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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여행에 감성 한 스푼 더하기, 휴가지 미술관 투어

김명희 기자

2024. 07. 03

낯선 곳에선 모든 감각이 예민해진다. 여행지에서의 미술관 방문이 더 낭만적인 이유다. 어쩌면 여행의 이유가 될 수도 있을 올여름 휴가지 미술관 투어 리스트. 

강원도 강릉
| 솔올미술관 | ‘아그네스 마틴: 완벽의 순간들’

솔올미술관 전경

솔올미술관 전경

아그네스 마틴의 ‘무제’(캔버스에 유채 및 금속 페인트, 페이스갤러리).

아그네스 마틴의 ‘무제’(캔버스에 유채 및 금속 페인트, 페이스갤러리).

‘커피의 도시’ 강릉이 지난 2월 개관한 솔올미술관 덕분에 ‘아트’라는 또 하나의 매력적인 여행의 이유를 갖게 됐다.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백색의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설립한 마이어 파트너스가 설계를 맡은 솔올미술관은 그 자체로 유리 파사드와 물, 나무, 빛이 어우러진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개관전으로 루치오 폰타나의 전시를 열렸던 솔올미술관은 미국 여성 미술가 아그네스 마틴을 두 번째 작가로 선정해 리움미술관, 오사카 국립국제미술관, 뉴욕 휘트니미술관 등이 소장한 그의 주요 작품 54점을 공개한다. 작가는 원형, 삼각형, 사각형과 같은 기하학적 언어와 차분한 색상에서 시작해 선과 격자 형태로 나아가며 순수 추상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1964년에 제작된 ‘나무’는 이러한 마틴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주는 혁신적이고 미니멀한 작품이다.

기간 ~8월 25일(월요일 휴관) 
위치 강원도 강릉시 원대로 45
입장료 1만 원(어린이, 청소년, 만 65세 이상, 강릉 시민 등은 할인)

경기도 양평
| 구하우스미술관 | ‘유쾌한 FAKE’

미술관 한가운데 명품 브랜드의 쇼핑백이 놓여 있다. 자세히 보니 종이 가방이 아니라 청동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품(씨킴의 ‘Shopping Bag’)이다. 쇼핑백을 둘러싼 테이프, 택배 용지까지 청동으로 제작해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보인다. 줄 하나에 의지해 허공에 위태롭게 떠 있는 육중한 바위는 알고 보면 스티로폼 조각(이태수의 ‘Stone’ 시리즈)이고, 곰 인형인 줄 알았던 오브제는 비닐 봉투를 쌓아놓은 것(김홍석의 ‘Bearlike Construction’)이다. 북한강 드라이브 코스에 위치한 양평 구하우스미술관은 씨킴, 이태수, 김홍석, 다니엘 피르망 등 작가 10명의 작품 20여 점을 모아 진실과 환상의 경계를 탐구하는 ‘유쾌한 FAKE’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다시 성찰하고, 반전과 위트의 미학을 공유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이토록 창의적인 ‘페이크’라면 속아도 기분 좋을 듯.

기간 ~8월 25일(월~화요일 휴관) 
위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무내미길 49-12
입장료 1만5000원(어린이, 청소년, 양평 군민 등은 할인)

부산
| 부산근현대역사관 | ‘부산의 기억, 도시스케치’

사진작가 문진우는 부산의 변화하고 성장하는 풍경을 고집스럽게 기록해왔다.

사진작가 문진우는 부산의 변화하고 성장하는 풍경을 고집스럽게 기록해왔다.

‘부산’ 하면 해운대 바다와 달맞이길, 깡통시장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부산시립미술관(이우환공간 제외한 본관은 리노베이션으로 휴관 중), 부산현대미술관 등 수준 높은 전시를 여는 미술관이 많아 아트 투어를 하기에도 좋은 도시다. 이 가운데 한국은행 부산 본관 자리에 문을 연 부산근현대역사관에선 개발과 성장 속에서 잊힌 부산의 도시 풍경을 만나볼 수 있는 뜻깊은 사진전이 개최된다. 문진우 작가가 30년 동안 촬영한 사진을 선보이는 ‘부산의 기억, 도시스케치’가 그것이다. 철길마을, 돌산마을, 용호농장마을 등 개발로 인해 사라진 부산의 옛 마을 풍경, 높은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도시화 이전 낙동강과 바닷가 마을 풍경 그리고 그 안의 정겨운 사람들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기간 ~8월 11일(월요일 휴관) 
위치 부산시 중구 대청로 104 
입장료 무료

천안
| 천안시립미술관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민화적 요소와 대중문화를 결합한 아트놈의 작품을 비롯한 전시 풍경.

민화적 요소와 대중문화를 결합한 아트놈의 작품을 비롯한 전시 풍경.

천안은 자동차나 고속버스를 이용해 장거리 여행을 할 때 자주 지나게 되는 교통 요지. 평소엔 휴게소에 들러 호두과자를 사는 데 그쳤지만 이번에는 도시 속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보면 어떨까. 천안시립미술관에서 지난 5월 열린 ‘천안 K-컬처 박람회’와 연계한 특별 기획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개최한다. K-팝, K-드라마 등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이 시대, ‘한국미술에서의 전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전시다. 민화적 요소와 대중문화, 캐릭터를 결합하고 원색을 사용해 독특하고 재미있는 화면을 구성하는 아트놈, 한국의 전통미술에 미디어아트를 접목해온 김혜경, 질감 있는 페인팅을 활용해 한국 전통 자수 같은 화면을 구사하는 송광연, 도심 속 건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해 산수화를 동시대적으로 풀어내는 이정배 등 한국적 아름다움을 소재로 세계 미술계와 소통하는 작가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미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기간 ~9월 8일(월요일 휴관) 
위치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성남면 종합휴양지로 185 
입장료 무료

제주
| 국립제주박물관 |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 이건희 회장 기증 특별전’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전이 열리고 있는 국립제주박물관의 동자석 정원.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전이 열리고 있는 국립제주박물관의 동자석 정원.

고(故) 이건희 회장의 기증 유물 제주궤.

고(故) 이건희 회장의 기증 유물 제주궤.

2020년 작고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기증품 2만1000여 점 가운데 엄선한 대표 문화유산 360여 점을 소개하는 전시로, 수집가의 환대, 수집가의 몰입, 수집가의 성심 등 3개 파트로 구성되었다. 제주산 붉가시나무로 짠 반닫이 ‘제주궤’, 1404년 제주에서 간행한 현존 최고(最古) 도서인 ‘황석공소서(黃石公素書)’ 등 제주 관련 작품들은 고 이건희 회장의 컬렉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가늠하게 한다. 무구정탑 안에서 1824년 출토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금동판에 새겨진 ‘국왕경응조무구정탑원기’를 추사 김정희가 기름종이로 실제와 똑같이 모사한 62면짜리 서첩도 선보인다. 1934년 사진으로 공개된 이후 실물은 90년 만에 처음 소개되는 것이라 의미가 각별하다. ‘동자석 정원’에선 온화한 표정의 제주 돌사람과 여름 풀꽃들을 만날 수 있다. 사전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하니, 제주 여행 중 시간이 나면 훌쩍 들러도 좋을 듯하다.

기간 ~8월 18일(월요일 휴관) 
위치 제주도 제주시 일주동로 17 
입장료 무료


#여행 #전시 #갤러리 #여성동아

사진제공 구하우스미술관 국립제주박물관 부산근현대역사관 솔올미술관 천안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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