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의 한 장면.
노홍철의 복귀는 ‘무한도전’을 함께하며 친분을 쌓은 손창우 PD의 오랜 설득 끝에 성사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방송은 기대만큼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오후 11시 심야 시간대에 편성된 점을 감안하면 3.6%란 시청률이 아주 보잘 것 없진 않지만, 정규 편성을 보장받기엔 많이 부족한 수치다.
무엇보다 프로그램 기획 의도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기 어려웠다. 방송 전 손창우 PD는 “인생을 히치하이킹처럼 사는, 미래가 다소 어두운 젊은이들(잉여인)의 생존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지만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들 중 과연 진짜 잉여인이 있느냐’하는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복귀를 앞두고 대형 연예 기획사인 FNC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은 노홍철, 여행 작가 겸 베스트셀러 작가 태원준, 스트리트 아티스트 료니, 모델 겸 배우 송원석, 서울대생 이동욱이 ‘잉여 세대’의 대표성을 지니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이었다. 이와 관련해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방송에서 이들이 고생을 안 한 건 아니지만 N포세대 네티즌 입장에서는 그 역시 배부른 소리로 비칠 수 있다. 여행의 고단함도 낭만이라 여기는 현실의 잉여인들에게는 유럽 여행 자체가 꿈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다는 점도 독이 됐다. 이에 대해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대중은 노홍철이 슬그머니 ‘간’을 봤다고도 느낄 수 있다. 파일럿 프로그램 특성상 한두 편 내보낸 뒤 분위기를 봐서 아니다 싶으면 접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은 노홍철에게 그런 손쉬운 선택을 기대한 게 아니다. 충분히 자숙하고 심사숙고해서 그에게 딱 맞는, 그래서 시청자들을 다시 즐겁게 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돌아오길 바랐다. 대중이 그에게 준 사랑이 크기에 실망감도 크고 기대하는 바도 크다”고 평했다.
현 상황에서 노홍철이 방송에서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듯하다. ‘무한도전’에 출연하며 극한 상황에 이골이 나 있는 그이기에,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서도 그는 맏형으로서 나머지 출연자들을 끝까지 포용하며 여행을 이어갔지만 평가는 냉정하니 말이다.
고생은 고생대로 했지만, 아무것도 건진 것이 없었던 그의 안타까운 복귀. 다시 한 번 복귀 시점을 엿봐야 하는 노홍철의 고민은 깊어만 갈 것으로 보인다.
■ 디자인 · 김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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