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이 드라마 재밌네’ 혹은 ‘주인공 대사가 차진데?’ 싶어 찾아보면 어김없이 이 사람이 쓴 작품이다. 김은숙(39). 2004년 꿈의 시청률 50%를 훌쩍 넘긴 드라마 ‘파리의 연인’으로 박신양과 김정은을 스타덤에 올린 작가. ‘프라하의 연인(2005)’ ‘연인(2006)’까지 연인 시리즈를 선보인 데 이어 ‘온에어(2008)’ ‘시티홀(2009)’ ‘시크릿 가든(2010)’으로 넘보기 힘든 위업을 달성했다. 그는 ‘쾌걸 춘향’ ‘환상의 커플’ ‘최고의 사랑’ 등을 쓴 홍자매(홍정은·홍미란 작가)와 한국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계의 양대 산맥으로도 불린다.
그런 김 작가가 새 작품을 들고 시청자를 찾았다.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 작품은 방영 한참 전부터 화제였다. 지난해 ‘시크릿 가든’으로 여성 시청자·광고주·해병대 사람들에게까지 ‘현빈앓이’를 하게 만든 그는 같은 해 10월 트위터에 차기작 힌트를 남겼다. ‘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 제목과 로맨틱 멜로 드라마라는 장르. 그는 “워낙 제목 못 짓는 작가로 유명해서요”라며 “제목 확정돼서 완전 좋다”고 애교 섞인 멘트를 남겼다. 관계자 사이에 오가는 말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미중년이 나오는 이야기라는 설정이 다였지만 명불허전 ‘믿고 보는’ 김 작가 아닌가.
불혹 넘긴 꽃중년의 사랑 이야기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만난 그는 “새 드라마는 진하고 야한 사랑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번에 제작사에서 지키지 못할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시크릿 가든’ 때 ‘작정하고 재밌게 썼다’고 했거든요. ‘재미없으면 어떻게 할 뻔했느냐’고 많이 혼났죠(웃음). ‘신사의 품격’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제가 야한 건 자신 있거든요. 맑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는 재미없잖아요. 연륜 있는 배우를 모시고 어린아이 같은 연애를 그릴 수는 없었어요. 진하고 야한 사랑 이야기를 담았죠. 보면 놀랄 만한 스킨십과 키스신이 난무하는 드라마가 될 것 같아요. 방송 심의가 허락하는 한 끝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신사의 품격’은 사랑과 이별, 성공과 좌절을 경험하고, 세상 어떤 일에도 미혹되지 않는 불혹을 넘긴 남자 4명이 그려내는 로맨틱 드라마. 남성판 ‘섹스 앤 더 시티’ 내지는 ‘꽃보다 남자’ 중년판으로 불리는 드라마의 주인공은 장동건, 여주인공은 김하늘이다. 그뿐인가. 김민종, 김수로, 이종혁 등 웬만한 드라마에서 혼자 주연을 꿰찰 만한 배우들을 한데 모았다. 특히 장동건은 2000년 MBC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 이후 12년 만의 안방 나들이다. 화려한 배우진으로 화제를 모은 드라마 캐스팅 비화도 밝혔다.
“이번 드라마는 굉장히 사심 캐스팅이었어요. 김도진 역의 장동건 씨에 대해서는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언급했죠. ‘온에어’에서 서영은 작가(송윤아) 어머니가 ‘다음 드라마에 장동건 나오냐’고 대사를 해요. 꼭 한번 드라마를 같이 해보고 싶었어요. 원래 3월 편성이었는데 방송사에 양해를 구하고 (5월로) 옮길 정도였죠. 처음에 대본을 주고 장동건 씨보다 고소영 씨가 어떻게 읽었을지가 궁금했어요. 그런데 고소영 씨가 ‘김은숙 작가 드라마는 키스신이 진하다’고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키스신 없다고 거짓말하고 계약서에 도장 찍자마자 키스신을 썼어요(웃음). 장동건 씨가 사내다운 역을 많이 맡아서인지 제대로 된 키스신이 없더라고요.”
임태산 역의 김수로는 ‘온에어’를 쓸 당시부터 눈독을 들인 배우. 김 작가와는 서울예대 동문이다. ‘온에어’를 찍을 당시 카메오로 섭외했지만 김수로의 영화 촬영 일정 때문에 출연이 무산됐다. 그는 “남성다운 태산 역을 김수로 씨보다 잘할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며 “캐릭터를 만들며 평소 모습을 많이 참조했다”고 밝혔다.
“최윤 역의 김민종 씨는 제 마음속의 스타였어요. 김민종 씨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한 번만 만나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윤이라는 캐릭터 만들고 제의를 드렸는데 흔쾌히 작업할 수 있다고 하셔서 좋았죠. 이정록 역의 이종혁 씨와는 인연이 깊어요. 제가 10년도 더 전에 아르바이트로 방송작가 일을 하며 잘나가는 배우 이종혁을 대학로에서 인터뷰했는데 그때 질문지를 제가 만들었죠. 이종혁 씨는 ‘추노’에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무거운 역을 잘하는 사람에게 가벼운 연기를 주문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서 제의했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거절하는 거예요. 다른 드라마 제의를 받던 중이었거든요. 제가 정보력을 발휘해서 어떤 건지 알아내고 ‘그 드라마보다 시청률 잘 나오게 하겠다, CF 찍게 해주겠다’고 유혹했어요. 그런데 그 드라마가 1등을 하고 있어서 부담이 크네요(웃음).”
1‘신사의 품격’에서 윤리 교사 서이수 역을 맡은 김하늘. 2‘신사의 품격’에서 마흔을 넘긴 미중년 4인방으로 등장하는 김민종, 김수로, 장동건, 이종혁. 3 김은숙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어른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줄 거라고 했다.
흥행 파트너 신우철 PD와의 7번째 작품
김 작가 작품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바로 신우철 PD. 김 작가의 첫 히트작 ‘파리의 연인’부터 ‘시크릿 가든’까지 총 6편의 작품에서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가히 ‘히트작 메이커’라 할 만하다. 그의 연출이 김 작가의 맛깔스러운 대사와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낸다. ‘신사의 품격’ 역시 그가 연출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신사의 품격’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주말극 1위를 달리고 있다. 2회에서 처음 등장한 임메아리(윤진이)는 옆자리 콜린(이종현)의 노트북으로 ‘시크릿 가든’을 본다. 드라마에 몰입하던 임메아리가 외치는 말이 압권.
“어머머, 이 작가 작두 탔나봐! ”
벌써 시청자들은 ‘신사의 품격’ 속 장동건의 말투를 따라 하고, 김하늘의 패션을 궁금해한다. 이 드라마가 데뷔작인 신예 윤진이는 온라인 포털 사이트 드라마 캐릭터 검색 1위를 꿰찼다. 회를 거듭할수록 구축된 캐릭터의 개성이 배가되는 것이 김 작가 작품의 특색. 2003년 데뷔작 ‘태양의 남쪽’을 시작으로 매년 꾸준히 한 작품씩 해온 그의 8번째 작품인 ‘신사의 품격’이 불혹처럼 흔들리지 않는 꾸준함으로 주말드라마 최종 승자가 될지, ‘작두 탄 필력’으로 보여줄 로맨스의 향방은 어디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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