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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여자 아나운서는 무엇으로 사는가

지금부터 진짜 이지애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보기보다 털털한 성격, 엉뚱한 운명론자, 성공한 커리어우먼보다 넘어지고 흔들려도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글 | 진혜린 자유기고가 사진 | 조영철 기자, 해냄출판사 제공

2012. 11. 15

딸이 있다면 그녀처럼 키우고 싶고, 아들이 있다면 그녀 같은 며느리를 얻고 싶다. 소녀 같은 순수함이 그녀 전체를 아우르고 있었지만 언뜻 보이는 신중함이나, 외골수 같은 가치관이 참 야무져 보인다. 알고 보면 다소 엉뚱한 면도 있지만 그런 점까지 깜찍하다. 방송만으로는 다 알 수 없었던 이지애 아나운서의 인간적인 매력.

지금부터 진짜 이지애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10월 13일, KBS2 ‘탑밴드2’의 마지막 생방송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이지애 아나, 파격 의상’이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뜨기 시작했다. ‘탑밴드’ 시즌1 때부터 방송이 있는 토요일 밤이면 늘 있었던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안티 없기로 유명한 이지애(31) 아나운서가 눈에 띄게 예쁜 외모에 ‘볼륨 있다’ 칭찬받는 몸매, 거기에 따뜻한 말솜씨와 사랑스러운 미소를 갖춘 아나운서라 더 좋아했다. 그런데 그녀를 직접 만나보니 외모나 몸매, 그리고 진행 솜씨 같은 것들이 그녀라는 선물에 끼워주는 부록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가 그녀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던 것이다.
햇볕이 유난히 따사로웠던 가을의 문턱에서 만난 이지애 아나운서는 가을 햇살만큼이나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람 붐비던 홍대 카페에서 사진 촬영을 해야 한다는 데 부끄러움보다 손님들에 대한 미안함을 먼저 내비치던 그녀의 진정성이 조금씩 전해지기 시작했다.

#1 홍역을 앓았어요
KBS 2FM ‘이지애의 상쾌한 아침’, 2TV ‘생생정보통’ ‘VJ 특공대’ ‘의뢰인 K’ 그리고 최근 막을 내린 ‘탑밴드2’까지 평일 아침과 저녁은 물론 주말까지 시청자들의 안방극장을 책임지고 있는 이지애 아나운서의 하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올해로 입사 7년 차. 말 그대로 한창 물이 오른 아나운서답게 교양과 예능을 넘나들며 종횡무진하고 있다.
성신여대를 졸업하고 1년 반이 조금 넘는 시간을 ‘언론 고시생’으로 보냈지만 KBS에 입사하면서부터는 ‘상상 더하기’ ‘6시 내고향’ 등을 진행하며 ‘간판 아나운서’ 자리를 꿰찼다. 바르고 성실하기로 유명한 MBC 김정근 아나운서와 깨 쏟아지는 신혼 생활은 늘 부러움을 산다. 굴곡 없는 인생에서 일도 사랑도 성공한, 그래서 항상 행복해 보이기만 한 그녀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특히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더 그렇다. 그래서 아나운서들은 방송의 모습과 실제 모습의 간극에서 홍역을 앓는다.
“배우들의 모습은 ‘연기’라고 생각하잖아요. 단지 역할이 그럴 뿐이라고요. 하지만 아나운서는 연기하는 게 아니라서 보이는 그대로가 그 사람의 전부라고 시청자들은 생각하는 것 같아요. 방송 콘셉트에 따라 제 자신이 아닌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 그 모습을 진짜 제 모습이라고 오해할까봐 어렵고 불편할 때가 많았어요. 때론 제작진들이 오프라 윈프리를 원할 때도 있고, 때론 안젤리나 졸리를 원할 때도 있거든요. 그럴 때면 속으로 ‘오프라 윈프리, 안젤리나 졸리를 섭외하지 그래! ’라고 생각하기도 했죠(웃음).”
짧은 치마와 반짝이는 의상으로 ‘안젤리나 졸리’처럼 보여야 했던 ‘탑밴드’ MC를 맡았을 때는 적잖이 당황했단다. 가죽 재킷에 해골 티셔츠를 입고 오토바이를 탄 채 등장했던 첫 방송에서 ‘홍대 클럽 한 번 안 가봤을 것 같은 MC’라는 말을 들었다. 뜨끔했다. ‘헉! 다들 어떻게 알았지.’
“사람은 영물(靈物)인지라 웃고 있어도 울고 있다는 것을 아는 거죠. 카메라 앞에서 진실이 아닌 웃음을 지으면 시청자들이 모르는 것 같아도 다 알고 있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가식적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래서 ‘안젤리나 졸리가 되려 하지 말고 음악이나 더 듣자’고 생각했죠.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은 어색하고 불편함을 주지만 조금씩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제게 어울리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 그렇게 6개월이 지나니까 출근 의상만 봐도 ‘탑밴드’ 촬영 날이라는 것을 알아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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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애·김정근은 아나운서 부부답게 한글날 뽀뽀도 한 번 안해보고 결혼했다고.



홍대 클럽 한 번 안 가봤을 것 같았던 그녀가 ‘탑밴드의 여신’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그즈음일 것이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 불편함.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녀다.
엄마 배속에서부터 아들인 줄 알았다던 딸이었다. 여자 친구보다 남자 친구가 더 많았고, 한때는 군인이 되려고 시험까지 봤다. 배짱 좋게 여성, 그것도 최연소 대통령을 꿈꿨던 그저 털털하고 씩씩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아나운서가 되면서 아나운서에게 기대하는 전형적인 이미지로 바꾼다는 것이, 또 그것이 그녀의 전부로 보이는 것이 두려웠다. 그것이 피부로 와 닿았던 것은 2008년 ‘상상 더하기’의 안방마님이 되면서부터였다.
“제 동기가 최송현, 전현무, 오정연 아나운서예요. 그중 제가 가장 평범했기 때문에 다들 뉴스를 진행할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참 희한하죠? 그런 제가 뉴스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러다 ‘상상 더하기’를 맡으면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저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죠. 그런데 너무 주목을 받으니까 체하겠더라고요. 연예인처럼 가십거리가 되는 것도 불편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싫었으면 왜 아나운서가 됐니?’ 하는 자문을 하기도 했어요. 남들이 바라는 모습으로, 제가 아닌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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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상상 더하기’가 태풍 같았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지만 ‘이게 내 길인가?’라는 물음을 가장 많이 던졌던 시간이기도 했단다. 하지만 그 태풍은 이지애 아나운서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내가 나다워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그리고 그 어렵게 찾은 나다움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다.

#2 나에게도 그런 날이 있었어요
10월 9일 내놓은 수필집 ‘퐁당’(해냄출판사)도 그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다. 누구보다 진실되려 노력했지만 아나운서 이지애는 인간 이지애의 모습과 다른 점도, 왜곡된 점도 많다. 그래서 진솔한 자신의 모습에 대해 세상 밖으로 소리쳐 말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막연히 꿈만 꾸고 있던 스무 살 때, 저를 위로했던 말은 ‘공감’이었어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방향을 제시해주는 해답이 아니라 ‘나도 그때는 그랬어’ 하는 마음의 공감이요. 사람들이 저를 보면서 ‘저 사람은 그런 과정이 없었겠지?’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저와 비슷한 고민, 비슷한 생각을 하는 ‘당신’을 응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고치고 더해 책을 탈고하는 데만 3년 넘게 걸렸다. 개인 홈페이지에 올렸던 글이나, 월간지에 연재했던 글이 바탕이 돼주었지만 지금의 이지애는 그때의 이지애와 또 다른 모습이었기에.
3년 전 처음 에세이집 출판을 제의받았을 때만 해도 ‘도전하고 꿈꾸는 20대’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풋풋한 첫사랑과 가슴 아픈 이별을 하던 날. 하루 걸러 하루쯤 ‘시험 보는 꿈’을 꾸었던 입시나 취업 준비 시절. 그토록 바라던 회사에 입사하던 날. 열심히 일을 하다가도 ‘이게 내 길이 맞나?’하는 회의감이 들던 날도. ‘이 친구는 지금 일하고 있겠지, 얘는 데이트 중일 테고…’ 하는 마음에 친구에게조차 전화를 걸지 못했던 외로운 날과 회사 복도에서 잠깐 스친 동료가 건넨 뜻 모를 인사말에 하루 종일 신경이 쓰였던 그런 날 같은 우리의 평범한 오늘을, 그녀도 함께 살고 있었다.
하지만 ‘내 일’만 생각하면 그만이었던 20대를 지나 한 남자의 아내가 되고, 한 가족의 새로운 구성원이 되면서, 또 직장에서의 입지를 다져가면서 나이 서른을 넘기자 마음도 생각도 한층 깊어졌다. 더욱이 올해 들어 남편이 몸담고 있는 MBC가 파업을 하고, 시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울면서도 웃어야 하는 ‘잔인한 운명’을 깨달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도 모습도 변해가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요. 일을 하면서 가장 듣기 좋은 이야기가 ‘목소리에 진정성이 있다’는 말이었어요. 가식이나 착한 척이 아닌, 진심으로 이야기한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좋았어요. 그래서 진짜 진솔한 이야기를 한 이 책에 대한 반응이 어떨지 가장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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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당신은 내 운명입니까?
“지금 제가 여기까지 온 것이 모두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일을 후회하지 않기 위한 최면일 수도 있죠. 그때의 선택이 결국 운명이었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가 쉬워지거든요.”
뜻밖에도 그녀는 운명론자다! 예를 들면 군 입대 시험을 봤을 때나, 타 방송국 최종면접에서 낙방했을 때도 그랬다. 최선을 다했지만 선택받지 못했다면 그것도 ‘운명’이다. 또 언젠가는 ‘빙고! ’를 외칠 만큼 자신에게 딱 맞는 것이 ‘운명’처럼 다가올 거라고 믿었다. 오늘 그토록 원하던 것을 갖지 못했음을 다행으로 여길 날도 있을 것이다. 남편을 만난 것도 그 웃지 못할 ‘운명적 스토리’에서 비롯된다. 때는 ‘상상 더하기’를 진행하며 아나운서 이지애와 인간 이지애 사이에서 뒤늦은 자아 찾기에 열중하고 있던 즈음이었다.
“그즈음 이상한 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이지애가 누구랑 사귄다더라’는 소문이었죠. 만나보기라도 했으면, 소개팅이라도 해봤으면 덜 억울했을 것 같아요. 소개팅이나 미팅 같은 인위적인 만남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개똥철학’이 있었거든요. 그게 나쁜 건 아니건만, 저랑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런 소문이 나니까 오히려 아예 빨리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뒤숭숭한 심연에서 유난히 헤매던 어느 날 밤.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아는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 이야기한다는 게 더 힘들게 느껴지던 그런 밤. 그때 떠오른 것이 김정근 아나운서였단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그에게 “선배님, 혹시 힘든 사람 위로해주는 법 알아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 문자를 받자마자 늦은 밤, 빗길을 뚫고 달려온 남자와 3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한 것은 그와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와의 만남이 운명이라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다섯 번의 묘한 ‘인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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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애·김정근은 아나운서 부부답게 한글날 뽀뽀도 한 번 안해보고 결혼했다고.



첫 만남은 김정근 아나운서가 선배 자격으로 아나운서 지망생들을 응원해주는 자리에서 이뤄졌다. 입사 후 2008 아나운서 대회에서 ‘주량 배틀’ 양사 대표로 대결을 펼치다 쑥스러운 ‘러브샷’을 해야만 했던 두 번째 인연까지는 한바탕 웃어넘길 수 있었다. MBC에 다니던 친구가 ‘너의 팬을 자처하는 선배가 있는데 팬으로서 밥이나 한번 먹자 한다’ 했던 사람이 그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두 사람의 인연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단다. 같은 일을 하는 타 회사의 동료로 몇 시간 대화를 나눈 후 안부도 묻고 모니터링도 해주던 그가 조심스레 데이트 신청을 해온 것도 그때부터였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왠지 조심스러웠다고. 부담스러워하는 그녀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그는 더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네 번째 인연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등장했다. 어느 날 엄마가 ‘아빠 친구분들끼리 아는 사이’라며 일명 선을 주선했는데, 이름을 듣고 보니 그였단다. 소개팅이나 선이라면 질색하던 그녀였지만 ‘참 묘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인위적인 만남은 싫었다. 그리고 다섯 번째 인연은 정말 운명이라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두 사람의 만남을 오롯이 운명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힘들었던 그날 밤 사실 같은 문자를 두 명한테 보냈거든요. 제가 태생적인 운명론자라서요. 운명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궁금했던 것 같아요.”
물론 운명의 시험대를 무사히 통과한 이는 김정근 아나운서였다. 문자를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걸음에 달려온 남편. 정작 본론은 꺼내지도 못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가 곁에 있음에 큰 위안을 얻었다. 그렇게 집에 돌아올 즈음 또 다른 남자의 연락. “휴대전화를 술자리에 놓고 나와 다시 찾아오는 길”이라며 “지금은 기분이 나아졌냐”는 그의 물음에 “다른 분이 위로해줬다”고 짤막히 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그녀 마음에 운명의 끈이 확실히 매듭지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는 그 남자에 대한 확신을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특별한 이벤트나 화끈한 데이트는 없었지만 주말에 가끔 봉사 활동을 하거나 함께 성경 공부를 하며 그가 완전히 믿어도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갔다. 그리고 딱 3개월 후, 누가 아나운서 아니랄까봐 2010년 10월 9일 한글날에 결혼했다. ‘결혼은 사계절을 만나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진심 어린 충고부터 ‘더 근사한 혼처가 있을 거야’라거나 ‘인기가 떨어질 거야’ 같은 으름장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때론 ‘결혼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냐’며 음흉한 미소를 짓는 사람들도 있었고, ‘알고 보니 김정근 아나운서 집안이 부자라더라’는 말도 안 되는 소문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좀 억지스러운 건요,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수군거리기 전에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였어요(웃음). 돌이켜보면 그게 오빠였던 것이 정말 행운이었죠.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하는 것은 모험이잖아요. 가끔 사소한 일로 투닥거릴 때면 ‘아, 이런 건 연애할 때 했으면 좋았겠구나’ 싶은 것도 있죠. 오히려 그런 시간들이 둘 사이를 돈독하게 해주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그녀가 들려준 결혼 전 에피소드 하나를 보태자면 ‘1009 프로젝트’라는 게 있었단다. 이른바 첫날밤까지 ‘서로를 아껴주자’는 취지였다. 요즘에는 초등학생 짝꿍끼리도 한다는 ‘뽀뽀’도 안 한 채 결혼한 두 사람은 이제 전혀 다른 방법으로 서로를 아껴주고 있다.
“남편이 정말 착해요. 천사 같아요(웃음). 그래서 저랑 만나 고생한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죠. 오빠와 결혼한 것이 제가 태어나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인 것 같아요.”

#4 그 사람과 함께라서 행복해요
가당키나 해야 질투도 가능하다. 순백 같은 두 사람의 사랑에 경의를 표하는 한편, 장난기가 발동해 “그래도 가끔 속상할 때면 ‘그때 그 돈 많다던 남자랑 만나보기라도 할걸’ 하는 마음이 들지 않냐?”고 물었다.
“가끔 화가 날 때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죠(웃음). 저는 표현을 해야 풀리는데, 남편은 표현을 잘 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그게 여자의 특성이자 남자의 특성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같은 서로의 차이에 대한 글을 공동 집필하자는 이야기도 했어요. 남편이 의외로 글을 잘 쓰거든요. 영화를 좋아해서 시나리오를 쓰는데, 공모전에도 참여하고 열심이에요. 결혼하고 변한 게 있다면 내가 아무리 행복해도, 그 사람이 행복하지 않다면 나도 행복하지 않다는 거였어요. 같이 행복해야 진짜 행복해지더라고요. 함께 행복을 공유하게 된 거죠.”
우리가 그녀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를 깨닫게 된 것은 인터뷰가 중반을 넘어섰을 때였다. 밑도 끝도 없이 ‘아, 이 사람 참 편안하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나운서 특유의 친절함과 상냥함 그 이상의 따뜻함. 그것은 아마도 겉으로만 보이는 표정과 눈빛의 따뜻함이 아닌 그녀가 전하는 말들의 진실됨이 마음속 온기로 전달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참 편안하다”는 말이 불쑥 튀어나왔고 “아, 정말요? 감사해요”라는 의례적인 대화 속에서도 건넨 이의 진심이 전달됐다는 신뢰를 줬다. 참 대단한 매력이다.

헤어 | 이성희 메이크업 | 권선영
장소협찬 | 카페 꼼마 2page(02-326-0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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