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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예능 라이벌’ 나영석 vs 김태호 부동산 투자 안목 비교

김명희 기자

2024. 09. 25

나영석 PD와 김태호 PD가 속한 콘텐츠 제작사가 각각 서울 논현동과 청담동에 수백억 원에 달하는 건물을 매입했다. 대한민국 예능 양대 산맥의 부동산 투자 안목을 따라가 봤다. 

김태호 PD와 나영석 PD가 지나온 길을 살펴보면 정반대의 방향으로 똑같은 궤적을 그리는 데칼코마니 같다. 1975년 충남 보령(김태호), 1976년 충북 청주(나영석)에서 태어난 두 사람은 각각 명문 사학 라이벌인 고려대(신문방송학과)와 연세대(행정학과)를 졸업했다. 나이는 김태호 PD가 한 살 많지만 나영석 PD가 초등학교에 조기 입학했기 때문에 같은 94학번이다. 대학을 마친 후 김 PD는 MBC, 나 PD는 KBS에 입사해 주말 예능 양대 산맥인 ‘무한도전’과 ‘1박 2일’을 이끌며 스타 PD로 입지를 다졌다. 지상파 방송사를 떠난 후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하는 점도 닮았다. 두 사람이 속한 회사가 각각 서울 강남 노른자위 땅인 청담동과 논현동의 부동산을 매입해 눈길을 끈다.

논현동 고급 주택가에 나타난 토롱이, 에그이즈커밍 사옥

‘나영석 사단’이 설립한 에그이즈커밍의 논현동 사옥.

‘나영석 사단’이 설립한 에그이즈커밍의 논현동 사옥.

나영석 PD가 속한 콘텐츠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은 지난 2021년 12월 서울 논현동에 자리한 토지 면적 584㎡(177평), 연면적 1808㎡(547평) 규모의 다가구주택을 200억 원에 사들여 지하 3층~지상 3층 건물로 리모델링 후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다. 건물 소유주는 에그이즈커밍의 임원 고중석 대표가 운영하는 시설관리 및 임대 서비스업 회사 ‘여행큐’다. 해당 건물은 논현동 가구 거리 뒤쪽 고급 주택가이자 2020년 공매로 넘어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 한때 최태원 SK 회장이 살았던 자택 등이 자리한 곳으로 정재계 인사들이 주로 거주한다.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영화사, 스튜디오, 헤어 숍 등도 들어와 있다.

단독주택을 개조한 멋진 건물들 사이에서 에그이즈커밍 사옥은 독특한 존재감을 보인다. 달걀노른자를 연상케 하는 연노란색 외벽에, ‘뿅뿅 지구오락실’ 마스코트 캐릭터인 토롱이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2층 창문에는 “경축 나영석 백상”이라는 ‘깨알 자랑’ 글자도 내걸려 있다. 나 PD는 지난 5월 열린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자예능상을 수상한 바 있다.

에그이즈커밍은 이명한 대표와 나영석 PD, 이우정 작가, 신원호 PD 등 일명 나영석 사단이 주축이 돼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다. 에그이즈커밍은 ‘강식당’ ‘삼시세끼 산촌편’ ‘슬기로운 의사생활’ ‘뿅뿅 지구오락실’ ‘서진이네’ 등의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구독자 658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십오야’를 비롯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나영석 PD는 지난 5월 ‘밥이나 한잔해’에 출연해 사옥 매입 배경에 대해 “원래 tvN이 상암동에 위치하니까 다 상암동 근처에서 일했는데, 너무 일하기 어렵게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냥 건물을 하나 만들어서 다 합치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 프로그램 제작과 편집은 밤낮이 따로 없는 일이라 근무 시간이 불규칙하고 야근도 많다. 업무 효율과 직원들의 워라밸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사들였는데 3년 사이 가격이 급등해 자산 가치도 높아졌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논현동 부동산 가격이 2021년 대비 30% 정도 상승, 에그이즈커밍 사옥의 시세도 300억 원으로 추정된다. 3년 만에 100억 원이나 오른 셈이다. 등기부등본상에는 약 180억 원의 채권최고액이 설정돼 있다. 통상 대출의 120% 수준에서 채권최고액이 설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에그이즈커밍은 매입가의 75%인 150억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보인다. 청담동 부동산중개회사 메이커스의 최성진 팀장은 “강남 빌딩을 매입하는 자산가들은 대부분 대출을 가능한 한 최대로 받는다. 임대 수익보다 이자 비용이 높지만, 자산 가치 상승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흥민 펜트하우스 옆에 신축 중인 테오 빌딩

테오의 청담동 사옥은 철거 후 신축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테오의 청담동 사옥은 철거 후 신축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태호 PD가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 테오(TEO)도 지난 3월 서울 청담동 압구정로데오역 뒤쪽에 토지 면적 808.89㎡(245평), 연면적 1759.04㎡(532평)짜리 부동산을 사들였다. 해당 부동산은 원래 6세대(각각 65평) 규모의 노후한 대형 연립주택이었는데 테오는 각 세대를 50억 원씩, 총 300억 원에 매입했다. 청담동 부동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연립주택은 지난해 340억 원에 매물로 나왔으나 다세대주택인 탓에 취득세 중과 대상이라 매수자가 나서지 않다가 이번에 테오와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매도인 가운데는 유명 작가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등기부등본상 채권최고액 288억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된 것으로 미루어 보면 매입가의 약 80%인 240억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이 건물은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이다. 강남구청이 공시한 바에 따르면 지하 2층〜지상 5층(연면적 2849㎡)의 업무 빌딩으로 신축될 예정이다. 메이커스 최성진 팀장은 “테오가 매입한 부동산은 경사로에 위치해 지하 1층도 반대쪽에서 보면 지상으로 노출된다. 따라서 지상 5층 건물이라도 사실상 6층으로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팀장은 “테오가 사들인 부동산 인근은 고급 주택 단지였으나 최근에는 상업용 건물 매입 문의가 늘고 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관련 회사들의 수요가 많다. 하지만 건물을 신축할 만한 부지가 많지 않아 희소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배우 차태현도 최근 아내 최석은 씨가 대표로 있는 차앤최엔터테인먼트 명의로 지하철 압구정역 근처의 다가구주택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졌다.

테오가 매입한 건물은 특히 입지가 뛰어나다. 청담동 언덕에 자리 잡고 있어 요새 같은 느낌이 나면서도 한강과 성수동, 멀리 강북과 북한산까지 조망이 가능하다. 인근에는 스타일리스트 정윤기가 이끄는 인트렌드 사옥을 비롯해 고급 헤어 숍과 주얼리 숍, 레스토랑 등이 있으며 고급 빌라도 많다. 특히 바로 옆에는 ‘하이엔드 주택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에테르노 압구정이 들어설 예정이다. 프리츠커건축상을 수상한 스페인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가 설계한 에테르노 압구정은 총 29세대로, 1세대당 분양가가 200억~800억 원에 달한다. 축구선수 손흥민이 400억 원에 그랜드 디럭스 펜트하우스를 분양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에테르노 압구정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며 2028년 완공 예정이다. 바로 옆에 고급 주택이 들어설 경우 테오 빌딩의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태호 PD는 지난 2021년 MBC를 떠난 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테오를 설립하고 ‘서울체크인’ ‘지구마불 세계여행’ ‘댄스가수 유랑단’ ‘데블스 플랜’ ‘살롱드립’ ‘My name is 가브리엘’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유튜브 채널 테오의 구독자 수는 109만 명이다.


#나영석 #김태호 #청담동 #논현동 #여성동아

‌사진 김도균 뉴스1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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