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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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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희, 지플랫, 최진실 아들 “나의 미래는 내가 디자인해 나갈 것”

글 강현숙 기자

2020. 12. 22

세상 누구보다 빛나던 엄마는 하늘의 별이 됐고, 이제 만 스무 살이 된 아들은 노래로 세상을 밝히는 가요계의 별로 떠올랐다. 지플랫이라는 이름으로 데뷔한 최환희 이야기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이자 스타였던 고(故) 최진실. ‘국민 배우’라는 수식어가 누구보다 잘 어울렸을 만큼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았고, 1990년대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1988년 광고 모델로 데뷔한 그는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라는 멘트로 알려진 전자 제품 광고로 일명 ‘최진실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약속’(1992), ‘질투’(1992), ‘별은 내 가슴에’(1997), ‘그대 그리고 나’(1997), ‘장밋빛 인생’(2005),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2008) 등 시청률 40~50%가 넘는 대박 드라마를 이끌며 방송계를 주름잡았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1991), ‘마누라 죽이기’(1994), ‘편지’(1997) 등의 명작으로 스크린을 수놓은 것은 물론이다. 

2008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그에게는 야구 선수 출신 고(故) 조성민과의 사이에서 낳은 보석 같은 두 아이 최환희(20)·준희(18)가 있다. 어릴 때부터 엄마와 함께 가끔씩 방송에 출연했던 두 사람은 대중들에게 ‘국민 조카’로 불리며 사랑받았다. 다재다능한 아티스트의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어느새 훌쩍 자라 만 스무 살이 된 최환희가 얼마 전 지플랫(Z.flat)이라는 이름으로 싱글 앨범 ‘디자이너’를 발표하며 가수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자리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해맑게 웃는 얼굴이 엄마와 똑 닮아 있었다. 훤칠한 키에 훈훈한 외모, 차분히 중저음의 목소리로 예의 바르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잘 자랐구나!” 감탄사가 자연스레 터져나왔다. 반듯한 이미지의 그가 펼치고 있는 거친(?) 힙합 스토리도 자못 궁금해졌다.

내 이름은 신인 래퍼 지플랫

고(故) 최진실과 어린 시절 최환희 모습.

고(故) 최진실과 어린 시절 최환희 모습.

최환희의 싱글 앨범 ‘디자이너’는 경쾌한 신스(신시사이저)와 플럭(검지로 베이스 줄을 뜯듯이 연주) 소리를 사용한 밝은 느낌의 힙합 곡이다. 그가 보컬과 랩은 물론 작사·작곡·편곡에 모두 참여한 이 곡은 중독성 있는 후렴구가 특히 매력이다. 걸 그룹 디유닛 멤버로 활동했던 혼담이 피처링에 참여했다. 

“처음 가사는 남녀의 사랑 얘기에 중점을 뒀었어요. 하지만 데뷔 곡이니 ‘앞으로의 미래와 세상을 디자인해나가겠다’는 메시지를 중심 삼아 가사를 다시 써서 완성했어요.” 

‘최환희’라는 본명 대신 ‘지플랫(Z.flat)’이라는 예명으로 데뷔한 점도 눈길을 끈다. 원래 2년간 사용했던 랩 네임 ‘하이 엘로(High Ello, 높은 곳에서 논다는 의미)’가 있긴 했으나, 소속사인 로스차일드 대표이자 YG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인 로빈이 아이디어를 내서 활동명을 다시 정했다고. 



“플랫(flat)은 음악에서 반음을 내릴 때 붙이는 기호예요. 그리고 음악에서 코드를 표기할 때는 A에서 G까지 알파벳을 쓰고요. 이런 점에서 볼 때 지플랫(Z.flat)은 기존에 없는 코드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음악’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실 과거 여러 방송 인터뷰를 돌이켜보면 최환희는 가수보다는 배우의 꿈을 꾸고 있었다. 국민 배우였던 어머니, 가수와 연기자를 병행했던 외삼촌 고(故) 최진영의 뒤를 이어 자연스레 배우가 되고 싶었고, 무의식 속에 ‘나는 연기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과 의무감이 있었다고. 이를 위해 연기학원에 다니기도 했지만 왠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고, 배우의 길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다. 고등학생이던 당시 힙합을 많이 들었는데 마침 친구가 학교 축제 때 힙합 공연을 함께 하자고 제안해 무대에 올라가게 됐다. 

“기리보이가 프로듀싱한 ‘flex’와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Show Me The Money777)’의 경연곡이었던 코드 쿤스트&팔로알토 팀의 ‘Good Day’를 불렀어요. 그 무대에서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과 짜릿함을 느꼈고, ‘아, 이 맛에 사람들이 음악을 하는구나’라고 생각됐어요.” 

힙합에 매료된 그는 그때부터 장비를 구입해 혼자서 곡을 쓰고 랩을 만들며 음악 작업에 몰두했다. 다양한 음악 장르 중 힙합을 선택한 이유는 힙합이 다루는 주제의 폭이 넓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음악이 ‘사랑’이라는 주제로 집결되는 반면 힙합은 사랑을 포함해 더 많은 것들을 주제로 다룰 수 있음을 느꼈다고. 특히 그동안 살아오면서 느꼈던 감정, 겪었던 무수한 일들을 가사에 비추어보며 더욱 힙합의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 

“연기자의 꿈을 접고 대학도 안 가고 힙합을 한다고 했을 때 외할머니의 반대가 있었어요. 외할머니께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행동으로 꾸준히, 계속해서 작업물을 보여드리며 설득했어요. 얼마 전 싱글 앨범이 나온 뒤에는 할머니가 너무 좋아하세요. 평소 휴대전화 음량을 크게 해두시는데 거실에서 매일 제 노래를 틀어놓는 소리가 방문을 닫고 있어도 다 들릴 정도예요(웃음). 잘해냈다고 칭찬도 엄청 많이 해주시고요.” 

동생 준희 역시 든든한 응원군이다. 음원이 발매되기 몇 시간 전부터 자신보다 더 떨려 했고, 음원이 나온 날은 물론 틈틈이 SNS를 통한 홍보에 열심이다. ‘철없이 무작정 음악을 하겠다던 오빠’를 이제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오빠’로 봐주는 것 같아 흐뭇하다고 한다. 


‘최진실의 아들’이라는 수식어, 뛰어넘어야 할 숙제

첫 번째 싱글 앨범 ‘디자이너’.

첫 번째 싱글 앨범 ‘디자이너’.

최환희는 가수 데뷔와 관련해 ‘최진실 아들이라서 쉽게 된 거 아니냐’며 색안경을 끼고 보진 않을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는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소위 말하는 힙합의 겉멋에 취한 속 빈 강정이 아니다. 소속사 대표인 로빈이 한 방송에서 ‘천재’라고 극찬할 만큼 탄탄한 음악 실력을 자랑한다. 대여섯 살 무렵부터 피아노를 연주했던 최환희는 이후 자연스럽게 음악과 친해졌고, 학교 음악 수업에도 매번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처음에는 랩 이외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프로듀싱이 가능하지 않았던 래퍼로서의 한계를 느껴 결국 프로듀싱 영역까지 손을 뻗어 공부하게 됐다고. 이 과정에서 악동뮤지션 ‘200%’, 슈퍼주니어 ‘Game’, 모모랜드 ‘바나나차차’ 등을 만든 실력파 프로듀서 로빈을 만나 멀티 뮤지션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을 얻었고 음악에 대한 자신감도 갖게 됐다. 

“로빈 대표님께 ‘천재’라는 칭찬을 받아서 너무 놀랐어요. 음악 천재라는 말은 아직 제게 과분한 것 같아요. 단순히 음악이 좋기만 하고 제가 음악을 못했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거예요. 앞으로 대중들이 저에게 거는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싶어요. 책임감도 점점 강해지고 있고요.” 

당대 톱스타였던 ‘최진실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이 꼬리표처럼 늘 함께할 수밖에 없기에 이에 대한 부담감도 당연히 클 터. 

“어머니의 아들이란 건 자랑스러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 타이틀이 주는 무게와 부담감은 정말로 큽니다. 앞으로 음악을 하며 그 타이틀을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지가 제게 주어진 큰 숙제가 아닐까 싶어요.”
 
요즘 힙합 트렌드에 딱 맞는 중저음의 보이스가 매력적인 최환희의 노래를 듣다 보면 가수 ‘SKY’로 활동했던 최진영의 음색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가수가 되는 데 외삼촌이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외삼촌의 음악적인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느낌이다. 하늘에 있는 두 사람이 데뷔 곡인 ‘디자이너’를 들었다면 뭐라고 이야기했을지 물었다.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하시지 않을까요. 그리고 지금처럼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행복하게 살라고 말씀해주실 것 같아요.” 

일명 ‘최진실 사단’이라 불리며 최진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방송인 이영자와 홍진경은 얼마 전 한 방송을 통해 가수 데뷔를 한 최환희에게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 화제가 됐다. 

“이모들은 제 인생에서 큰 힘이 되어주는 소중한 분들이에요. 명절이나 생일 때마다 연락해주시고 밥도 사주시고 용돈도 주세요. 가끔 저의 꿈에 대해 진지한 상담도 해주시고요. 꼭 성공해서 이모들께 은혜를 갚고 싶어요.” 


아티스트 최환희의 꿈

힙합 뮤지션 최환희는 만능 아티스트를 꿈꾼다. 음악 활동을 하면서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아티스트 역시 랩을 잘하면서 동시에 프로듀싱까지 가능한 사람들이다. 창모와 기리보이가 대표적이며, 프로듀싱 면에서는 코드 쿤스트와 프로듀싱 듀오인 그루비룸(규정, 휘민)을 좋아한다고. 

“남성 아티스트 중에는 창모, DPR LIVE, 애쉬 아일랜드와 함께 작업해보고 싶어요. 여성 아티스트로는 헤이즈, 이하이, 비비가 있고요. 제가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이나 방향과 잘 맞는 분들이라 기회가 되면 꼭 함께했으면 해요.” 

우월한 피지컬과 빛나는 페이스, 매력적인 목소리까지 갖춘 최환희를 보고 있자니 음악만 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 공부를 그만두긴 했다지만 외삼촌처럼 배우를 병행해도 훌륭히 해낼 듯이 보였다. 

“이미 연기를 시도해보고 맞지 않다는 것을 느낀 뒤에 음악을 선택한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미련은 없어요. 현재로선 연기할 마음도 없고요. 미래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음악에 전념할 생각이에요.” 

아티스트로서 꿈꾸는 포부 역시 크고 확실하게 느껴졌다. 최환희는 자신의 음악이 그저 좋다는 칭찬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때가 더 기분 좋게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움직일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좋은 음악을 계속 발표하며 저만의 아티스트적인 색깔을 굳혀나갈 계획이에요. 우선 2021년에 첫 정규 앨범을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데뷔 후 밀려드는 인터뷰로 바쁘게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얼른 한가해져 곡 작업에 몰두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요즘처럼 바쁜 적이 처음이라 친구들과 어울렸던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도 느끼게 됐다며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티스트 최환희가 힙합의 중심에서 반짝반짝 빛나며 활약할 앞으로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사진 김도균 사진제공 로스차일드, EBS ‘인생수업’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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