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년대생 ‘굳히기’ vs 80년대생 ‘돌진’
2026년도 재계 인사의 방점은 ‘세대교체’에 찍혀 있다. 한층 젊어진 리더십을 구축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주요 그룹 중 가장 먼저 사장단·임원 인사를 발표한 SK가 대표적이다. 2026년 신규 임원들의 평균 연령은 48.8세로, 2025년 49.4세보다 더 낮아졌다. 특히 신규 임원의 20%가 1980년대생으로 조직 전반에 세대 전환의 흐름이 뚜렷하게 자리 잡는 분위기다. 최연소 신규 선임 임원으로 발탁된 1983년생 안홍범 SK텔레콤 네트워크 AT·DT 담당을 필두로 김정규(1976년생) SK스퀘어 사장, 염성진(1972년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이종수(1971년생) SK이노베이션 E&S 사장 등이 새롭게 합류해 1970년대생 사장단이 기존 10명에서 16명으로 늘었다.
안홍범 SK텔레콤 네트워크 AT·DT 담당.
이 외에 삼성전자는 김철민 MX사업부 시스템퍼포먼스그룹장과 이강욱 삼성리서치 AI모델팀장 등 1986년생 임원 2명을 선임했다. 40대 부사장 승진자도 2024년도보다 8명 늘어난 11명으로 집계됐다. CJ그룹 역시 37세 여성 임원 2명을 포함해 총 5명의 30대 임원을 배출하며 젊은 리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
오너 일가 후계자 본격 등판
젊은 총수·후계 구도가 보다 분명해지면서 재계 전반에 오너 일가 2~4세가 전면으로 등장했다. HD현대는 1982년생인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며 국내 10대 그룹 총수 중 최연소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그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ROTC 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그 후 2009년 현대중공업 기획실 재무팀에 대리로 입사해 현장 경험을 쌓아왔다.앞서 언급한 롯데그룹의 신유열 대표는 신동빈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2022년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서 상무로 임원진에 이름을 올렸다. 신유열 대표는 2023년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를 거쳐 2024년 롯데지주 부사장으로 승진해 경영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GS그룹 역시 오너 4세 경영 참여가 눈에 띈다. 이번 인사에서 1979년생 허철홍 GS글로벌 기획·신사업본부장이 GS엔텍 대표(부사장)로 선임됐다.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장남인 그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조카다. 더불어 허진수 GS칼텍스 고문의 아들인 허진홍(1985년생) GS건설 상무와 허명수 GS건설 고문의 아들 허태홍(1985년생) GS퓨처스 대표도 각각 부사장과 전무로 승진하며 젊은 오너 임원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중견 그룹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진다.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 고(故) 신춘호 회장의 손자인 신상열(1993년생) 미래사업실장이 2026년 1월 부사장에 오를 예정이며, 호반그룹은 창업주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민성(1994년생) 전무가 최근 부사장으로 승진해 젊은 CEO가 됐다. 이 밖에 이미 사내에서 입지를 다져온 오너 2~3세들도 핵심 보직으로 이동하고 있다. SK그룹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1989년생)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이 전략본부장으로 선임돼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됐다. CJ그룹의 이선호(1990년생) 미래기획실장 역시 이번 인사를 통해 미래기획그룹장으로 올라섰다.

신상열 농심 부사장(왼쪽)과 최태원 회장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여성 리더십의 부상
기업 인사에서 여성의 존재감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의사결정 과정에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고, 조직 문화를 유연하게 바꾸며, 리더십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러한 흐름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 기업은 포스코그룹이다. 포스코는 정기 인사를 예년보다 빨리 단행하며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 과정에서 여성 리더십을 대폭 확대했다는 점이 특히 주목받았다. 포스웰 이사장에는 포스코홀딩스 사회공헌실을 이끌어온 최영(1968년생) 전무가 선임됐고, 엔투비 대표에는 포스코이앤씨 구매계약실의 안미선(1968년생) 포스코그룹 상무가 발탁됐다. 여기에 포스코홀딩스 한영아(1971년생) IR실장과 포스코 오지은(1966년생) 기술전략실장 등이 전무로 승진하며 여성 임원층이 한층 두꺼워졌다.이번 인사로 포스코그룹의 여성 전무는 총 3명으로 늘었다. 전체 승진자 가운데 여성 비중은 14%를 기록했다. 보여주기식 인사가 아닌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축적해온 인재를 중심으로 리더십의 범위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여성 리더십 확대는 특정 그룹의 실험에 그치지 않고 주요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2부문 수장으로 이승민(1985년생)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그룹 역사상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했다. 경영 전면에 여성을 세운 상징적 인사다. 임원 승진 구조에서도 그 변화는 뚜렷하다. CJ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전체 신임 경영 리더의 27.5%를 여성으로 채웠다. 롯데그룹 역시 81명의 신임 임원 가운데 10%를 여성으로 선임하며 여성 인재 비중을 늘렸다. 기능별 핵심 보직에서도 여성 리더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LG그룹에서는 여명희(1967년생) LG유플러스 부사장이 그룹 최초 여성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발탁되며 재무 라인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삼성전자 역시 9명의 여성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이 가운데 DX부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약자.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의미)전략그룹을 맡고 있는 정인희(1974년생) 부사장은 ESG 분야 전문성과 국제기구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고도화한 점이 주요 성과로 꼽힌다.

이승민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2부문 대표이사(왼쪽).여명희 LG유플러스 부사장.
조직 무게 줄이고 실행력 높여
각 기업의 임원 규모를 축소한 점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불필요한 관리 조직을 최소화하고, 핵심 인력 중심의 ‘작고 강한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방침으로 해석된다. SK그룹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 사례다. 전사 차원의 조직 효율화 작업을 추진하며 전체 임원 수를 약 10% 줄였고, 2025년 신규 임원도 85명에 그쳤다. 이는 2021년 말 165명이 승진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SK 측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임원 조직을 작고 강하게 재편해 미래 성장 준비에 속도를 내겠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포스코그룹은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전체 임원의 16%가량이 퇴임하며 조직 규모가 줄었다. LG그룹 역시 핵심 역량 재배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최근 2년 사이 임원 승진 규모를 약 30% 축소했다.#대기업인사 #대기업임원 #재계인사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SK HD현대 농심 신세계그룹 LG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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