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실수’는 때로 도약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연기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던 박시연. 그가 지금 자신의 실수를 딛고 다시 날아오르려 한다.
지난해 3월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법정에 서면서 물의를 빚은 박시연(36). 결국 같은 해 10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그는 이후 항소를 포기하고 방송 활동을 중단한 채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딸을 출산해 엄마가 된 그가 9월 방영하는 TV조선 드라마 ‘최고의 결혼’으로 컴백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본격적인 복귀에 앞서 가진 일부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프로포폴 사건과 관련해 “내가 실수한 부분이니 결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번의 실수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이번 드라마로 복귀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성을 모두 끝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는 반성문도 보내왔다.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아야 할 출산까지 조용히 치르며 힘겨운 시간을 견뎌와서일까. 오랜만에 인터뷰에 나선 박시연의 모습에선 깊어진 눈매와 차분해진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또한 설레면서 동시에 긴장되는 기색도 역력했다.
“쉬는 동안 생각을 많이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어요. (많은 분들이) 복귀 시기가 너무 빠르다고 걱정하시는 건 잘 알고 있어요. 저 역시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이렇게 일찍 일을 다시 해도 되나?’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하지만 제가 배우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다시 방송으로 돌아오긴 해야 하는데, 그 시기가 언제인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부담감이 적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연기하는 게 시청자에게 속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박시연이 복귀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작품을 놓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였다. 특히 캐릭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드라마 ‘최고의 결혼’에서 박시연이 맡은 차기영은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뉴스앵커였지만 스스로 ‘비혼모’(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만 낳아 키우는 자발적 미혼모)의 삶을 선택해 홀로 아이를 키우며 꿋꿋이 살아가는 여자다.
“대본을 읽다 보니 제 아이 또래의 아이를 둔 엄마 역할이 남다르게 느껴졌어요. 원래 아이를 좋아해서 출산 전에도 아이가 있는 상황을 상상해보곤 했는데 막상 제 아이가 생기니까 아이 엄마를 연기하는 느낌이 예전과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결혼을 하지 않은 여자가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대목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던 것 같아요.”
박시연은 쉬는 동안 독거노인이나 불우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을 다닐 때를 제외하곤 모든 시간을 딸의 육아에만 집중했다. 다른 배우들이 나오는 방송을 보면 촬영 현장이 그리울 법도 한데, 아이를 위해 TV를 치워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최고의 결혼’ 촬영장에 도착하자 그동안 잠자고 있던 ‘연기 의욕’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처음 테스트 촬영을 하기 위해서 현장에 도착했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어요. 그동안 잘 몰랐던 스태프들의 노고는 물론 촬영장 구석구석의 공기까지 고맙게 느껴지더군요. 그때 깨달았죠. ‘아, 내가 현장을 많이 그리워했구나’ 하고요.”
박시연은 실제 자신은 성격이 여린 편인데 극 중 당당하고 거침없는 차기영을 연기하며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차기영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친분 있는 아나운서에게 ‘특훈’까지 받고 있다고.
힘든 시간 함께해준 남편과 아이
박시연이 컴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의견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가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낼 수 있게 해준 버팀목이 바로 남편과 아이였기 때문이다.
“남편은 술도 못하면서 제가 힘들어할 때면 ‘와인 한잔하자’며 기분 전환을 시켜줬고, 아이 때문에 지쳐 있는 것 같으면 시어머니께 아이를 봐달라고 하고 ‘영화 보러 가자’말하는 배려 깊은 사람이에요. 만약 양가 가족이나 남편이 곁에 없었다면 제가 일을 다시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어요. 복귀할 때도 남편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응원해줬어요. 저 역시 딸에게 엄마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요.”
그가 남편의 격려 속에 복귀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다이어트다. 출산 이후 체중이 20kg 이상 불었기 때문. 모유 수유를 하면 살이 빠진다고 해서 그 말만 믿고 있었는데, 자신은 예외였다고 한다. 온 종일 아이와 함께하느라 운동하는 게 여의치 않았지만 그래도 5개월간의 노력 끝에 지금은 출산 전 몸무게와 거의 비슷해졌다.
“저는 모유 수유를 하니까 계속 배가 고프더라고요. 그때마다 먹었더니 살이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자꾸 쪄서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했어요. 밥과 밀가루 음식을 끊고, 샐러드나 고구마 같은 것만 먹었죠. 아이가 잘 때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하고요.”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건 포기해야 할 것도, 감내해야 할 것도 참 많은 일이었다. 혼자였다면 아무 때나 운동도 하고, 자유롭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었을 터. 그럼에도 엄마인 지금이 결혼 전보다 훨씬 행복한 건 왜일까.
“아이가 생후 1백 일이 될 때까지는 모든 게 서툴고 힘들어서 어쩔 줄 몰랐는데, 결국 다 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를 낳기 전에는 출산이 무서웠는데 이제는 둘째도 낳고 싶어요. 또 모유 수유도 못할 것 같았는데, 뒤돌아서 생각하니 그것도 할 만했더라고요. 딸아이가 지금 생후 10개월인데, 자꾸 서려고 하고 저를 보면 ‘엄마’라고 불러요.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아요(웃음).”
아이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는 언제 어디서든 달려간다. 밤샘 촬영으로 온몸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지쳐 있을 때도 아이 분유를 사러 가려고 신발을 신는 자신이 신기할 정도라고 한다. 그는 아이에게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을까.
“저희 엄마, 아빠는 너무 엄하셨어요. 보통 엄마한테 혼나면 아빠한테 달려가야 하는데, 그런 걸 못해봤죠. 그래서 우리 딸에게는 친구보다 엄마에게 먼저 달려와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존재이고 싶어요.”
“주위 사람들에게 결혼 권유하게 돼요”
박시연은 2011년 무역업에 종사하는 4세 연상의 회사원 박모 씨와 결혼했다. 그의 남편은 평소 육아와 집안일을 잘 도와주는 가정적인 스타일이다. 술을 즐기지 않아 저녁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먹고, 아이를 돌보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자상한 성격이다. 항상 곁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는 남편과 사랑스런 딸 덕분에 박시연의 결혼 생활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순도 100% 행복’ 그 자체다.
“주위 사람들에게 결혼을 권하는 편이에요. 가끔은 혼자 영화 보고,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었던 싱글 시절이 그리울 때도 있죠. 하지만 결혼을 안 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남편과 아이가 있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요. 특히 아이는 꼭 낳으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사실 박시연이 결혼에 이렇듯 긍정적인 이유는 결혼 이후 얻은 정신적인 안정 덕분이다. 30년 넘게 따로 살다가 하루아침에 함께 살게 된 남녀. 서로에 대한 이해나 배려 없이 맞춰가며 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박시연 역시 결혼 4년 차가 돼서야 ‘배려’와 ‘희생’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고 있다.
“제가 화를 내거나 싸우는 성격이 아니에요.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긍정적으로 넘어가는 편이거든요. 그럼에도 서로 안 맞는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집을 부리면 갈등이 생기더라고요. 보통은 저보다 남편이 더 많이 이해를 해주는 편이에요. 그래서 ‘아, 나도 잘해야겠구나’ 하고 스스로 다짐하죠. 특히 제가 정신적으로 힘들어할 때 남편은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마음 편하게 해줘요. 아, 이래서 가정을 이루면서 사는구나, 하고 깨닫게 됐죠.”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쉽게 잊지 못할 큰 사건을 겪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아이까지 낳으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모두 맛본 박시연. 그만큼 더 성숙해진 연기 변신을 기대해도 좋을까.
“전에는 한 작품이 끝나면 바로 다른 작품에 들어가 뒤돌아볼 여유나 쉴 시간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작품에 들어가기 전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었죠. 그런 만큼 작품 안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박시연은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나 시청률 등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일단 하기로 결정한 일에 대해선 과하게 걱정하지 말자, 최선을 다했으면 그 결과에 대해서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그의 생활신조다.
인터뷰 내내 겉으로 보이는 시크한 이미지와 달리 편안하고 여성스러운 반전 매력을 보여준 박시연. 지금까지는 강한 이미지의 역할을 주로 맡아왔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한 번도 팜 파탈을 원해본 적이 없어요. 간혹 사람들이 ‘망가지는 모습이 부담스럽냐?’고 물어보는데, 그런 거부감이 전혀 없거든요. 부산 사투리를 쓰며 시끌벅적하게 사는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그런 역할은 안 들어와요. 예쁜 척 안 하고 끝까지 망가지는 역할을 꼭 해보고 싶어요.”
배우로서의 포부를 묻자 박시연은 “나중에 후배들에게 ‘박시연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듣는다면 그보다 더 큰 영광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삶의 원동력인 ‘가족’과 더불어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니, 지금처럼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 그런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글·김민주 자유기고가|사진·이기욱 기자
지난해 3월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법정에 서면서 물의를 빚은 박시연(36). 결국 같은 해 10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그는 이후 항소를 포기하고 방송 활동을 중단한 채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딸을 출산해 엄마가 된 그가 9월 방영하는 TV조선 드라마 ‘최고의 결혼’으로 컴백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본격적인 복귀에 앞서 가진 일부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프로포폴 사건과 관련해 “내가 실수한 부분이니 결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번의 실수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이번 드라마로 복귀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성을 모두 끝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는 반성문도 보내왔다.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아야 할 출산까지 조용히 치르며 힘겨운 시간을 견뎌와서일까. 오랜만에 인터뷰에 나선 박시연의 모습에선 깊어진 눈매와 차분해진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또한 설레면서 동시에 긴장되는 기색도 역력했다.
“쉬는 동안 생각을 많이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어요. (많은 분들이) 복귀 시기가 너무 빠르다고 걱정하시는 건 잘 알고 있어요. 저 역시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이렇게 일찍 일을 다시 해도 되나?’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하지만 제가 배우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다시 방송으로 돌아오긴 해야 하는데, 그 시기가 언제인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부담감이 적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연기하는 게 시청자에게 속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박시연이 복귀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작품을 놓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였다. 특히 캐릭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드라마 ‘최고의 결혼’에서 박시연이 맡은 차기영은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뉴스앵커였지만 스스로 ‘비혼모’(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만 낳아 키우는 자발적 미혼모)의 삶을 선택해 홀로 아이를 키우며 꿋꿋이 살아가는 여자다.
“대본을 읽다 보니 제 아이 또래의 아이를 둔 엄마 역할이 남다르게 느껴졌어요. 원래 아이를 좋아해서 출산 전에도 아이가 있는 상황을 상상해보곤 했는데 막상 제 아이가 생기니까 아이 엄마를 연기하는 느낌이 예전과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결혼을 하지 않은 여자가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대목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던 것 같아요.”
박시연은 쉬는 동안 독거노인이나 불우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을 다닐 때를 제외하곤 모든 시간을 딸의 육아에만 집중했다. 다른 배우들이 나오는 방송을 보면 촬영 현장이 그리울 법도 한데, 아이를 위해 TV를 치워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최고의 결혼’ 촬영장에 도착하자 그동안 잠자고 있던 ‘연기 의욕’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처음 테스트 촬영을 하기 위해서 현장에 도착했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어요. 그동안 잘 몰랐던 스태프들의 노고는 물론 촬영장 구석구석의 공기까지 고맙게 느껴지더군요. 그때 깨달았죠. ‘아, 내가 현장을 많이 그리워했구나’ 하고요.”
박시연은 실제 자신은 성격이 여린 편인데 극 중 당당하고 거침없는 차기영을 연기하며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차기영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친분 있는 아나운서에게 ‘특훈’까지 받고 있다고.
힘든 시간 함께해준 남편과 아이
박시연이 컴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의견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가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낼 수 있게 해준 버팀목이 바로 남편과 아이였기 때문이다.
“남편은 술도 못하면서 제가 힘들어할 때면 ‘와인 한잔하자’며 기분 전환을 시켜줬고, 아이 때문에 지쳐 있는 것 같으면 시어머니께 아이를 봐달라고 하고 ‘영화 보러 가자’말하는 배려 깊은 사람이에요. 만약 양가 가족이나 남편이 곁에 없었다면 제가 일을 다시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어요. 복귀할 때도 남편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응원해줬어요. 저 역시 딸에게 엄마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요.”
박시연은 과거와 달리 이번 작품에 들어가기 전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가졌기에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br>
그가 남편의 격려 속에 복귀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다이어트다. 출산 이후 체중이 20kg 이상 불었기 때문. 모유 수유를 하면 살이 빠진다고 해서 그 말만 믿고 있었는데, 자신은 예외였다고 한다. 온 종일 아이와 함께하느라 운동하는 게 여의치 않았지만 그래도 5개월간의 노력 끝에 지금은 출산 전 몸무게와 거의 비슷해졌다.
“저는 모유 수유를 하니까 계속 배가 고프더라고요. 그때마다 먹었더니 살이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자꾸 쪄서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했어요. 밥과 밀가루 음식을 끊고, 샐러드나 고구마 같은 것만 먹었죠. 아이가 잘 때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하고요.”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건 포기해야 할 것도, 감내해야 할 것도 참 많은 일이었다. 혼자였다면 아무 때나 운동도 하고, 자유롭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었을 터. 그럼에도 엄마인 지금이 결혼 전보다 훨씬 행복한 건 왜일까.
“아이가 생후 1백 일이 될 때까지는 모든 게 서툴고 힘들어서 어쩔 줄 몰랐는데, 결국 다 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를 낳기 전에는 출산이 무서웠는데 이제는 둘째도 낳고 싶어요. 또 모유 수유도 못할 것 같았는데, 뒤돌아서 생각하니 그것도 할 만했더라고요. 딸아이가 지금 생후 10개월인데, 자꾸 서려고 하고 저를 보면 ‘엄마’라고 불러요.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아요(웃음).”
아이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는 언제 어디서든 달려간다. 밤샘 촬영으로 온몸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지쳐 있을 때도 아이 분유를 사러 가려고 신발을 신는 자신이 신기할 정도라고 한다. 그는 아이에게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을까.
“저희 엄마, 아빠는 너무 엄하셨어요. 보통 엄마한테 혼나면 아빠한테 달려가야 하는데, 그런 걸 못해봤죠. 그래서 우리 딸에게는 친구보다 엄마에게 먼저 달려와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존재이고 싶어요.”
“주위 사람들에게 결혼 권유하게 돼요”
박시연은 2011년 무역업에 종사하는 4세 연상의 회사원 박모 씨와 결혼했다. 그의 남편은 평소 육아와 집안일을 잘 도와주는 가정적인 스타일이다. 술을 즐기지 않아 저녁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먹고, 아이를 돌보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자상한 성격이다. 항상 곁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는 남편과 사랑스런 딸 덕분에 박시연의 결혼 생활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순도 100% 행복’ 그 자체다.
“주위 사람들에게 결혼을 권하는 편이에요. 가끔은 혼자 영화 보고,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었던 싱글 시절이 그리울 때도 있죠. 하지만 결혼을 안 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남편과 아이가 있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요. 특히 아이는 꼭 낳으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사실 박시연이 결혼에 이렇듯 긍정적인 이유는 결혼 이후 얻은 정신적인 안정 덕분이다. 30년 넘게 따로 살다가 하루아침에 함께 살게 된 남녀. 서로에 대한 이해나 배려 없이 맞춰가며 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박시연 역시 결혼 4년 차가 돼서야 ‘배려’와 ‘희생’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고 있다.
“제가 화를 내거나 싸우는 성격이 아니에요.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긍정적으로 넘어가는 편이거든요. 그럼에도 서로 안 맞는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집을 부리면 갈등이 생기더라고요. 보통은 저보다 남편이 더 많이 이해를 해주는 편이에요. 그래서 ‘아, 나도 잘해야겠구나’ 하고 스스로 다짐하죠. 특히 제가 정신적으로 힘들어할 때 남편은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마음 편하게 해줘요. 아, 이래서 가정을 이루면서 사는구나, 하고 깨닫게 됐죠.”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쉽게 잊지 못할 큰 사건을 겪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아이까지 낳으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모두 맛본 박시연. 그만큼 더 성숙해진 연기 변신을 기대해도 좋을까.
“전에는 한 작품이 끝나면 바로 다른 작품에 들어가 뒤돌아볼 여유나 쉴 시간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작품에 들어가기 전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었죠. 그런 만큼 작품 안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박시연은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나 시청률 등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일단 하기로 결정한 일에 대해선 과하게 걱정하지 말자, 최선을 다했으면 그 결과에 대해서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그의 생활신조다.
인터뷰 내내 겉으로 보이는 시크한 이미지와 달리 편안하고 여성스러운 반전 매력을 보여준 박시연. 지금까지는 강한 이미지의 역할을 주로 맡아왔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한 번도 팜 파탈을 원해본 적이 없어요. 간혹 사람들이 ‘망가지는 모습이 부담스럽냐?’고 물어보는데, 그런 거부감이 전혀 없거든요. 부산 사투리를 쓰며 시끌벅적하게 사는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그런 역할은 안 들어와요. 예쁜 척 안 하고 끝까지 망가지는 역할을 꼭 해보고 싶어요.”
배우로서의 포부를 묻자 박시연은 “나중에 후배들에게 ‘박시연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듣는다면 그보다 더 큰 영광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삶의 원동력인 ‘가족’과 더불어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니, 지금처럼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 그런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글·김민주 자유기고가|사진·이기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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