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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뭘 좋아할지 몰라서 정우를 준비했다

글·구희언 기자 | 사진·이기욱 기자, tvN 제공

2014. 01. 16

“있제, 내는 정우 좋아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 엄청난 꽃미남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친 비율을 가졌거나 조각미남인 것도 아니고, 그냥 쓰레기 역이 좋아 잠깐 헷갈려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응답하라 1994’ 보면서 감정 생기는데도 그냥 무시했다. 시간 지나면 그냥 달라질 줄 알았거든. 근데, 한창 드라마 찍는 와중에 이천까지 가서 혼자 발 동동 구르며 사인회 할 거 생각하니까 내 가슴이 너무 아픈 거라. 정우 가슴 아픈 게, 내한테도 가슴 아픈 일이믄…, 거 좋아하는 거 맞제?”

뭘 좋아할지 몰라서 정우를 준비했다
tvN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 역으로 ‘대세남’이 된 정우(33·본명 김정국)가 팬 사인회를 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직 공식 사이트에 스케줄이 잡히기 전 이야기다. 따라서 팬들 사이에서도 진짜다, 아니다로 나뉘어 설전이 오갔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남은 방송분 촬영이 한창인 데다 사인회 장소가 서울도 아닌 경기도 이천의 한 아웃렛이었기 때문.

그가 지금 같은 인기를 얻기 전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사인회를 연 적이 있다. 그때 온 팬은 10명도 안 됐고, 뻘쭘한 사인회를 끝낸 정우가 눈물을 훔쳤다는 일화가 팬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따라서 12월 13일 금요일 오후로 사인회가 확정되자 팬들의 걱정은 커져만 갔다. 평일인 데다 서울에서 멀어 접근성도 떨어지고, 전날 내린 눈으로 도로 상황도 나빴기에 모든 점에서 사인회를 하기에는 악조건이었기 때문이다. 팬들은 이번에도 배우를 울리면 안 된다며 차를 대절해서라도 사인회를 가겠다는 의지를 불살랐다.

취재를 위해 이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사진기자와 차를 몰고 가면서도 이 추위에 얼마나 많은 팬이 올까 의심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정우의 인기는 예상보다 더 굉장했다. 사인회 당일 새벽 6시부터 팬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행사 시작 3시간 전에 일찌감치 100명이 꽉 찼다. 선착순에 들지 못한 팬들도 카메라를 들고 무대 주변에 모여들었다. 여자뿐 아니라 남자에 아이와 함께 온 어머니도 있어 그의 고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응답하라 1994’ 주요 시청자보다 연령대가 높은 이들은 정우를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의 빵빵맨으로 기억했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정우를 준비했다

정우를 보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몰려든 팬들이 부쩍 높아진 인기를 실감케 했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정우를 준비했다
‘너에게’ ‘행복한 나를’ 등 드라마 삽입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정우가 무대에 등장했다. 팬들 앞에 선 그는 추운 날씨에 찾아온 팬들이 감기에 걸릴까 걱정부터 했다.

“추운 날씨에 이렇게 많이 찾아와 주셔서 감사드려요. 평일이고, 이른 시간인 데다 날도 추워서 많이 못 오시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야외에서 행사하게 돼 추우실 텐데 어떡해요.”



그는 추위도 잊은 듯 수많은 팬을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 웃음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팬들의 예상과 달리 그가 다른 이유로 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었다. 아웃렛 개장 행사에 참석한 개그맨 허경환이 그의 팬을 자처하며 깜짝 등장해 인사를 나눴다. 사인회는 1시간 예정이었지만, 정우는 주최 측의 만류에도 팬들과 포옹하고 손을 잡아주며 교감을 나눴다. 오랜 시간 기다린 팬들을 위해 돌발적으로 무대 아래로 내려가 인사를 나누기도 해 팬들의 기쁨이 더한 것은 물론. 2층에서 구경하는 팬들에게 일일이 눈인사를 하는 자상함도 보였다. 드라마에서 성나정(고아라)에게 보여준 “잘 자” 애교를 보여주고, 한 어머니 팬이 데려온 아이를 안아주며 뽀뽀를 선사해 여기저기서 부러움의 탄식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는 “고마워요. 이런 날이 오네요. 나도 신기해”라며 “흐흐흐흐” 하고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어젯밤에 오신 분들도 많다고 들었어요. 팬카페도 그렇고 갤러리도 그렇고 응원의 목소리 잘 듣고 있어요. 살 빠졌다고 많이 걱정하시는데 촬영 재밌게 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마지막까지 힘내서 좋은 연기로 보답해드릴게요. 오늘도 저희 드라마 방송하거든요. 오늘 방송 대박이에요. 앞으로 드라마상에서 참 좋은 일들이 많이 벌어져요. 진짜 저 한번 믿고 본방 사수 부탁하고, 좋은 연기로 인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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