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약 사위 사건으로 곤경에 처한 김무성 대표. 사진은 9월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 연찬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2 9월 10일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이 휴대전화로 김무성 사위를 겨냥한 ‘마약 투약 유력 정치인 인척 봐주기’ 기사를 보고 있다.
9월 9일 김무성(64) 새누리당 대표의 둘째 사위인 이모(38) 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지난해 12월 검찰에 구속됐다가 올 2월 초 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논란을 가중시킨 것은 이씨가 받은 형량이다. 통상적인 마약 범죄 처벌과 달리 이씨는 양형 기준(징역 4년~9년 6개월) 하한선을 벗어나 집행유예를 받았다는 점에서 ‘법원의 봐주기’ 논란이 제기됐다. 그러자 김무성 대표는 기사 보도 하루 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먼저 그는 “내 사위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 딸(31)이 사위와 결혼하기로 결정하고 양가 부모가 만나 혼인 날짜까지 정하는 과정에서도 우리는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대표는 “사위가 몇 달간 외국에 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런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재판이 끝나고 출소한 지 한 달 정도 된 뒤에 이 내용을 알게 됐는데, ‘결혼은 절대 안 된다’라고 했지만 딸이 ‘지금껏 아빠 속 썩인 일이 한 번도 없지 않나. 결혼에 대한 판단은 나에게 맡겨달라. 사랑하는 사람인데 잘못한 거 다 용서하기로 했다’며 울면서 말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지 않냐”며 감정에 호소했다. 또한 ‘형량 봐주기’ 논란에 대해서는 “정치인 가족이라면 중형을 내리지 봐주는 판사를 본 적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전과가 없는 점, 나이, 가족 관계, 동기 등 제반 조건을 고려해볼 때 이번에 한해 피고인에게 개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 양형 기준의 하한을 이탈한다’고 밝혔다.
# 상습범이 아니다?
하지만 ‘봐주기 의혹’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씨의 마약 투약 범죄 사실이 적시된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지난해 11월 이씨의 자택을 압수 수색하다 필로폰을 투약할 때 쓰는 일회용 주사기를 17개 발견했고, 사용한 흔적이 있는 주사기들에 대해 DNA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씨 외에 제3자의 DNA가 나왔지만 이씨가 이 주사기의 사용자와 관련해 검찰에 끝까지 진술을 하지 않은 것. 통상적으로 마약 수사는 용의자들에 대한 끈질긴 심문을 통해 공범자와 관련된 진술을 받아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범자를 부르는 대가로 양형을 낮춰주는, 일종의 ‘딜’로 사용될 만큼 공범자 진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씨는 끝까지 용의자를 밝히지 않았고 검찰 역시 이씨의 주변 인물들에 대해 기본적인 조사를 벌이다 수사를 사실상 종결했음이 밝혀졌다.
또한 이씨가 사들이거나 구한 필로폰의 총량이 무려 3.5g인데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 필로폰을 이씨가 어떻게 사용했는지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법원 판결문을 보면 이씨는 지난해 6월 이틀에 걸쳐 지인에게 총 2백40만원을 주고 필로폰 3g을 사들였고 2013년 5월에는 지인으로부터 0.5g을 공짜로 받았다. 총 3.5g의 필로폰은 약 1백1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엄청난 양. 그런데도 검찰은 필로폰에 관해서는 총 5차례에 걸쳐 투약한 0.4g만 범죄로 인정했다.
이씨는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의사, CF 감독 등과 서울 시내 유명 클럽이나 지방 휴양 리조트 등에서 총 15차례 마약류를 투약했다. 또한 이씨의 마약 투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력해졌다. 처음에는 엑스터시를 물과 함께 음용하는 방법으로 투약했지만 이후에는 코카인을 코로 흡입하고, 필로폰을 유리병 안에 넣어 라이터로 가열해 빨대로 연기를 흡입했다. 그리고 다른 공범과 함께 필로폰 0.1g을 나눠 0.05g씩 주사기로 혈관에 주입했다. 또 2014년 5월에는 승용차 안에서 코카인 약 0.1g을 1회용 주사기에 넣고 팔에 주사를 놓는 방식으로 두 차례, 6월에는 필로폰 0.1g을 팔에 주사하는 것으로 두 차례 투약했다.
# 둘째 사위는 어떤 인물?
이씨는 충북 지역에 연고를 둔 중견 건설업체 회장의 장남이다. 이씨의 아버지는 과거 청주에서 극장과 예식장 사업으로 현금을 불린 뒤 1981년 건설 회사를 설립했고, 현재 충북 도내 곳곳에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5개 이상의 계열사를 보유한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최근 기업을 물려받아 대표로 재직 중이다. 김무성 대표 둘째 딸과는 미국 유학 시절에 만나 ‘연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오래 교제한 것은 아니지만”이라고 말한 것에 비춰보면 결혼 당시 알려진 소문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채널A 또한 “2014년 8월 둘째 딸과 사위가 맞선으로 알게 됐다”고 보도했다.
김무성의 둘째 딸은 경기도 소재 대학의 조교수로, 지난해 임용될 당시 특혜 논란을 일으켰다. 학교 측이 채용 과정에서 외압을 받았다는 의혹을 샀고, 이를 참여연대가 고발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 가족사 철저히 함구하는 김무성
평소 가족의 대소사를 철저히 함구하는 것으로 유명한 김무성 대표는 둘째 딸 결혼식도 비공개로 치렀다. 심지어 동료 의원에게 엉뚱한 날짜를 알려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딸 결혼식을 앞두고 김 대표의 심기가 매우 좋지 않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는데, 사위의 마약 사건을 알고 있던 김 대표로서는 결혼이 언급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의 자녀는 1남 2녀로, 맏딸은 2011년 동갑내기 남편과 결혼했으며 막내아들은 영화 ‘국제시장’과 드라마 ‘오늘부터 사랑해’ ‘아이리스2’ ‘호텔킹’ ‘미스터백’ 등에 출연한 탤런트 고윤(본명 김종민)이다. 아내 최양옥 씨는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한편, 피아니스트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의 집안은 웬만한 재벌가 못지 않은 재력을 갖추고 있다. 부친 김용주 씨는 전남방직 설립자로 국회의원을 역임했으며 누나 김문희 씨는 학교법인 용문학원 이사장으로, 그 딸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다.
그럼에도 집안 내력이나 가족사로 스포트라이트 받는 것을 꺼려왔던 김 대표 입장에서 이번 사위 마약 복용 사실이 알려진 것에 대한 부담감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일이 집권여당의 수장이자 차기 대선주자 수위를 다투는 그에게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 디자인 · 김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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