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조성민 최진실 비운의 사랑 & 양가 어머니, 누나 조성미 씨 안타까운 심경

“아빠, 그동안 잘 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이제 하늘나라에서 엄마 만나 행복하게 사세요.”-아들 환희
“성민아, 우리는 너로 인해 힘들었던 일보다 행복했던 기억이 훨씬 더 많았다.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맙다. 이제는 편안하게 눈을 감으렴.”-아버지
“그렇게 예뻐하던 아이들과 한번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우리 성민이 억울하고 불쌍해서 어떡해요. 성민이 없이 어떻게 살라고… .”-어머니
“내가 자네를 마음 속으로 얼마나 의지했는데 이렇게 가면 어떡하는가.
환희·준희 걱정은 말고 좋은 곳에 가서 고통 없이 살게.” -최진실 어머니

이렇게 기막힌 죽음이 또 있을까. 최진실의 전남편이자 전 요미우리 자이언츠 투수 조성민이 1월 6일 새벽, 마흔이라는 안타까운 나이에 사망했다. 아마추어 야구 최고 선수, 톱스타의 남편, 부상과 부진, 이혼과 친권 분쟁, 전처의 자살…. 누구보다 화려했지만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비극적이었던 삶을 내려놓은 것이다. 그는 전 아내 최진실이 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욕조에서 목을 맸다. 사체가 발견된 곳은 서울 강남구 양재동에 위치한 여자 친구 박모 씨의 집.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날 조성민과 집에서 술을 마시며 결별을 통보했고, 새벽에 외출했다 돌아와보니 조성민이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조성민은 숨지기 직전 어머니에게 ‘저도 한국에서 살 길이 없네요. 엄마 죄송해요. 아들 없는 걸로 치세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박씨에게는 ‘내 인생의 마지막이 자기와 함께가 아니라서 미안하다. 내가 없어도 꿋꿋하게 잘 살아라’라는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부검 결과 타살 흔적은 없었다. 정황상 자살이 확실했다. 최진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4년 3개월, 처남 최진영이 세상을 떠난 지 2년 10개월 만이다.

# 외롭고 고통스러웠던 삶
자살은 충동적인 선택이 아니다

조성민의 유서. 또박또박 눌러 쓴 글씨체에서 그가 죽음을 미리 준비했음이 드러난다.

사망 소식을 듣고 찾아간 빈소에는 정민철, 홍원기, 마해영, 김동주, 진갑용 등 야구 선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조성민은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던 선수였다. 92학번 3인방(조성민·임선동·손경수)은 지금도 회자되는 야구계의 전설이다. 고교 시절부터 이름을 날리던 이들은 ‘아마 야구 최고 유망주’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각종 대회를 휩쓸었고 스카우트의 표적이 됐다. 박찬호도 같은 학번이지만 당시에는 이들보다 한 수 아래였다. 특히 조성민은 신일고 시절 에이스로 학교 야구부에 황금사자기와 봉황기 우승 컵을 안겼고 고려대에 진학해서는 대학 야구를 평정했다. 또 1995년 한국 선수 최초로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진출해 출중한 외모와 실력으로 여성 팬들을 몰고 다녔다. 98년 전반기에는 7승을 올렸는데 그중 6승이 완투승, 3승이 완봉승이었다. 이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아직도 깨지지 않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조성민의 장례식 기간 동안 가장 눈에 밟힌 것은 환희·준희 남매였다. 둘은 이제는 세상에 의지할 사람이 서로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항상 손을 꼭 잡고 다녔다. 줄곧 의연했던 준희는 할머니가 오열하자 옆에서 “할머니 왜 울어? 울지 마”라면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 환희는 어른들과 있을 때는 꿋꿋해 보이는 듯했지만 혼자 떨어져 있을 때는 표정이 어두웠다. 조성민의 유해가 납골당에 안치되는 순간 두 아이 모두 눈물을 참지 못하고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고 최진실의 어머니 정옥숙 씨는 “환희가 장례식 이틀째 되던 날 집에 돌아와서 아빠한테 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많이 울었다.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 아이가 일찍 철이 들었다. 그게 더 가슴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기자가 조성민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지난해 9월 환희·준희가 다니는 학교 운동회에서였다. 멀리서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그의 애틋한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이렇듯 사랑하는 두 아이를 남기고 조성민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장례식이 끝난 며칠 후 조성민의 어머니 유영숙 씨와 누나 조성미 씨를 만났다. 두 사람은 조성민이 그렇게 허망하게 떠난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성민이가 그동안 힘든 일이 많았지만 절대 ‘죽겠다’ ‘죽는다’는 말은 안 했어요. 진실이 진영이가 그렇게 떠나고 나서 혹시 성민이도 나쁜 마음을 먹지 않을까 걱정돼서 물어보면 ‘엄마, 나는 절대 그렇게는 안 해요’라고 단호하게 말했거든요. 그래서 믿었죠.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성민이가 얼마 전부터 준비를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연말연시에 멀리 있는 친구들한테까지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1월 1일에는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찾아와 ‘엄마 고생한다’며 식당으로 데리고 가 밥을 사준 것도 그렇고, 아버지 입맛 없다며 굴을 사온 것도 그렇고…. 마지막 가던 날은 새벽에 문자를 받고 굉장히 마음이 불안하더라고요. 왜 그러나 싶어 전화를 했더니,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를 보내도 답이 없었어요. 여자친구한테 전화해서 성민이 술 마셨느냐고 물었더니 ‘마셨을 걸요?’ 그러더라고요. 그때 가 봤어야 했는데, 술 마시고 잠들었는 줄 알았지 그런 일이 있을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그때 가봤더라면 성민이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여자 친구가 새벽 4시에 집에 들어가보니 이미 숨을 안 쉬더라고…. 아이들과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게 너무 가슴이 아파요. 얼마나 같이 살고 싶어 했는데, 이렇게 보낸 게 너무 억울해.”
삼우제 이후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유서는 내용도 글씨체도 모두 차분했다. 그가 충동적으로 자살을 결심한 게 아니라는 방증이다. 작은 수첩에 쓴 3쪽 분량의 유서에는 부모와 환희·준희 그리고 누나에게 남기는 글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는 유서에서 “우선 아버지 어머니 죄송합니다. 못난 자식이 그동안 가슴에 못을 박아드렸는데 이렇게 또다시 지워질 수 없는 상처를 드리고 떠나가게 된 불효자를 용서하세요. 이젠 정말 사람답게 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도 가져갑니다. 이 못난 아들 더는 살아갈 자신도 용기도 없어 이만 삶을 놓으려고 합니다. 행복했던 날들 가슴 뿌듯했던 날들도 많았지만 더 이상은 버티기가 힘이 드네요… 제가 이렇게 가게 된 것에 대한 상처는 지우시길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환희·준희에게는 “사랑하는 우리 아들 딸 환희·준희야. 너희에게 더할 나위 없는 상처를 아빠마저 주고 가는구나. 불쌍한 우리 애기들. 이 모자란 부모를 용서하지 말아라”는 말로 미안함을 토로했다.

# 조성민과 최진실의 지독한 사랑
최진실 시신 붙들고 “이 바보야, 힘들면 말을 하지”라며 오열

유서를 언론에 공개한 누나 조성미 씨는 “우리 성민이가 얼마나 큰 고통 속에서 살다 갔는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공개했는데, 기사 밑에 달린 댓글을 보니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험한 말들이 많았다. 생전에도 자신에 대한 오해와 악성 댓글 때문에 힘들어 했는데, 죽어서까지 그런 말을 듣는 동생이 너무 불쌍하다. 이제라도 사람들이 성민이에 대한 오해를 거둬들이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조성민이 가장 힘들어 했던 것은 “최진실이 그렇게 간 것(자살)이었다”고 말했다.
“성민이는 이혼 후 진실이가 잘 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정도로 힘들어 하고 마음이 약해져 있는 줄 몰랐죠. 그 자체(최진실의 자살)로도 힘든데 그 모든 화살을 성민이가 다 받았잖아요. 그게 엄청났던 거 같아요. 성민이가 최진실 빈소를 지킬 때 저도 이틀 동안 같이 있었는데, 유가족은 함께 있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지만 여론은 좋지 않았어요. 조성민이 왜 거기 있느냐고 말이 많았죠. 그래서 제가 ‘성민아, 여기 있어봤자 좋은 소리 못 듣는데 우리 그냥 갈래?’ 하고 물었더니 자기는 끝까지 있겠다고 하더라고요. 입관할 때는 진실이 시신을 붙들고 ‘바보야, 왜 가느냐. 그렇게 힘들면 나한테 말이라도 하지 왜 가느냐’고 오열을 했어요. 진실이한테 그런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빈소에서도 그 많은 비난을 묵묵히 견뎌냈던 것 같아요. 자기가 진실이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게 그게 아닌가 싶어서.”
조성민은 한때 너무 사랑했던 최진실의 죽음에 부채 의식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조성민은 어릴 적부터 사방 벽을 최진실 사진으로 도배할 정도로 최진실의 열렬한 팬이었다. 두 사람이 인연을 맺은 것도 조성민이 김미화가 진행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최진실을 언급한 것이 계기가 됐다. 두 사람은 급속하게 사랑에 빠졌다. 최진실이 다섯 살 연상이었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가 1999년 1월에 결혼했는데, 그때 성민이가 처음으로 진실이를 가족에게 인사시켰어요. 그때는 ‘누나, 동생’ 하는 사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후 곧바로 성민이가 괌 전지훈련을 떠났는데, 진실이가 이틀 동안 따라갔었나 봐요. 나중에 성민이 이야기를 들으니 그때부터 진실이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1 2 3 출중한 실력으로 1995년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한 조성민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4 2011년 두산 베어스 2군 재활 코치로 활동하던 시절. 꼼꼼한 지도로 후배들의 신망을 얻었다.
5 6 7 최진실과 조성민의 결혼은 ‘세기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지만 두 사람은 결혼 2년째부터 별거를 시작해 3년여 만에 파경을 맞았다.
8 이후 2008년 최진실이 사망하자 조성민에게 모든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하지만 최진실의 죽음에 가장 충격을 받은 이는 조성민 자신이었다.

괌에서 돌아온 조성민은 가족에게 최진실과 정식으로 사귀기로 했다고 털어놓았다. 조성민의 부모는 ‘그러다 말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둘의 사랑은 사그라들기는커녕 불같이 타올라 결혼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부모의 반대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한 조성민의 부친 조주형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결혼을 반대했던 것은 어느 한 사람이 기울거나 모자라서가 아니라 각자 빛나야 하는 두 사람이 서로 희생을 하며 가정을 잘 꾸려갈 수 있을지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진실이도 스타가 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을 텐데 그걸 포기하고 운동선수 아내로서 내조를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지 않은가. 둘이 ‘잘 살 수 있다’고 하니까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두 사람은 2000년 12월 스타 커플로 화제를 모으며 웨딩마치를 울렸다. 2001년 환희를 낳고 화목하게 사는 듯 했으나 행복한 생활은 3년을 넘기지 못했다. 2002년 말 별거를 시작했고 2004년 9월 협의이혼 했다.
유영숙 씨는 “둘이 이혼한 건 어느 한쪽이 나빠서가 아니다. 성민이나 진실이나 세상 물정 모르는 착한 아이들이었다. 별거를 시작할 때 내가 ‘1년만 더 살아봐라. 그래도 3년은 살아봐야 하지 않겠냐’며 성민이와 진실이한테 사정을 했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두 사람이 서로 너무 좋아했지만 또 그만큼 서로를 몰랐기 때문에 파경에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서로에 대한 집착이 도를 넘어서다 보니 싸움으로 이어졌고, 사랑하는 강도만큼이나 싸움의 강도도 높았다는 것이다. 조성미 씨는 “당시 성민이가 조금만 굽혔더라면 이런 일까지는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자존심이 강해서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조성민은 2005년 심모 씨와의 재혼했으나 2008년 최진실의 자살과 이후 불거진 친권 분쟁 등으로 ‘공공의 적’이 되다시피 했다. 이에 조성민은 아이들에 대한 친권, 양육권, 법정대리인으로서의 자격을 모두 포기하고, 2010년 심씨와도 갈라섰지만 여전히 대중의 시선은 싸늘했다.
“성민이가 억울한 오해를 받을 때마다 우리라도 나서서 기자회견을 하고 싶었지만 꼴이 더 우스워지고 역효과만 날 것 같아 참았어요. 아버지가 늘 ‘하늘은 안다.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고 성민이 오해는 다 벗겨질 거다’라고 말씀하셔서 답답해도 꾹 참고 기다렸는데 결국 이렇게 됐어요. 진실이도 누구도 원망스럽지 않은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 성민이를 비난했던 분들은 정말 원망스러워요.”
최근에는 심씨가 가방 사업을 시작한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심씨와 조성민을 한데 묶어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최진실은 그렇게 불행하게 세상을 마감했는데 두 사람이 떵떵거리며 사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심씨는 사업으로 대박을 터뜨렸고, 현재는 톱스타들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가족들은 조성민과 심씨의 사업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고 말한다.
“심씨와는 결혼식도 하지 않았고, 부모님께 인사를 시킨 적도 없어요. 혼인신고 했다는 이야기도 나중에 들었는데, 그만한(혼인신고를 할 만한) 사연이 있지 않을까 추측만 할 뿐 이유를 물어보지는 않았어요. 성민이가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부모님 집에 들어와 산 지 3년이 넘었으니 그전부터 별거를 했고, 서류 정리도 다 했다고 하더라고요.”

# 최고까지 올랐다가 바닥까지 추락한 롤러코스터 인생
“빨리 성공해서 부모님과 아이들 앞에 당당히 서고 싶어 했는데…”

조성민의 누나 조성미 씨. 그는 동생이 얼마나 큰 고통 속에서 살다 갔는지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성민은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힘들었던 만큼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고 한다. 불행했던 선수 생활을 만회하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아이들에게 다시 당당한 아빠로 서고 싶은 욕심에 마음이 조급했던 것이다. 사업에 손을 댄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2007년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한 조성민은 야구 해설가 등으로 활동하다가 2009년 스포츠 에이전트 사업을 시작했지만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2011년 두산 2군 재활코치로 다시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야구장 임대 사업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녔지만 지지부진하자 심적 부담이 컸다고 한다.
“성민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4학년들 틈에서 야구를 시작했는데, 재능도 있었고, 무엇보다 본인이 좋아했어요. 중학교 때는 아버지가 퇴근해서 오실 때까지 아파트 지하실에서 탁구공으로 투구 연습을 했죠. 고등학교, 대학교, 일본 올스타전에서 뛸 때까지는 늘 최고였고, 어디서나 빛이 났어요. 그래서 부모님의 자랑이자 활력소였죠. 최고까지 올라가봤기 때문에 밑바닥까지 추락한 자신을 더 견디기 힘들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부모님께도 ‘엄마 조금만 참아. 내가 성공해서 효도할게’라는 말을 자주 했죠. 야구장 사업이 돌파구라고 생각하고 몇 년 동안 거기에 매달렸는데 좌절되니까 더 실망이 컸던 것 같아요.”
경제적인 고통이 자살의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 조성미 씨는 “사업이 잘 안 되면서 모아놓은 돈을 까먹기는 했지만 부담을 느낄 만한 채무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민은 유서를 통해 누나에게 재산(부모가 살고 있는 집)을 남겼는데, 조성미 씨는 이를 부모님과 아이들에 대한 당부로 해석했다.
이제 남겨진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 문제다. 엄마, 삼촌에 이어 아버지까지 잃은 아이들이 받았을 정신적 충격은 아무도 가늠할 수 없다. 아이들은 장례식 동안 슬픔을 드러내지 않고 안으로 삭였다. 자신들이 울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더 힘들어지는 것을 아는 듯했다.
“이번에 보니까 우리 환희·준희가 속이 참 깊더라고요. 그렇게 예쁘고 대견한 자식들을 두고 어떻게 눈을 감았는지….”(어머니)
허리가 좋지 않아 휠체어에 의지한 채 진통제를 수도 없이 삼키며 아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던 조성민의 아버지는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아들 추모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재능을 미처 꽃 피우지 못하고 안타까운 생을 마감한 조성민이 이제는 모든 짐을 내려놓고 부디 편안하게 잠들기를 기원한다.

▼ 고 최진실 어머니 정옥숙 씨 인터뷰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에 무슨 선물 받고 싶은지 물었었는데…”

딸 최진실, 아들 최진영에 이어 사위 조성민까지 잃은 정옥숙 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조용히 빈소를 찾았다. 그동안 정씨는 몇 차례 인터뷰에서 조성민에 대해 한 치도 서운한 마음을 내비친 적이 없다. 아이들에 대해서도 “지금은 내가 키우고 있지만 내가 가고 나면 아빠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조성민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런 만큼 그도 큰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
정씨에 따르면 조성민은 최근 아이들과 한 달에 한두 번씩은 만나 함께 운동을 하거나 놀러 다녔다고 한다. 조성민은 커갈수록 자신을 닮아가는 환희, 나날이 애교가 늘어가는 준희에게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는 아이들에게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을 만나 선물을 전하기도 전에 사망 비보가 먼저 날아든 것이다. 조성민이 아이들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메시지는 ‘날씨가 추우니 옷 따뜻하게 입고 다녀’라는 것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