뉴스레터를 아내분들도 보시나요.

손현 | 초반에는 원고를 일부러 각자의 배우자에게 읽어보게 했어요. 너무 주관적인 시선으로 일기를 작성하면 구독자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요. 누구보다 날카로운 아내의 의견 덕분에 글의 중심을 지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은 거의 안 읽어요. 대신 “육아 일기를 쓴다고 시간을 따로 빼달라고 하지 마”라고 이야기하죠(웃음).


초등학생 아이들은 뉴스레터를 직접 읽어볼 수도 있겠네요.

정우 | 아이들이 육아 일기를 본 적은 없어요. 대신 제가 가끔 아이들에게 읽어주는데 엄청나게 신기해하더라고요. “아빠 내가 그랬었어?” “아빠가 많이 힘들었겠네” “내가 그때 왜 그랬냐면···”처럼 당시 상황을 다시 한번 설명하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내비치기도 해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육아 일기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시간이 없었다면 아이들의 솔직한 감정과 생각을 알지 못했을 테니까요.


성별도 나이도 다른 아이들을 키우는 5명의 아빠가 모여 육아 일기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요. 부담스럽기도 할 것 같아요.

혁진 | 사실 당황스러울 때가 많아요. 육아 일기를 쓰는 것이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주목받을 일인가 싶고요. 한편으론 그동안 아빠들의 육아 스토리가 얼마나 없었으면 이런 반응이 올까 싶기도 합니다. 요즘 사회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저출산이에요. 얼마 전 한 북 토크에서 아빠들의 육아, 가사 참여 시간이 늘어날수록 출산율이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썬데이 파더스 클럽의 육아 일기를 통해 아빠들이 가사에 참여하고, 육아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통해 얻게 된 점이 있다면요.

손현 | 요즘 저희 아이는 자기 세계 꾸미는 걸 좋아해요. 작은 박스 안에 자신이 좋아하는 인형, 장난감 등을 담은 뒤 이불을 덮어놓죠. 그러고는 혼자서 역할놀이를 하는데 그 모습이 꼭 저를 닮은 거예요. 제가 조금 큰소리를 내면 아이도 인형에게 언성을 높여요. 또 “사랑해” “고마워” 같은 예쁜 말을 하면 인형에게 가서 똑같이 이야기해주죠. 그걸 보면서 ‘내 말과 행동이 아이에게 생각보다 큰 영향을 주는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제 모습을 미러링하는 아이를 보니 좋은 영향력만 전해주고 싶더라고요. 그 시작은 긍정적인 마인드인 것 같아서 최대한 좋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해요. 그랬더니 이전에 비해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게 된 것 같아요.


출산을 망설이는 부부에게 한마디 해준다면요.

혁진 | 솔직히 출산을 권하는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사정, 경제 상황, 제도 미흡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으니까요. 가족들이 도와주고 있는 저희 가정은 정말 복 받은 케이스죠. 맞벌이 가정에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아이를 키우는 건 절대 쉽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만약 누군가 아이 낳는 게 정말 행복하고 좋은 일인지 묻는다면 “너무 좋다!”고 이야기할 것 같아요. 양육자의 행복 최대치가 비양육자보다 200, 300%는 더 높다고 확신할 수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에 대한 행복을 많은 사람이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물론 힘들고 어려운 순간도 있어요. 하지만 그 시간은 아이가 주는 행복으로 말끔히 지울 수 있어요. 저는 요즘 ‘아이를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지?’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만큼 아이는 너무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거든요.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다둥이 가족만의 행복은 무엇일까요.

정우 | 저는 요즘 ‘내일 죽어도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안정감이 생기거든요. 지금은 3명의 아이가 삼각형처럼 뾰족하게 거의 매일 다투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로가 가장 좋은 친구라는 걸 깨닫게 될 거예요. 그럼 하나의 동그라미로 이어져 더욱 유연한 관계가 되겠죠. 서로 싸우다가도 가장 힘든 순간에 도움을 청하고 함께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나중에 아내와 제가 없어도 3형제가 서로 의지하며 잘 살아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말을 주위에 하면 “넷째도 낳을 계획 있어?”라고 물어봐요. 그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합니다. “절대 없어(하하)!” 저희 가족은 지금이 딱 좋아요.


#썬데이파더스클럽 #아빠육아 #육아일기 #여성동아

‌사진 이상윤 
‌사진제공 썬데이 파더스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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