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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코캥’ 정다원 크로스핏 선수 “운동 잘하는데 복근은 중요하지 않아요!”

오홍석 기자

2023. 04. 07

“크로스핏이 뭐길래 다들 저렇게 운동을 잘해?”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크로스핏 선수들을 보며 시청자들이 한 번쯤 가졌을 궁금증이다. 국내 정상급 크로스피터 정다원 선수를 통해 크로스핏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정다원 선수는 “링 머슬업을 하는 할머니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정다원 선수는 “링 머슬업을 하는 할머니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팔굽혀펴기와 스쾃이 합쳐진 ‘버피’ 20개를 단숨에 끝낸 정다원 선수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천장에 매달린 링을 두 손으로 잡아챈다. 흔들리는 링에 매달려 몸을 위아래로 흔들더니 이내 링 위로 올라간다. 고난도 체조 동작 ‘링 머슬업’을 30초 만에 8개를 해내고 바닥에 착지한다. 정 선수는 오랜 시간 유산소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심폐지구력, 고난도 체조 동작 수행에 필요한 협응력이 매우 뛰어나다. 그뿐 아니다. 100kg이 넘는 바벨을 너끈히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아마추어 역도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을 정도로 근력도 대단하다. 다양한 신체 능력을 고루 갖춘 ‘팔방미인’을 추구하는 크로스핏(cross fit)의 롤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사전적 의미의 크로스핏은 심폐지구력, 유연성, 협응력, 근력 등 다양한 신체 능력을 육성할 목적으로 맨몸운동, 역도, 체조, 유산소운동을 크로스(cross)해 만든 운동법이다. 대체로 짧은 시간 동안 고강도의 인터벌 트레이닝(무산소운동과 유산소운동을 혼합하는 훈련법) 방식으로 진행한다. 보통 ‘오늘의 운동(WOD·Workout Of the Day)’이 출제되면 각자 소화 가능한 무게와 동작을 설정해 프로그램을 이어간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 기록으로 경쟁이 가능하다. 크로스핏에는 수많은 동작이 있고 WOD 프로그램은 매번 변경돼 자연스럽게 여러 신체 능력이 향상되면서 갖가지 기술을 학습하게 된다.

크로스핏의 가장 권위 있는 대회는 ‘크로스핏 게임즈(이하 게임즈)’다. 게임즈는 전 세계 누구나 참여 가능한 온라인 예선, ‘오픈(Open)’으로 포문을 연다. 오픈에서 기록이 좋은 사람들이 상위 라운드에 진출해 지역별, 대륙별로 예선을 치른 뒤 결승전인 게임즈에서 ‘지구에서 가장 건강한 사람(Fittest Person on Earth)’이라는 타이틀을 두고 경쟁한다. 올해 오픈은 2월에 시작해 3주간 치러졌는데, 이번 오픈에서 아시아 1위를 차지한 사람이 다름 아닌 한국의 정다원 선수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 크로스핏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국내 최고 실력자를 수소문했다.

“크로스핏, 실생활에 밀접한 신체 능력 길러줘”

정다원 선수의 별명은 ‘코캥’. ‘코리안 캥거루’의 줄임말이다. 2019년 미국 마이애미 대회에 참가했을 당시 현지에서 얻은 별명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그는 “하체가 좋고 승모근이 발달해서 캥거루라는 별명을 붙여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크로스핏은 국제 대회가 많은 편인데 그는 한국인임을 강조하고 싶어 앞에 ‘코리안’을 붙였다고 한다.



현재 그는 명실공히 아시아 대표 크로스핏 랭커지만 처음부터 크로스핏 선수를 꿈꾼 것은 아니다. 그는 어떻게 이토록 강한 신체 능력을 가지게 됐을까.

원래 크로스핏 선수가 꿈은 아니었다고요.

원래 활동적이고 운동을 좋아해서 체대에 갔지만 선수가 꿈은 아니었어요. 크로스핏은 21세 때 시작했고 그저 즐겨하는 취미였죠. 학교 졸업 후에는 경찰특공대에 들어가는 게 꿈이었어요. 경찰이란 직업이 안정적이고, 대테러 진압 현장에 나가는 게 아니라면 매일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어떤 계기로 크로스핏 선수가 됐나요.

워낙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 중에도 크로스핏을 했어요. 그래도 공부가 우선이니 운동에는 하루 딱 1시간만 할애했죠. 그런데 오픈 기간에 코치님들이 기록을 측정해보라고 권해서 해봤는데, 한국 1등을 한 거예요. 그때 부모님께 말씀드렸죠. 저는 경찰이 아니라 크로스핏 선수가 돼야 할 것 같다고요.

주로 남자 선수들과 훈련하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주변에 같이 훈련할 만한 여자 선수가 부족한 게 그 이유죠. 그런데 남자 선수들에게 배우는 게 많아요. 제가 원래 체조 동작이 약했는데 주변에 체조를 잘하는 코치님들이 계셔서 그분들게 많이 배웠어요.

흔히 3대 기록이라고 하는 스쾃·데드리프트·벤치프레스 기록이 궁금해요.

저는 최고 무게를 잘 측정하지 않아요. 좀 지난 기록이지만 스쾃은 315파운드(143kg), 데드리프트가 375파운드(170kg), 벤치프레스가 165파운드(75kg)예요.

힘이 세지는 정다원 선수만의 방법이 있다면요.

말씀드렸다시피 자세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 역도는 선수 출신 코치님을 찾아가 따로 배웠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먹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예전에는 복근도 유지하고 싶고 몸이 커지면 옷태도 안 나올 것 같아 먹는 양을 조절했어요. 최근에는 몸이 커지더라도 운동에 도움이 된다 생각하면서 많이 먹고 있어요. 제가 식성이 엄청 좋거든요. 햄버거를 한 번에 10개씩 먹을 때도 있었고, 피자도 혼자서 한 판은 먹어요(웃음).

몸이 무거워지면 힘은 세도 다른 운동에 지장이 있지 않나요.

지방이 아닌 근육량을 천천히 늘리는 방식으로 몸을 키우면 괜찮아요. 오히려 체조 동작은 힘이 세지면 더 잘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저만의 비법이 있다면, 운동 전에 꼭 땅콩버터를 챙겨 먹어요. 땅콩버터는 영양도 풍부하고 좋은 에너지원이 다량 들어 있거든요. 운동 능력 향상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정다원 선수가 고난도 체조 동작인 링 머슬업을 수행하고 있다.

정다원 선수가 고난도 체조 동작인 링 머슬업을 수행하고 있다.

크로스핏은 어떤 운동인가요.

크로스핏은 종목 특성상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어떤 동작이 나올지 몰라요. 동작의 종류가 굉장히 많고 여러 운동이 골고루 필요해 다양한 신체 능력을 동시에 키우기 좋죠. 또 기능성이 강조되다 보니 요구하는 신체 능력이 실생활에서 도움이 많이 돼요. 쉽게 말하면 실용적이죠.

크로스핏이 격해 부상당하기 쉬운 운동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으로 진행되다 보니 크로스핏이 격한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격하지 않은 운동이 있을까요(웃음). 모든 운동은 무리하면 부상을 입기 마련이죠. 저는 그래서 자세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세가 좋아야 부상도 없고 수행 능력도 좋아지거든요. 제가 회원분들한테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에요. 자세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시합할 때도 노 랩(동작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인정되지 않는 경우)이 적은 편에 속해요.

근력이 부족해 크로스핏을 시작하기에 앞서 망설이는 여성분이 많은데요.

그러니까 더 근력 운동을 해야죠(웃음). 저도 그런 분들을 자주 봐요. 하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겁먹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일단 무조건 한 달만 꾸준히 운동 센터에 가보세요. 제 주변에도 처음엔 겁을 많이 먹었는데 “저만 믿고 일주일만 오시라”고 설득해서 꾸준히 운동하시는 분이 많아요. 대체로 한 달 정도 뒤에는 제게 “고맙다”고 하시죠. 시작 전에는 무서워하시는 분이 많은데 일단 오시면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을 거예요.

초보 회원들이 그렇듯 정다원 씨도 처음에는 빈 바벨로 시작했나요.

그럼요. 저도 처음엔 빈 바벨로 시작했어요. 원래 운동도 잘 못했고요. 몸도 작았어요. 저는 철저한 노력파예요.

“시합 전 먹는 땅콩버터는 나만의 비법”

정다원 선수가 유산소운동인 로잉 머신을 타고 있다.

정다원 선수가 유산소운동인 로잉 머신을 타고 있다.

“링 머슬업을 하는 할머니 되는 게 꿈”

정다원 선수의 롤 모델인 티아 클레어 투미. 올해 ‘크로스핏 게임즈’ 불참을 선언했지만, 만삭의 몸으로 온라인 예선에는 참여했다.

정다원 선수의 롤 모델인 티아 클레어 투미. 올해 ‘크로스핏 게임즈’ 불참을 선언했지만, 만삭의 몸으로 온라인 예선에는 참여했다.

한국에서 크로스핏 선수로 사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다. 외국에서 만들어진 신생 스포츠이다보니 아직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아서다. 프로 스포츠로 자리 잡기 전이라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크로스핏 선수들도 부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크로스핏의 고향 미국에서는 스포츠 중계 전문 채널 ‘ESPN’에서 크로스핏 대회를 중계하고, 전업 선수들에게 각종 스포츠 관련 브랜드가 스폰서로 붙는 것과 대비된다.

한국에서 크로스핏 선수들은 어떻게 돈을 버나요.

저는 지금 에이전시인 ‘라임라잇’에서 용품과 경비, 매달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어요. 또 많은 선수가 그렇듯 수업을 해서 돈을 벌죠. 저 같은 경우에는 일대일을 포함해 수업을 하루에 다섯 세션 정도 하고 있어요. 선수 중에는 많은 편에 속해요. 사실 아무리 성적이 좋은 선수라고 하더라고 한국에서는 에이전시의 도움 없이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석하기도 힘들어요. 경비 대기가 벅차죠.

따로 일을 하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저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출근하고 수업 틈틈이 훈련을 해요. 수업 마치고는 짜인 일정대로 훈련 프로그램을 하고요. 제가 수업을 하면서도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서 프로그램을 잘 소화하고 있어요. 최근엔 주변 권유로 수업을 좀 줄이고 훈련량을 늘리긴 했어요.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면 싫어지기 마련인데 운동이 지겹거나 싫을 땐 없나요

저는 매사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에요. 그리고 운동이 여전히 재밌어요. 즐기면서 하고 있죠. 저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운동하고 싶어요. 링 머슬업을 하는 할머니가 되는 게 꿈이거든요. 또 무슨 일이든 잘하고 싶다면 제일 중요한 건 꾸준함이라고 생각해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나 유난히 지치는 날에도 절대 중량이나 운동 강도를 낮추지 않으려고 해요.

선수로서 롤 모델이 있나요.

티아 클레어 투미(2017년부터 게임즈를 6회 우승한 세계 최고의 크로스핏 선수)요. 올해 임신하면서 본선에는 불참을 선언했지만 온라인 예선에는 참여했더라고요. 만삭의 몸으로 운동하는 모습을 유튜브로 봤는데 너무 멋졌어요. 저도 티아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좋아하는 선수가 올해 게임즈에 불참해 너무 아쉬워요. 저는 다른 선수들이 운동할 때 표정을 유심히 보는데, 극한의 상황에서도 티아 특유의 자신감 넘치고 여유로운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에요. 여러모로 닮고 싶은 선수예요.

오픈에서 아시아 1등을 했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아직 소감을 얘기하기에는 이른 것 같아요. 다른 선수들이 오픈에서 100% 자기 기량을 보여줬다고 생각하지 않아서요. 오픈에서는 상위 10%에만 들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고 기록은 초기화되니까요. 아시아에서 게임즈에 진출하는 사람은 2명뿐인데, 올해부터 러시아가 아시아에 편입돼 경쟁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일단 상위 라운드에 진출하고 거기서 좋은 성적을 내야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번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요.

한국 선수는 많아도 게임즈에는 1〜2명만 출전하다 보니 선수단이 단출해요. 그래서 올해 친한 친구인 최승연(2021년과 2022년 게임즈에 참가) 선수와 꼭 태극기를 들고 게임즈에 나가고 싶었는데, 승연이가 다쳐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혼자라도 꼭 게임즈에 나가서 전체 순위 30위 안에 드는 게 목표입니다.

#정다원#크로스핏#크로스핏게임즈#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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