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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K-관광 이어 K-패션 부흥 이끄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김명희 기자

2024. 02. 27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달라졌다. 조용히 경영 행보를 이어가던 예전과 달리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으로, 경영인으로 대중과 접점을 늘리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2024 코리아그랜드 세일’ 개막 행사에서 원밀리언의 안무를 따라하고 있는 이부진 사장

‘2024 코리아그랜드 세일’ 개막 행사에서 원밀리언의 안무를 따라하고 있는 이부진 사장

2월 초 인스타그램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한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 부르는 모습이 공개됐다. 삼성가의 맏딸이자 경영인으로 늘 조용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왔던 그동안의 이미지와는 다른 행보에 해당 게시물에는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은 2월 3일 열린 ‘호텔신라의 맛있는 제주 만들기’ 10주년 행사에서 촬영한 것이다. ‘맛있는 제주 만들기’는 신라호텔이 보유한 조리법, 서비스 교육 등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식당 시설과 내부 인테리어 등을 개선해 영세 식당들의 자립을 도와주는 지역 상생 프로젝트다. 2014년 2월 1호점 ‘신성할망식당’을 시작으로 26개 식당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제주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거듭났다. 이 프로젝트의 수혜를 입은 점주들이 다른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활동에 나서면서 나눔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작 단계부터 이 행사를 직접 챙겨온 이부진 사장으로서는 10주년이 각별할 수밖에 없을 터. 그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열창한 건 그만큼 이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방증이다.

호텔신라의 맛있는 제주 만들기’ 10주년 행사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

호텔신라의 맛있는 제주 만들기’ 10주년 행사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 맡아 관광산업 진흥 위해 종횡무진

 ‘K-관광협력단’ 출범식에 참석, 나란히 자리한 이부진 사장(왼쪽 끝)과 김건희 여사.

‘K-관광협력단’ 출범식에 참석, 나란히 자리한 이부진 사장(왼쪽 끝)과 김건희 여사.

재벌가 인사들의 행보는 베일에 가려진 경우가 많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이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긴 하지만 ‘소탈하고 격의 없는 행보’라는 긍정 평가 뒤엔 구설과 돌발 상황에 대한 우려가 따라붙는다. 이부진 사장도 불과 얼마 전까지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극도로 꺼려왔다. 호암상 시상식을 비롯한 삼성가 행사, 호텔신라 주주총회 등을 제외하고 카메라 앞에 서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2월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에 선출된 이후 달라진 스탠스가 엿보인다. 한국 관광 진흥을 위한 각종 행사와 간담회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것.

한국방문의해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 협력을 통한 공익사업을 추진하는 관광 분야 민관협력 조직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이 역대 위원장을 맡았다. 코로나19로 관광 경기가 위축되면서 4년 동안 공석이었던 자리를 이어받은 만큼 신임 위원장은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부진 사장은 2001년 호텔신라에 부장으로 입사해 20년 넘게 회사를 이끌어왔기에 관광 및 면세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가 탁월하다. 2015년 메르스 사태, 2017년 사드 배치 등으로 중국 관광객이 감소할 때마다 중국 현지를 방문해 여행업계 관계자들을 설득, 활로를 찾아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국 관광산업 부흥을 책임져야 할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전문성이나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이부진 사장 이상의 적임자를 찾기는 힘들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해 3월 2일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열린 ‘2023~2024 한국방문의 해의 K-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민·관 전략 간담회’에서 “문화예술·K-팝·게임·공연·스포츠 등 K-컬처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묶어 전 세계에 판매하고, 항공·쇼핑·음식·숙박 등 관광업계의 역량을 결집해 K-관광이 우리 경제의 ‘퍼스트 무버’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5월 23일 열린 ‘K-관광협력단’ 출범식에서는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명예위원장으로 추대된 김건희 여사와의 투숏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올해 1월 11일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2024 한국방문의 해’ 첫 행사인 ‘2024 코리아그랜드세일’ 개막 현장을 찾아 행사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 사장은 “겨울철 방한한 관광객들에게 한국에서의 특별한 경험과 뜻깊은 추억을 마련해주기 위해 많은 행사를 준비했다”며 “방문위가 관광업계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시금 다짐했다. 이부진 사장이 이날 개막 공연에 나선 원밀리언의 댄스 안무를 참석자들과 함께 따라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장학재단 행사에서 입은 국내 브랜드 의상 화제

이부진 사장은 두을장학재단의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국내 브랜드 딘트의 10만원대 의상을 입어 화제가 됐다.

이부진 사장은 두을장학재단의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국내 브랜드 딘트의 10만원대 의상을 입어 화제가 됐다.

지난해부터 두을장학재단을 이끌게 된 것도 대외 활동이 늘어난 요인 중 하나다. ‘21세기를 이끌 여성 리더 육성’을 목표로 하는 두을장학재단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부인 박두을 여사가 “어려운 역경 가운데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돕겠다”는 뜻으로 남긴 유산을 바탕으로 2000년 설립됐다. 원래는 삼성가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이사장직을 맡아 17년간 재단을 이끌었다. 이 고문이 2019년 별세한 후에는 선우영석 전 한솔그룹 부회장이 이사장직을 이어받았다. 이부진 사장은 고모인 이인희 고문 별세 이후 줄곧 고민하다 지난해 2월 이사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 1월 4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대강당에서 열린 두을장학재단 2024년 장학증서 수여식에도 직접 참석했다. 이 사장은 학생들에게 일일이 장학증서를 수여하고 기념촬영을 하며 미래 여성 리더가 될 이들의 꿈을 응원했다. 이날 이 사장이 착용한 그레이 컬러 슈트도 큰 화제가 됐다. 값비싼 명품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국내 브랜드 딘트 제품으로 가격(11만9700원)도 합리적이었다. 이부진 사장이 국내 브랜드 제품을 입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해당 쇼핑몰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했고, 특히 이 사장이 착용한 아이템은 판매량이 300배나 늘었다고 한다. 신수진 딘트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이부진 사장이 딘트 옷을 입게 된 경위는 알지 못하지만, 우리 제품을 선택해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딘트 관계자는 “어떤 인플루언서 마케팅과도 견줄 수 없는 효과”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국내 패션계에서는 “이부진 사장이 K-관광뿐 아니라 K-패션 전도사로도 나서면 좋겠다”는 바람이 나오고 있다.

이부진 사장의 활발한 공적 대외 활동 배경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 경영인으로서의 책임감이 자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부진 사장은 모친 홍라희(7조3963억 원) 전 리움미술관 관장에 이어 우리나라 여성 주식 부호 2위(6조334억 원)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경제 주간지 ‘포브스‘가 선정한 ’2023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The World’s Most Powerful Women)‘ 가운데 82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여성 중에는 이부진 사장과 최수연 네이버 사장(96위), 2명이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부진 #한국방문의해 #딘트 #여성동아

사진 뉴스1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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