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까청년’은 여전했다. ‘위대한 탄생’ 파이널 무대를 마친 뒤 인터뷰, ‘톱 2’ 인터뷰를 위한 일산 MBC 로비에서의 만남, ‘세계한인의 날’ 홍보대사 위촉식, 이번 만남까지 네 번째. 이날 백청강은 새 프로필 사진 촬영을 위해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를 찾았다. 어렵게 성사된 인터뷰였고 부모와 함께 온 그는 약속시간에 다소 늦었다. 왜 늦었나 했더니 집에서부터 지하철을 타고 왔단다. 촬영을 위해 완벽하게 세팅한 상태로.
“설마 이 모습으로 지하철을 탄 거냐”고 묻자 아버지 백명덕씨(53)는 중국 억양이 섞인 말투로 “‘위탄’에서리 얼굴 나오니까 알아보는 사람은 많지요”라고 말했다. 어머니 이란숙씨(50)도 “다들 알아보는 통에 사인 해주고 사진 찍다 보니 오래 걸렸다”고 했다. 평일 저녁 퇴근 시간에 ‘연예인 풀 세팅’을 하고 지하철을 탈 생각을 하다니. “얼굴이라도 가리지 그랬느냐”는 말에 “가리면 더 튀니까요”라고 응수하는 백청강.
요사이 백청강은 정신없이 바빴다. 8월 MBC 월화드라마 ‘계백’의 주제곡으로 가요계에 정식 데뷔했다. 애절한 음색이 담긴 음원을 공개하자마자 음원 사이트 1위에 올랐다. ‘위대한 탄생’ 준우승자 이태권과 싱글 앨범 ‘Passion of The Great Birth-RED’도 발표했다. 드라마에서는 부드러운 발라드 ‘닿을 수 없는’으로, 무대에서는 강렬한 댄스곡 ‘Look at Me’로 팬들의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코리안 드림’을 이룬 그를 외교통상부에서는 제5회 세계한인의 날 홍보대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호사다마라고 하던가. 소속사 문제로 마음고생도 했다. 현재 그는 전속 계약을 하지 않고 활동 중이다. ‘위대한 탄생’ 시절부터 멘토 김태원의 요청으로 광고 섭외와 관련 행사를 돕던 카스엔터테인먼트의 김효진 대표가 그의 일정을 봐주고 있다. 김 대표는 김태원과 초등학교 때부터 30년 이상 알고 지낸 막역한 사이다. 김태원이 대표인 부활엔터테인먼트와 결별하며 스승을 ‘배신’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부활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 상태는 아니었다는 게 카스엔터테인먼트 측 설명이다.
비록 몸은 떠났지만 백청강의 인생에서 김태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이들은 9월 청강문화산업대학의 ‘특임교수 명예학생 위촉식’에 나란히 참석해 사제간 정을 이어갔다. 김태원은 “제자가 넓은 세상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성장할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 이씨는 “김태원 선생님은 우리 집의 스승이고 청강이의 영원한 스승”이라고 했고, 백청강도 “저를 이끌어주신 선생님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아홉 살부터 홀로 지낸 고독한 청년
‘옌볜의 기적’ 백청강은 가난 때문에 아홉 살 이후론 부모와 떨어져 살았다. “옌볜에서 가족이 떨어져 사는 일은 흔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그. 어머니 이씨는 “2000년대부터 한국에서 일해서 늘 아이가 혼자였다”고 했다.
“남편도 한국에 나와 있을 때가 많아 청강이가 뭐든 혼자 해결했어요. 어릴 적 습관 덕에 자립성이 좀 있어요. 남에게 다가가서 말하지 않고 참는 성격이에요. 어떤 방면에서는 민감하고요. 혼자서 자기 목표를 가지고 살아왔으니까요.” (이씨)
“식사도 혼자 하고, 혼자 학교 다니고. 자꾸 제가 출장 다니니까 혼자서 고독한 때가 많았겠죠. 사춘기 때도 엄마가 한국 와 있어서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백씨)
“고독한 성격이고 힘들다고 말 하는 법이 없죠. 행사 다니면서 힘들어도,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입 밖에 안 내서 가끔 답답해요. 부모 걱정 안 시키려고 물어봐도 ‘엄만 모르는 게 더 낫고’ 이래요.” (이씨)
백청강의 가족은 올 6월 서울 모처에 자리를 잡았다. 보증금 3천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빌라지만 가족 3명이 모인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아버지 백씨는 “팬들이 명절 선물을 엄청 가져왔다”며 아들의 인기에 놀라운 눈치였다. 어머니 이씨는 “중국에 못 가서 한국에서 친척과 명절을 보냈다”고 했다.
“지금은 청강이 안착시키는 게 목표예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데, 아들 때문에 못 들어가고 있어요. 와서 보니 뒷바라지 안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이씨)
부모 눈에는 아들이 마냥 안쓰럽기만 하다. 백청강은 추석 특집 MBC ‘제3회 아이돌 스타 육상 선수권 대회’ 100m 예선에서 전력으로 질주하다 넘어져 바닥에 뒹굴었다. 그는 슈퍼주니어의 멤버 성민의 부축을 받고서야 절뚝거리며 일어날 수 있었다. ‘다리는 괜찮으냐’는 질문을 숱하게 받았다는 백청강은 “뼈에 이상은 없고 살만 좀 까졌어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나 어머니 이씨는 “엄청 많이 까졌다. 곪아서 진물 나고 고생했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버지 백씨는 “학교에서는 높이뛰기며 달리기며 다 잘했는데 여기에선 운동을 안 하니까…”라며 안타까워했다. 어머니 이씨는 “아이가 체력이 싹 떨어져서. 달리는데 다리가 자꾸 꼬이고 힘이 하나도 없더라고”라며 “그렇게 넘어지는 걸 보더니 팬들이 홍삼액을 한가득 보내왔다”고 전했다.
백청강은 가난하게 살았기에 기부 활동에 더욱 열심이다. ‘위대한 탄생’ 우승 상금 3억원의 주인공이 된 그는 앨범 제작비로 쓰고 남은 1억원 중 4천만원을 서울 관악구 남현동 상록보육원에 기부했다. 남은 돈을 부모에게 맡긴 그는 6월 이후 지금까지 쓴 돈이 30만원을 밑돈다는 사실을 밝혀 화제가 됐다. 어머니 이씨는 “원래 그렇게 (돈을) 쓰는 아이가 아니다”라고 했다.
“의지가 강하고 한번 말하면 안 바꾸는 아이예요. 엄마지만 배울 게 많아요. 한 번도 (기부 활동에 대해) 이야기해본 적이 없거든요. ‘1등 하면 돈 어떻게 쓰지’ 하니까 ‘엄마 나 생각이 없어요’ 하더라고요. 톱 10에만 들면 족하다고 하더라고요. 우승했을 때만 친구 만나서 돈 썼지 평소에는 잘 안 써요.” (이씨)
아들 ‘위탄’ 출연 반대한 어머니…묵묵히 지지한 아버지
처음 어머니는 아들의 ‘위대한 탄생’ 출연을 반대했다.
“‘위대한 탄생’에 한국분이 더 많이 출연하잖아요. 외국 사람은 몇 안 되고. 한창 입시 준비할 때라 열심히 해서 음악대학에 갔으면 했죠. 준비 다 하고 시험만 보면 되는데 ‘위대한 탄생’에 참가한다고 하니까…. 밤잠도 못 자고 고민했어요.” (이씨)
“아이 엄마가 자꾸 반대했죠. 멘토들이 지적한 것처럼 옌볜 사람이 한국 노래 부르면 딱 모창이죠. 옌볜에서는 모창해야 잘 부른다고 하거든요. 여기에서 지적을 받고서야 모창이 나쁘다는 걸 알았지, 그땐 ‘(그 가수랑) 똑같다’ 하면 ‘잘한다’는 거였거든요.” (백씨)
“‘너 같은 성격에 적응하기 힘들 거다. 대학 들어가 ‘평평’하게 살아라. 엄마가 한국 가서 돈 벌어오니까 그렇게 살아라.’ 이렇게 말하면서 애걸복걸했어요. 계속 어르고 다그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꿈을 버릴 수가 없대요. 이번만은 제발 막지 말아달라, 다시는 안 하겠다 하는데…. 막았다가 평생에 한이 될 것 같아서 하라고 그랬어요. 아마 노래할 때 1분 1분이 엄청 간절했을 거예요.” (이씨)
그러나 아빠는 줄곧 아들의 결정을 지지했다.
“나는 지지했죠. 가서 어떻게 되든지 일단 해보라고.” (백씨)
“(아버지는) 항상 뭘 하든 ‘해 봐라’ 하고 지지해주셨어요. 엄마는 걱정이 되셨겠죠. ‘위대한 탄생’에 안 나갔다면 아마도 지금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겠죠. 평범한 대학생으로.” (백청강)
남편은 ‘하고 싶은 대로 딱 해봐라’였어요. 그래서 싸웠어요. 왜 거기에 동의하느냐고, ‘한국이 호락호락한 줄 아느냐, 적응하기도 힘들 거다’ 그랬어요.” (이씨)
“우리 아들 노래 참 좋지요”
백청강의 부모는 요즘 TV와 라디오를 틀면 아들 목소리가 나와서 행복하다. 아들이 부른 노래도 자주 듣는다.
“진짜 옌볜에 있을 때보다 노래가 엄청 많이 늘었어요. 청강이 노래 중에 ‘이별이 별이 되나 봐’, 그 곡 참 좋아하고 ‘닿을 수 없는’ 이것도 좋아해요. 청강이 목소리와 엄청 잘 어울려서 진짜 좋더라고요.” (이씨)
백청강은 8월 MBC 월화드라마 ‘계백’의 주제곡으로 가요계에 정식 데뷔했다. ‘위대한 탄생’ 준우승자 이태권과 싱글 앨범 ‘Passion of The Great Birth-RED’도 발표했다.
“나는 날쌘 거, ‘하트브레이커’ 같은 거 좋아해요.” (백씨)
평소 쇼 프로그램에서 무반주에도 곧잘 노래 부르고 성대모사도 잘하던 그지만 부모 앞에서는 무뚝뚝한 아들이다.
“방송에선 엄청 말을 잘하는데 집에만 오면 안 해요.” (이씨)
“제가 말을 많이 안 합니다(웃음).” (백청강)
“집에서는 뚝. 물어보면 억지로 대답해요. 내일 어디 가는 것도 몰라요.” (백씨)
“아무 말도 안 해요. 답답해요.” (이씨)
“밖에서 말을 너무 많이 하니까(웃음).” (백청강)
“팬들이 더 잘 알아요. 우린 컴퓨터 보고서 ‘아 어디 가는구나’ 알아요. (차로) 실어가면 실어가나 보다 하고.” (백씨)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는) 이유는 없고 그냥 제가 다 알아서 합니다.” (백청강)
“얘가 이런 아이예요.” (이씨)
아들의 빼어난 노래 실력은 엄마의 재능을 물려받은 것이다.
“청강이 엄마가 30년 전에 노래 경연 대회에서 1등 받았어요. 등려군이 부른 애절한 중국 노래였는데….” (백씨)
“청강이 애절함이 저를 조금 닮았을 거예요.” (이씨)
“저는 (노래를) 잘 안 불러요.” (백씨)
“(남편은) 목소리가 좋아요. 목소리는 남편 쪽 닮았어요.” (이씨)
이들 부부의 소망은 아들이 한국에서 환영받는 가수가 되는 것.
“중국에 있을 때도 중국 노래보다 한국 노래를 더 많이 불렀어요. 청강이 목적이 한국에서 가수 하는 거였으니까요. 청강이가 선배고 어르신이고 엄청 깍듯하게 대하거든요. 한국 문화를 많이 배워서 잘 적응하면 좋겠어요.” (이씨)
“옌볜에서는 대회에서 우승하자면 반드시 옌볜 노래를 불러야 돼요. 쟤는 계속 한국 노래를 하니까 우승을 못 했어요. 몇 번 그런 일이 있었어요. 마음대로 불러도 되는 경연 대회에서는 우승했고. 많은 사람에게 환영받는 가수가 되면 좋겠어요.” (백씨)
백청강도 “팬들의 관심과 사랑에 따로 보답할 방법이 없으니 더 열심히 노래 부르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초등학교 때 만들었다는 그의 사인은 둥근 선 안에 구불구불한 선과 직선이 담긴 모양새였다. 무슨 글씨냐고 묻자 “비둘기 날개”라는 생뚱맞은 대답이 돌아왔다. “왜 사인이 비둘기 날개냐”는 물음에 그가 답했다. “날고 싶어서요.”
‘위대한 탄생’으로 코리안 드림의 상징적 존재가 된 백청강. 그는 이번 사태를 겪으며 한국의 ‘안티’ 문화에 대해서도 새롭게 배우게 됐다. 발라드와 댄스곡으로 가요계에 도전장을 낸 ‘남자로서 영~ 자기 주장이 있는’ 백청강이 안티까지 수렴하는 실력으로 날개를 펴고 비상하길 기대해본다.
■ 장소협찬·zi studio(02-6280-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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