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에는 ‘절친’ ‘~라인’으로 불리며 방송용이 아닌, 진짜 친목을 도모하는 이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신현준(44), 탁재훈(44)을 들 수 있는데, 여기에 두 사람을 친형제처럼 묶어주는 ‘엄마’가 있으니 바로 탤런트 김수미(60)다. 2005년 영화 ‘가문의 영광 2’에서 처음 만난 세 사람은 영화가 시리즈로 이어지는 10년 가까이 줄곧 엄마와 아들로 출연하며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 이제는 한동안 못 보면 보고 싶고, 진짜 가족보다 전화 통화도 자주 하는 또 다른 모자 사이가 됐다. 이들이 채널A 토크쇼 ‘쇼킹’으로 뭉친 결정적인 이유 또한 “일주일에 한 번은 볼 수 있으니까”다. 프로그램 안에서도 김수미는 손맛 좋은 엄마, 신현준은 철부지 큰형, 탁재훈은 재간둥이 둘째 아들 노릇을 한다.
3월 말 경기도 파주시 ‘쇼킹’ 촬영장에서 만난 세 사람은 이날 스튜디오를 찾은 게스트 김효진, 임호를 마치 자신들의 집에 초대한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소파 뒤편에 우뚝 서 있는 실물 사이즈의 기린 인형. 신현준이 미국에서 직접 공수해온 것으로 방송을 보고 구매처를 문의해오는 시청자들이 많다고 한다.
다른 토크쇼와 비교해 ‘쇼킹’의 가장 큰 차별성은 맛있는 음식과 사연이 함께 버무려진다는 것이다. ‘한식 글로벌 토크쇼’를 표방하는 만큼 매회 안주인 김수미가 게스트들에게 푸짐하게 한 상 차려준다. 이날도 김수미는 대화 중간에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촬영장 밖으로 나가더니 팔을 걷어붙이고 떡갈비를 구웠다. 평소 TV를 보며 ‘김수미가 진짜 요리를 할까’하는 의심이 들었는데, 현장에 가보니 김수미의 정성이 들어가는 밥상임을 알 수 있었다. 두 아들 신현준, 탁재훈의 증언에 따르면 “지금껏 방송을 하면서 음식이 맛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한다. 가장 맛있는 음식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동시에 ‘보리굴비’를 꼽았다. 신현준은 “어머니가 손으로 찢어서 고추장에 찍어준 보리굴비의 맛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다시금 감탄했다.
세 사람이 공동 진행자로 나선 데는 김수미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김수미는 처음 MC 제안이 들어왔을 때 신현준, 탁재훈 두 아들과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서로 보고 싶어도 다들 바쁘다는 핑계로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사는 얘기도 나누는 게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신현준 역시 “(탁)재훈이와는 거의 매일 붙어 다닐 정도로 친하고, 어머니와도 진짜 아들과 엄마 사이처럼 허물이 없다. 여자 친구가 생기면 친어머니보다 김수미 선생님한테 먼저 소개시켜드리고 싶을 정도로 편안한 사이”라며 남다른 친목을 자랑했다. 그러자 탁재훈은 “어머니가 (계약서에) 사인하라고 해서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들의 남다른 친분은 방송에서는 완벽한 팀워크로 재탄생된다. 게스트에게 다소 민감한 질문도 이들은 각자 캐릭터에 맞춰 매끄럽게 ‘3단 질문 공세’를 펼친다. 일단 김수미가 과감하게 질문을 던지면 탁재훈이 재치 있게 받아치고 신현준이 훈훈하게 마무리하는 구조다. 그래서인지 최근 ‘쇼킹’에서 ‘최초 심경 고백’을 하는 게스트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얼마 전 20대 연하 남자 친구가 있다고 밝힌 홍석천을 들 수 있다. 이날 홍석천은 방송에서 처음으로 열애 사실을 밝히며 커밍아웃 이후 냉정한 현실에 좌절했던 이야기와 학창 시절 겪었던 어두운 과거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밝혀 스튜디오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홍)석천이와는 대학 때부터 잘 알고 지냈는데, 그런 힘든 과거가 있었는지는 처음 알았어요. 그날 얼마나 울었는지 나중에는 민망할 정도였어요. 워낙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흘러가다 보니까 게스트들도 방송임에도 진솔한 얘기를 꺼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머니와 재훈이 덕분에 처음 토크쇼 진행을 맡게 됐는데 매주 게스트들을 만나면서 인생을 배울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연기를 할 때는 몇 달 동안 한 인물에만 빠져 있지만 토크쇼를 하다 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 교훈을 얻게 되거든요. 언제나 반가운 어머니에 가장 친한 친구까지 있으니, 촬영장 오는 날이 늘 기다려져요(웃음).”
그러면서 신현준은 탁재훈을 ‘토크계의 천재’라며 치켜세웠다. 비록 동갑내기 친구지만 일에서는 존경할 만하다고. 신현준의 갑작스러운 칭찬에 탁재훈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뻔뻔함으로 응수해 웃음을 던졌다. 하지만 그 역시 방송을 하며 고민에 빠질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친분 있는 게스트가 나올 때 갈등이 생겨요. 서로 아는 얘기인데도 모른 척하고 묻는 게 어색하고, 또 친하기 때문에 모른 척해줘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방송을 위해서는 집요하게 물어봐야 하거든요. 그래도 MC로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최대한 게스트가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잘 유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인형 좋아하는 장남 신현준, 무뚝뚝하고 소심한 둘째 탁재훈
신현준과 탁재훈은 김수미를 ‘어머니’라고 부른다. 하지만 어머니를 대하는 두 아들의 태도는 극과 극이다. 김수미는 “현준이와 재훈이를 반씩 섞어놓은 아들이 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현준이는 딸처럼 곰살궂어요. ‘어머니 보고 싶어요’ 하고 문자도 자주 보내고, 전화 통화도 자주 하고요. 그에 반해 재훈이는 딱 저 같은 성격이에요. 표현도 잘 안 하고,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죠. 예를 들어 초콜릿이 있으면 현준이는 ‘어머니 초콜릿 드세요’ 하고 직접 까서 입에 넣어주는 반면 재훈이는 말도 없이 제 앞에 툭 놓고 가는 스타일이에요(웃음). 재훈이는 의외로 소심하고 낯가림이 심하다니까.”
20년 지기인 신현준과 탁재훈은 방송이 없는 날에도 붙어 있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탁재훈이 아내와 아이들을 미국에 보내놓고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면서 두 사람이 만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신현준도 외로운 싱글남이기는 마찬가지. 얘기는 자연스럽게 신현준의 결혼 계획으로 흘렀다. 현재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묻자 신현준은 “솔직히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평소 요리도 좋아하고 집 꾸미는 것도 좋아해 혼자 사는 데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고.
“현준이는 혼자서도 정말 잘 살아요. 인형 모으는 거 좋아하는 등 여성스러운 성향이 다분한데, 저와는 정반대죠. 사실 결혼이라는 게 마음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러다 어느 순간 운명 같은 사람이 짠 하고 나타날 거예요. 그런데 솔직히 현준이는 혼자 사는 게 더 행복할 것 같아요(웃음).”
두 사람은 조만간 음식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퓨전 한식 레스토랑을 오픈할 예정. 5년 동안 준비해온 만큼 기대감도 커 보였다.
한식이라는 공통분모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김수미, 신현준, 탁재훈. 글로벌 한식 토크 ‘쇼킹’이 비빔밥처럼 맛깔스럽고 풍성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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