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Obituary notice

‘땅끝 아이들’ 돌보던 이어령 딸 이민아 목사 ‘하늘’로 돌아가다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박해윤 기자

2012. 04. 04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맏딸이자 청소년 구제 활동에 전념해온 미국 캘리포니아 주 검사 출신 이민아 목사가 3월 중순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이혼과 실명 위기, 아들의 죽음 등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굳건한 믿음으로 두려움 없는 삶을 살았다.

‘땅끝 아이들’ 돌보던 이어령 딸 이민아 목사 ‘하늘’로 돌아가다


삶과 죽음은 참으로 가까이 있다. 지난해 여름, 싱그러운 햇살 속에서 환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응시하던 고인의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건만, 불과 7개월 만에 그는 하늘의 사람이 됐다.
꽃샘추위가 한풀 꺾인 3월 15일,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맏딸 이민아 목사가 향년 53세로 생을 마감했다. 오랜 기간 병마와 싸워온 그는 지난해 5월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신앙 생활에 몰두하며 투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하기 한 달 전에는 한 아침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암 투병기를 공개하며 “병원에서는 거의 가망이 없다고 했다. 주위에서도 자꾸만 쉬라고 한다”며 담담하게 말한 바 있다.
기자가 고인을 마지막으로 만난 건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였다. 영인문학관은 이어령 장관과 그의 아내 강인숙 교수가 자신들의 이름을 한 자씩 따서 지은 문학 박물관으로, 당시 이민아 목사는 고난의 시절에 자신이 직접 체험한 기적을 담은 간증집 ‘땅끝의 아이들’을 펴낸 참이었다. 그는 인터뷰 당시 이미 병원에서 위암 판정을 받았지만 자신의 병세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한눈에 봐도 살이 많이 빠져 안쓰럽기까지 했다. 동행한 어머니 강 교수도 인터뷰가 1시간을 넘어가자 몇 번이나 딸에게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딸의 건강을 염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후 이 목사는 병상에서 두 번째 신앙고백서를 집필해 지난 2월 ‘땅에서 하늘처럼’이라는 책을 펴냈다.

땅에서 하늘처럼 살다간 딸

‘땅끝 아이들’ 돌보던 이어령 딸 이민아 목사 ‘하늘’로 돌아가다

아버지 이어령은 “내 딸 이민아는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하게 땅에서 하늘처럼 살았다”고 말했다.



그런 힘겨운 상태에서도 그는 건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6개월 전 아버지의 권유로 백내장 수술을 받았는데 시력교정까지 된 바람에 초등학교 2학년 이후 이렇게 깨끗하게 세상을 보는 건 처음”이라며 환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이 목사는 5년 전 망막박리로 실명 위기에 처했지만 세상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기적을 경험하면서 평생 무신론자를 고집하던 아버지 이어령 장관을 신앙의 길로 이끌어 화제가 됐다. 또한 이 일을 계기로 이민아 목사의 힘겨웠던 지난날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혼과 실명 위기, 큰아들의 사망, 자폐 아들…, 지난 30년 동안 그에게 닥친 시련은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고난을 통해 사랑의 기적을 몸소 체험했고, 인생의 말년에는 청소년 범죄 예방과 선도를 위해 ‘땅끝의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았다. 그렇기에 그의 아버지는 딸의 죽음을 슬퍼하는 조문객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듯하다.
“그 아이는 마지막 순간에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젊은 시절 바쁘다는 이유로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 나와 아내는 딸과 함께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 아이는 참으로 ‘땅에서 하늘처럼’ 살았습니다.”
영정 속 이민아 목사 역시 환하게 웃고 있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